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회전 독서대 - 책 읽는 찰리브라운과 스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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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고정핀 머리에 볼헤드를 달아둔 괴팍한 디자인. 책 고정이 전혀 될 수 없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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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 - 상품으로 소모되는 아이들에 대하여
전다현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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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또 흥미로워 보이는 책을 하나 집어 왔다. 시뻘건 표지에, 웬 토끼(특정 그룹의 팬들을 의미하는 건가?) 아홉 마리가 뛰어다니고, 그 위에는 “케이팝”이라는 제목이 큼지막하게 박혀있다. “이상한 나라의 아이돌”이라는 재치 있는 문구도 눈길을 끌었고.


최근 몇 년 동안 소위 K팝의 전성기가 온 것 같다. 이제 우리나라 가수들이 미국 빌보드차트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그리 신기하지 않게 느껴지니까. BTS와 블랙핑크 등의 아이돌 그룹들의 인기에, 올해는 케데헌이라는 애니메이션까지 더해져 말 그대로 전성시대가 된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화려해 보이는 K팝 업계의 성장의 이면에는, 여전히 가수들에 대한 열악한 수준의 처우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갈수록 어려지는 연습생들의 나이, 그 어린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다이어트의 압박, 공부를 사실상 포기하도록 유도하면서 시키는 하루 10시간 넘는 춤과 노래 연습, 여기에 불공정한 계약 관행까지...


한국 대중문화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K팝의 운영 현실이 이런 식이라면, 이게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싶다. 그 모습이 꼭 압축성장 시기 노동자들을 갈아 넣으며 성장해 온 기업들을 보는 느낌이다. 연예인, 대중예술 같은 용어들로 위장되었지만, 실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노동의 현장이었다.


미성년 아이들인지라, 부모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업계의 관행이라든지, 계약이라든지 하는 부분에 전문성을 가지지 어렵다. 상황이 이러니 대개는 소속사에 끌려 다니기 일쑤고, 또 최근에는 옆에서 바람을 넣는 사기꾼들에게 혹해서 멀쩡한 계약을 위반하고는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일도 종종 보인다.





군에서 전역하고 1년 정도 청담동에서 일한 적이 있다. 딱 청담사거리 근처였는데, JYP 소속 연습실이 바로 옆이었고, 점심 먹으러 종종 갔던, 큰 길 하나를 건너면 외국인 팬들이 늘상 던킨도너츠에서 죽치고 있던 JYP 사무실 건물도 보였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크고 작은 연예사무소들이 여럿 있었다.


동네를 오고가다 보면 벌써 잔뜩 꾸미고 다니는 연습생들을 보는 건 일상이었고, 본의 아니게 (특히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 연습생들의 일상 중 일부를 옆에서 볼 수도 있었다. (한 끼에 몇 천원 정도에 해당하는 밥을 미리 달아놓고 먹는다든지..)


한 번은 저녁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갔는데, 평소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골목을 채우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나중에 보니 그날 저녁 한 기획사의 오디션이 있었고, 거기 참여하려고 모인 것이다. 식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맞은 편 건물이 소속사였다) 아이들이 노래를 연습하는 걸 살짝 들었는데, 그냥 가수 데뷔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잘 부르던 기억이 있다. 이 많은 아이들이 다 데뷔를 할 수는 없을 텐데, 다른 길은 준비하면서 하는 걸까 하는 소소한 궁금증과 함께.


수많은 아이들이 연예인, 특히 아이돌을 꿈꾸는 나라고, 이미 전 세계에 K팝이 널리 파져서 그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다면, 이 산업을 제대로 키우는 작업이 꼭 필요해 보인다. 관련 법을 좀 더 정교하게 만들고, 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정책과 함께, 그 안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정당한 보호도 필요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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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수업 - 나는 왜 그리스도인인가?
정요석 지음 / 다함(도서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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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고민과 질문투성이다. 그리고 그 질문들 중 상당수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신앙에 관한 질문들은 답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 많다. 세상도 다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이, 하늘의 일들을 모두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건 처음부터 무리인 일일 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가 신앙을 갖게 되는 것 자체가 신비한 일이긴 하다. 그리고 이해는 그 뒤에 따라오곤 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이해하고 믿게 되는 게 아니다. “나는 알기 위해 믿는다”고 했던 아우구스티누스나, “나는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믿듯이 기독교를 믿는다. 그것에 의해 다른 모든 것을 보기 때문이다”고 했던 C. S. 루이스도 다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믿음의 해설이, 그리고 이해가 필요하다. 사람은 이해를 추구하는 존재이니까. 이 책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의 믿음의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믿음이란 무엇인지, 성경의 본질, 창조와 타락, 구원, 예수 그리스도와 성경, 칭의와 성화 등 기독교의 다양한 주제들을 충분히 다룬다.


내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굳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예회들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기독교적 배경이 없는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소개한다는 느낌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아마도 설교문이 베이스가 아니었을까 싶은 구조.


각 장의 첫 머리마다 시 한 수가 옮겨 적혀 있는 것도 흥미롭다. 사실 살짝 올드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저자의 연배를 보여주는) 그것도 이런 구성의 책이라면 썩 괜찮게 어울린다. 그리고 인용된 시들도 다 좋은 시들이고.





기초를 닦는 건 언제나 중요하다. 한 번 배웠다고 해서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기능과 자격은 반복적으로 갱신과 보수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신앙의 기초 역시 반복해서 닦고 세울 필요가 있다. 이 책이 이 작업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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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이슬람 역사 - 1400년 중동의 역사와 문화가 단숨에 이해되는
존 톨란 지음, 박효은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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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역사를 쓰는 건 쉽지 않다. 이미 모든 일들이 일어난 후에 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개의 사건들은 우리가 바라는 것처럼 차근차근 순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물론,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 근원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꽤 멀리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일어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수많은 다른 사건들도 있고.


하나의 나라, 혹은 집단의 역사만 봐도 그럴 텐데, 이 책은 그보다 어려운 작업을 시도한다. 이슬람의 역사.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문화적, 정치적 운동을 다루는 것부터가 쉽지 않지만, 역사적으로도 천 년이 넘는 시간을,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와 유럽, 아시아를, 아랍인과 베르베르인, 유대인, 페르시아인, 몽골인 등등 수많은 인종집단까지 포함된다. 이걸 책 한 권에 담는다고?




물론 이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선별과 편집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이슬람의 탄생과 초기 무함마드의 계승자들, 우마이야 왕조와 아바스 왕조로 이어지는 시대는 그래도 연대기적 순서에 따라 기술할 수 있었지만, 아바스 왕조 후기 각 지역의 다양한 (사실상의) 독립 세력들까지는 아쉽게도 설명이 거의 생략되어 있다.


어쩔 수 없는 면이긴 한데, 전성기 이슬람 제국의 영역이 북아프리카 전역과 이베리아 반도, 아라비아 반도와 페르시아,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을 아울렀고, 오스만 제국은 여기에 아나톨리아 반도와 그리스 지역까지 더했으니까. 당시의 통신과 교통 수단을 생각한다면, 한 명의 절대군주가 이 모든 영역을 다스리는 건 불가능하다. 자연히 수많은 지역 통치자들에게 권력을 위임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위임된 권한을 넘어서는 인물들이 하나둘 나오기 마련이고, 사실상 독립 왕조가 생기는 일의 반복이다. 그 모든 내용을 다루려면 따로 책 한 권이 필요할 것이고.


앞서 유튜브 채널에 올릴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온갖 것들을 찾아봤는데, 그래도 이 한 권에 꽤 충실히 담겨 있다. 일부 내용은 보지 못했던 것들이기도 했으니 꽤 알차기도 하고. 제목처럼 “세상 친절한”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경우엔 꽤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현대 이슬람 세계의 다양한 모습은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오늘날 이슬람에 대한 두 가지 극단적인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 한쪽은 이른바 이슬람포비아라고 부를 만한 혐오정서로, 이슬람과 테러를 거의 동일시하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이슬람에 씌워진 그런 혐오를 벗겨내기 위해서, “원래 이슬람은 평화적이고 인권을 존중한다”는 식으로 설명하려는 이들도 있다. 물론 진실은 양측의 주장 가운데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애초에 한두 명의 사람들이 아니라 수십 억 명이 이슬람의 깃발 아래 있는데, 그들의 성격을 한 가지로 정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누가 그들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을까. 결국 이 문제는 “역사”를 더듬어 봐야 조금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검토해 본 이슬람은 평화의 시기도 있었으나, 적지 않은 시기는 분열과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강경파는 어느 시대나 존재했고, 그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코란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와는 큰 상관이 없었다(꽤 이른 시기부터 자기들의 입맛에 맞춰 편집하고, 취사선택을 했으니까).


많이들 꺼내는, 십자군에 대한 반발이었다는 핑계도 사실 근거가 약하다. 십자군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이슬람 제국의 확장과 공세, 그리고 파괴적 행동들은 존재해 왔으니까. 그리고 십자군의 직접적인 원인은 파티마 왕조의 칼리프였던 알 하킴이 예루살렘의 성묘교회를 파괴하는 등 기존의 관행을 무시한 만행을 저질러서였다.


당장에 서로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도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우리를 모르니까. 다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과거에 이미 있었던 일을 충분히 익히는 것은 필수적이다. 지금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과거에 있었던 일의 결과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한 권을 천천히 읽어보는 건 충분히 좋은 시작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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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추억.


올해 초 퇴마록이 애니메이션으로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반가웠다. 그 제목만으로도 어린 시절 추억을 자극하는 작품이니 말이다. 전화선에 연결한 모뎀을 통해(덕분에 전화요금 폭탄이 터지는 일도 종종..) PC통신 시절, 천리안, 나우누리 같은 초창기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연재되기 시작해서, 책으로 출판되고 공전의 히트를 쳤던 바로 그 작품.


나도 그 PC통신시대의 끝자락에 닿았지만, 이 작품을 본 건 책으로 출판된 이후였다. 한 편 한 편 보기 시작하던 것이 국내편, 세계편, 혼세편 등등 전 시리즈를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다. 수년 전에 그 책들이 재출간 되었을 때도 반갑게 읽었었고.


이 영화가 나왔을 때도 보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샌 좀처럼 영화 한 편에 집중할 시간을 내기도 힘들고 해서 놓쳤다. 결국 OTT를 이용해서 이렇게 보게 되었고.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렸던 여러 모습들을 영상화해서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사한 느낌.





생각보다 괜찮았던 퀄리티.


사실 퇴마록이라는 작품은 오래 전 실사 영화로 한 번 만들어졌던 적이 있었다. 안성기, 신현준, 추상미 같은 쟁쟁한(다만 영화가 제작될 당시에는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한)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었지만, (아마도) 그 땐 기술적 한계로 졸작이 되고 말았었다. 그래도 팬심으로 보긴 했는데, 워낙 좋아했던 배우들이기도(특히 추상미 배우!) 했고..


아무튼 그 덕분에 이 작품도 살짝 우려가 됐지만, 막상 보니 걱정했던 것보단 훨씬 잘 빠진 것 같다. 그래픽도 꽤 좋은 퀄리티이고, 애니메이션화 하면서 소설 속 다양한 특수 능력들을 큰 제한 없이 그려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이야기의 구성도 원작을 적절하게 소화해 내서, 소설을 보지 않았던 사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고. 영화의 첫 편인지라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승희가 출현하긴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 큰 지장을 주는 건 아니었다.


영화의 내용상 이번 한 편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오히려 더 좋았다. 후속편은 극장에서 한 번 보고 싶다.





아쉬운 건.


원작 자체가 워낙에 대작인지라, 또 주요 에피소드는 영화 한 편에 다 담기에는 조금 내용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각색된 면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 부분이 원작의 팬들에게는 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부분이 다를 테니까.


그래서 이런 영화는 드라마 형태로, 대신 한 편의 상영시간을 좀 줄여서 이야기를 좀 더 길게 빼주면 어떨까 싶은 욕심도 좀 들긴 한다. 물론 이게 돈이 문제인 거고,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을 했다면 고려해 볼 수 있을 만한 생각이었지만, 아쉽게도 상영관에서 그렇게 흥행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올해는 한국영화계가 폭망한 해이기도 했다는 게 아쉽.


사실 올해 히트했던 케데헌보다 (참고로 전편을 보지는 못했다) 훨씬 내용도 풍성하고, 이야깃거리도 많다고 보는 영화이니, 넷플릭스 같은 데서 돈을 좀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꿈도 꿔보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니... 부디 제작사가 후속편들을 계속 낼 수 있도록 잘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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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2-12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퇴마록 팬이라 시리즈 다 읽었는데 이후 추가로 번외편이 한두권 더 나온거 같더군요.그리고 퇴마록의 경우 장르 특성상 실사화시 CG처리가 많이 들어가 제재비가 폭등해서 힘들겁니다.그러니 퇴마록은 실사영화보다 애니가 맞는데 이것도 대하장편이라 애니영화보단 시리즈제작이 맞는데 국내에서 애니제작에 투자할 곳이 없어보입니다.제일 좋은 방법은 넷플릭스가 제작하는 것이정답일거 같아요^^;;;;;

노란가방 2025-12-12 22:07   좋아요 0 | URL
세상에.. 퇴마록 팬이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