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키퍼의 딸
안젤린 불리 지음, 김소정 옮김 / 문학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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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친한 친구가 눈앞에서 살해당했다.

이런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인디언 혼혈 소녀가 왜 친구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누구에게 책임을 지워야 하는지 사건 발생의 뿌리부터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파이어키퍼의 딸은 사건의 배경부터 독특하다.

유서 깊은 가문의 외동딸이자 미성년이었던 엄마와 아이스하키의 스타였던 인디언 아빠의 뜨거운 사랑은 이뤄지지 못한 채 스캔들이 되었고 그 스캔들의 당사자인 다우니스는 인디언 공동체로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핏줄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다우니스는 언젠가부터 자신이 사랑하는 부족들 사이에서 마약이 횡횡하는 걸 우려하던 차에 자신의 친구인 릴리가 마약에 중독된 전 연인이자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에 의해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그런 다우니스에게 연방정부에서 온 요원들로부터 FBI 비밀 수사원이 되어 협조하라는 압력을 받아 수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공동체의 민낯을 제대로 보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디언은 미국의 원주민이지만 백인들에 의해 자신들이 살던 땅에서 쫓겨나 보호구역 내에서 가난하게 명맥을 유지한 채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그건 옛날의 일이고 인디언들 역시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신들이 가진 자산과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받은 보상금을 카지노와 같은 돈이 되는 사업에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라스베이거스를 포함해 상당히 많은 카지노의 지분을 가진 사람이 인디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의외라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사실뿐 아니라 카지노로 벌어들이는 수익금을 어떤 식으로 이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기본 배경으로 나온다.

18세가 넘은 인디언들은 매해 배당금을 받고 각종 복지혜택을 받고 있지만 다우니스는 여기에서도 소외당하고 있었다.

물론 외조부모가 엄청난 재력가라 막대한 유산을 신탁으로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그 배당금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부족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데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그녀가 비밀조사원이 되어 자신의 부족원을 몰래 조사하는 일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임에 분명하다.

자칫하면 배신자로 낙인찍혀 영원히 부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 건 자신의 친구를 비롯해 그 뒤에도 계속되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들이 마약중독에 의해 죽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마약에 빠진 것이라 믿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과 달리 부족원 안에서 공급원이 있다는 게 명백해진 지금 누가 부족원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지 밝혀내는 것만이 이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다우니스는 의심스러운 사람부터 하나둘씩 조사를 해나가다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인물이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자신처럼 부족원들 속으로 몰래 잠입한 수사원과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그 사랑 역시 자신의 부모처럼 평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똑똑하고 강인한 정신을 가진 다우니스지만 그녀 역시 이제 겨우 18세가 지난 아직 어린 처녀일 뿐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녀가 잘생긴 비밀요원과 사랑에 빠지지않기가 더 힘든 상황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사건을 해결하는 것과 별개로 인디언 공동체가 처한 상황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불합리한 일들 역시 다루고 있다.

원주민들이 겪는 온갖 차별과 불평등뿐만 아니라 원주민이 피해자가 되는 범죄가 벌어져도 사법체계는 그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다우니스가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원주민 여자들이 겪는 고통 역시 보여주고 있는 파이어 키퍼의 딸은 스릴러 소설이면서 현재 원주민들의 처한 상황을 고발하는 책이기도 하다.

다소 어려운 원주민 단어들이 나와 헷갈리기도 했지만 사건 전개를 비롯해 반전까지 잘 짜인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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