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의 질량 한국추리문학선 6
홍성호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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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걸 과실치사라고 하고 그 형량은 일반 살인죄에 비해 가벼운 편이다.

그렇다면 그 과실로 인한 살인에 악의의 무게도 같을까

누군가는 우연히 휘두른 한 번의 주먹질로 불의의 결과를 얻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잔인한 괴롭힘과 폭행의 결과로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과실치사라 비슷한 형을 받는다.

물론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데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두 피의자를 같은 죄로 보고 같은 형량을 준다는 건 불평등의 소지가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추리소설가 오상진은 이 문제를 소재로 악의의 질량이라는 신간 소설을 내고 지인들을 모아 조촐하게 출판 파티를 하고 돌아간 다음날 아버지가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하지만 경찰은 오상진을 존속살해 사건의 피의자로 구속하고 모든 증거가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그의 도움을 받아 책을 출간한 경력이 있는 김내성은 사건에서 불합리한 점들을 찾아낸다.

하지만 CCTV에서 그의 차를 타고 그의 아버지 집으로 가는 모습이 찍혀있을 뿐 아니라 범행시간이며 동선이 일치, 그가 혐의를 벗을 길은 요원해 보인다.

그가 자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억이 전혀 없다는 말이 사실이라 가장한다면 가장 혐의가 짙은 사람은 그와 같이 있다 헤어졌던 오상진 팬클럽 회장 정진영일 수밖에 없다는 걸 웬만한 사람은 다 짐작 가능하지만 당연하다는 듯 경찰은 무시하고 넘어간다. 그리고 김내성은 그녀 주위를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오상진의 누명은 벗겨지고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다.

오상진이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그가 큰돈을 주고 사서 모은 희귀본인 김내성의 마인이 깜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고 이에 자신을 위해 누명을 벗겨준 김내성의 공은 어디로 가고 그에게 의심을 눈길을 보내는 오상진

그렇다. 이 소설의 주요 포인트는 억울한 누명을 쓴 살인사건의 전말이 아닌 사라진 희귀본 책 마인을 누가 왜 가져갔는지를 찾는 거라고 보면 될듯하다.

유명한 추리소설가가 존속살인의 누명을 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료들이 노력하면서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악의의 질량은 우리나라 장르문학의 선구자였던 김내성과 그의 작품 마인이 중요 역할을 하고 있고 사라진 마인의 행방을 쫓는 역할 역시 같은 이름의 다른 사람인 김내성이 맡도록 한 데서 작가의 김내성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 역시 소설가로 활동하지만 자신의 이름과 같은 김내성이라는 걸출한 작가의 이름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워 힘들어하는 김내성이 이 다소 버거운 이름을 가지게 된 사연과 김내성과의 인연, 그리고 마인의 행적을 쫓아 범인과의 조후에 이르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있을 뿐 만 아니라 저자의 김내성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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