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가스펠 - 순리대로 세워지는 몸의 질서
최진수 지음 / 올포워십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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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오른쪽 어깨에 문제가 생겼었다. 평소에는 딱히 증상이 없는데, 팔을 위로 들려고 하면 극심한 통증이 있었다. 처음엔 그냥 잠을 잘 못 잤나 하고 넘어갔는데 며칠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결국 정형외과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진단 결과는 오른쪽 어깨의 회전근개염. 생전 처음 도수치료라는 것도 받아보고, 주사와 먹는 약까지 처방받았다.


사실 어느 정도는 나이가 들면서 안게 되는 패널티 같은 것이지만, 근골격계 질환 같은 경우는 다분히 생활 습관과도 관련이 되어 있다. 당장 나부터가 깨어있는 시간 거의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있으니까. 이 책에서 말하는 “의자병”에 단단히 걸려 있는 셈이다.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우리 몸의 전반적인 균형에 관해 쓰고 있다.





사실 어느 정도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 나온 이야기 대부분을 (세부적인 내용까지 정확하진 않더라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의 균형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몸을 충분히, 그리고 제대로 쓰지 않으면 결국 어딘가 탈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 문제는 정보를 아는 것과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 사이에 언제나 거리가 크다는 것.


저자는 단순히 건강관리법만이 아니라, 이런 신체의 균형을 하나님의 창조에서, 그리고 그분의 섭리에 따라 사는 삶으로 연결시키고자 한다. 책의 곳곳에 이런 내용이 반복적으로 보이는데, 뭐 창조신학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질서와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할 수도 있으니까.


다만 책의 장르가 조금 애매하다는 느낌은 든다. 기본적으로 괜찮은 건강관리 지침서로 읽고 있는데, 반복해서 저자의 “묵상”이 튀어나오니까. 사실 그런 부분은 서문이나 1장 정도에 충분히 설명을 하고, 나머지 장에서는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을 담는 게 구성상 좋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그 묵상 부분이 특별히 깊은 통찰을 담고 있거나 그런 건 아니고,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감도 있다.





사람이라는 게... 일단 직접 큰 통증을 겪고 보니 이런 내용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책에서는 왜 그런 문제가 일어나는지 원인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실천할 수 있는, 또 집에서 해 볼 수 있는 간략한 운동이나 지침들이 이미지와 함께 조금만 더 실려 있었다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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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쉬운 독학 이세돌 바둑 첫걸음 ㅣ 가장 쉬운 독학 이세돌 바둑
이세돌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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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AI 열풍이 한창 시작되었을 무렵 알파고라는 이름의 바둑 인공지능과 상대한 인간 기사로 (이전에도 유명했지만) 더욱 유명해진 이세돌 전(前) 프로기사가 쓴, 바둑책이다. 뜬금없이 바둑책을 손에 든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가끔 수학책이나 물리학책을 손에 드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우연히 바둑에 관한 책이 눈에 띄었다.


사실 나는 온갖 잡기에 능한 게 없는데, 바둑은 전혀, 장기와 체스는 겨우 기물을 움직이는 법을 아는 정도고, 몸을 사용하는 것들, 예를 들면 많이들 하는 당구라든지, 볼링이라든지 하는 것도 즐기지도 않고, 당연히 잘 하지도 못한다. 가끔씩 바둑채널에 대국을 하는 걸 켜 놓긴 하지만, 뭘 알아서가 아니고 그냥 그 조용한 분위기, 가끔 나오는 차분한 해설 같은 걸 화이트 노이즈로 삼아서 다른 일을 하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 나이에 바둑을 배워봐야겠다 그런 건 아니고, 그저 바둑이 어떻게 하는 건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물에 들어가는 걸 극도로 싫어하지만, 백과사전을 읽으며 수영을 어떻게 하는지, 경영의 국제 규칙과 규격 같은 건 습득했던 것처럼). 또, 온갖 전략과 전술이 난무하는 게임 자체가 내 취향이기도 했고.





이 책은 이세돌이 말 그대로 바둑이 무엇인지, 그리고 가장 기초적인 규칙들과 전술을 설명해 주는 내용이다. 딱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 기본적인 용어들에 관한 설명도 있고, 집이란 게 뭔지, 상대의 돌을 잡는 방식, 어떻게 내 돌을 살릴 것인가 등등. 각각의 설명마다 컬러로 된 기보가 함께 등장해서 이해를 돕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책에 이 부분이 빠지면 곤란하다. 곳곳에 독자에게 생각해 볼 질문을 던져서 방금 배운 것을 실제로 써 먹어 보게도 하고.


물론 이 한 권의 책을 봤다고 해서 바둑에 대해 뭔가를 알게 되었다고 말하긴 힘들다. 책에서 예시된 건 대국 전체가 아니라 부분적인 모양이고, 그게 전체 대국에서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는 한참 더 공부가 필요할 게다. 그래도 뭐든 제대로 즐기려면 먼저 어느 정도 알아야 하니까.


퍽 재미있어 보이긴 하는데, 이걸 좀 더 이해하고, 그 깊은 맛을 즐기기 위해 들여야 할 시간이 어느 정도나 될지 가늠이 안 된다. 정확히는 내가 그 정도의 시간을 지금 투입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읽는 동안 잠시 머릿속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책이다. 중간 중간 이세돌 개인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고, 책 말미에 부록으로 붙어 있는 한국 바둑 계보도 재미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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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브레인 - AI 시대의 실용적 생존 가이드
이선 몰릭 지음, 신동숙 옮김 / 상상스퀘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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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AI라는 말을 듣게 되는 세상이다. 심지어 대통령 비서관 가운데도 AI수석이라는 직책이 만들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AI를 단순히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넘어 외계 지성(Alien Mind)이라고 부른다(Alien Intelligence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외계인이 가지고 온 무엇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우리의 외부에 존재하는 무엇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이 외계의 지성을 제대로,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른바 적절한 학습, 이 책에서 말하는 ‘정렬’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잘못 정렬되면 그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우리에게 실제적인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책 속에는 AI 전문가들이 2100년까지 AI가 전 세계 인구의 최소 10퍼센트를 “죽일” 확률이 12퍼센트라고 추정하고 있다는, 조금은 무시무시한 문장도 보인다.


한편 또 저자는 이 AI를 “공동지능”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적극 권장한다. 우리 뇌의 확장으로서 AI를 이용하자는 뜻이다. 팔의 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굴삭기를 쓰고, 시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망원경을 사용하듯이. 그리고 여기에 도움이 될 네 가지 원칙(또는 요령)을 제시한다. 작업에 항상 AI를 초대함으로써 그 들쭉날쭉한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는 첫 번째 요령이 특히 눈에 들어온다.





책의 2부에서는 AI가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영역들을 보여준다. AI는 대화 상대(사람)로 기능하기도 하고, 창작가나 동료, 교사, 코치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저자는 AI가 반드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기만 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 듯하다. 여전히 남아 있는 환각의 문제라든지, 저작권과 같은 법적인 문제도 있고.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적은, AI가 정규교육 이후에 진행되는 숨겨진 견습 시스템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대학병원의 레지던트 같은 과정에서는 전문가인 교수가 수술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때로 일부를 지도 아래 맡아 해 보면서) 점차 숙련되는 과정을 갖는다. 그러나 이제 수술용 로봇이 널리 쓰이면서 굳이 보조를 받을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고, 수련의는 그저 그 모습을 지켜보거나 모의수술로만 훈련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결과적으로 충분한 경험이 없이 혼자 유튜브 영상으로 수술용 로봇을 조작하는 법을 익힌 의사들이 쏟아지게 되었다. 우리의 건강과 생명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수술을 이런 의사에게 마음 놓고 맡길 수 있을까? 또는 그런 수술을 우리는 AI에게 완전히 맡기게 될까?





이와 관련된 논의를 할 때면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AI가 발달하면 수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게 될 것인데, 그 중에는 소위 전문직이라고 불리는 직업들이 상당수 포함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예컨대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고 있는 정치검찰이나 정치판사들과 관련된 사건이 나오면, 차라리 AI로 대체하라는 말이 쏟아진다.


그런데 저자는 오히려 AI가 발달할수록 전문가들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AI의 결과물을 평가하려면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사실 AI라는 도구도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도 하다. 실제로 기술의 발전으로 가장 먼저 대체되고 있는 것은 이른바 단순 노동 분야이기도 하다.


AI의 발달에 관한 우려와 기대를 아울러 담으면서도, 저자는 기대 쪽에 좀 더 무게감을 두는 것 같다. 과연 그렇게 될 지는 결국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 같지만, 이미 전쟁에 AI를 사용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오는 것으로 봐도 과연 인류에게 그런 기대를 품을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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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시간 - 나이답게 말고 나답게 살자
이수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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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워킹맘인 저자가 차분하게 정리해 설명해 주는, 워킹맘으로 중년을 살아내는 방법을 담은 책이다. 사실 제목을 보고서 뭔가 내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집어 들었는데, 사실 40대라는 나이 말고는 겹치는 부분이 그리 많지는 않다.


책은 주로 워킹맘, 그러니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을 예상독자로 상정하고 쓰였다. 때문에 육아나 자녀교육 같은 내용들이 많이 보인다. 어느 날 저녁, 퇴근을 했는데 아이는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생긴 두 시간의 공백 동안 갑자기 인생의 공허함을 느끼고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는 저자는, 아이가 자신의 삶의 굴레가 아니라 에너지였음을 깨닫고 더 잘 키우기 위한 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우기 시작한다.






다만 이 계획은 소위 ‘대치맘’ 같은 극성스러운 통제적 부모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어설픈 완벽주의를 버리라거나, 우선 자신이 먼저 행복한 엄마가 되라고 권한다.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갖거나, 잠을 충분히 자고, 취미를 가져보라는 조언은 신선하기도 하다. 자녀에게 지나치게 몰입해서 시야가 좁아진 부모가 종종 어떤 진상이 될 수 있는지 그리 어렵게 않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보니 더더욱 한 발 물러서 조금은 여유있게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게 느껴진다.


3, 40대 자녀를 키우면서 일을 손에서 완전히 놓지 못하고 있는 여성이라면, 여러모로 공감이 되는 면이 많이 있을 것 같은 책이다. 물론 그것도 다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빈정거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뭐 그런 사람은 안 보면 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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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2-25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본적으로 워킹맘으 대치맘이 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어요ㅜ.ㅜ

노란가방 2026-02-2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겠네요..ㅋ ㅠ
 
나쁜 유전자 - 세계사를 뒤바꾼 문제적 유전자 바로 읽기
정우현 지음 / 이른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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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 가서 신간 코너를 봤더니 유전자와 관련된 몇 권이 함께 꽂혀 있었다. 가장 먼저 뽑아 본 건 외국 저자의 책이었던 것 같은데, 철지난 유전자 결정론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내용으로 보여 바로 다시 집어넣었고, 그 옆에 있던 이 책을 펴봤다.


유전자와 관련된 어느 정도의 과학적인 정보와 함께, 역사적으로 이 주제와 관련해 오해되어 왔던 내용들도 아울러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훑어보던 중 읽게 된 몇 개의 문장들 가운데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을 까는 게 있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유전자와 관련해 가장 먼저 소개되는 건 인종과 관련된 내용이다. 오랜 시간 인류의 상당수는 흑인을 인간의 범주에 넣지 않았고, 인간에 포함된다고 인정하더라도 백인에 비해 열등한 존재라는 망상을 가지고 있었다.(이런 착각은 여전히 존재할 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백인들에 의해 착취당해온 동양인들, 특히 우리나라의 몇몇 덜 떨어진 온라인 커뮤니티 중독자들에게서도 거의 그대로 발견된다.)


몇 년 전 악명 높은 인종차별 테러단체인 KKK단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백인”이, 알고보니 조상들 가운데 흑인이 섞여 있었다는 걸 알고 자괴감에 빠졌다는 해외뉴스를 본 적이 있다. 물론 현재 드러난 모습만 보면 완전한 백인처럼 보이지만, 유전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그래도 나름의 논리로(중요한 건 백인의 “정신”이다!) 정신승리를 시도하던 것 같긴 하지만, 그건 자기의 오류를 인정할 최소한의 정직함과 용기가 없는 겁쟁이의 마지막 반항 비슷한 것이었을 뿐이다.


오늘날 주류 과학계의 설명에 따르면, 인류는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출현해서 점차 세계 곳곳으로 퍼졌고, 다분히 환경적인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 피부색이 다양하게 분화되었다. 애초에 피부색을 결정짓는 유전적 요인도 어느 한 가지가 아니었다. 피부색에 따라 인종을 결정하는 일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어떻게 인간의 피부색이 백인, 황인, 흑인으로 말끔하게 구별될 수 있을까? 그러데이션처럼 셀 수 없이 다양한 색깔을 고작 몇 개의 이름으로 나누려는 시도 자체가 참 오만한 것이었다.





이 외에도 희귀병과 돌연변이(여기에서는 합스부르크가문의 특유의 주걱턱이 언급된다), 온순함과 사나움, 바보와 우생학, 범죄 유전자, 동성애, 암,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비판적 검토 등이 이어진다. 하나하나가 흥미로운 주제들이고,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조금 다른 지식들도 등장한다.


저자는 뭐만 있으면 죄다 유전자 탓(비만 유전자니, 범죄 유전자니, 천재 유전자니)을 하는 유전자 결정론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자주 지적하는데, 사람에게 발현되는 가장 단순한 형질인 키만 해도, 관련된 유전자가 얼마나 많은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 어느 한 가지 유전자가 특정한 형질을 결정하는 경우는 멘델의 완두콩만 갖는 특별한 케이스였다고도 덧붙인다.


우생학과 관련해서는 당장 나치의 잔혹한 인종청소가 떠오르지만, 그보다 20년 먼저 이미 미국에서 관련 법률이 일찌감치 시행되어 왔고, 여기에는 당시 이례적으로 좌파와 우파 정치인들 모두가 지지를 보냈다는 점도 흥미롭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물론, 진보적 여성 운동가인 마거릿 생어도 지지자 명단에 있었고, 심지어 듀 보이스 같은 흑인 인권운동가도 우생학을 반겼다고 한다. 다만 이 사태는, 그 당시에는 그것이 “과학”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그 법률의 결과로 미국 정부가 저지른 만행은, 이른바 강제 단종법에 따라 저능아 출산이 3대에 걸쳐 이루어졌다면 강제로 불임시술을 해버리는 (심지어 법원에서도 이를 허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강제 불임시술을 받은 사람이 공식 통계로만 16,000명이었다는데, 그 시절 트럼프 같은 미치광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 수치는 가볍게 열 배는 더 넘겼을 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자기 손에 들고 있는 도구를 어떻게든 사용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은 온갖 것을 때려박으려고 할 것이고, 가위를 들고 있는 아이는 집안 곳곳의 물건을 자르려고 한다. 과학자들이 과학이라는 도구로 인간을 이해하려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인간이 그렇게 과학으로만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인가 하는 질문은, 과학을 뛰어 넘는 물음이다. 유전자라는 매력적인 도구를 알게 되고, 조작과 편집할 수 있는 기술까지 습득하게 된 인류이지만, 오직 유전자의 조합으로 인간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단정적으로 말하려 했던 리처드 도킨스가 자기모순(무목적성을 띠는 유전자의 작동방식을 목적론적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에 빠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전자의 발견은 많은 것들을 설명하게 만들지만, 다른 모든 과학적 발견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이게 다 유전자 때문”이라는 나이브한 설명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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