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아름답다
데이비드 맥캔들리스 지음, 방영호 옮김 / 생각과느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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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인포그래픽.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처음 들어본 사람은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그림을 뜻하는 그래픽(Graphic)의 합성어라는 걸 유추해 내는 정도라면 큰 지장은 없겠지만. 말 그대로 다양한 정보를 시각화 한 일종의 그림책이다.

 

     저자는 크게 네 가지 영역 , 지성, 문화, 세상 의 다양한 정보들을 그림으로 표현해 냈는데, ‘다양을 넘어 잡다하게 느껴질 정도의 여러 주제들을, 각각의 내용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서로 다른 이미지로 표현해놓아서 보는 맛이 있다.

 

 

2. 감상평 。。。。。。。

 

     책 소개를 접했을 때부터 딱 보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데서 요즘 유행하는 상식사전류의 책과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역시 이 책의 특징은 그것을 다양한 그래픽으로 시각화했다는 점. 또 여기에 실려 있는 지식들은 그냥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정보들을 모아서 분석하고 그에 맞는 처리를 거침으로써 비로소 생산되는 그런 종류의 지식이라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데이터 처리 기술과 프리젠테이션 기술이 더해져 만들어낸 특별한 지식.

 

     책에 실려 있는 정보 자체도 흥미롭지만,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아 어떻게 처리했는가 하는 그 과정을 보는 것도 그 못지않게 흥미로운 부분이다. 서로 다른 자료 각각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각화 방식을 떠올리는 데 꽤나 고생하지 않았을까? (비슷한 작업을 하게 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방식의 시각화 이미지가 실려 있는 페이지는, 마치 현대미술작품을 보는 느낌이기도 했다.

 

     물론 책에 실린 정보 자체가 다 동일한 무게의 중요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 어떤 내용들은 그냥 가볍게 읽고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시각화 과정 자체에 주목을 한다면 이 또한 의미 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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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25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란가방님,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도 좋은하루되세요^^

노란가방 2015-12-25 15:53   좋아요 1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그림책 독후활동
권미숙.조정연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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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유아들이 책을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아니 책 읽는 것을 즐거워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풍성한 방법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의 각 챕터는, 하나의 동화책(혹은 그림책)의 간략한 내용을 소개하고, 그 책과 어울리는 독후활동(함께 가면이나 인형을 만든다든지, 작은 게임을 한다든지, 간단한 음식을 만든다든지 하는)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53가지 활동들이 소개되어 있고, 그 활동들을 함께 하기 좋은 161가지 어린이책들이 등장한다.

 

 

 

2. 감상평 。。。。。。。

 

     어머니 말씀으로는 난 두 돌이 지나면서 책을 보기 시작했단다. 그리 풍족하지 못했던 집안 사정으로 책을 많이 사줄 수도 없었고, 그래서 어린이학습대백과라는 이름의 열 권짜리 전집을 다 헤질 때까지 봤다고 한다. 책이 많은 집에 놀러 가면 온갖 동화책들을 빌려 보기 바빴고, 조금 큰 뒤로는 학생대백과라는 이름의(난 주로 백과사전을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읽는 걸 좋아했나보다) 조금 더 크고 글씨가 작은 책을 읽었더랬다.

 

     아마도 어린 시절의 이런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계속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있는 것 같다.(이젠 살짝 문자중독의 기미가 있어 보이지만) 그만큼 어린 시절의 습관은 오래토록 남아서 사람의 특성을 형성하는 것 같다. 비단 독서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확실히 독서는 그런 습관이 쌓이면서 점점 더 즐거워진다.

 

 

     이 책은 어린 시절 그런 독서습관을 길러주는 데 아주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개중에는 손이 꽤나 많이 가는 일들 함께 요리를 한다든지, 도자기를 만들러 간다든지 하는 도 있지만, 상당수의 활동들은 조금의 노력만 있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아이와 같이 할 수 있는 활동들이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117페이지에 실려 있는 우리 고유의 책 제본 방식이라는 오침안정법에 관한 그림설명이 세 점을 고정시키는 데서 끝나버리고 있다는 점. 물론 나머지 두 개 구멍은 앞서 소개된 방식을 반대로 사용하면 되긴 할 것 같은데, 그래도 그렇게 하면 된다는 설명구 하나는 붙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집이라면 선물용으로도 좋을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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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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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모든 사람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철학자 앞에,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찬 청년 한 명이 나타났다. 그는 철학자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논박하기 위해 나왔고,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시작된다. 철학자는 프로이트(와 그의 제자인 융)의 정신분석학에 기초한 심리학과는 좀 다른,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기초해 자신의 주장을 변호해나간다.

 

     아들러의 심리학에 따르면, 현재의 모든 것이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되었다는 프로이트적 해석은 사실상 결정론이자 허무주의를 받아들이도록 만든다(46). 하지만 이런 관점은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개념을 도저히 설명해 낼 수 없다. 때문에 아들러 심리학은 지금 나의 선택(혹은 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문제는 지금 내가 어떻게 그것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확정되는 것이며, 반대로 말하면 내 생각만 바뀌면 세상도 바뀌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철학자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세계관의 문제로 해석한다. 심지어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까지 말한다. 그리고 여기서 제시되는 해결책은 과제의 분리, 인정욕구의 포기, 그리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일원으로서의 자각 등이다.

 

 

2. 감상평 。。。。。。。

 

    ‘아들러 심리학이라는 이름으로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어디선가 문득문득 들어봤던 이야기들이었다. 예를 들면 어떤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는 설명은 처음 들을 때에도 기발하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설명은 일견 지나치게 상황을 단순화시키는 면이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하지만, 이론이라는 게 일단은 단순해야 하는 법이니까.(심지어 자연과학에서도 온갖 복잡한 상수들을 알파벳 하나로 표시하고 넘어가지 않던가)

 

     물론 이런 단순함이 이론화의 단순함을 넘어 상황 자체에 대한 단순한 판단이 되어 버리면 그 때는 문제가 된다. 우선은 허점이 많은 현실판단은 설득력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현실의 문제를 적절히 풀 수 없는 무능력한 이론, 그저 말을 만들 뿐인 이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는 문제의 원인을 철저하게 나 자신으로부터 이끌어내려고 한다. 사이가 나빠진 부부의 예(136)를 들면서, 상대에 대해 미운 마음이 들기 때문에 그가 하는 모든 것이 나쁘게 보인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하지만 상황을 조금만 바꿔서, 일제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사죄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을 과거에 매였다든지, 과제분리에 실패했다던지 하는 식으로 해석해도 좋은 걸까?

 

     여기에 모든 것을 선택의 문제, 나아가 용기의 문제로 치환하려는 태도는, 자칫 도덕적 판단이나 옳고 그름의 구분 자체를 모호하게 할 여지가 있어도 보인다. 실제로 책에는 그런 부분이 등장하기도 한다(139). 과제의 분리라는 영역은 실제 생활로 들어가면 방임과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 같기도 하고. 공부는 자녀가 할 일이니 공부하라는 말도 할 필요가 없다는 데(231) 더 이상 말 해 무엇할까.

 

 

     확실히 이 이론은 일종의 안티테제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것 같다. 책 자체에서도 이 부분을 언뜻 언급하고 가긴 하는데(177), 딱 그 말이 맞다. ,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적인 세계 이해에 이 이론을 문득문득 덧붙이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긴 하다. 과거에 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한 발 앞으로 나아가라든지, 남과의 비교 대신 이상적인 자신과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라든지 하는 조언들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하지만 온전히 이 이론만을 가지고서 세계관이나 인생관을 확립해 가는 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이 이론은 이 세상에 가득한 실제적 악의 문제를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한다는 한계도 분명해 보인다.(아마 이 점이 책을 읽는 내내 뭔가 답답하게 느껴지던 주요인이었을 것이다)

 

     확실히 이상론적인 면이 있다. 이런 종류의 이상론은 모두가 다 선하게(혹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가정이 있을 때에야 진정한 효과가 있을 텐데, 현실엔 이런 사람들이 좋은 효과를 일으키기 전에 도태되거나 제거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나는 괜찮다는 자기암시 이상의 특별하고 더 강한 힘이 필요할 텐데, 이 정도로 충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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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패권과 과학민주주의 서강학술총서 13
김웅진 지음 / 서강대학교출판부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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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약 。。。。。。。

 

     저자는 오늘날 과학계가 강한 과학이 헤게모니를 쥔 채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는 이설(異說)를 허용하지 않는 닫힌 과학이 되어버렸다고 진단한다. 이는 과학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정밀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오늘날 과학계의 누구도, 모든 변수를 고려해 해답을 찾을 만큼 충분한 시간과 자금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는 법. 여기에서 저자가 이 책을 쓰는 내내 사용하는 유리스틱(휴리스틱, heuristic)이라는 개념이 중요해진다. 저자는 이를 특정한 과학 체계 내에서 과학적 적실성과 정당성을 광범위하게 인정받고 있는 이론적, 방법론적 협약과 절차”(14)라고 설명하는데, 쉽게 말해 다들 이건 이런 거야하고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는 일종의 합의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어떤 유리스틱이 형성될 때는 일련의 실험과 검증이 있었겠지만, 일단 한 번 그것이 형성되어 버리면 이후 그것을 벗어나는 새로운 이론이 나오는 것을 억제하게 되는 부작용까지 일어나버린다. 이는 그 유리스틱의 추종자들에 의해 더욱 강해지는데, 책에서 저자가 자주 사용하는 것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단과 그 추종자들의 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과학연구자들은 자신의 이론을 인정받고 과학계에서 명성을 쌓기 위해, 기존 과학계의 논리와 주장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려고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강력하게 유도하는 도구가 소위 권위 있는 학술지나 정부출연 연구기금 등이고. 심지어 저자는 어떤 연구 전통의 과학적 적실성, 보다 근원적으로 과학성 그 자체는 패권의 배분 구조에 따른 정치적 상황종속성을 반영한다”(30)고까지 주장한다.

 

     저자는 연구자들의 창의성을 죽이지 않고, 보다 활발한 연구를 위해서는 이런 과학 패권주의가 타파되어야 하며, 진정한 의미의 과학 민주주의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2. 감상평 。。。。。。。

 

     물론 이 책 한 권을 읽고, 오늘날 과학계가 완전히 정치권력(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꼭 여의도나 청와대를 가리키는 건 아니다)에 종속되어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의 저자도 그렇게 말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오늘날 가장 정밀하고, 그래서 가장 사실에 가까워서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과학이라는 분야가, 생각보다 훨씬 더 통념과 외부적 영향력에 많이 노출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정도면 일단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 실제적인 적용 단계에 이르면, 이 문제는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오늘날 과학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영향력을 생각해 본다면, (예컨대 어떤 것이 과학적이다 라는 말은 곧 어떤 것이 사실이다 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소위 강한 과학의 문제는 단지 과학계 안에서만 논의되면 될 문제는 아니다. 특정한 정치세력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과학을 도구로 삼아 자신들의 목적달성에 동원할 가능성이 늘 충분하고, 그럴 경우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다. 핵발전소 건설의 당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과학적 근거를 가져다 대고 있고, 반만 년 역사 가운데 가장 대규모의 파괴적인 환경재앙이었던 4대강 사업 역시 그런 과학자들의 미친 춤이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고.(적어도 여론조사에 응한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찬성하도록 만든 것을 보면)

 

     과학(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모두를 포함해)은 언제나 조작가능하다. 정확히 말하면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과학은 사실을 다루고 철학이나 종교, 예술은 가치를 다룬다는 식의 설명은 거짓이다. 사실과 가치의 영역은 처음부터 분리된 적도 없었고, 분리될 수도 없다.

 

 

     덧. 문장이 지독하게 어렵다. 학계에서 인정받으려면 이런 식으로 써야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종일관 어법에도 잘 맞지 않는 번역 투의 문장들과 충분히 좀 더 쉽게 풀어 쓸 수 있는 내용들을 어렵게 써 놓은 게 거슬린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황우석 연구진은 그들이 견지하고 있던 유리스틱의 적실성에 관계없이 연구진에의 소속이 보장해주는 실익에 대한 합목적적 계측을 통해 연구 전통에 대한 과학적 충성심을 지속적으로 표출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29)

 

     그냥 황우석 연구진들이 그 팀에 머물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보고, 연구윤리에 어긋나는 짓을 했다는 내용인데, 이 말도 안 되는 현란한 비문의 남발은 무엇이란 말인가. 덕분에 이 얇고, 내용도 그닥 많지 않은 책을 읽는 데 며칠이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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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 세계 최고의 과학자 11인이 들려주는 나의 삶과 인간 존재의 수수께끼
슈테판 클라인 지음, 전대호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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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요약 。。。。。。。

 

     유물론과 진화론에 근거해 인간의 가장 깊숙한 영역’(책 속에서는 영혼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의식이나 그와 비슷한 다른 용어로 지칭하기도 한다)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담은 책.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저자인 슈테판 클라인이 직접, 혹은 전화(피터 싱어 같은 경우) 등으로 대담한 내용을 엮었다.

 

     책에는 총 열한 명의 학자들이 대담자로 나섰고, 여기에는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분야의 다양한 학자들이 있고, 철학자도 포함되어 있다.

 

 

2. 감상평 。。。。。。。

 

     일단 제목에 낚였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제목은 첫 번째 대답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분자생물학자와 진행한 그 대화는 섬모충으로 시작해 장수하는 어떤 종의 거북 이야기로 끝난다. 인간이 늙지 않는 것이 가능하냐는 스테판 클라인의 질문에, 대담자인 엘리자베스 블랙번은 원리적으로는 가능하나 우리의 세포 메커니즘이 그런 물질대사를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것은 알 수 없으며, “어쩌면 우리가 타고난 시스템이 어느 순간에 이르러 작동을 멈출지도모른다고 대답한다. 심지어 그녀의 불멸에 대한 믿음은 단지 요각류 동물을 언급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대담에 참여한 대다수가 과학 연구에 종사하고 있고, 과학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이 확인된 사실들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란 점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 수준의 진술을 하는 것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담고 있는 전반적인 논지는 종종 이 전제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제인 구달은 지속적으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차이를 축소시키려고 애쓰고 있고(그 근거는 전적으로 그녀 자신의 경험과 그 해석이다), 철학자인 토마스 메칭거는 인간 영혼 존재를 애써 부정하지만, 그 근거에 대해서는 전혀 제시하지 않는다. ‘이기적 유전자운운하던 리처드 도킨스는 소위 초친절’, 이타적 행동을 적절하게 설명해 내는데 거의 실패하고 있고(그는 그저 슈테판 클라인의 질문들에도 쩔쩔매는 것처럼 보인다), 가난한 이들과 환경 대한 관심을 그토록 강력하게 피력하던 피터 싱어는 기꺼이 비즈니스석에 탑승하는 자신의 선택을 떳떳하게 해명하지 못한다.

 

     즉,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제와 이론적 근거는 현실 세계를 적절하게 설명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 그 결과는 전제와 결론 사이의 충분히 일관되지 못한 논리들과, 위에서 보는 것 같은 이원론적으로 분리된 삶일 것이다. 예컨대 영혼을 부정하는 메칭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과 예술에서는 영혼이나 자아같은 개념이 앞으로도 쓰일것이며, 그 이유는 거기는 과학과는 다른 층들이기 때문(153)이라고 대답한다. 내가 보기에 이 문장은 이런 식으로 들린다. “아쉽게도 내 이론은 인간의 어떤 부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근본적으로 이들은 유물론이라는, 일종의 철학적 전제를 진리 영역의 한계로 설정해 두고, 그 틀에 맞는 그림들을 그려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설명들이 꽤나 자주 실제 현실을 온전하게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게 문제.

 

     책 속의 많은 저자들도 인정하고 있듯이 여전히 핵심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으며’, ‘앞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 정도일 뿐인데도, 이미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설명하기를 즐긴다. 그 결과 계속해서 새로운 설명들이 앞서의 설명에 덧붙여져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전체적으로 괴상한 그림이 나온다. 이는 다시 실제와 어긋나는 측면이 늘어나고. 비유하자면 처음부터 잘못 짠 스웨터를 아이에게 뒤집어 씌우려다보니 잘 맞지 않자 계속해서 새로운 팔과 깃을 만들어 내는 느낌이랄까.

 

     물론 책의 모든 부분에 불평을 하는 건 아니다. 제각각 다른 존재들을 정당하게 대접하려면 일화를 이야기하는 것 말로 달리 방법이 없다는 제인 구달의 대답은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나 구달의 지적과 달리 이 책의 나머지 사람들은, 개별적 인간 대신 추상적 인간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진짜 인간다움은 어느 샌가 빠져나가 버린 채, 그저 주류 세계관의 교조적 주장만 반복된다.

 

 

     문득, 어떻게 하면 인간을 별 것 아닌 존재로 더 잘 묘사할 수 있느냐가 이 시대에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을 침팬지와 다를 바 없는 존재로 묘사한 건 이제 옛날 일이고, 요즘은 저 심해의 갑각류나 거북이와 비교되거나 심지어 아무런 인격(, 물론 인격 자체를 환각이나 착각 정도로 평가절하 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도 없는 염기서열의 순서 정도로 전락시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내가 왜 당신의 환각(인격)이나 염기서열에 내제된 본능에서 나온 주장을 믿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데, 이건 잘못된 질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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