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윤종석 감독, 소지섭 외 출연 / 노바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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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같은 영화.


영화는 한 남성이 변호사와 만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남자의 이름은 유민호(소지섭)로, 한 호텔에서 자신의 애인인 세희(나나)를 죽인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변호사의 이름은 이희정(김윤진)으로, 아버지의 소개로 그를 찾아왔다. 영화의 메인 축은 이 두 사람의 대화로 진행된다. 마치 연극 무대에 오른 배우들처럼, 둘은 민호의 별장에서 사건에 관한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런데 이 대화가 심상치 않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서로를 경계하는 듯했고, 변호사는 사건에 관한 진실을 듣고 난 후에 변론을 맡을지 결정하겠다고 말한다. 남자는 자신이 애인을 죽이지 않았다며 그 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지만, 변호사는 그 이야기에서 허점을 찾아내고는 자신이 구성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진실은 두 이야기 너머에 있었고, 희정은 민호에게 진실을 반복해서 캐묻는다.


이야기의 중간에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 구성된 과거 장면이 들어가 있다. 그러니까 반복해서 현재와 과거를 오고가는지라, 또 그 재구성된 과거가 모든 면에서 진실인 것은 아닌지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사실 실제 대화가 이런 식으로 오고가는 건 아니겠지만, 영화 자체가 좁은 무대를 설정해 놓고 두 사람이 대화를 이어가면서 심리싸움을 하는 걸 중심에 놓았던 지라.. 애초에 이런 이야기는 연극으로 만들면 더 재미있었겠다 싶기도 하다. 그래도 나름 스릴은 있었다.





인과응보, 혹은 복수.


두 이야기에서 앞서의 사건에 새로운 사건이 덧붙여진다. 세희의 죽음에 앞서 두 사람이 함께 있었을 때 교통사고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 이야기가 풀려 나가면서 죽은 인물의 부모가 현재 민호가 처한 곤란에 관여하고 있음이, 그것도 꽤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 민호를 처벌의 위기로 몰아넣은 주된 인물들이 바로 그 사고로 죽은 아들의 부모였다. 사실 이 부분은 금세 눈치 챌 수 있는 설정이긴 했다. 처음부터 변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희정의 태도가 너무 부자연스러웠기 때문.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그랬다.


결국 이 이야기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부모들의 복수, 혹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이 가진 권력과 돈으로 처벌을 받지 않고 빠져나가려는 나쁜 놈에 대한 인과응보를 그린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수없이 만들어지지만 여전히 또다시 사람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는 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는 그다지 기대가 충족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너무 열심인 경찰?


이 영화는 쿠팡플레이에서 봤는데, 기억에 남는 웃긴 댓글이 하나 있었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내용.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속 경찰이라든지, 민호를 만나기로 했던 진짜 변호사라든지 하는 주변인물들이 모두 범죄자를 처단해야 한다는 공통의 생각을 갖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뭐 조연 캐릭터다보니 그들의 서사를 일일이 하지 못해 평면적으로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면도 있긴 하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공권력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추락하고 있다는 건 사실인 듯하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전횡은 이제 입이 아플 정도이고, 경찰도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제대로 할 일을 못한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또 공직사회 전반을 감찰하는 감사원은 스스로 대통령의 충실한 부하가 되겠다고 공식 선언까지 한 상황이다. 그 안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이 자격미달인 인사들은 아니겠지만, 상황이 이 모양이 된 건 분명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에게 불행한 일이다.


범죄 피해자들이 스스로를 구제하기 위해 이런 영화 속 이야기처럼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일 것이다. 오늘 우리가 사는 곳은 그런 사회에 가까워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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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 감독이 한국에서 만든 영화

영화의 영상이 좀 다른 분위기라는 게, 아니 생각해 보니 영화에 사용된 사운드도 뭔가 익숙하지 않다. 찾아보니 감독이 파리음악원 출신으로, 뉴욕 카네기홀에서 연주도 했던 음악가라고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감독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프랑스인이라는 점. 영화 초반부터 불어가 등장하고, 주인공 중 한 명이 프랑스인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아, 애초에 이 영화는 한국과 한국배우가 등장하는 프랑스 영화였다.

그런데 애초의 계획, 혹은 설정은 좀 달랐다는 것 같다. 찾아보니 원작의 배경은 중국이었고(영화의 소재 자체가 좀 충격적이긴 하다), 몇몇 이전 기사를 보니 영화의 제목도 “고요한 아침”이였던 듯하다. 하지만 제목은 잘 바꾼 것 같긴 하다. 애초의 제목은 내용이 뭘지 전혀 짐작도 안 되니. 근데 또 지금의 영화 제목은 너무 노골적이라.. 콜론 뒤에 “미제사건”이라는 부제는 굳이 왜 붙였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빼는 게 더 나았을 듯도 한데, 같은 영화 제목이 있어서 그랬으려나.

상영시간이 한 시간 반 밖에 안 되는 영화는 초반부터 빠르게 범죄의 현장으로 이끈다. 뭔가 잔뜩 수상한 이식용 장기 배달부와 더 수상쩍은 수술, 그리고 발견된 신분을 알 수 없는 변사체. 딱 봐도 불법 장기 이식 범죄를 다룬 영화다. 수사를 지휘하는 진호(유연석)는 마침 서울에 법의학 심포지움 발표차 방문한 프랑스 교수 알리스(올가 쿠릴렌코)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녀의 도움으로 점차 범인에게 접근해 간다는 스토리.



2) 왜 한국을 넣은 거지?

앞서도 말했지만, 애초의 원작은 중국을 배경으로 했다고 한다. 애초에 사람을 납치해서 장기를 적출하고 이를 불법적으로 이식한다는 원색적인 스토리 자체가 왠지 그쪽에서 좀 더 자주 들을 수 있는 뉴스인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영화에 등장하는 범죄 조직의 말투도 소위 조선족을 떠올리게 하고, 범죄의 희생자들도 중국 남부 지역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희귀한 혈액형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이다.

이걸 왜 굳이 우리나라 배경으로 바꿨는지는 모르겠다. 덕분에 영화가 좀 더 복잡해진 것 같은데, 우리나라 형사 중에 프랑스어를 몇 마디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으며, 더구나 그런 사람이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를 맡는 반장이 될 가능성은 또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여주인공이 프랑스인이니 그와 관계를 진행시키려면 대화는 통하게 만들어야겠는데, 덕분에 영화엔 한국어와 프랑스어, 그리고 영어까지 등장해 어질어질하다. 겨우 연결을 만들려다 보니 남주인공의 조카가 프랑스에 가고 싶어 프랑스어를 공부한다는 뜬금없는 설정도...

영화 막판에 벌어지는 간단한 총격전 같은 경우도, 경찰의 총기사용이 상당히 제한되는 우리나라에서, 공포탄 발사도 없이, 상대에게 고지도 없이 저렇게 총을 막 쏘는 형사가 현실성이 있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감독의 나라에선 어쩐 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선 못 그런다고!

심지어 그 장면에서는 아무런 훈련도 받지 못한 프랑스 여교수가 갑자기 범죄자를 잡겠다고(정확히는 납치된 아이를 구하겠다고) 혼자 본진(병원)으로 달려가 굳이 감금되는 민폐를 끼친다. 백번 이해해서 병원까지 달려가는 것은 넘어가더라도, 경찰이 오는 걸 기다리는 게 보통 사람이 아닐까. 자기를 구하다가 정작 범죄자를 놓치거나 피해자를 잃으면 어쩌라고.



3) 아쉬운 연출

영화 전반에 걸쳐 뭔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유연석은 나름 인지도와 연기력을 갖춘 배우이고, 조연으로 유명한 성지루나, 최근 고려거란전쟁의 소배압 역으로 유명해진 김준배, 또 프랑스어를 잘 구사하기로 알려진 예지원까지 잔뜩 등장하는데, 그들의 캐릭터가 잘 살게 그려지고 있지는 못하다. 전반적으로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이 낯선 연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또, 영화의 장르가 스릴러인 듯하나, 사건의 진행이 그렇게 긴밀하게 연결되며 스릴까지 주지는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진호는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 앞에서 마술을 보여주거나(조카 생일에 보여주려고 연습한다는 설정이긴 하다), 심지어 경찰서에서 부하직원 앞에서도 자신이 연습하는 마술을 보여주는 장면까지 나온다. 또, 수사과정에서 자문을 해 주는 프랑스 여교수와 연애까지 한다고? 이 모든 것들이 안 그래도 느슨한 영화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인신매매와 장기매매라는 나름 충격적인 소재를 사용했지만, 영화는 특별한을 표현하는 데 실패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영화 엔딩에 나오는 옛스러운 배경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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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도 우주로

영화는 우리나라 항공우주국에서 자체적으로 달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실행한다는 상상을 중심으로 시작한다. 사고로 동료를 잃고 홀로 달 탐사 임무를 계속하는 선우를 구출하기 위해 5년 전 사고의 책임을 지고 항공우주국 센터장에서 물러났던 김재국(설경구)가 돌아와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캬~ 우리 기술로 달에 사람을 보낸다는 상상만 하더라도 멋진 일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에 꼭 등장해 혈압을 올리게 하는, 방해만 하는 악역도 딱히 보이지 않았지만(그냥 좀 모자란 개그캐 장관 역을 배우 조한철이 감초 연기로 살렸다), 툭하면 나오는 가족애라든가, 사실은 내가 잘못했어, 인류애를 위해 결단해 달라 같은 클리셰들은 잔뜩 등장해 감동을 유도한다. 근데 뭐 이런 거 다 빼고 나면 뭘 그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래도 좀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나..(결국 영화의 흥행은 대참패였다)

달과 관련된 영화들이 최근 몇 편 만들어지고 있는데, 아쉽게도 대체로 흥행에 성공은 못 거둔 모양이다. 뭐 그림은 대략 괜찮았는데, 역시 스토리의 매력이 좀 떨어졌기 때문이려나. 물론 개중엔 만듦새가 영 허약했던 것도 있었고. 하지만 그래도 우리 영화도 이제 우주로 좀 더 멀리까지 갈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돌들이 자꾸 쌓이다 보면 언젠가 좀 더 높이 올라갈 수도 있지 않을까.




(2) 결국은 경제문제

영화 속에 언뜻 등장하는 내용이지만, 결국 우리가 달에 가려는 이유는 경제적 이익 때문이다. 달에는 엄청난 에너지원이 있어서 그걸 선점하려는 각국의 속셈이 있다는 건데, 이건 실제로도 사실인가 보다. 헬륨-3라는 물질인데, 1g을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 석탄 40톤이 내는 열량을 낼 수 있다고 하니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그런 에너지원을 그냥 모두가 나눠 사용할 리가 없는 법(1만 년 동안 전 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량이라지만...). 달에 도착해서 실제로 연구를 한 나라들끼리만 폐쇄적 리그를 만들어 개발을 하겠다는 건데, 영화에서는 이 때문에라도 달에 발을 내딛고 연구를 해야 한다는 목적이 생긴다.(선우가 달의 얼음을 채취한 시료를 마지막까지 사수한 이유다)

이 외에도 우리가 달에 가야 하는 이유는 많다. 그 중 하나가 달을 일종의 중간 정거장으로 삼아 더 먼 외계로 나가는 기지로 삼겠다는 계획도 있는데, 달의 중력이 지구의 1/6에 불과해 우주로 나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훨씬 적기 때문에, 연료를 적게 실어도 되는 장점이 있다.(대략 산술적으로 달에서 출발하면 6배는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니)

하지만 우주사업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당장 (경제적) 성과가 눈앞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실패 확률도 높다. 좋은 건 알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이유다.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밀고 나가야 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런 일은 정치적인 지지가 필요한데, 자신의 임기 안에서 성과가 나지 않는 일에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훌륭한 정치인은 드무니까.


(3) R&D 예산

윤석렬 정부에 들어서면서 국가 운영이 휘청거리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 중 하나가 연구(Research)와 개발(Development) 예산을 대폭 삭감한 행태다. 2024년 예산안에서 전년에 비해 무려 4조 6천 억을 줄였다고 하는데, 전체 예산이 26조가 조금 모자라니 1/6을 깎아버린 셈이다. 여기에 무슨 정교한 논리나 명확한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심지어 국회예선처의 전문가들도 이런 삭감이 “불명확한 기준”에 따라 편성된 거라고 한 소리를 했단다), 그냥 대통령이 어디서 주워들은 풍문으로 한 소리 했더니 이런 꼴이 되었다고 하니 한심한 일이다.

그 결과 안 그래도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개인기초연구 분야는 마비될 위기고, 장기 프로젝트는 줄줄이 예산을 대지 못해 좌초될 상황이라고 한다.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에서는 연구비가 줄어 대학원생들을 내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반면 국제 협력 연구 분야에는 예산을 2조나 늘렸는데, 외국인 학자들의 연구에 우리나라 돈을 쓰겠다는 말이다. 여기에 우리 연구진이 참여하면 국제적인 연구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거라고 누가 또 조언했나 본데, 정작 연구자들은 연구비가 딱히 부족하지 않은 외국 학자들이 우리가 돈을 준다고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을 알려주지는 않는다고 한숨을 내뱉는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대통령은 자기 임기 내 R&D예산을 크게 늘리겠다고 떠들고 다닌다고 한다. 임기 2년 만에 적어도 우리나라 과학 연구 수준을 10년은 뒤로 미룬 게 아닌가 싶은데, (애초에 달에 갈 수 있는 연구를 지체시켜) 이 영화에서와 같은 우주인의 고립 사고 같은 건 일어날 가능성을 없앴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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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크리스마스
김경형 감독, 김지수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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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우주.


영화는 세 명의 ‘우주’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사실 영화 제목만 보고서는 무슨 영화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 김지수가 연기하고 있는 38세의 우주는 미혼모로 어린 딸과 함께 시골로 내려와 카페를 차리려고 한다. 그리고 원래 골동품을 팔던 그 곳에서 자신의 옛 모습과 너무나 비슷한 십대 소년과 소녀를 만나게 된다.


오래 전 그녀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사랑하던 남자도 있었다. 어느 날 프랑스로 가겠다는 그의 말에 우주는 함께 떠나기를 주저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지고 만 것. 그런데 자신이 카페를 차리고자 했던 곳에서 일하던 소년에게 자신과 똑같은 성우주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친구(윤소미)가 있었고, 두 사람 모두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며, 소년은 프랑스로 떠나고자 하는 꿈을 말하곤 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성우주가 등장하니, 골동품점에 얼마 전 팔았던 구체관절인형을 다시 찾으러 돌아왔던 20대의 우주(허이재)였다. 그리고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38세의 우주는 그녀의 사연에서 또 자신의 옛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밝혀지는 내용은, 놀랍게도 세 명의 우주는 모두 미술을 전공하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 중 남자는 프랑스로 떠났거나 떠날 예정이었으며, 그 남자는 사실 자신의 친구와 만났거나 친구가 좋아하던 남자였다는 것. 이 무슨...




같은 관계, 같은 선택?


20대의 우주(허이재)는 30대의 우주(김지수)가 밟았던 길을 그대로 따라 걷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의 남자친구와 만나고 있었고, 그가 만나던 남자는 그녀의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프랑스로 함께 떠나자고 말하고 있었다. 30대의 지수가 그랬듯 이 제안을 거절하면 어쩌면 그녀 또한 미혼모로서 어린 딸과 함께 살게 될 지도.. 나아가 10의 우주(윤소미) 역시.


바로 눈앞에 자신의 미래가 실제로 살아서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두 명의 젊고 어린 우주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까? 당연히 그들은 우선 놀라거나 어이없어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30대의 우주는 이 사이에서 뭐라 구체적인 조언을 던지지는 않는다. 이미 자신의 삶(과 그 속의 선택)이 다른 두 우주들에게는 하나의 예로 제시되어 있고, 그녀들은 그녀들의 결정에 따른 삶을 살면 된다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름과 약간의 에피소드가 겹친다고 해서 그녀들이 자신과 똑같은 인생을 살게 될 거라는 건 지나친 생각이니까.






여성영화.


영화는 여성을 중심인물로 두고 그녀들의 삶의 이야기를 펼치는, 여성영화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영화의 주제는 여성의 주체적인 삶에 대한 강조, 본인의 선택과 그 결과를 떳떳하게 감당하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들의 삶은 단순히 남자들에게 의존되어 있는 게 아니니까.


영화는 딱 거기까지다. 영화 속 30대 우주처럼, 가만히 좀 더 어리고 젊은 우주들이 그들만의 인생을 그려갈 수 있도록 응원한다. 지나치게 호들갑스럽지도 않고, 곁에 선 남자들을 비난하거나 추궁하지 않는다. 요샌 워낙 사나운 사람들이 많아서 이 정도만 돼도 안심(?)이다 싶은 느낌이랄까.


물론 영화 자체가 약간 세 명의 인물이 환타지적으로 엮이는 그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신비한 원리가 정말 존재하고 그런 건 아니다. 어쩌면 극히 일어나기 힘든 수준의 우연의 일치가 일어났을 뿐일 지도. 내가 이렇게 살았으니 너희도 이렇게 될 것이라든가, 너희는 이렇게 살지 말아라 라는 식의 이제는 좀 스테레오타입으로 느껴지는 교훈이 아니어서 다행이기도 했다.


다만 뭔가 확 끌어당길 만한 요소가 부족하긴 했다. 영화 전체가 굉장히 잔잔하면서, 서로 다른 인물들이 처한 비슷한 상황이라는 소재 말고는 특별히 눈길을 확 끄는 부분은 부족했다. 그리고 인물들 사이의 감정적 교류도 좀 부족한 느낌. 애초에 드라마 장르로 만들 거였다면 이 부분에 좀 더 공을 들여야 하지 않았을까? 단지 이름이 같다고 해서,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그토록 서로에 대해 애착을 가지게 될까? 심지어 30대 우주에게는 딸도 있는데, 어느 순간 딸은 보조인물 정도로만 여겨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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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 목사 부부의 대화로 시작한다. 그들은 한 사내아이를 입양하려고 하고 있었는데, 사실 그들은 아들을 사고로 잃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또 아이를 입양하려는 것부터가 무리였지만, 왠지 남편인 석호(김민재)는 재촉하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그들에게는 이미 다른 아이들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입양하려는 아이인 이삭(박재준)는 시력에 문제가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 결국 실명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름부터가 뭔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려주는 복선인가 싶었지만,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를 입양하려고 했던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싶었지만, 이 역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 것도 없었다.


새로운 아이가 집에 들어오자, 이미 있던 부부의 아이들은 새 아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영화 속 어디에도 부부는 아이들에게 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거나, 갈등이 일어날 때 적절한 개입과 조정을 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이쯤 되면 감독이 가정에 대한 이해가 좀 부족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




그렇게 입양된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서 이상한 존재를 느낀다. 공포 영화 답게 안경을 벗고 있을 때 조금은 희미한 모습으로 나와 영화를 보는 사람도 함께 헷갈리게 만드는 수법을 사용하는데, 이미 앞서 이 부부 사이에 죽은 아이가 있다는 정보가 있었던 이상 아이의 귀신일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는 상황.


그럼 이 영화는 귀신을 다루는 공포영화인가 싶지만, 또 그걸 제대로 그려내지는 않는다(어쩌면 “못 한다”였을 지도). 시종일관 뭔가 있다는 느낌만 잔뜩 부여하지만 정작 그게 무엇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채 영화는 느릿느릿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또 이상한 성격을 드러내는 캐릭터는 부부의 맏딸인 주은(경다은)이었다. 새로 들어온 남동생을 처음부터 밀어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 악마라고 소리치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 모습. 덕분에 꽤나 민폐 캐릭터가 된다.


그리고 또 갑자기 등장하는 이웃집 청년. 그는 목사의 아내인 현우(박효주) 앞에 불쑥 나타나 나무에 매달려 있는 여자가 보인다느니 하면서 뭔가 분위기를 잡는다. 그런데 또 그의 아버지는 주인공 목사에게 와서 아들이 귀신에 들렸다느니 도와달라느니 하는 말을 하고, 알 수 없는 말만 반복하던 그는 또 영화 후반에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면서 나타나서 역시 미심쩍은 말을 던지는... 영화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





사실 영화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배우 박효주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몇몇 드라마에서 인상적이었던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녀였지만, 이 영화에서는 영화 속 캐릭터처럼 처음부터 혼돈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그녀는 자신이 맡은 배역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 주인공 부부를 목사 부부로 설정해 두고, 아이들이 알 수 없는 기도문을 외우도록 시켜둔 감독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마찬가지. 이건 어디서 배워온 관행인지... 대충 귀신, 축귀, 목사 가정, 입양 뭐 이런 것들을 조합하면 뭔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전반적으로 정신이 없었던 영화. 영화를 보는 내내 잘 집중이 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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