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 - 평생 말빨 글빨로 돈 벌며 살아온 센 언니의 39금 사랑 에쎄이
최연지 지음 / 레드박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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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에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 <질투>의 작가라는 기대감으로 읽게 되었다. 우선 재미있다.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옆에서 하는 이야기를 직접 듣는 느낌이다. 그만큼 생생하고 리얼해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의 프로필을 보니 화려하다. 그 시절에 유치원을 다니고 경기여중고를 거쳐 이화여대 영문과, 한국외대의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기자로 2년간 활동, 국제회의 동시통역까지. 요즘으로 치면 한 스펙 하는 분이 행복하지 않다는 말인가.


 평생 글을 써서 밥을 먹고 살아온 작가,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겐 로망일 텐데 어떤 사연이 있기에 저런 제목의 책이 나왔을까 궁금했다. 돈 걱정 없는 집안의 부모를 만나 교육적으로 혜택을 받았지만, 엄격하고 자기중심적인 부모에게 받은 어린 시절부터 성장기까지 마음의 상처가 있었다. 그동안 드라마 작가로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 사랑과 삶의 이야기를 펄펄 살아있는 언어로 쏟아놓는다. 겉모습의 화려함 속에도 누구나 아픔이 있구나 싶었다.


글을 한 장 쓰는 건

한 마지기의 밥을 매는 것과 비슷한 강도의 노동이다.

것도 반드시 혼자 해야 하는…….

누구와도 더불어 함께할 수 없는

노동집약적 작업이 집필이다.’(P19)


이와 비슷한 말을 다른 책에서도 많이 접한 적이 있다.

누군가의 강제에 의해서 쓸 수 없는 것이 글이다. 작가가 된다는 건 혼자 그 많은 시간을 외로움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불행한 여자가 작가가 되어서 비로소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불행한 여자가 글을 쓰면서 행복해지고

그렇게 행복해진 여자가 비로소 작가가 된다.’(P27)


과연, 공감이 가는 말이다.

행복한 사람은 누군가 자꾸 불러내기 때문에 글을 쓸 시간이 없단다. 어울려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언제 글을 쓸 수 있냐고. 그럴 마음도 없고.

못 다한 이야기를 글로 털어놓는 일, 그것을 즐기고 외로움을 견딘 사람만이 작가가 된다는 것이다. 불행도 어중간하게 불행하면 안 된단다. 다른 말로 하면 그건 절실함이겠지. 역시 작가는 생각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에든 적용되는 말이겠다.


 드라마, 영화, , 노래 등 많은 재료를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작가를 보고 천상 드라마작가구나 싶었다. 작가들의 작품에는 상상력과 더불어 자신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는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영상작가들은 그것이 어떻게 반영될까. 예를 들어 우리 엄마가 이런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극중 인물로 만드는 것이다. 자식을 24시간 감시하는 간수 같은 엄마, 헬리콥터맘이 너무 싫었단다. 그래서 드라마 <질투> 속의 성희와 하경이 모녀 이야기를 쓸 때 너무 행복했다고 한다.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하고 마음의 치유를 받는 모습과 어쩜 그렇게 똑같은지.


결혼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와 닿았다.

오랜 세월 글을 쓰며 살아온 작가답게 성숙한 인생관과 경륜이 느껴졌다.


모든 결혼이 불행하다는 것.

결혼생활의 기본 감정이 노여움이라는 것.

적어도 이건 알고 결혼을 선택한 사람과

사랑의 절정에서 그 사랑을 영속화한다는

드높은 기대치를 갖고 결혼을 선택한 사람.

두 사람 다 결혼하면 불행해지지만

그 불행의 질은 천지차이다.’(P63)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가 결국 자유를 잃은 것이란다.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는 것은 대한 불합리한 점을 감수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 전자는 예방주사를 확실하게 맞은 사람이라 증상도 가볍고 무엇보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몸부림칠 일은 없다는 거다.

 

매일 운동과 학습으로 행복의 근육을 만들면

확실히 행복해진다.

왜 확실한가.

내가 하니까 확실하다.

남에게 불확실하게 바라는 게 아니고

내가 확실하게 하니까 확실하다.’(P221)


요즘 소학행이야기가 대세다.

작지만 확실하게 누릴 수 있는 행복,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누가 거저 주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에세이 제목과는 달리 행복한 분이라고 여겨졌다.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치열한 노력으로 자신의 현재를 누릴 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다. 사랑과 일,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에게 많은 힘을 주리라 믿는다.

 

 

 이 책은 청림출판(주)로부터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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