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저자 역시 이런 면을 의식했는지 “자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대신, 음식섭취를 중단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런 식의 죽음은 고대 로마에서도 자주 있었다. 예를 들면 스키피오를 실각시켰던 공화파 정치인 대(大) 카토는 자신의 몸이 죽음에 가까워졌음을 인식하자 스스로 곡기를 끊어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이런 결정은 환자에게 죽을 때까지 고통을 가하는 현대의 연명의료(와 이를 유지시키는 법)에 대항하는 유효한 방식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역시 악용되거나 오용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그건 사람이 만든 모든 제도가 지니는 숙명이니까.
한편으로 책의 구성이 조금은 난잡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중간 중간 가족의 이야기, 특히 어머니의 이야기를 에세이처럼 담아내고 있기도 하고, 덕분에 이야기의 호흡은 자주 끊긴다. 책이 존엄사라는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쓰였다기보다, 일종의 가족 문집으로 쓴 것인가 싶을 정도로, 가족에 관한 이야기, 심지어 책 말미에는 저자의 동생이 쓴 어머니에 대한 기억 같은 글도 덧붙여져 있다. 물론 가족적 의미는 있겠지만, 단식 존엄사라는 주제 자체에 집중하려는 독자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내용들이긴 하다.
좋은 삶을 위해서는 죽음에 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책들은 우리의 삶을 좀 더 큰 맥락 안에서 생각해 보게 만들고, 오히려 현재의 하루하루에 좀 더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비단 이 책이 아니라도, 한 번씩은 읽어 봐야 할 주제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여전히 연명 신화 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관련 법률도 개정을 위한 좀 더 실제적인 움직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