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작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저 이론만 건조하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좋은 책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선배들과의 만남도 중요하다. 물론 그런 만남이 늘 쉽게 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여전히 책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지만. 대신 좋은 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일단 저자의 이름부터가 어느 정도 신뢰감을 주는데, 이론과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예들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면서 주제를 전개해 가는 방식이 참 매력적이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건 6장 “부의 관리자” 부분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부라는 것이 “어떤 과정에서 부패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저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 아니다. 고의가 아니었지만 우리가 받고 쓰는 돈은 어떤 악과 관련되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소위 패스트 패션의 유행 가운데 가볍게 입고 버려지는 옷은 동남아시다 어느 빈곤층 가정의 아동이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을 하며 생산해 낸 것일 수 있고, 우리의 휴대폰 속 희토류 광물은 아프리카 어느 지역의 반군이 장악한 곳에서 노예 노동으로 생산된 것일 수도 있다. 또, 내가 일하는 부서와는 거리가 멀지만, 내 일의 사슬 중 어느 단계에서 부정이 개입되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우리(그리스도인)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다른 예시도 가능하다. 여전히 세계 어느 지역에서는 지역 관리에게 소정의 뇌물을 주지 않고서는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곳이 있다. 그런 지역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교회는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을까? 더구나 그가 그 지역을 쉽게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저자는 이런 상황들까지 두루 고려하면서 어떻게 신앙과 일을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논의를 풀어놓는다. 어느 것 하나 교조주의로 풀어갈 수는 없는 문제와 질문들이고, 저자 역시 단순한 지침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신학적, 신앙적 조언이 필요하고, 이 책은 여기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