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덟 마리와 살았다
통이(정세라)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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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마을로 이사한 후우연히 만난 동네고양이와의 인연을 만화로 그려낸 책이다같은 이름의 웹툰이 SNS에서 크게 인기를 얻어서 출판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하는데그 쪽은 본 적이 없다사실 이 책을 구입한 건 그냥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 구입하고 한참 만에 펴보는 지라이번에야 만화책인 걸 알았다.


     일단 그림이 너무 귀엽다굵은 선을 중심으로 화려하지 않은 2D스타일의 채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배경이 되는 시골 풍경에 귀엽게 생긴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뛰어다니면서 만들어 내는 시트콤 같은 상황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등장한다이런 이야기는 그냥 고양이를 키운다고 떠오르는 건 아니고그만큼 작가가 좋은 관찰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게다.


     SNS에 연재되던 작품이다보니 하나의 이야기가 긴 호흡을 지니고 이어지는 식은 아니다한두 페이지에 걸쳐 완성되는 단편들인데책으로 엮으면서 적당히 시간 순으로 재배열한 게 아닌가 싶다편하게 끊어서 읽을 수도 있다는 얘기.


     일곱 마리의 새끼를 낳고어느 정도 자라니 쿨 하게 떠난 어미고양이(인근의 다른 동네에서 잘 살고 있다는 후문), 그리고 일찌감치 독립을 한 네 마리의 새끼들작가의 집에 남은 세 마리가 서로 토닥거리며 벌이는 일상들이 잔잔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즐겁게 볼 수 있는 이야기책장에 두고 몇 번은 더 꺼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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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4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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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킨스가 쓴 책으로는 두 번째 읽는 책인데그래도 자신의 전공을 중심으로 쓴 이 책이 그나마 읽을 만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과 다른 신념체계를 가진 사람에 대한 혐오와 조롱으로만 가득 찼던 다른 책을 보고는적어도 이 사람의 인격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이 책은 최소한 논리성을 띠려고 애쓰는 것 같긴 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려고 하는 핵심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이 유전자가 만들어 낸 기계’(40)이며이 책의 제목에도 드러나듯그 유전자는 생존 기계와 신경계를 조립하는 방식을 지시함으로써(123) 자신의 유전정보를 최대한으로 남기기 위한 방식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흔히 종의 보존번성과 같은 이유를 대며 동물의 행동을 설명하려는 다른 다윈주의자들과의 가장 큰 차이는저자는 그 행동의 핵심은 과 같은 단위가 아니라 유전자로 좀 더 좁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 부분만 이해한다면책의 나머지 부분은 같은 주장의 반복임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오직 유전자일 뿐이다동물의 행동을 설명하는 다른 이론들은 다 틀렸다모든 것은 유전자의 자기복제혹은 자기와 가까운 유전자(심지어 그게 50%정도의 유사성이라도)를 더 많이 남기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저자의 주장이 귀납적이라기보다는 연역적으로 보인다는 점이었다저자는 동물의 행동에 관한 만물 유전자 기원설을 주장하는데저자 자신도 인정하듯이 여기에는 심지어 다윈주의자들 안에서도 다양한 이설이 있다이 책에서 저자가 했던 작업은 다른 설명들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복일 뿐이다반박으로 볼 수 있는 몇 부분은일부 동물들의 행동에서 이설로 설명되지 않는 예외적 패턴이 발견된다는 점 정도인데과연 그 정도로 충분한 걸까?(물론 이 책이 대중교양서로 나왔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저자의 주장은정확히 말하면, “동물들의 행동을 이기적 유전자 기원설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유전자들이 정확히 어떤 기제로 특정한 행동하는 개체를 선택하고 만들어 내는지 그 과정을 정확히 관찰할 수도실험할 수도 없다(여기엔 인간의 수명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고 가정된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건 그의 가정들에 근거한 설명이지과학적 증거가 아니다저자의 주장은 그럼직 할’ 뿐이다.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 낸 다양한 게임 이론은 말 그대로 인위적인 것에 불과하다특히 각 게임에 임하는 개체들의 선택과 그 결과로 부여된 점수들이 그렇다예컨대 승자는 50패자는 0중상자는 -100점과 같은 점수체계는(140) 자연에서 볼 수 없는 가정일 뿐이다이런 건 말하기에는 좋지만정말로 사정이 그런지는 알 수 없는 법이다.

 


     저자는 반복해서 자신이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며실제로 유전자가 어떤 의식을 가지고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모든 것은 충분히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유전자 연못(수프)’과 평균이라는 수학적 모델이 만들어 낸다이 부분에서는 저자의 의견에 정확히 동의한다유전자는 의식을 갖고 있지 않으며우리를 특정한 행동으로 몰아간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 부분이다저자는 분명 자신이 진화에 근거하여 도덕성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41)라고 말한다보주에서 저자는 유전자가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까지 덧붙인다(429). 하지만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다들 느꼈겠지만저자는 유전자가 마치 인간의 어떤 행동을 결정하는 것처럼(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말하는 데다가인간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시하려고 한다.(가끔 이 과정은 조롱과 빈정거림으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합리적 출산라는 부분(209)에서 저자는 (절반 정도 유사한유전자를 더 많이 남기는 쪽으로 진화하는 원리에 따르면, ‘복지국가는 극히 부자연적인’ 것이라고 하면서아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아이에 대한 생활보장의 특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짓는다이게 유전자 단위의 특성을 가지고 윤리에 대해 한 수 조언을 하려는 게 아니라면 무엇인가.(하긴 저자는 앞서 언급한 다른 책에서 유산을 가리켜 자연의 품질관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걱정했던 것보다 내용이 어렵지는 않았다(일단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잘 쓰긴 했다). 그리고 책에서 설명하려는 주장 자체도 그리 난해하지 않다문제작이고관련된 이야기들이 종종 사용되니 교양삼아 한 번 읽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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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구조 -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서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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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리뷰를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모르겠다벌써 몇 년 전에 갑자기 어디신가 듣고 끈 이론에 관해 궁금해졌고이웃 블로거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그러자 이 책을 추천을 받았고그렇게 구입한 뒤 한참이 지나서야 첫 페이지를 열었다.(가끔은 이런 식으로 우연히 읽게 되는 책들이 있다.)


     후주를 빼고도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책은일반인들이 읽을 만한 교양서적이라고는 하지만 자세히 읽다보면 꽤나 어려운 내용들이 잔뜩 등장한다물론 애초부터 어려운 내용은 도무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거니까그래도 저자는 최대한 수식을 잔뜩 늘어놓는 식의 설명을 지양하고 다양한 비유와 예화들을 사용하면서 이해를 돕고자 하고 있으니 감사해야 할까.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뉴턴의 고전물리학으로 시작한다세상의 모든 것에는 고정된 이 있고그 값들은 질서에 따라 작동한다는 고전물리학에는 안정성이 있었다그런데 이런 질서가 작동하는 장흔히 공간과 시간이라고 불리는 것의 본질에 관한 의문이 생겼다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으로 주어지는 무대이고 그 위에 물리학의 법칙이 춤을 추는 것인가아니면 그 자체도 춤을 추는 댄서인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원리를 발표하면서 고전물리학의 관점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이제까지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지던 요소들이 상대적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예컨대 속도만 하더라도 관측자의 상태(어디에 서 있는지얼마나 빨리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아인슈타인은 심지어 시간마저도 관측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밝혀낸다예컨대 더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의 시간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늦게 흐른다.


     그런데 이런 물리학계에 또 다른 큰 돌이 하나 던져지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바로 양자역학이다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엄청나게 작은 세계인 양자들의 세계에서는 앞서 발견한 일체의 물리학의 법칙들이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심지어 어떤 것이 입자인지 파동인지 조차 결정할 수 없다니 말이다하지만 이 이론은 상당히 많은 문제들을 설명하는 데 성공을 했고오늘날은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면 이제 양자역학으로 모든 것이 끝났나 싶지만 아니었다양자역학은 미시세계를 설명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지만항성과 별의 세계인 거시세계를 설명해주는 상대성이론과 썩 맞아떨어지지 않았다그리고 여기에서 끈 이론이 등장한다기본적으로 상대성이론에서는 모든 것의 기본단위를 일종의 입자로 취급한다반면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특성도파동의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본다끈 이론은 이것을 아주 작은 끈이라고 본다직관적으로 보면 충분히 작은 끈은 입자이기도 하고그것이 떨리면서 파동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 재미있는 발상이다.


     하지만 이 이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한 가지 변수가 발생한다우주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3차원의 공간이 아니라 여분의 차원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처음에는 한두 개의 차원을 추가하던 이론들은 최종적으로 10차원(+시간=11차원까지 언급하기에 이른다사실 여기까지 오면 이제 우리의 직관에서 너무나 멀어져서 당장에 받아들이기가 어렵지만일단 빠져버린 물리학자들의 계산은 신나게 진행된다.


     여기까지 단숨에 설명을 마친 저자는 책 말미에는 조금 가벼운 이야기들을 던진다순간이동과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이 가능할 것인가그리고 이 우주는 홀로그램인가 하는 주제들사실 나 같은 보통 사람의 경우 이쪽이 좀 더 솔깃한 이야기겠지만앞서 우리의 우주가 진동하는 끈들로 구성되어 있고우리 세계가 수많은 차원들로 이루어져있다는(심지어 여분의 차원들은 말려들어가 있다는’) 말이 훨씬 더 기발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책의 후반에 소개되는 여러 이론들은 아직 실험이나 관찰로 검증되지 않은 가설들이다.(물론 저자는 그 신빙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그리고 어떤 것들은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이론적으로 관찰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한다.(이렇게 솔직하게?)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이 절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최첨단의 물리학으로도 여전히 우주의 기원에 관해서는 가설적 단계에 머물고 있다앞서 설명한 이론들이 언제가 좀 더 정교하게 완성될 수도 있겠지만여전히 우주의 구조에 관해서 어떤 전제를 두고 연구를 해간다는 느낌이다언젠가 그 전제에 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저자에 따르면 우주는 매우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그런 우발적인 우주가, (이 책에 수도 없이 등장하는정교한 수학적 구조로 짜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무엇보다 신기한 일이다.(시공간의 절대성도 부정되는 상황에서 이런 수학적 구조가 그냥 그런 것이라는 설명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그리고 이 우발적인 우주에서 나타난 인간의 지성이 보여주는 정교한 능력은 또 약간 어울리지 않는 타일조각 같기도 하고.(이쪽은 C. S. 루이스의 질문이다)



     쉽지는 않았지만꽤 재미있게 읽었다물론 전형적인 문과인 나로서는책의 상당부분을 그저 읽었을’ 뿐이지만주제의 전개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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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가 만만해지는 이과식 독서법 - 필요한 만큼 읽고 원하는 결과를 내는 힘
가마타 히로키 지음, 정현옥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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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다양한 독서법이 있다. 근래에는 속독법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서 어떻게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볼 수 있을까에 관심이 높은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속독법을 가르치는 강좌도 있는 것 같더라. 개인적으로 속독법이라는 방식이 필요한 독서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방식이 능사는 아니어서 모든 종류의 책을 그렇게 읽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빨리 읽기보다는 깊이 읽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책을 많이 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많이 보는 것 보다는 오래 붙잡고 있는 편이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영화 보는 것 말고는 별다른 취미도 (그리고 돈도) 없으니 어려서부터 책을 계속 붙들고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 이 책에서 타깃으로 삼고 있는, 책 읽기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사실 좀처럼 와 닿지 않았다. 그마나 최근에 봤던 또 다른 책에서, 읽는 행위가 자연스러운 능력이 아니라 계발해야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보고 나서야 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으니.

 

 

     이 책의 저자는 아예 책 읽기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책에 작은 흥미라도 보일 수 있을지를 설명한다. 독서행위 자체에 대한 부담감을 최대한 낮추려는 노력이 눈물겹다고나 할까. 그냥 책 표지라도 한 번 훑어보고, 오다가자 몇 페이지씩이라도, 어렵고 지루하면 좀 건너뛰거나 아예 다른 책을 봐도 괜찮다는 것. 여기에 책이 이해가 안 되면 그건 저자 탓이라고 깔끔하게 생각하고 넘기라는 조언도 덧붙여진다. (이쯤 되면 제발 읽어주세요!)

 

     다만 책 제목에도 등장하는 이과식 읽기가 어떤 건지는 알겠는데, 매우 제한된 독서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책을 읽는 목적을 달성하면 굳이 끝까지 읽을 필요도, 모든 내용을 볼 필요도 없다는 주장에 한 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기대하지 않았던 내용으로 정신이 확장되는 경험을 원천차단하게 되는 건 아닐까 우려가 된다.(물론 그래서 아예 안 읽는 것보다는 몇 배나 낫겠지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깊이 읽기가 아닌가 싶다. 깊이 읽기를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완전한 이해까지는 아니라도) 공감할 수 있게 될 테니까. 가면 갈수록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끝없이 분열되어가는 듯한 이 시대의 모습은 다분히 읽기를 잊어버린 세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는 기회가 없어서, 그리고 오늘날에는 우리의 주의를 뺏는 너무 많은 다른 매체들 때문에 그렇게 된다.

 

     어쩌면 언젠가 깊이 읽기도 점차 클래식처럼 고급문화로 전락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뿔뿔이 흩어지게 될지 모르겠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될 수는 없으니, 우선은 쉽게라도 책을 손에 드는 게 필요할 터. 이 책은 좀처럼 책을 드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독서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줄여주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될 듯싶다. 물론 일단 이 정도 책이라도 들어야 한다는 게 문제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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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 - 나쁜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방탄 심리학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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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과 신문들을 보면 연일 옆 자리에 있기만 해도 섬뜩함이 느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전남편을 살해한 후 시신을 토막 내서 유기해 놓고도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표정으로 나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비 끝에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난다. 그저 자신의 앞으로 끼어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보복운전을 하는 이의 소식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점원들을 무릎 꿇리고, 폭언과 폭력까지 행사하는 무례한 종자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어쩌다 똥을 밟은 것처럼 이런 존재들의 소식을 듣는 우리도 기분이 나쁜 데, 이들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심성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 그 전에 그들은 왜 하필 그런 인간들과 깊은 관계에 들어가게 된 걸까. 그런 사람들과 부부가,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것은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그런 이들을 가리켜 심리 조종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로 다른 사람들을 곤란에 빠뜨린다. 이들은 (어쩔 수 없어서가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골탕 먹이고,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즐거워한다. 한편 이들의 반대편에는 너무 많이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 조종자들에게 끌려 다니는 정신적 과잉행동인들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상대가 저지른 일들을 좋은 쪽으로생각하려고 애쓰거나, 자신들이 그들을 감화시키거나 개선시킬 수 있다고 여기면서, 또는 모든 사람 안에 내재된 선의를 믿으면서 조종자들이 관계를 파괴할 수 있는 재료와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에 해당하는 이들 정신적 과잉행동인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공격은 심리 조종자들이 자신들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 중 하나이니까. 저자는 이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려고 하는지를 분석하고, 왜 그들에게 종속된 채 나쁜 관계를 지속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들을 동원해 가며 애쓴다. 이를 통해 저자가 말하려는 바는 분명하다. 악한 심리 조종자들과의 관계를 서둘러 떠나라.’

 

 

      저자가 그리는 심리 조종자들은 단순히 짓궂은 장난을 좋아하는 개구쟁이들이나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깨닫기만 하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순수한 사람들이 아니다.(이런 식으로 생각하기에 그들을 떠나지 못한다) 그들은 (어쩌면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악의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은 언제든 주변 사람들을 심각한 파괴로 몰아넣고 말 것이다. 누구도 그런 사람들을 혼자의 힘으로 바꿔야 할 책임을 갖고 있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좀 지나치게 가혹하고 매정한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실제로도 그런 항의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이들에 의해 삶이 모조리 파괴도면서도 왜 그런지 모른 채 끌려 다니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또 그렇게만 볼 일이 아닌 듯하다.

 

      물론 종속적이거나 수동적인 관계가 모두 비정상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사람의 경우는 주도하기보다는 다른 이들의 빠진 부분을 채워주고, 그가 더 잘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면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으니까. 여기서 말하는 건 그보다는 훨씬 더 악하고 파괴적인 관계라는 걸 기억하자. 불행이도 현실은 우리의 예측보다 더 나쁜 경우가 많다.

 

 

      관계에서의 문제, 특히 이 책에 소개되는 것처럼 조종자들에게 끌려 다니는 관계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심리 조종자들이 어떤 수법을 쓰는지를 잘 기억해 두자. 독사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아두는 건 위험을 피하는 좋은 준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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