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눈길을 끌어 집어 들었다.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인가 싶었지만, 웬걸 내용은 제목과 다르게(?) 상당히 본격적인 철학적 사고를 담고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분석철학의 영향을 짙게 느껴지는 내용으로, 말 그대로 ‘개소리(영어로는 bullshit)'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고, 그 것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 어떤 상황에서 그런 발화가 나타나는지 등을 탐구한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미국)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개소리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이건 비단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특히나 정치인들의 주둥이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개소리는 보통 사람들의 귀를 피곤하게 만든 지 오래다.
그럼 개소리란 무엇일까? 책에 명확한 정의가 담긴 문장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정리하자면 ‘허세를 섞어 진상을 꾸며대는 말’이다. 여기엔 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 개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여기서 개소리의 가장 큰 특징이 드러난다. 개소리는 그것을 만들어 내는 데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최소한 거짓말은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개소리의 경우에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내뱉으면 그만이다.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아예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개소리 발화자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좀 더 좁게는 온갖 말 같지 않은 소리를 내뱉는 몇몇 정치인들, 혹은 일베류들, 소위 극우유튜버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개소리의 본질이 이렇기에, 그런 개소리에 맞서는 일은 굉장히 높은 난이도의 작업이 되어버린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팩트체크를 하면 그만이지만, 개소리를 남발하는 사람은 그런 식의 논리적, 사실적 옳고 그름을 확인하는 작업이 불가능, 아니 무의미하다. 그의 말이 갖는 허점을 누가 지적하면, 그건 내 본의가 아니었다거나, 일부만을 떼어 오해를 낳았다거나, 심지어 나는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하고 다른 개소리를 내뱉으면 그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