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환자
시모무라 아쓰시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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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소원했던 형이 칸첸중가를 등반하다 눈사태를 만나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남은 것은 누군가가 미리 잘라둔 듯한 형의 자일뿐...

형의 의심스러운 죽음에 대해 미처 알아보기도 전 형과 같은 산을 등반했다 눈사태를 만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생환자가 나타났고 그의 증언으로 인해 한순간에 안타까운 희생자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을 외면한 이기적인 사람들로 전락해버린 형과 등반대

평소 자신이 알고 있던 형의 모습과 많이 다른 처신에 의문을 표하지만 등반대들은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었고 살아남은 사람의 증언을 반박할 수도 없다.

연일 매스컴은 살아돌아온 생환자인 다카세의 말을 인용해 그의 무사귀환에 도움을 준 등반대 중 한 사람인 가가야를 칭송하기 바쁘고 아무도 희생자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 않고 연일 비난하기 바쁜 즈음 기적처럼 등반대 중 한 사람인 아즈마가 귀환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당연하게도 살아돌아온 또 다른 남자의 출현은 이전까지의 분위기를 180도 전환하는데 살아돌아온 아즈마가 다카세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했을 뿐 아니라 그가 영웅처럼 묘사했던 가가야를 대원들이 잠든 틈을 타 혼자서 살아남겠다는 욕심으로 모두의 짐을 훔쳐 간 파렴치한으로 묘사하면서 진실공방이 벌어지지만 그전까지 적극적으로 방송을 하던 다카세는 아즈마의 생환과 더불어 언론에서 자취를 감추고 더 이상의 발언을 하지 않음으로써 아즈마의 발언에 힘이 실린다.

극명하게 갈리는 진술 과연 둘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분명 목적을 가지고 진실을 숨기려는 것이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 살아 돌아온 자의 과거부터 하나씩 더듬어 찾아가면서 이들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생환자는 두 사람의 상반된 주장과 끊어진 자일이라는 미스터리 요소만으로도 상당히 흥미로운데 여기에다 우리는 잘 몰랐던 등반가의 삶과 그들이 산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암벽등반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 과정마다 곁들여놓아 재미를 더하고 있다.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기후,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듯한 험준한 산을 오르면서 오로지 자신과 자신의 파트너를 믿고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등반가의 모습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상당히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몸이든 장비든 준비 소홀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나와 팀을 이룬 파트너의 목숨까지도 위험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산을 쉽게 보고 오르는 행위는 산악인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하기에 그들이 한 결정을 옳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일반인들과 달리 그들에게 산을 오른다는 건 신성시되는 일과 마찬가지 행위이므로...

칸첸중가라는 누구나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산에서 벌어지는 그날 밤 사건의 진실을 찾는 과정은 그날 그곳에 있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일종의 밀실 사건이기에 그 진실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집요하게 추적해 작은 단서를 쫓아 한 걸음씩 나아가 마침내 그날의 진실을 밝혀내는 과정의 묘사가 좋았다.

그리고 같은 행위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면서 인간이란 얼마나 나약하고 흔들리기 쉬운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상당히 전문적인 소재에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첨가해 지루함 없이 흥미롭고 가독성 있게 끌고 간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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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죽은 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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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다소 도전적인 느낌이 드는 이 책은 오래전 읽었을 때 작가 게이고에게 감탄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풍기는 뉘앙스가 왠지 살인 사건이 벌어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라 언제 살인사건이 벌어질지 조마조마하며 읽었는데 웬걸~끝까지 살인사건이 나오지 않는 게 아닌가

그렇다고 해도 추리소설로서의 충분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제목에서 풍기는 살인의 냄새와 달리 전혀 사건 다운 사건이 나오지 않음에도 묘하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가지게 하는 책이었고 그런 점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살인사건 없는 추리소설... 당시에는 참으로 신박하다 느꼈던 기억이 난다.

오래전 헤어진 연인으로부터 연락이 온 게 이 사건에 내가 개입하게 된 원인이다.

그녀 사야카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유품에서 지도와 함께 열쇠 하나를 발견, 그곳으로 가는 길에 자신과 동행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녀와 함께 간 그곳은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없는 외딴곳에 있는 집이었고 현관문은 봉쇄된 채 지하실로만 출입이 가능한 오래되었지만 낡지 않은 느낌의 조금은 이상한 집이었는데 남들과 달리 어릴 적 기억이 전혀 없다는 사야카는 이곳에서 그 집을 아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왠지 이 집이 자신의 과거와 연결되어있음을 느낀다.

사람의 흔적이 끊긴지 오래인 이 집은 어찌 된 일인지 마치 조금 전까지 누군가가 있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을 뿐 아니라 집안의 모든 시계는 같은 시간에 멈춰있는 다소 평범하지않은 상태였다.

나와 사야카는 이 집에 살았던 12살 소년의 일기를 통해 이 집안에서 일어난 일을 유추해보기 시작하면서 그녀 사 야카의 과거에 조금씩 근접해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이윽고 밝혀지는 진실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 투성이일 뿐 만 아니라 집안 곳곳에 오랫동안 남겨진 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작은 소품 하나하나를 통해 그 진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복선으로서 장치된 것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몰입감을 높여준다.

어느 것 하나 그냥 남겨둔 게 없이 사소해 보이는 것 하나하나가 모두 사건을 파헤치는 단서가 되는 것을 보면 그 치밀함에 감탄하게 되는데 요즘 나오는 게이고의 책보다 예전 책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 아들 유스케의 일기를 통해 유추해본 이 집은 유복하고 평화로웠지만 가장의 발병과 죽음 이후 이 집에 들어와 함께 살게 된 일명 그 녀석의 출현이후 급격하게 분위기가 나빠지기 시작한다.

늘 술을 마시고 주먹까지 휘둘러대는 그 녀석은 이 집의 폭군이자 모든 불행의 시초이기도 한데 유스케의 일기를 통해 그가 바로 아버지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은 적이 없이 늘 실망만 안겨주던 이 집의 장남임을 밝혀내게 된다.

얼핏 봐서 이 집에서 벌어진 모든 비극이 유스케의 일기를 통해 볼 때는 장남 즉, 그 녀석으로 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 아들 역시 피해자였음을 알 수 있는데 유스케가 이런 걸 간파하기에는 너무 어렸다는 것도 이 집의 비극적인 운명에 한 몫을 한 듯 하다.

아버지의 과도한 기대를 맞출 수 없는 아들의 비애 그리고 그런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실망은 자존감을 한없이 떨어트렸을 뿐 아니라 자신 대신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유스케에 대한 질투와 분노라는 최악의 형태로 나타난다.

얼핏 봐선 고요하기만 한 이 집에서 벌어진 비극은 주변을 삼킨 걸로도 모자라 끝내는 사야카에게로까지 뻗쳐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게 힘들도록 만들었고 사야카 본인도 모르는 사이 희생자가 되어버린 듯하지만 이곳에서 알게 된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마침내 새롭게 나아갈 수 있게 된듯하다.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 마치 곤충이 탈피하듯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을 벗고 한 발자국 나아가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런 순간을 예전의 내가 죽고 다시 태어나는 걸로 작가는 묘사한 게 아닐지...

특별한 사건이 나오거나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고 오로지 단 두 사람과 낡은 집만으로도 분위기를 끌어내고 긴장감을 주는 작가의 역량에 새삼 감탄하게 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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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의 질량 한국추리문학선 6
홍성호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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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걸 과실치사라고 하고 그 형량은 일반 살인죄에 비해 가벼운 편이다.

그렇다면 그 과실로 인한 살인에 악의의 무게도 같을까

누군가는 우연히 휘두른 한 번의 주먹질로 불의의 결과를 얻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잔인한 괴롭힘과 폭행의 결과로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과실치사라 비슷한 형을 받는다.

물론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데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두 피의자를 같은 죄로 보고 같은 형량을 준다는 건 불평등의 소지가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추리소설가 오상진은 이 문제를 소재로 악의의 질량이라는 신간 소설을 내고 지인들을 모아 조촐하게 출판 파티를 하고 돌아간 다음날 아버지가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경찰은 오상진을 존속살해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하고 모든 증거가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그의 도움을 받아 책을 출간한 경력이 있는 김내성은 사건에서 불합리한 점들을 찾아낸다.

하지만 CCTV에서 그의 차를 타고 그의 아버지 집으로 가는 모습이 찍혀있을 뿐 아니라 범행시간이며 동선이 일치, 그가 혐의를 벗을 길은 요원해 보인다.

그가 자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억이 전혀 없다는 말이 사실이라 가장한다면 가장 혐의가 짙은 사람은 그와 같이 있다 헤어졌던 오상진 팬클럽 회장 정진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웬만한 사람은 다 짐작 가능하지만 당연하다는 듯 경찰은 무시하고 넘어간다. 그리고 김내성은 그녀 주위를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오상진의 누명은 벗겨지고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오상진이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그가 큰돈을 주고 사서 모은 희귀본인 김내성의 마인이 깜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고 이에 자신을 위해 누명을 벗겨준 김내성의 공은 어디로 가고 그에게 의심을 눈길을 보내는 오상진

그렇다. 이 소설의 주요 포인트는 억울한 누명을 쓴 살인사건의 전말이 아닌 사라진 희귀본 책 마인을 누가 왜 가져갔는지를 찾는 거라고 보면 될듯하다.

유명한 추리소설가가 존속살인의 누명을 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료들이 노력하면서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악의의 질량은 우리나라 장르문학의 선구자였던 김내성과 그의 작품 마인이 중요 역할을 하고 있고 사라진 마인의 행방을 쫓는 역할 역시 같은 이름의 다른 사람인 김내성이 맡도록 한 데서 작가의 김내성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 역시 소설가로 활동하지만 자신의 이름과 같은 김내성이라는 걸출한 작가의 이름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힘들어하는 김내성이 이 다소 버거운 이름을 가지게 된 사연과 김내성과의 인연, 그리고 마인의 행적을 쫓아 범인과의 조후에 이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있을 뿐 만 아니라 저자의 김내성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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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현장은 구름 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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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조금은 가벼운 단편소설 살인 현장은 구름 위는 말 그대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이 구름 위를 뜻하는 게 아니고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비행기의 승객과 그 안에서 근무하는 스튜어디스가 살인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뜻이다.

때론 비행기의 탑승객이 피의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모든 사건은 다 비행기의 탑승객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번 단편은 두 콤비의 활약이 돋보인다.

서로 대조적인 타입의 A 코와 B 코로 불리는 두 여성은 얼굴 생김새부터 학력 그리고 입사 성적을 비롯해 성격까지 모든 것이 서로 대조되는 타입으로 탁월한 성적과 미모를 자랑하는 A 코에 반해 B 코는 입사 성적도 턱걸이지만 무엇보다 스튜어디스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에 안 맞는 외모의 소유자

그럼에도 둘이 콤비가 된 것은 자의반 타의 반이기는 하나 이내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서 서로를 보완해주는 그야말로 명콤비로서 사건 현장마다 목을 들이밀며 사건 해결에 빛나는 공을 세운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도 있지만 단순한 해프닝이나 사건성이 없는 소동으로 번지는 이야기도 있는데 그 강약을 조절함에 있어 탁월함을 보인다.

첫 번째 단편은 일단 살인사건으로 시작한다.

비행을 마치고 항공사 직원들이 자주 가는 바에 들러 가볍게 피로를 풀고 술을 한잔하던 A 코와 B 코를 포함한 기장, 부기장은 그곳에서 우연히 그날 비행기의 탑승객과 만나게 되어 합석해서 가볍게 한잔하고 돌아오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승객 부인의 싸늘한 시체였고 당연하게 그들은 모두 참고인 진술을 받게 된다.

배우자가 죽으면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르는 게 남은 사람이지만 우연히 합석하는 바람에 그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주게 된 A 코와 B 코

그들이 아는 한 그 손님은 바에서 자리를 뜬 적이 없고 죽은 아내를 마지막으로 본 목격자 중 한 사람이 B 코라는 이중의 철벽 알리바이가 있지만 그럼에도 가장 강력한 용의자는 남편일 수밖에 없는 것이 부자인 아내가 죽으면 가장 득을 보는 사람도 남편이고 호텔방의 특성상 외부에서의 침입은 불가능하다는 걸 봐서 외부인의 소행이라 보기 어렵다.

과연 두 콤비는 자신들이 포함된 알리바이를 깰 수 있을지 그가 짐작대로 범인이 맞는다면 어떤 트릭을 쓴 건지를 풀어보는 것도 책을 즐기는 한 방법이 될듯하다.

비행기 안에 누군가 아기를 놓고 내린 사건을 다룬 분실물에 주의하세요는 살인사건이 나오거나 하지 않지만 범인이 자신도 갓난아기를 키우면서 이런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는 데서 그 죄질이 특히 나쁘다.

주인공이 분노하며 반드시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를 세운 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중매 속의 신데렐라는 탑승객과 멋진 사랑에 빠져보고 싶다는 B 코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멋진 남성이 나타나지만 어딘지 이상한 그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비밀을 드러나면서 단순한 에피소드가 된다.

잘생기고 멋지고 거기다 부자이기도 한 남성과의 결혼을 꿈꾸는 건 모든 여성의 로망이라는 전제가 깔린 소재라 다소 씁쓸하기는 했다.

젊은 여자와 중년의 남자가 한 객실에서 사망한 미스터리를 다룬 길동무 미스터리는 동반자살로 봤던 처음 의견과 달리 조사하면 할수록 두 사람이 생면부지의 관계이며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우연에다 같은 호텔에 묵게 되었다 사건에 휘말린 것 외엔 접점이 없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왜 같은 객실에서 한 사람은 손목을 긋고 다른 사람은 가슴이 찔린 채 죽은 건지... 이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주인공의 활약이 빛났던 작품

이렇게 사건들 대부분이 어렵거나 복잡한 트릭이 숨겨져있다기 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건 사고에 작은 미스터리 한 조각을 숨겨두고 그 조각을 찾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보니 무거운 소재로 읽는 사람의 머리를 복잡하게 하거나 깊이 생각해야 하는 부담감 없이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특히 모든 면에서 타의 모범이 되는 여자 A 코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관심을 가지고 보는 타입인 B 코의 케미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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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변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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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느닷없는 사고로 뇌 이식을 한 후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한 남자 나루세

그는 스스로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를 치료한 의사는 아무 이상이 없을 뿐 아니라 그가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한 영향이라 말하며 그의 의견을 묵살한다.

그럼에도 나루세는 왠지 본능적으로 그 의사를 믿지 못한 채 스스로 자신에게 이식된 뇌를 제공한 도너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를 조사하다 그가 사고 전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남자였다는 걸 알게 되면서 더욱 혼란스러워한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의 자신은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스스로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루세지만 그가 최초의 뇌 이식에 성공한 케이스라는 게 오히려 진실을 찾는데 발목을 잡는다.

그를 수술했던 대학 외과팀 도겐 박사는 나루세에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믿으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의 변화를 부정함으로써 자신들의 실패에 눈을 감으려 하면서 진실을 은폐하려 하고 누구도 피해 당사자인 나루세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수술 후 너무나 달라진 그의 모습은 직장 동료부터 시작해 모두가 그를 피하게 했고 심지어는 자신의 곁에서 간호를 하던 연인 메구미마저 겁을 먹게 할 정도로 호전적이고 난폭해졌다.

평소의 그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모습을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불안감과 함께 분명 뭔가 잘못되었음에도 진실을 은폐하려는 도겐 박사팀에 분노하며 나루세는 진실을 찾아 헤맨다.

타인의 장기를 이식한 사람이 그 장기 기증자의 기억과 현실에서 벌어지는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불안해하다 사건에 휘말리고 기증자의 기억으로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런 설정은 공포영화 같은 데서 가끔 봤던 기억이 있다.

장기의 일부에도 그전 사람의 기억이 세포 하나하나에 깊이 새겨져 있어 그 기억의 세포가 현재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 적이 있다.

특히 이식된 심장이 자신이 살아있었을 때의 연인을 보고 두근거린다거나 각막이식으로 받은 눈이 이식받은 사람은 생전 처음 보는 곳을 기억한다든지 하는 걸 보면서 영화이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그 사람의 기억이나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뇌를 이식한다면 이식받은 사람은 이식한 사람의 영향을 어떤 식으로든 받지 않을까?

그렇다면 만약 누군가의 뇌를 이식받는다면 나는 온전한 나인 걸까 아니면 예전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인 걸까?

나의 뇌에 또 다른 누군가의 뇌가 이식되면서 이중 자아를 가지게 된다면 누가 뇌의 주인인 건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복잡해진다.

그럼에도 어느새 사람의 장기이식이 일반화된 지금, 미지의 영역인 뇌 이식을 했을 때 일어날 수도 있는 가상의 이야기를 게이고답게 아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나루세라는 남자가 뇌 이식을 할 수밖에 없는 사정에 그가 어린 소녀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당한 불운한 사고의 피해자의 모습을 넣고 최초의 뇌 이식에 성공해 모두의 주목을 받으면서 부활에 성공한 행운아가 되었다 다시 자신의 심성을 잃어버린 채 스스로 누군지를 찾아 헤매는 비극적인 인물로 그렸는데 그가 어쩌다 베푼 선행의 결과로 이런 비극을 맞았다는 부조리 때문인지 그의 비극이 더 안타깝게 와닿는다.

그나저나 이 작품이 일본에서 자그만치 100쇄를 찍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중성은 양국 모두의 공통점인듯...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다시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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