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의 소비행태에 관한 사회학적 연구를 담고 있다. 소비는 단순히 필요에 의해 사용되는 차원을 넘어 ‘지위재’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즉 우리가 소비하는 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에 “명품”이라는 말로 잘못 번역되는 “Luxury", 즉 사치품이다. 수백만 원씩 하는 고가의 가방에 물건이 더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물건을 운반하는 데 시간을 절약해 주거나 힘이 덜 들게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때로 빚까지 지기도 한다(신용카드 할부는 빚이다). 그것이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장치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명 그런 종류의 사치품들을 몸에 두르고 다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그런 소비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가 있음을 과시하는 중이다. 그런데 세계의 경제적 성장이 전반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새롭게 ‘중간계급’이 떠오르게 되었다. 이들이 이전의 상류층이 전유하던 사치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물론 가벼운 결정은 아니라도) 경제력을 보유하게 되면서, 사치품 그 자체는 예전과 같은 ‘지위’를 나타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여기에서 이 책의 저자가 꼽는 야망계급이 탄생한다. 새로운 시대의 상류층, 즉 “귀족”이 되고 싶었던 그들은 다시 한 번 소비의 형태로 지위를 드러내고자 한다. 물론 여전히 고가의 사치품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우월함을 보여주려는 이들도 있지만, 오늘날에는 좀 더 힙한 방식이 사용된다.
그들이 선택한 새로운 지위재는 엄청나게 비싸거나 화려하지 않다. 물론 보통의 물건들보다 값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도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값은 아니다. 대신 그것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 내가 이런 것들을 골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깨어있음을 보여주는 것들을 소비하는 것이다.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서너 배 비싼 유기농 달걀이라든지, 일반 우유 대신 아몬드 우유를 마시고, 아이에게 축구 대신 하키를 가르치고 하는 행위들이 그런 예라는 것.
여기서 책에 아주 흥미로운 문장이 나오는데, “맛대가리 없는 슈퍼마켓 토마토를 먹는 건 정말 ‘멋대가리 없는’ 짓이다. 그러나 똑같이 맛없고 물만 많은 토마토라도 그게 토종 토마토라면 ‘진짜’ 맛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