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작정 저질러버린 결과는 참혹했다. 생명을 얻은 괴물은 인간보다 우월한 육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지력 또한 인간에 필적했다. 문제는 그 기괴한 외모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었고, 몇 차례에 걸려 강경한 거부를 경험한 그는 곧 인간에 대한 원한을 깊이 가지고 사람들을 해치기 시작한다.
결국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지인들에게까지 손을 뻗쳤고, 처음에는 동생이, 친구가, 마침내는 아내까지 잃은 후에야 프랑켄슈타인은 괴물과 맞서 싸워 해치워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이 퍽이나 답답한데, 자신이 괴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쉽게 알릴 수 없었다지만 억울한 사람들까지 얽혀 들어가는 데도 그저 벌벌 떨면서 점차 우울증에 빠져 들어가는 모습 이외의 어떤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 나와서 자기 대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심지어 괴물이 결혼식 첫날밤에 사고를 칠 것이라고 친절하게 예고를 해 주었는데요, 프랑켄슈타인은 혼자 마음속으로만 각오를 한 채 아내에게는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고, 심지어 혼자서 방에 들어가도록 만든다. 당연히 괴물은 프랑켄슈타인의 아내 혼자 있는 방에 들어가 그녀를 살해하고 도망친다. 뒤늦게 도착해서 당황하며 울부짖는 모습은 그냥 미련하게 보일 뿐. 물론 200년 전 소설인지라 인물의 행동에 답답한 면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겠지만, 이건 좀 지나치지 않나 싶은.
결국 괴물의 유인에 따라 북극 어딘가로 추격하던 프랑켄슈타인은 체력이 약해져 책 초반에 나오는 윌튼 선장의 배에 구조되지만,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하고는 얼마 못가 세상을 떠나고 만다.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아무 것도 수습하지 못한 채, 주변에 엄청난 피해만 입히고는, 혼자만의 좌절과 실의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죽어버린 것이다. 엄청난 민폐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사실 생각해 보면 이런 사람들이 어디 한두 명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