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직업목사로 살 뻔했다
김상수 지음 / 샘솟는기쁨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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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에 확 띤다. 유튜브 썸네일이라면 한 번쯤 눌러보고 싶게 만드는 제목이다. 물론 이런 식의 썸네일을 단 영상들은 대개 제목과는 크게 상관없는, 또는 많이 과장된 제목이라는 게 금세 밝혀지긴 하지만, 관심을 끄는 데는 확실히 효과적이긴 하니까. 물론 내용까지 알차다면 이런 통계적인 선입관이 기분 좋게 깨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터.


제목에서 비판적으로 언급되는 “직업목사”란 누구를 가리킬까? 소위 “이중직”을 하고 있는 목회자들, 특히 1부의 소제목에도 나오는 이른바 “쿠팡목사”를 가리키는 것일까? 저자는 스스로 “이중직에 대해 비교적 유연한 편”이라고 말하고, “쿠팡 배달을 하면서도 복음의 사명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수만 있다면 무엇이 문제”냐고 되묻는다. 사실 제목에도 나오니 이 직업목사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책 초반에 나오는 것이 맞다. 하지만 책의 거의 1/3이 지나간 후에야 이런 정의가 나온다. “직업목사란 복음을 잘못 가르치는 목사를 의미한다.” (이건 구성의 실수다.) 심지어 “쿠팡 목사”에 관한 내용은 위에 인용한 딱 한 문장이 전부다.


사실 이 책의 주제가 이 문장에 담겨 있다. 저자는 복음에 충실한 목회자상을 그리면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반복한다. 당연히 옳은 호소이자 요청이다. 다만 이 주제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내용상의 발전이나 진전이 잘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냥 이런저런 예화들을 들며 반복해서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다시 이 정의에서 조금은 불편한 지점이 보인다. 저자는 “직업목사”를 어떤 소명의식이나 자신이 하는 일의 본질을 잘 모르면서 그냥 돈만 받고 일하는 사람들로 여기는 듯하다. 물론 “그냥 직업적으로” 어떤 일을 한다는 표현에 종종 오로지 밥벌이의 수단으로만 하는 일이라는 가 섞여 있는 게 사실이지만, “직업(일)”이 그렇게 평가절하 되어야 할 말일까? (물론 이건 사소한 트집일 수 있다.)





책에는 다양한 예화들이 등장한다. 예화는 저자가 말하려는 주제를 강화시키는 도구가 되어야 하는데,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주제를 흐리게 만드는 것 같은, 또는 그 상관관계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 이야기들도 자주 보인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한 소년이 친구의 만년필을 보며 부러워하다가, 이제 나이 들어 집에 수십 자루의 만년필을 갖게 되었다. 한 모임에서 어린 시절 부러워했던 친구를 만나 ‘당시 네가 참 부러웠다. 네 만년필이 나에게 큰 상처였다’는 말을(응?) 했더니 그 친구가 ‘나는 상처를 준 적이 없다. 그건 네가 혼자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대답했다는 이야기에서 저자는 “이것이 구원받은 우리의 모습”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낸다. 애초에 예화란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건데, 이 사례는 도리어 한참을 고민하게 만든다. 이게 무슨 말인지. 그래서 예화 속 누가 문제였던 건지.


또 같은 페이지에는 잘 알려진 설교자 찰스 스윈돌의 예화를 인용하는데, 내용인즉 노예제도가 폐지된 후 노예들이 두 부류로 나누어졌는데, 주인의 집에서 계속 일하겠다고 했던 이들과 나가서 자유를 누리려고 했던 이들이다. 그 중 후자 쪽은 술과 도박에 빠져 방탕한 삶을 보냈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여기에서 “자유가 주어졌어도 책임 있게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는데, 결론은 옳지만 그 과정에서 사용한 예화가 오늘날 독자들이 보기에 과연 적절한 걸까? 애초에 선택지를 두 개밖에 주지 않고 그 중 후자를 비판한다면, 노예 해방 이후에도 계속 주인의 집에서 일하는 게 옳다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한참 쓰다 보니 너무 책에 대한 평가가 인색했다는 느낌도 든다. 사실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책 자체의 주제의식에는 공감을 한다. 나름 밑줄을 그어둔 문장도 몇 개 있다. 무엇보다 목사가 먼저 복음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자신의 일(직업!)에 소명의식을 갖고 임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견이 있을 리 없다.


다만 이 주제의식을 표현하는 방식이, 그것을 담는 그릇이 잘 만들어졌는지는 별개다. 제목부터 내용과 충분히 호응되는지 모르겠고, “직업”이라는 단어를 너무 성속이원론적으로 다루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예전에 존 파이퍼의 책 가운데서도 “전문직업인”이라는 표현을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 문제를 제기했던 것인지 개정판에서는 제목이 완전히 바뀌었다). 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글의 전체적인 구성 면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기업가들과 창업가들을 만나면서, 오히려 소명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단어는 책상에서 신학책을 펴고 배울 게 아니었다. “직업”은 우리의 신앙을 표현하는 기회이자, 치열한 믿음의 싸움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이 책의 제목을 듣고 조금 어질어질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다. 제목이 절반 이상이었지만, 또 그 제목이 감점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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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내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 내가 디자인하는 삶과 세상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조영태 지음 / 김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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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였다. 여성 한 명이 평상 한 명의 아이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신생아의 숫자는 23만 명이었다. 2000년 중반만 하더라도 40만 명이 태어났으니 불과 20년 만에 반 토막이 난 수치다. 언론에서도, 정부에서도 이 수치들을 들먹이며 큰일이 났다고 말을 하는데, 정확히 어디서부터 우리에게 문제가 생길까? 이 책은 바로 그 부분에 집중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구는 우리 삶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입시를 보자. 교육부에서는 2028년도 대학 입시부터 현행 9등급 구분을 5등급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탐구 영역의 선택과목도 폐지된다.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올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인구다.


현행 9등급 제도는 매년 65만 명 이상 태어나던 8, 90년대 태어난 학생들을 위해 만든 제도다. 이미 그 수가 1/3로 줄어든 상황에서 그대로 제도를 둔다면, 2023년생들의 대입은 상위등급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게 분명하다. 이를 미리미리 조금씩 조정하려는 것이 교육부의 계획이다. 물론 이건 정부 부처만이 아니라, 개인도, 기업도 미리 계획하고 적응해 나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






인구와 관련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또 하나의 주제는 취업이다.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즈음 청장년들과 달리, 저자는 당장 내년인 2026년부터는 상황이 점차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은퇴자들의 숫자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4년 간 90만 명이고, 그 후 5년 동안에는 80만 명이 더 감소한다고 한다(이건 인구 통계에 기초한 결론이라 별다른 변수가 없다). 즉 9년 동안 180만 명의 노동력이 감소하게 된다는 말인데, 현재 고등학생들이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2030년대 초반에는 지금과는 달리 오히려 기업에서 인재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말이다.


물론 단순히 숫자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질적인 차원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는 인구감소로 인해 특히 연구개발 인력 부족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이른바 대학원 랩에서 밤낮 연구와 실험을 하며 길러지는 인력인데, 사회에서도 충분히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연구실에 남아있을 동기가 부족해지기 때문.


책에는 다양한 직업군, 직종들에 이 인구 변화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언급된다. 특히 변호사와 의사들. 지금은 선망하는 직업이지만 미래에도 그럴까? 다른 기술적 발전들을 차치하고 인구문제만 두고 보면 지금의 모습으로 계속 성장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아무래도 분쟁의 수(변호사의 밥줄) 자체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고, 고령자가 많아지면 병원의 수요가 늘 것 같지만, 이제 은퇴하는 연령대는 그 이전 세대보다 건강에 더 일찍부터 신경을 쓰던 세대라는 점은 또 변수다.





책 후반에는 미래 세대인 잘파 세대에 관한 언급이 많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가 대학에서 연구를 하고 있고, 이 책의 내용도 주로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보통은 인구가 감소하면서 청년 세대가 노령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전망만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저자는 그런 상황에 매몰되지 않는다.


저자가 보는 우리나라의 잘파세대는 글로벌 문화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그리고 쥐고 있는) 세대다. 곧 다가올 구인구직 상황의 역전을 맞아 오늘날과 같은 초경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고, 출산율도 다시 얼마간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물론 애초에 출산 가능 인구 자체가 너무 줄어버린 상황에서 출생아가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거라고 덧붙이지만)


또 하나 흥미로운 접근은 Z세대부터는 수도권에 집중해서 거주하더라도 크게 상관이 없지 않겠느냐는 관점이다. 인구가 급속하게 감소되는 상황에서,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주거는 수도권이나 한두 개의 대광역권에 살지만 그 이외 지역에도 자유롭게 문화와 여가 등을 즐기며 다닐 수 있도록 교통망이 확보되면 지방도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금은 나이브한 것 같기도 한) 이야기다.



작은 책이지만, 인구 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고민들, 그리고 관점과 전망들을 볼 수 있는 책이다. 무슨 복잡한 사회학 연구서들처럼 깨알 같은 각주도 없고, 몇몇 도표나 그래프가 나오지만 딱 보기 쉽게 정리된 정도다. 당연히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로드맵을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개인 차원에서는 한 번 읽으며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해 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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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8-2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취업의 경우 인구 감소로 지금보다 수월해 질 것은 맞지만 아마도 요즘 2030세대들이 원하는 좋은 직장(이런 대기업들은 현재 정부의 여러 규제로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은 사라지고 블랙 기업들이 늘어나서 아마도 매우 힘들게 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이제 여성들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시대가 조만간 도래하리라고 여겨집니다,
 
일과 소명 - 영원으로 이어지는 이 땅의 삶
존 레녹스 지음, 정효진 옮김 / 아바서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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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충분히 알았다 싶은 주제가 있다. 책도 어지간히 읽고, 관련된 논의들도 많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주제다. 그런데 이쯤해서 착각하기 쉬운 게 하나 있다. 내가 그렇게 잘 아니, 다른 사람들도 다 알 거라는 생각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근 20년 넘게 신학과 신앙 관련 책들을 읽어오다 보니, 종종 하는 실수다. 정작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 이 부분이 설명이 필요한 주제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적지 않다. 실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유다.


어쩌면 이 책의 주제도 그런 내용 중 하나일지 모르겠다. 이른바 소명에 관한 내용이다.(바로 얼마 전에도 관련 책 하나를 리뷰한 적이 있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일”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이 책은, 익숙한 주제들을 반복한다. 일과 쉼(안식), 성속 이원론의 부정,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의 일 같은.


어떻게 보면 이 주제에 관해 더 말할 게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미 다 아는 것 아닌가도 싶다. 하지만 어떤 주제에 대해 책상머리에서 아는 것과 실제 그 현장에서 아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최근 여러 크리스천 사업가들과 만나 교제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이 사람들에게는 이 주제가 정말 실존적인 문제다. 그리고 여전히 이 주제에 관한 설명과 간증과 격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작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저 이론만 건조하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좋은 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선배들과의 만남도 중요하다. 물론 그런 만남이 늘 쉽게 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여전히 책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지만. 대신 좋은 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일단 저자의 이름부터가 어느 정도 신뢰감을 주는데, 이론과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예들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면서 주제를 전개해 가는 방식이 참 매력적이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건 6장 “부의 관리자” 부분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부라는 것이 “어떤 과정에서 부패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저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 아니다. 고의가 아니었지만 우리가 받고 쓰는 돈은 어떤 악과 관련되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소위 패스트 패션의 유행 가운데 가볍게 입고 버려지는 옷은 동남아시다 어느 빈곤층 가정의 아동이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을 하며 생산해 낸 것일 수 있고, 우리의 휴대폰 속 희토류 광물은 아프리카 어느 지역의 반군이 장악한 곳에서 노예 노동으로 생산된 것일 수도 있다. 또, 내가 일하는 부서와는 거리가 멀지만, 내 일의 사슬 중 어느 단계에서 부정이 개입되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우리(그리스도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다른 예시도 가능하다. 여전히 세계 어느 지역에서는 지역 관리에게 소정의 뇌물을 주지 않고서는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 있다. 그런 지역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교회는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 더구나 그가 그 지역을 쉽게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저자는 이런 상황들까지 두루 고려하면서 어떻게 신앙과 일을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논의를 풀어놓는다. 어느 것 하나 교조주의로 풀어갈 수는 없는 문제와 질문들이고, 저자 역시 단순한 지침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신학적, 신앙적 조언이 필요하고, 이 책은 여기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리뷰를 쓰면서 다시 한 번 책 내용을 전체적으로 훑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실제적인 상황과 고민들이 많이 담겨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책은 혼자 읽기 보다는 함께 읽으면서 대화를 하는 데 더 알맞은 책이다(마침 각 장 말미에 질문이 몇 개씩 붙어 있다). 역시 믿고 보는 존 레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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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어질.


영화는 범죄 추적 스트리머로 활동하고 있는 우상(강하늘)의 방송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정장을 빼 입고, 조금은 어두운 조명 아래서 마치 전문 프로파일러처럼 방송을 하지만, 영화 내내 그의 진짜 스펙이라든지, 자격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밝혀진 바가 없다. 사실 우리가 방송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이라는 게 다들 그런 식이긴 하지만.


최근 발생한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방송을 시작한 우상은, 나름 여러 조사들 끝에 조금씩 범인의 활동 범위를 특정해 나가고 있었는데, 여기에 함께 했던 여성 스트리머 한 명이 갑자기 납치가 되는 사건이 또 발생한다. 제한 시간 내에 도착하지 않으면 여성을 살해하겠다는 연쇄살인범. 우상은 그를 쫓기 위해 카메라를 켜고 이곳저곳을 들쑤시는데, 감독은 이 과정의 상당 부분을 우상의 방송 화면으로 채운다.


덕분에 영상은 꽤나 흔들리는 느낌이다. 실제로 흔들렸는지, 시종일관 여기저기 들쑤시며 뛰어다니는 덕분에 그렇게 느껴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어질어질하다. 내용도 허술하고, 범행의 동기랄 것도 허접하고, 범인과 주인공이 얼굴을 마주하는 데도 별다른 긴장감 따위는 없다. 애초에 일개 스트리머가 연쇄살인범을 금세 추적할 수 있는데, 경찰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범인을 추격하면서도 실시간 방송을 끄지 않고 있는 건 상대방에게 내 패를 다 까고 자기를 두겠다는 건데, 이쯤 되면 그냥 멍청한 거다.





선정성.


영화 속 스트리머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유튜버나, 틱토커 기타 등등..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으니 자연히 경쟁도 심해지고, 서로 더 눈에 띄기 위한 소재와 영상을 꾸며대는 데 집중한다. 여기에 영화 속 우상이 활동하는 플랫폼에서는 최고 추천을 받은 스트리머에게는 50%에 달하는 플랫폼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면서 이런 흐름을 강화시킨다. 점점 선정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


문제는 그렇게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영상일수록, 이야기의 맥락이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승전-노출이라든지, 이른바 사이버래카라고 불리는 무차별 무지성 폭로 콘텐츠 같은 것들이 범람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아예 작정하고 협박 같은 범죄까지 저지르는 이들이 있으니..


뭐 사람이 사는 세상 어디나 쓰레기들이 쌓일 수밖에 없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온라인 공간에 쌓이는 이런 쓰레기들은 종종 사람들까지 위협하니 더 문제다(아, 오프라인 공간의 쓰레기도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 건 마찬가지인가). 다만 영화 속에는 이런 문제의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영화 자체도 그런 선정성에만 집중하는 느낌이니까.





솔직히 이야기 하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강하늘은 나름 젊은 배우치고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워낙 캐릭터 자체가 허접하고, 허세로 가득 차 있는, 좀처럼 몰입하기 어려웠던 지라 연기력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조연이나 주조연급 배우들도 얼굴이 그리 익지 않아서인지 연기가 훌륭하다는 느낌도 별로 없고. 이쯤 되면 솔직히 그냥 시간 때우기 용, 혹은 콘텐츠 목록 늘리기용 영상물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주제 의식 자체가 삐뚤어져 있거나, 혐오감을 주는 지경까지는 아니다. 그냥 평범에 지루함이 조금 섞인 수준. 뭐 일단 재생해 놓고 다른 일을 하는 식으로라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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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궁금한 당신에게 - 인생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기독교 신앙이 답하다
이호수 지음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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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인공지능 관련 연구로 보내온 공학자이자, 국내의 주요 기업들(삼성전자 부사장, SK텔레콤 사장)에서 일해 왔던 저자가,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자신의 경험과 신앙을 담은 책들을 펴내고 있다. 기술에 관한 책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신앙에 관한 책을 두 권 연이어 냈다. 이 책은 그 두 번째 책이다.


앞선 책은 일상에서 떠올린 신앙과 관련된 단상들을 모은 에세집이었는데, 이번 책은 구성부터가 조금 더 짜임새가 있다. 제목처럼, 이 책은 기독교 신앙에 관해 좀 더 체계적으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설명해 주기 위해 쓰였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하나님의 존재, 죄, 구원, 그리고 신앙생활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조직신학의 주제들을 다룬다(의도하고 그 주제를 따라서 쓴 건 아니라고 한다).


아마도 저자가 받았던 다양한 질문들을 모으다 보니 이런 형태로 구성된 것이 아닌가 싶은데, 그렇게 보면 조직신학의 구성이라는 것이 꽤나 오랜 전통과 경험들 위에 탄탄하게 세워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결국 다양한 접근이 수렴될 수밖에 없는 식으로)





사실 저자의 전공을 보면 알겠지만, 신학 쪽을 공부한 건 아니다. 30대 후반에서야 처음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고 하니, 젊은 시절 내내 기독교와는 관계없이 보낸 셈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아직 기독교에 발을 내딛지 않은 사람들, 기독교가 무엇인지 관심은 있지만, 선뜻 어떤 결정을 하기에 주저하는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좀 더 잘 알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런 배경에,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열정도 있고, 여기에 어느 정도 사회적인 지위까지 있으니 사람들이 찾아와 질문을 하고 대화하는 일들이 자주 있었고, 결국 이렇게 책으로 정리까지 하게 되었으니, 비록 전공자가 아니라도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는 읽어볼 만한 내용일 듯하다.


전체적으로 어려운 내용은 특별히 보이지 않는다. 복잡한 신학적 논의나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고민 보다는, 기독교 신앙에 대해 보통의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질문과, 그 수준의 답변들이 정리되어 있다. 물론 신앙에 관한 모든 질문에 합리적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어떤 부분은 이른바 신비의 영역에 속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저자는 그런 부분에서도 우리의 일상 가운데 발견할 수 있는 익숙한 예시들을 통해 이해를 돕는다.


기독교에 (우호적인) 호기심을 갖고 있는, 하지만 아직 교회에 들어오지 않았거나 이제 막 신앙의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선물해 주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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