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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크림소다
누카가 미오 지음, 한수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3월
평점 :
절판
띠지에 쓰인 문구와 제목만 보고 이제까지의 일본 소설처럼 그렇고 그런 내용일 거라 짐작했었다.
한없이 슬픈 사랑을 했다는 대목을 봐선 둘 중 누군가가 희귀병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의 과정을 다소 오글거리는 과정을 거쳐 세드 엔딩으로 끝마치는... 이제까지의 일본 로맨스 소설과 같은 전철을 밟을 거라 예상하게 한다.
하지만 첫 장을 읽으면 이런 내 예상을 반은 맞았지만 반은 틀렸다는 걸 알게 된다.
이 모든 과정... 즉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끝내 죽음으로 헤어지고 한 사람만 남는다는 과정을 단 한 페이지에 축약을 해놓았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라는 듯 한 사람이 너무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남은 음식을 구걸하다 거절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도모치카이고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선뜻 돈을 빌려준다고 나서는 이가 있었다.
같은 미술대학의 4학년 선배인 와카나였다.
그렇게 친해진 두 사람이지만 도모치카는 와카나에게서 막연히 어떤 경계를 느낀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만 그 이상의 근접은 허락하지 않는듯한...
그가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를 회상하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아빠의 재혼으로 새 가족을 이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 속에 융화되지 못한 채 점점 마음이 식어갔던 그를 유일하게 알아봐 준 이가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지만 결국 와카나만 혼자 남아 슬픔을 달래고 있는 중이었고 도모치카 역시 와카나와 비슷한 상태였다.
재혼한 엄마의 새 가정에 누를 끼치기 싫다는 이유로 혼자 독립해서 살아가면서 엄마와 새아빠의 행복을 빌지만... 그 역시 세상에 혼자 떨어진 듯한 느낌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얼핏 봐선 둘은 비슷한 처지지만 반응은 정반대다.
와카나는 가족을 비롯해 모도에게 벽을 쌓고 누구도 들이지 않았지만 도모치카는 반대로 재혼한 엄마가 행복해지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자신의 감정과 새 누나의 감정마저도 무시한 채...
이렇게 책 속에는 새로운 가정을 이룬 재혼가족이 겪는 혼란과 고민,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가족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와는 별도로 책에는 미술이라는 예술을 하는 데 있어 고민하고 좌절하는 미대생들의 이야기 역시 진솔하게 담겨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 앞에서 느끼는 무기력과 좌절감은 누군가에게는 폭력처럼 느껴질 수도 있음을...
전체적으로 20대 초반의 청춘들이 가진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겪는 좌절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풋풋하면서도 감성적으로 그리고 있는 안녕, 크림소다는 제목처럼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탄산의 맛을 느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