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 건강을 책임진다고 믿었던 현대 의학은 어떻게 우리를 더 병들게 했는가
로버트 러프킨 지음, 유영훈 옮김 / 정말중요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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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도서관에서 건강 관련 책들이 있으면 가끔 뽑아 보게 된다. 이 책 역시 반납을 하러 갔다가 제목이 눈길을 끌어 골라봤다. 제목부터 다분히 어그로를 끄는 것으로 보아, 기존에 널리 알려진 일반적인 의학 상식이 잘못되었고, 일종의 대안의료를 제시하려는 책이라는 느낌이었고, 내용 역시 그랬다.


이런 책은 일단 저자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가가 중요한데, 이력을 보니 브라운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버지니아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 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조금은 신뢰를 하며 책장을 읽어나가도 될까?


이 양반이 이 책의 저자



두툼한 책이었지만, 논점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저자는 (예측처럼) 암, 당뇨, 고혈압 같은 대표적인 성인병들에 대한 현대의학의 처방에 의문을 제기한다. 오늘날 치료보다는 약물을 통한 관리적 차원에서 다루어지곤 하는 그런 처방은 과연 우리를 실제로 건강하게 만들고 있을까?


저자는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탄수화물(특히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를 늘려라. 단, 이 때 지방은 다양한 씨앗들에서 나오는 식물성 기름(여기에는 염증을 유발하는 오메가6 지방산이 가득 들어있다)이 아닌, 버터나 우지, 코코넛 기름, 올리브유, 아보카도 기름 같은 것들을 사용하라. 또, 설탕의 섭취를 줄여라, 아니 끊어라. 굳이 단맛을 원한다면 알룰로스가 대체제로 적합하다.


그리고 이른바 간헐적 단식이라고 불리는, 음식 섭취 제한 시간을 늘리는 방법이 의외로 건강에 이롭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 초반에 굉장히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나오는데, 1965년 204kg이나 나갔던 한 남성이 무려 382일 동안 단식을 진행했다는 것.(이 기간 비타민과 차, 탄산수와 커피만 섭취했다고 한다) 그 결과 125kg을 감량했고, 혈당수치는 낮아졌지만 의외로 건강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요컨대 우리가 먹는 것만 제대로 조절해도 다양한 대사질환에 걸릴 확률을 낮출 수 있고, 이미 그런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물론 신체운동과 두뇌운동, 좋은 수면의 질 유지, 스트레스 조절 등도 언급되긴 한다) 오히려 너무 간단해 보여서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또 그 기제를 설명하는 내용을 읽어 보면 영 엉뚱해 보이기만 하는 건 아니다.


과식이라든지, 늦은 시간의 음식 섭취, 당류가 잔뜩 들어간 음식을 피할 것 같은 조언들은 현대 의학에서도 동일하게 권장되는 것이고, 간헐적 단식이라는 부분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면도 있다. 종일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인 나도, 늘어가는 체중을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위기감이 드는 요즘, 우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만 뭘 먹기로 해 본다. 부디 좀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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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감각 - 공부에 엣지를 더하다
허병민 지음 / 마인더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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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원한다면 우리는 평생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기를 멈춘다는 건 성장하기를 그만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많이들 알고 있듯, 이 공부라는 것을 하는 유일한 방식 같은 건 없다. 각 급 학교에 등록해서 공부하고 학위를 받고 하는 방식이 대표적이지만, 공부라는 게 꼭 그런 식의 공식적/제도적 기관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삶 전체에 걸쳐서 해야 하는 공부란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깊은 사고를 하고, 충분한 토론과 의견 교환의 기회를 통해서 우리의 앎을 발전시키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거니까.


공부의 유일한 방식은 없어도, 공부를 좀 더 잘 할 수 있는 요령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이 책이 파고드는 주제가 바로 이 부분이다. 다양한 분야의 (경영학 관련이 많다) 교수들, 연구자, 기업의 대표 등등 유수의 저자들이 자신만의 공부 비법, 요령을 풀어 놓는다.





가끔은 일을 떠나 쉬는 것이 창의력이 필요한 일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거나, ‘점프 스타트 가설’에 입각해, 당장에 해야 할 일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업무 스위치를 올려줄 수 있는 특정한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게으름을 미루고 시작할 수 있다는 내용들은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독서를 하는 데 있어서 사용될 수 있는 요령들을 설명하는 부분이 미소를 짓게 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부법이라든가(책을 읽다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좀 더 찾아보면서 주변의 다른 지식들까지 탐구하는 방식) 책 속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골라내 따로 적어두고 반복해서 재사용한다든지, 해야 할 과업을 잘게 쪼개서 한 단위씩 클리어 해 가는 방식이라든지, 내가 평소에 사용하던 웬만한 방식들은 다 여기에 나와 있다.


평생 공부하고,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런저런 유용한 조언들을 잔뜩 만날 수 있을 책이다. 아예 공부와 담을 쌓고 있는 사람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애초에 그런 사람은 이런 책을 보지도 않을 것 같고) 어느 정도 책을 읽고 공부를 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잘 이용할 수 있는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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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씨네마인드
박지선.황별이.최윤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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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유튜브 콘텐츠였다가 나중에는 동명의 TV 프로그램으로까지 나왔던,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가 영화를 보며 그 안에 담긴 코드를 읽어내는 책이다. 각 장마다 한 편씩, 모두 14편의 영화들을 간략하게 요약하면서, 저자가 보는 인상적인 장면들을 뽑아 설명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 소개된 14편의 영화 중 10편을 이미 봤던 지라, 더 쉽게 이해가 된다. 책의 설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속 그 장면이 떠오르니까. 확실히 이런 책들은 소개되는 영화를 보았느냐의 여부에 몰입도가 크게 달려 있는 듯하다. 유튜브나 텔레비전과 달리 설명하는 장면을 직접 보여줄 수가 없으니 말이다.





저자가 저자다 보니, 여느 영화 소개/분석 책처럼, 영화의 미장센이라든지 하는 예술적 측면은 거의 그냥 지나친다. 대신 영화가 담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라든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언행에 대한 심리적 분석이 주가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좀 더 잘 와 닿는 느낌이다.


범죄심리학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 실린 모든 영화가 범죄영화는 아니다. “신세계”라든지, “밀양”, “타짜”, “올드보이” 같은 잘 알려진 범죄 영화들도 있지만, 음악영화라는 인상이 강한 “위플레시”(물론 여기에서 가스라이팅을 읽어내긴 한다)라든지, 연애영화인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같은 영화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버닝”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 흥미로웠는데,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이게 뭔 소리지 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스티브 연이 연기한 벤이라는 캐릭터의 사고방식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는데(동의가 안 됐는데), 저자는 몇몇 대사들을 인용하면서 자신도 ‘벤에게 친구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한다(반가웠다). 반면 전종서가 연기한 해미라는 캐릭터 역시 이해가 안 되는 면이 많았는데(지나치게 상징화된 느낌이랄까) 이 부분에 관해서는 그다지 언급이 없다.



영화를 보는 방식이 한 가지만 있을 리 없다. 여느 영화평론가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접근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던 책이다. 너무 깊게 들어가거나, 학문적/이론적 설명이 길게 늘어지지 않으니, 겁내지 말고 읽어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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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K CHANGE - “바꾸면, 기회가 된다”
김대성 지음 / 좋은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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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의 저자가 인스타그램의 DM으로 연락을 취해 왔을 때 살짝 놀랐다. 평소 알고 지내던 분도 아니고, 심지어 이웃도 아니었으니까. 어떻게 나를 알고 책을 보내주겠다고 하시는 건지 하는 생각이었지만, 주시는 책은 거절하지 않는 게 내 신조(?)인지라 감사히 받았다.


사실 저자가 디자인을 가르치는 교수님이라고 해서, 그 부분에 워낙에 아는 게 없는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리뷰를 할 수 있을까 싶다고 답장을 보냈었는데, 곧바로 디자인 책이 아니라는 답변이 왔다. 그럼 이 책은 무슨 내용일까.


책은 디자인 책이 아니면서 디자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저자가 가르치는 디자인이라는 기술이나 학문 분야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을 디자인 해보라는 강한 도전이 담겨 있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더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한 시각의 변화를 강조한다. 저자의 영역인 디자인이라는 세계를 재료삼아 쓴 에세이니, “디자인 책은 아니”라는 말도 틀리지는 않다.





그래도 역시 책 전반에 걸쳐 새로운 디자인적 아이디어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살짝 찾아본 저자의 작업물들은 디자인과 예술을 오고가는 느낌이었다. 디자인과 예술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은 실용성이 아닐까. 실용성 따위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예술과, 일단 실용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실패인 디자인.


물론 실용성도 있으면서 멋지기까지 한 작품들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으니, 둘 사이의 간격은 생각보다 멀지 않을 수 있다. 일단 저자부터가 그 둘 사이를 잇는 작업에 주력하는 듯하고. 그리고 어쩌면 이 책 역시 그런 작업물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싶다.


사실 책의 만듦새부터가 예술-디자인이라는 느낌이다. 제목의 일부인 BLANK라는 글자에서 A를 의도적으로 배경색과 같게 적어서(엠보싱으로 구분은 되게 했다) “빈 공간”을 만들었고, 그 아래 CHANGE라는 글자는 위아래를 뒤집어 적어서 G를 C처럼 읽게 만들어놓았다. “변화(CHANGE)”가 “기회(CHANCE)"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책장 일부를 반으로 접어야 다음 페이지에 실린 글자와 연결해서 온전한 페이지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는 거울에 비춰보아야 정상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해 두기도 했다. 재미있는 구성.





책의 내용을 다 기억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역시 틀에 박힌 생각을 넘어서라는 메시지를 어떻게 내 삶 속에 이런 변화를 녹여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일 것이다. 매일 반복되고, 틀에 박힌 생활을 이어가는 가운데서, 변화에 필요한 힘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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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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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 시절) 생활기록부에는 “내성적”이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어디 나서는 걸 그리 좋아하지도 않아서, 학교를 다니는 내내 무슨 “장” 같은 건, 딱 한 번 그것도 부회장이라는 뭘 하는 지도 알 수 없는 미심쩍은 감투를 한 번 쓴 적이 있을 뿐이었다.(고등학교 때는 동아리 부단장이라는 걸 했었는데... 그 시절은 굉장히 이례적인 시기라..)


뭐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 앞에 서면 말도 못하고 그런 정도는 아니었고, 발표라든지 하는 영역에서는 그리 부담 없이 나서서 대체로 좋은 성적을 받았었다. 다만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피곤하게 느껴지니 굳이 일부러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거나 나가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친구들과 뛰어 놀기보다는 그냥 보고 싶은 책을 읽는 게 편했다.


쉬는 날이라고 어디 밖에 나가는 사람들, 기분 전환을 위해 드라이브를 하는 사람들, 쉬면서 사람들을 만난다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안 되긴 한다. 이 모든 일을 할 때 에너지가 급격히 소모되는 느낌이었으니까. 반복해 말하지만, 그렇다고 대인 기피까지는 아니고 굳이 말하면 성향에 관한 것 정도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시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이것도 나이를 먹으면서, 또 일을 하면서 조금은 변하기도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이 책은 상황이 좀 더 심각(?)한, 혹은 “증상”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책에서는 내성적이니 내향적이니 하는 표현보다는 “매우 민감한(highly sensitiv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 둘은 애초에 같은 게 아닌데, “매우 민감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약 30%가) 외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고 한다.


저자는 이들의 민감성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깊이 공감을 한다. 가장 주된 문제는 이들이 지나치게 높은 이상적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자주 죄책감과 강한 실망을 한다는 부분이다. 이는 부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게 만들고, 전반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꼭 부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닌데, 이들의 민감성은 삶의 작은 부분에서도 큰 감동과 기쁨을 얻을 수 있게 하는 특성이 되기도 한다. 느리지만 신중하기도 하고, 도덕적인 면에서도 높은 지향을 가지기도 한다(물론 이 부분이 고통이 될 수도 있지만).


흥미로운 건 저자가 이들을 가리키면서 자주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있으면서, 그들의 문제가 꼭 “나쁜 일”이 아닐 수 있으며, 적절한 훈련을 통해서 그 민감함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 저자의 책이 대체로 이런 느낌이다. “그래 괜찮아. 우리 할 수 있어.” 뭐 크게 도덕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닌 이상, 이런 식의 격려가 도움이 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책 말미에 자신의 민감도를 측정할 수 있는 몇 개의 질문들이 있다. 응답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서 간단하게 더하고 빼는 건데, -52부터 140까지의 범위 중 높을수록 더 민감하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60점 이상이면 매우 민감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데... 내 점수는... 93, 아, 나 매우 민감한 사람이었던 건가?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는 학습이 필요하다. 특히 성향이 많이 다른 경우 더더욱 그렇고. 사람은 기본적으로 나 중심으로, 나와 비교해서 다른 이들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매우 민감한” 사람들에게 공감과 조언을 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우리 주변의 “매우 민감한” 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서로 이해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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