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복음주의의 극우화는 자연스럽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온갖 난리를 일으켰던 이상한 목사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미 그들의 전범은 미국에서 진작부터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다. 사실 문제는 앞에 있는 그들만이 아니라, 이런 사태에 대해 내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왜곡된 정적주의에 빠져 있는 수많은 목회자들도 이런 사태에 일조한 셈이다.
책의 저자는 목사였던 아버지의 죽음 후,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교회에서 일어나는 이상 반응들을 처음에는 그냥 넘기고자 했었다. 교회와 극우정파의 과도한 일체화에 경계를 했던 그에게, 일부 교인들은 사이버불링으로 대응했다. 별 생각 없이, 그저 흥미로운 반응 정도로 여겼던 일들이, 실은 더 큰 위기를 예고하는 경고등이었음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후회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최근 한국 교회에서 크게 불거진 문제들을 보면, 어쩌면 이미 그런 경고등 점멸의 단지는 지나가 버린 것 같기도 하다. 폭동을 선동하고, 폭력까지도 동원해 자기의 의사를 관철시키면서도, 시종일관 성경과 하나님을 운운하는 신성모독적 행위를 보면서도, 소속 교단은 제명과 같은 실제적인 조치를 할 생각이 전혀 없고, 틈만 나면 “장자 교단” 운운하며 큰 규모를 경쟁적으로 과시하던 주요 교단들 역시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고 있다. 실은 내심은 그들에게 (폭력까지는 아니라도 그들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에는) 동조하고 있기 따름이리라.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교회가 특정한 정치세력과 손을 잡았다는 자체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렇게 나라와 권세와 영광을 세속에서 찾으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온갖 종류의 부적절한 타협이 정당화되고, 자연히 교회 내 다양한 범죄들도 은폐되고 만다는 점이다. 예수님께서 사탄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하신 가장 큰 이유가 여기 있을 텐데, 오늘날 교회는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