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 도쿄, 불타오르다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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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시선으로 우리를 사로잡은 오승호
나오는 작품마다 색깔이 달라서 같은 작가의 작품이란 걸 모를 정도로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는 그가 이번엔 제목부터 강력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폭탄으로 중무장한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뭘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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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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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의학을 기초로 한 작품은 즐겨보는 편이다.

물론 그런 드라마의 대부분은 로맨스가 주를 이루고 거기에 양념처럼 살짝 병원에서의 이야기나 에피소드를 곁들이는 정도지만 그럼에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그곳의 긴장감이 좋았던 것 같다.

의학을 소재로 하는 소설은 조금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있고 대부분의 의학 소재 소설은 스릴러 장르가 많아 특히 더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 울지 마 인턴은 현직 의사가 쓴 소설이라는 특이점도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좀 더 현실적으로 그려놨다는 점, 이런 소재의 작품 대부분이 휴먼이나 힐링으로 가닥을 잡는 것에 비해 그런 부분을 많이 배제했다는 점에 점수를 주고 싶다.

눈앞에서 형이 쓰러졌음에도 아무도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이 황망하게 보낸 기억을 트라우마로 간직한 채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아메노 류지

그는 자신 같은 일을 당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유로 의사가 된다.

하지만 인턴생활을 시작하자마자 그가 느낀 건 자신은 의사가 맞지 않는다는 자괴감과 환자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괴로움뿐...

도대체가 선배 의사가 하는 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보고 진단을 내리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어렵고 헷갈리지만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건 자신의 판단으로 환자는 생사가 오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류지가 교통사고로 실려온 다섯 살 아이를 담당하면서 그 아이가 죽음과 힘겹게 사투를 벌여 결국 이겨내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와 희망을 얻는 모습이나 젊은 나이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를 보면서 느끼는 의사로서의 무력감을 느끼는 모습은 의사도 우리와 같이 희로애락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걸 새삼 자각하게 한다.

특히 아흔이 넘은 위암 환자를 통해 살 날이 많지 않은 환자라 해도 삶의 질을 위해 수술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런저런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그냥 통증만 완화시킬 뿐 별다른 조치 없이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걸 바라만 봐야 하는지와 같은 케이스는 존엄사나 죽음의 자기결정권과 연관되는 부분도 있어 우리 사회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지만 모든 과정을 다 배운 전문의가 아닌 이제 갓 의사의 길로 접어들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은 서툰 인턴을 내세워 마치 일반인과 다름없는 시선으로 의료현장을 보여주는 데 그게 이 책의 장점인 것 같다.

선배 의사와 전문의의 지시사항을 따르면서도 내내 마음속으로는 허둥대고 환자 앞에서는 표시를 안 내려고 죽도록 노력하면서 선배 의사가 왜 이런 처치를 내리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고민하고 갈등하는 류지의 모습은 전문적이고 냉철하게만 보이는 의사를 보다 인간적으로 느끼게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허둥대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의사로서의 면모를 갖춰가고 결정적인 순간에 인간적인 고민을 하는 류지의 모습은 우리가 바라왔던 의사상에 가깝다.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조금 더 배려하는 류지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졌다.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맞춘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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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니쿠코짱!
니시 가나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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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소설보다 애니메이션 영화로 먼저 소개된 작품인 항구의 니쿠코짱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작품이다.

어려운 환경에 처했으면서도 웃음이 있고 감동이 있는...

소설 속 주인공은 본명이 있음에도 살이 쪄서 돼지라는 뜻의 니쿠코라 불리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좌충우돌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한심해하기도 하고 부끄러워하기도 하는 조숙한 소녀 기쿠코다.

기쿠코는 서른여덟 살의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는 초등학생이지만 언제나 나쁜 남자에게 빠져서 손해를 보고 사기를 당하는 엄마에 비해 당차고 영리하다.

그런 기쿠코의 눈에 비치는 엄마는 속절없이 사람에게 잘 속고 사람들의 말을 의심할 줄 몰라 매번 손해를 보는 엄마가 가끔씩 답답하다.

자신들의 곁을 떠난 또 다른 남자를 쫓아 연고지도 없는 항구에 도착했고 스낵바와 같은 곳에서 일했던 이제까지와 달리 고깃집에서 일하며 고깃집 옆 칸에 둥지를 튼 모녀의 일상이 사뭇 실감 나게 그려지고 있는 항구의 니쿠코짱은

이제 갓 사춘기에 접에 드는 소녀 기쿠코의 시점으로 그리고 있다.

언제나 주변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다가가는 니쿠코에 비해 기쿠코는 항상 관찰자의 시선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바라본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언제나 튀지 않으려 노력하고 반에서 편이 갈려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서도 공격하는 쪽보다 공격당하는 쪽을 선택하는...

그래서 늘 조용하고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쿠코지만 언젠가부터 눈치가 없고 촌스러우며 갈수록 살이 찌는 니쿠코가 조금씩 부끄러워진다.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자의식이 생기고 주변 사람들 시선과 평가에 민감해지는 소녀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기쿠코가 엄마인 니쿠코를 상대로 느끼는 감정이 십분 이해가 된다.

처음 책을 읽을땐 니쿠코라는 사람은 도대체가 심각한 게 없고 고민도 없으며 무엇보다 부끄러움도 없는 것 같은... 어찌 보면 아무런 생각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은 모습이어서 호감이나 공감을 느끼기보다 다소 모자라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왜 그녀가 사람들 사이에서 쉽게 호감을 사고 누구와도 금방 친하게 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녀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전부 다 진심으로 믿고 의심 따윈 할 줄 모른다.

이제까지의 그녀와 기쿠코의 삶이 힘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쉽게 속아서 돈도 사랑도 잃지만 그녀는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오롯이 자신 앞에 주어진 삶을 충실하게 살아갈 뿐이다.

그런 니쿠코에게서도 벽을 세우는 듯한 기쿠코가 마침내 모든 벽을 허물게 되는 과정을 비롯해 항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항구의 니코쿠짱

왜 이 작품이 인기가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사랑스럽고 예쁜 동화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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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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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멋들어지게 풀어내는 작가 이케이도 준

이번에는 시골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가져와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접목시켜 놓았다.

여기에다 재미를 위해 방화사건의 범인을 찾아야 한다는 미스터리적인 요소까지 가미해 그야말로 엔터테인먼트 한 작품을 내놓았다.

일단 시작은 도시생활에 익숙해있던 소설가가 취재여행을 갔다 고향에 들렀고 그곳의 경치에 홀린 듯이 반해 도시생활을 접고 아버지의 고향인 하야부사로 오면서 시작된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시골 생활에 만족하던 그에게 이내 그곳의 사람들이 접촉해와 소방단에 들 것을 권유한다.

사람들과의 친목도 생각해 소방단에 들지만 이내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여기에 살인으로 의심되는 사건까지 발생한다.

그는 이제까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화재사건들 사이에서 묘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 데 그건 언젠가부터 이곳 곳곳을 다니며 태양광 사업을 위해 땅을 팔거나 임대를 요청하던 한 회사와 관련된 것이었다.

당연한 결과로 이 모든 걸 파악한 그에게 상대측에서도 반격을 해오는 데 그 반격이 만만치 않다.

그들의 뒤에는 상상도 못했던 거대한 음모가 있었을 뿐 아니라 알게 모르게 그들에게 동화되어 그들 편에 선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알 수 없는 상황

그저 조용하고 한가로운 고향에서 글을 쓰며 여유롭게 살고자 했던 작가는 이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뒤를 추적하면서 자신의 안위까지 챙겨야 하는가 하면 곁에 있는 사람 중 누가 배신자인지 밝혀내야 한다. 결국 도시나 시골이나 사람이 사람을 속이고 힘들게 하는 건 마찬가지...

책 속 주인공인 작가의 추적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연결되는 데 그 연결이 기발하면서도 진

짜로 있을 법해서 상당히 몰입감 있게 다가왔다.

게다가 책 속에서 작가는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을 내세워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는데 이를테면... 환경을 위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태양광 사업을 벌이지만 그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 위해 나무를 마구 베어 자연경관을 헤치는 모순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비판이 와닿았다.

더군다나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도시의 과소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와 똑닮은 일본 지방 도시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섬뜩한 경고로 다가왔다.

자식들은 멀리 있고 시골에 남은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층이 대부분인데 이런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벌이거나 책 속에서처럼 뭔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파고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으며 뭔가를 눈치챘을 땐 이미 늦었거나 돌이킬 수 없다.

연이어 벌어지는 방화사건 속의 진실을 찾는 과정도 재밌었지만 등장인물 각자의 캐릭터나 그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다 생동감 있고 입체적이어서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제법 두꺼운 책이었지만 단숨에 읽게 하는 힘을 가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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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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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한 집안에 서넛의 자녀를 둔 가정이 일반적이어서 엄마가 동생을 출산하거나 혹은 몸이 여의치 않을 때 많은 아이들 중 한두 명을 친척이나 친지에게 잠시 보내는 일이 그다지 드물지 않았다.

요즘같이 한 명 혹은 기껏해야 두 명 정도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서로 잠시 아이를 맡아두는 일이 큰 흉도 아니었던 시대도 있었다.

그래서 책 제목을 보고 내용을 살짝 훑어봤을 때 소녀가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곧 출산을 앞둔 엄마의 손을 덜어주고자 소녀는 외가 쪽 친척 집에 맡겨진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제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 어른의 보살핌과 관심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복작이는 집... 언제나 무심한 아버지... 그리고 아이들 뒤치다꺼리와 잦은 출산으로 언제나 피곤에 지쳐있는 엄마

언제나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은커녕 관심조차 받아보지 못했던 소녀에게 친척 집에서의 하루하루는 낯설지만 즐겁고 행복했다.

그렇게 많은 아이를 낳았으면서도 한 번도 아이에게 관심 어린 손길을 보내지 않았던 아버지에 비해 무심한듯하면서도 작은 것도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려준 아저씨

아저씨는 그 당시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식사 준비를 함께 하며 가정의 일에 남녀 구별이 없이 함께 하는 다정한 남편이기도 했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이 한 대목의 글에서 소녀가 살아온 환경이나 집안 분위기 등 모든 것이 설명되는 이유다.

소녀는 친척 집에 맡겨진 이후로 이제까지 자라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면서 혼란과 더불어 결핍이라는 감정을 배우게 된다.

짧은 글이었지만 그 속에서 소녀가 느끼는 감정에 대한 묘사가 참으로 섬세해 문장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곱씹어 읽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소녀가 친척 부부가 가지고 있는 슬픈 비밀을 알게 된 순간 소녀는 어른들의 규칙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평온해 보이는 그 부부가 가지고 있는 슬픔을 어린 소녀는 완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순간에 입을 다물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어린 소녀가 처음 낯선 곳에서 불안감을 느끼다 점차로 가족 같은 친밀감을 느껴지만 예정된 시간이 다 함에 따라 이별하는 슬픔도 배우게 되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진 맡겨진 소녀는 결말 역시 인상적이었다.

마치 불안정한 소녀의 심리처럼 독자로 하여금 결말을 상상하게 만드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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