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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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자신이 먹는 음식에서 만든 사람의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의 소녀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엄마가 만들어준 레몬 케이크에서 평소의 맛과 달리 이상한 맛을 느끼게 된다.

그건 엄마가 느끼는 슬픔과 외로움, 텅 빈듯한 공허함과 괴로움의 맛이라는 걸 안 순간 어린 소녀는 그 케이크를 삼킬 수 없었다.

그 케이크 맛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로운 맛이었지만 놀랍게도 그 맛을 느끼는 건 자신뿐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소녀는 혼란스럽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소녀의 나이는 불과 9살이었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 전혀 다른 엄마의 감정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그때부터였을까

로즈는 사람들 모두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일면이 있음을 음식을 통해 깨닫는다.

얼핏 봐선 평범하고 단란한 집이지만 로즈네 집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우선 다섯 살 위의 오빠 조지프는 과학과 수학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지만 친구가 없을 뿐 아니라 가족과의 소통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단순하게 말이 없이 과묵하고 과학적 사고에 탁월한 영재라서 그렇다기보다 뒤로 갈수록 조지프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두드러지는데 누구보다 사교적인 로즈가 그런 오빠 곁에서 맴돌면서 항상 주의 깊게 지켜보는 이유를 알게 된다.

무엇보다 더 안타까운 건 서로 사랑해서 결혼 한 엄마와 아빠가 별다른 대화를 하지도 않을뿐더러 서로 손님처럼 예를 갖추고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서로를 미워해 큰 소리로 싸우는 것보다 못한 상태의 부모를 보면서 소녀는 언젠가부터 엄마의 상태를 이해하고 아빠가 혼자서만 묵묵히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그런 아빠의 모습을 슬픈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런 가족들을 지켜보며 로즈가 성장해가는 모습은 사뭇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모든 음식에서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감정을 느끼게 된 이후로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 힘든 로즈가 엄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챈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사랑하지만 언제나 저 멀리 있는 듯한 아들 조지프와 어느새 남처럼 느껴지는 남편만으로는 그녀의 텅 빈 가슴을 채울 수가 없었던 걸까

엄마는 다른 남자와 불륜 관계가 되고 이를 눈치챈 로즈가 침묵한 이유 역시 엄마의 감정을 이해한 탓이 아니었을까?

로즈가 엄마의 레몬 케이크에서 엄마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된 날은 아마도 로즈가 마냥 행복했던 어린아이 시절을 마감한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집안에 묵직이 내려앉은 깊은 슬픔과 침묵을 밝고 명랑했던 어린 로즈가 깨달으면서 조금씩 그런 가족을 받아들이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사뭇 안타깝게 느껴졌고 로즈가 마침내 오빠 조지프의 상태를 눈앞에서 발견한 날 느꼈을 충격과 슬픔이 가슴 깊이 이해되었다.

읽는 내내 이 집안의 불행이 와닿아 마음이 답답했지만 마냥 비극적으로 마무리짓지 않은 점은 좋았다.

읽는 사람의 감정 소모가 심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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