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아르테 오리지널 13
요시다 에리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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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 제목을 봤을 땐 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자신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지만 사랑할 수 없다는 건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불가항력의 문제라는 것인데 그게 가능할까?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타인과의 유대관계가 다소 어렵게 느껴지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게 쉽지 않은 사람

혹은 연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이런 사람을 일컬어 에이 로맨틱 에이 섹슈얼이라 부른다는 걸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단란한 가정의 첫째 딸인 사쿠코는 직장 생활도 즐겁고 현재 삶이 만족스럽지만 부모님은 내내 결혼을 종영하신다.

특히 엄마는 여자의 삶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제일 좋다는 의식이 강해서 사쿠코를 들들 볶지만 사쿠코는 이제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해 본적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지금의 상태가 좋았다.

그런 사쿠코가 관리하는 슈퍼에서 우연히 자신과 비슷한 상태인 한 남자를 만났다.

제법 잘 생긴 외모에 반듯한 인상 그리고 요리도 잘하는 다카하시는 누가 봐도 괜찮은 남자지만 그 역시 남들과 조금 달랐다.

그는 사쿠코보다 더 해 연애는커녕 신체 접촉조차 꺼려 하는 사람이었다.

사쿠코는 다카하시를 통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제법 있으며 그런 사람들을 일컫는 말까지 있다는 걸 알게 되고서야 이제까지 자신이 느꼈던 이질감의 정체를 마침내 알게 된다.

언제나 이성이 보내는 썸의 신호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연애 감정뿐만 아니라 성적 끌림조차 느껴보지 못했던 자신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이제까지와 달리 자신의 주장을 조금씩 펼치고 조금씩 변화되어간다.

다카하시 역시 사쿠코와 함께 살게 되면서 사람들을 향해 세웠던 벽을 조금씩 허물어트리고 자신의 오랜 꿈을 향해 한발씩 나아간다.

다소 엉뚱하게 보일 수 있는 두 사람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한 집에 살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풀어놓은 이 책은 일본에서 드라마로 인기를 끈 후 다시 소설로 만들어진 케이스다.

옛날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삶의 또 다른 형태의 발견이 아닐까 싶다.

언젠가부터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하고 비혼 상태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지금 오롯이 자신이 선택한 삶을 혼자 즐기는 게 예전만큼 어색하거나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책 속의 두 사람은 그런 단계를 넘어선 듯 보이지만 그게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다.

그저 남과 조금 다를 뿐이지만 직장에서도 가족 내에서도 이런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처럼 사는 삶을 강요하거나 밀어붙이면서 그 사람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건 또 다른 폭력일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1인 가구가 점차 늘어가는 지금, 시기적으로 적절한 소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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