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80년대를 한 시골 어촌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출현했다. 가축이고 사람이고 닥치는 대로 죽이며 다니지만, 이 마을에 괴물에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 인근에 난 산불을 끄기 위해 대거 동원되어 나간 것. 결국 마을의 파출소정 범석(황정민)과 그를 따르는 순경 성애(정호연), 그리고 범석의 먼 조카 성기(조인성)와 그 친구들이 나설 수밖에...



비주얼.


영상이 꽤 좋다. 50년 전 정말로 어딘가에 있었을 것 같은 가상의 항구 호포항을 리얼하게 그려냈다.(다 세트를 만들었다던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 괴물을 쫓는 장면은 이제 헐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스릴을 자아낸다. 확실히 기술력은 크게 뒤처지지 않게 된 건가 싶을 정도.


특히 영화 초반 범석을 따라서 괴물을 추적해 나가는 장면은 제법 오래 진행되었는데도 전혀 지루한 감이 없었다. 쉴 새 없이 욕지거리를 내뱉는 건 캐릭터 설정이 좀 과하다 싶긴 했지만, 뭔가 흑막이 있을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끝까지 성실하게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려고 애썼던 서장의 모습이, 그 압도적인 상대에 비해 너무나도 약한 시골 경찰의 모습이 잘 그려진다.


추격전 중간에 갑자기 등장해서 유탄발사기까지 날리는 성애의 모습도 굉장한 여전사가 출현하는 건가 싶었다. 조금은 후줄근하면서도 나름 그 시대 상남자의 최신 유행(?)이었을 복장의 성기까지, 각 캐릭터의 비주얼도 당장에 무슨 게임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스타일리쉬하다. 심지어 괴물의 정체가 밝혀지고, 마지막의 그 무지막지한 함선까지도, 사실 영상의 볼거리 측면에서는 근래 본 한국 영화 중 최고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





장르가?


극의 전반부는 압도적 힘을 지닌 괴물을 추격하는 인간들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막상 괴물들과 마주하게 되면서 이제는 도망치기 바쁜 탈출기로 이야기가 반전된다. 기본적으로는 흥미로운 전환이라고 봤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들은 쉴 새 없이 욕을 내뱉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괴물’들을 마주한 인간들의 긴장감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긴장을 어떻게든 조금은 풀어주어야겠다는 압박감(?)이 강했던 건지, 감독은 5분에 한 번씩은 관객을 웃기려고 애쓴다. 보건소장으로 나온 배우 황석정은 아예 개그캐릭터로 넣은 듯한데, 그 압도적이고 특이한 괴물의 사체를 보고도 제대로 놀라거나 최소한의 과학적 추론을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냥 썰고, 이상하네 하고 사라진다. 아무리 시대 배경이 7, 80년대라고 해도 이 정도 반응이 일반적이었을까?


여기에 배우들이 벌이는 티키타카는 대체로 말장난, 슬랩스틱 코미디,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대사 등으로 이루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걸로 시간을 소비할 때마다 지루했다. 마치 영화 “외계+인”을 보는 느낌이랄까. 애초에 이 영화는 코미디가 아니지 않았던가. 같은 차원에서 영화 종반부의 승용차 추격(?) 아니 도주신은 그냥 영화가 개그물로 전락하는 슬픈 시간들이었다.





스토리는...


영화 속 ‘괴물’의 정체가 외계인임이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급격히 흘러간다. 이제까지는 그저 괴물을 쫓는 추격적인 듯했지만, 갑자기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에게도 뭔가가 있다는 식으로 흘러가기 때문. 그런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외계인들의 ‘사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만약 후속편을 예정하지 않았다면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밖에. 그리고 후속편이 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전편을 마무리하는 게 맞나 싶긴 하다.


이게 SF라면 그에 걸맞은 S, 즉 Science가 필요하다. 뭐 70년대 우리나라의 무기체계로 외계인과 맞설 수 있긴 할까 싶은 생각은 별개로 하더라도, 우주선까지, 그것도 결말부에 나오는 그렇게 거대한 함선까지 만들어 타고 다닐 수 있는 외계인이, 정작 지구에 와서는 압도적인 피지컬만 보여준다는 부분이 꽤나 아쉽다. 그 흔한 무기 하나 없이 맨몸으로 달리고, 물어뜯고, 부딪혀 파괴하는 게 전부인 건가.


이야기가 너무 허접하다. 너무나 잘 만든 비주얼적 부분 때문에 이 부분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뭔가 복잡하게 만들어야 예술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애초에 이건 오락영화에 가깝지 않던가. 그렇다면 좀 익숙하고 흔하더라도 이해가 되고, 설명이 되는 쪽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갔어야 했다. 그렇다면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았을지 모르나, 잘만 하면 휴머니즘을 자극해서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평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쯤 되면 괴작이라고 해야 할지, 졸작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실 난 신파도 그리 까다롭지 않은 쪽이다. 평론가들이야 그 진부함을, 게으름을 운운할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보통의 관객이야 울든 웃든 극에 충분히 빠졌나가 나오면 좋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초반에는 몰입하게 만들어 놓고서 점점 의아하게 하더니, 인상을 찌뿌린 채로 영화관을 나오게 하면 어쩌라는 건지...


사실 그러면서도 영화의 상영시간이 꽤나 길다. 두 시간 반이면, 뭐가 됐든 이야기가 제대로 마무리 됐어야 했다. 중간 중간 의미 없는 반복이나 유머를 좀 빼고, 이야기가 개연성을 갖는 결말로 이어지도록 했더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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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8-06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순돌이 아버지의 똥드립 빼고는 만족하며 봤습니다. 특히 호포항의 끈적끈적한 스릴러적 분위기는 확실히 압도적이더군요.

노란가방 2026-08-06 20:51   좋아요 0 | URL
네 진짜 분위기는 대박..
 


영화는 태양을 먹어치우는 아스트로파지라는 미생물로 인해 위기를 맞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12광년이나 떨어진 타우 세티로 보내진 주인공 그레이스. 깊은 잠에서 깨어난 그레이스는 홀로 이 미지의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로키라는(물론 이 이름은 나중에 붙여준 것) 외계인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해진다.


로키 역시 자신의 별에서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해 와 있었고, 두 과학자들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급조한 통역기로 서로의 말을 이해하게 되고, 특수한 재질로 된 장벽과 우주복으로 함께 다닐 수도 있게 된 그들. 마침내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았지만, 또 하나의 문제, 그레이스에게는 돌아갈 연료가 없었다. 이 임무는 처음부터 이른바 자살임무였던 것.





외계인과의 협력.


영화의 대부분은 그레이스와 로키의 합동 작전에 할애된다.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다른 존재와 힘을 합쳐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영화 속에서는 종(種, species)마저 다른 상황이었으니 어려움은 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해 낸다. 대개 외계인 하면 지구를 침략하고, 싸우고 하는 이야기들이 주가 되는 영화계에서 꽤 신선한 전개다.


한편으로 외계인과도 가능한 협력이 정작 인간들 사이에서는 좀처럼 안 되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툭하면 혐중을 일삼는 머저리들이 널렸고, 온갖 음모론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상대를 저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공당의 대표라는 인간이 나와서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향해 욕설에 가까운 언사를 내뱉을 정도니 말 다했다. 나라 밖 사정도 마찬가지고. 헐리우드에서 떠들어대는 것과 달리, 우리는 외계인이 아닌 지구인들끼리 싸우다 멸망할 확률이 훨씬 더 높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자기희생.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후반부에 나온다. 마침내 아스트로파지의 해결책을 갖고 지구로 돌아가려던 그레이스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갈 연료를 날려버리고 만다. 자신만 돌아가거나 아니면 해결책만을 담아 보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영화의 결말부를 보면 그레이스는 남기로 했나 보다.


사실 그레이스는 이 임무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우주선을 발사하기에 적합한 시간이 곧 다가왔고, 그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었고(사실 우주인 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그게 최선이었는지는 미심쩍다), 결국 그를 강제로 잠을 재워 보냈던 것. 심지어 애초에 돌아올 수 없는 임무에 말이다. 영화 제목에 나오는 헤일메리란, 미식축구에서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 때 상대편 진영을 향해 있는 힘껏 멀리 공을 던지는 작전을 말한다. 말 그대로 도 아니면 모라는 작전.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 계획이다.


그렇게 지구로 돌아갈 연료 없이 보내진 그레이스. 어떻게 보면 지구는 그를 버렸고, 그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지구를 위해 어렵게 얻은(로키가 자신의 연료를 주어서) 돌아갈 기회를 포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독서모임에서 이 주제를 놓고 자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어보았는데, 의외로 전쟁과 같은 극한적 상황이라면 자기희생을 충분히 할 수도 있다는 대답들이 많았다. 아직 세상은 살만 한 건가.





그가 돌아온 이유.


영화의 결말이 꽤 인상적이다. 결국 지구로 돌아가기를 포기한 그레이스는 로키에게로 돌아왔고, 그레이스에게 연료를 주어서 6년은 더 연료가 만들어질 때까지(아스트로파지가 분열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던 로키와 감격의 재회를 한다. 어쩌면 그는 지구에 있는 인간들보다 바위 덩어리처럼 생긴 로키에게서 좀 더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또 그게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결국 지구인들이라는 건 가기 싫다는 사람에게 약까지 먹여 잠재워서 돌아올 수도 없는 임무에 보내버린 것들이니까. 그 뒤에 아무리 인류의 운명 같은 묵직한 무엇인가가 얹혀 있어도, 본인이 싫다는 데 억지로 강요하는 게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을 터. 그에 비해 로키는 처음 만났음에도 (심지어 종도 다른데도) 그레이스를 위해 6년이라는 시간을 추가로 더 기다리기로 했으니까.


가끔 ‘동물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하는 류의 말들을 한다.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경험이 어지간히 컸기 때문이겠지만, 그리고 실제로는 동물들 사이에서도 (사람 입장에서 보면) 배신이 자주 일어나긴 하지만, 그만큼 신뢰를 주고 또 받는 일을 우리가 갈구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아주 깜찍한 꼬마 외계인들이 잔뜩 등장해 시끌벅적한 학교 모습을 연출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편안하게 나올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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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이들의 소꿉장난.


앞서 나왔던 영화 “길복순”은 센세이셔널했다. 물론 여기저기서 본 듯한 클리셰들이 잔뜩 있긴 했지만, 이런 스토리의 영화를 우리나라 배우들과 한국어 대사를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전도연과 황정민이 칼싸움을 하는 영화를 또 어디에서 볼 수 있겠는가.


그 영화의 속편이 나왔다고 해서 어느 정도 전편에 근거한 기대를 갖고 보기 시작했는데, 이건 무게감이라든지 분위기가 확실히 이전만 못하다. 주인공 킬러 역에 임시완이라는 배우가 잘 어울리는지는 좀처럼 확신이 안 들고, 상대역인 신재이 역을 맡은 박규영 역시 깊은 고민이나 내면의 복잡한 감정 같은 걸 표현하기에는 아직 좀 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오히려 카메오로 잠깐 얼굴을 비친 전도연의 몇 마디가 더 임팩트가 있었다고 하면 좀 가혹한 평일까.


전작 길복순이 흥미로웠던 건, 거대한 킬러 회사와 그들로 구성된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설정만이 아니라(이건 존 윅 시리즈에서 훨씬 더 잘 구현되어 있다), 업무 외의 시간에 복순의 가정사가 묘사되는 과정에서의 갭 차이도 중요한 몫을 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게 없다. 주인공 사이의 썸 비슷한 게 있긴 한데, 그것뿐이라면 한국 드라마 특유의 고질병(회사 다니면서 연애하고, 법정에서 연애하고, 병원에서 연애하고..)의 반복일 뿐.





스토리는 또 왜 산으로...


영화는 전작의 스토리를 이어간다. 길복순은 일을 그만두기 위해 회사를 상대로 홀로 전쟁을 시작했고, 마침내 성공했다. 이제 이 킬러들의 세계관을 창조한 전임 회장이 죽은 상황에서 조우진이 연기하는 독고라는 인물이 복귀해 다시 회사와 킬러 세계의 질서를 수습하려는 상황.


그런데 이 정도까지 묵직한 세계를 만들었다면, 그걸 깨려는 쪽도 그에 상응하는 무게감을 지녀야 어울린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질서의 권위에 도전하는 신재이의 행동 뒤에는 그저 ‘재미있어 보여서’라는 이유로 돈지랄을 하는 벤자민 조라는 캐릭터가 있을 뿐이다. 애초에 킬러들의 세계에서 신재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유능했는지 모르지만, 어디서 물주 하나 물고 왔다고 해서 저렇게 건방지게 행동하는 걸 나머지 조직들은 멍청하게 그냥 보고만 있다고?


심지어 신재이가 독고와 싸우러 가는 것까지는 억지로 이해해 보려고 하는데, 내심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주인공 이한울이 그녀와 함께 독고에게 달려드는 건 도대체 뭐 때문인지 감도 안 잡힌다. 이게 이른바 MZ식 사고라는 건가? 안 그래도 여리여리 캐릭터라 언제 개그가 튀어나올까 조마조마한데, 이런 식으로 스토리까지 무너지면...





스타일리시한 액션?


그나마 전작을 계승한 건 스타일리시한 액션씬 정도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다들 킬러들이라는 설정상, 살상용 무기를 들고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칼 대신 주인공 이한울은 사마귀라는 별명답게 일종의 낫을 변형한 무기를 들고 있고, 독고의 경우 톤파를 개량한 살상 들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존 윅 식의 총이라는 편리한 무기를 왜 사용하지 않는 건지는... 우리나라에선 총기규제가 심하기 때문인 걸까? 애초에 이 정도의 대규모 암흑세계가 존재하는데, 단지 총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공권력이 모른 척 할까. 우리나라가 멕시코 같은 갱단에 지배되는 나라도 아닌데 말이다.


사람이 수도 없이 잘리고 죽어나가는데, 그 장면이 단지 멋있다 정도로만 묘사되어도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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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진짜 진짜 마지막.


이 시리즈도 참 오래 지속했다. 한 30년 됐나? 어렸을 때 공중에서 줄 하나에 매달려 밀폐된 무슨 사무실 컴퓨터 위로 내려와 작전을 하는 모습이 기억에 꽤 오래 남았는데, 이 시리즈가 이렇게 지속될 줄은 누가 짐작했을까.


무엇보다 일단 주연 배우인 톰 크루즈도 나이를 잔뜩 먹었으니(진작 환갑이 지나셨다. 우리 어머니랑 나이 차가 별로 안 나는..) 이전과 같은 액션을 기대하기란 실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그래도 매 편을 찍을 때마다 직접 위험한 스턴트 씬까지 연기했다니, 그의 열정은 높이 살 만하다. 이번에도 무슨 비행기에 거꾸로... 어휴...


하지만 이제 정말 끝을 내야 할 때인가 보다. 영화 중반 잠수슈트를 벗은 톰 크루즈의 몸은 그 나이대를 생각하면 훌륭하지만, 확실히 젊은 시절에 비할 것까지는 아니었다. 비슷한 포지션의 키아누 리브스(나이가 톰보다 두 살 어리다던가)에게서도 느껴지는 감정. 동양 쪽에서는 성룡 쯤이랄까. 이제 다들 액션은 좀 내려놓고 장르 전환을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여기도 AI.


그래도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이전 편들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몇 가지 실마리들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대표적인 시리즈 맥거핀이었던 “토끼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가 드디어 밝혀진다. 물론 이게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아니었던 듯하지만...ㅋ


그 정체는 최근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ai와 관련되어 있다. 단순히 무엇인가를 주문하면 메뉴를 내놓는 수준을 넘어, AGI, 즉 인간처럼 광범위한 사고와 추리를 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는 인공지능이 나타나 전 세계의 핵무기 시스템을 장악해 나간다는 설정이다. 아마도 인류를 멸절시키는 것이 목표인 듯.


다만 이 시리즈의 핵심은 역시나 정교한 설정과 치열한 머리싸움보다는, 화끈한 액션과 침투 방식으로 눈을 호강하게 만들어 주는 데 있지 않던가. AI 쪽은 역시나 말로만 좀 나오고, 대신 일종의 캡슐 안에 들어가서 AI와 직접 대화를 한다던가 하는 비주얼 쪽에 좀 더 힘을 준다. 그리고 주인공 팀을 방해하는 악당(이쪽은 진짜 사람이다)이 나타나 처절한 응징을 당하고.





전 세계를 순식간에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닌 AI가 인간을 적대시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관한 우려를 담은 작품들이 여러 편 나오고 있다. 전에는 그냥 재미를 위한 상상과 설정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지만, 요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꽤 진지한 위협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미 여러 전장에서는 사람이 아닌 AI가 목표를 설정하고 공격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하니까.


그 때 우리는, 에단 헌트나 IMF같은 비밀 조직이 없는 우리는, 과연 어떻게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 시대 가장 큰 힘을 휘두르는 두 지도자가 트럼프와 푸틴이라는 극악의 전범이라는 현실에서,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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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재미있는데?


교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OTT로 뒤늦게 봤다. 요새는 집에도 텔레비전 화면이 큼직해서 영화를 볼만하다. 함께 봤던 녀석들 중 하나는 이미 몇 번이나 봤다고 하면서도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이다. C. S. 루이스가 말했었다. “문학적이지 못한 독자의 가장 큰 특징은, 한 번 봤다는 이유로 다시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내가 1편을 봤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리뷰를 올려 놓은 게 없으니 안 본 것 같다. 하지만 1편을 보지 않았다고 해서 2편을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기본적인 두 주인공의 사전 서사가 어땠는지를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심지어 잘.


여우와 토키가 파트너가 되어서 동물 세계의 사건을 해결한다는 기본적인 아이러니(여우는 토끼를 잡아먹는 거잖아)에서 시작해, 늘상 뭔가 음험한 캐릭터로 나오는 뱀의 반전 성격은 스토리 면에서도 흥미로웠고, 각각의 동물들이 사는 영역에 따라 계절과 지형지물이 크게 달라지는 모습들은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패러디와 풍자까지. 어른들도 좋아할 것 같은 모습.





인정욕구와 배신.


영화 중후반부에서 나름 반전이라면 반전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동안 주인공 콤비와 함께 행동을 같이 했던 포버트 링슬리라는 캐릭터가 사건의 핵심이 되는 물건을 탈취해 가는 부분이다. 실은 그는 모든 일의 흑막인 링슬리 가문의 일원이었는데, 형에 비교되며 늘 꾸중만 듣다가 확 주인공 팀으로 진영을 변경해 여기까지 왔던 참이었다.


그런데 결국 피는 못 속이는 건지, 주인공 일행이 간절히 찾던 물건을 발견하고는, 이제 가문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고 그것을 탈취해 도망친 것. 어린 시절의 큰 상처는 인격을 왜곡되게 하기도 하고, 종종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시야가 좁아져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게도 되는 법이다. 괜찮은 척 하긴 했지만, 포버트 역시 그런 상처로 인해 결국 멍청한 결정을 하게 되어버렸다.


인정욕구는 생각보다 강한 욕망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정말로 춤을 추긴 하나?), 물론 억지로 할 필요까진 없겠지만, 아이들이 하는 작은 성취에도 인정하고 칭찬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허권, 그리고 차별


이야기의 핵심에는 특허권이 있었다. 애초에 모든 동물들이 평화롭게 살기 위한 기술이 발명되어 특허장을 받았는데, 랭슬리 가문이 그 진짜 특허장을 폐기하고 위조된 특허장으로 세계를 사실상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 기술이라는 게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이렇게 보여주나 싶기도 하고, 저작권에 진심이라는 디즈니사에서 만든 작품이다 보니 살짝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ㅋ


랭슬리 가문의 음모로 이 세계서 파충류는 엄청난 핍박과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다분히 현실의 어떤 상황을 반영한 것처럼 보이는데, 디즈니사에서 말하는 현실의 파충류는 무엇일까? 성소수자? 여성? 아니면 흑인?


개인적으로는 어떤 집단의 크기가 작다고 해서 피해자라는 식으로 단정짓거나, 역사적으로 피해를 받아왔으니 그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 또 다른 사람(하지만 현재는 그다지 차별을 받지 않고 있는)도 무조건 우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인 허점이 많다고 본다. 다만 영화 속 파충류들은 실제 피해를 받고 있으니 좀 다른 문제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또 어른들 대로 즐길 만한 요소가 가득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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