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운드의 이해 아모르문디 영화 총서 3
목혜정 지음 / 아모르문디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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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매우 직설적으로 나와 있듯이 책은 영화 사운드에 관한 기초적 지식을 담고 있는 책이다영화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 정도를 겨냥하고 쓴 것처럼 보인다물론 나처럼 문외한이라면 이런 수준이 딱 좋은 시작일 거고.

 


영화에서 사운드가 갖는 중요성으로 시작해서영화 사운드의 다양한 종류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어진다동시녹음과 후시녹음이야기 안의 소리와 이야기 밖의 소리화면 안의 소리와 화면 밖의 소리 같은 것들각각의 방식은 특정한 효과를 염두하고 사용되는 것인데영화를 꽤 보는 편이면서도 이제야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최대한 관객에게 티를 내지 않고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한 듯해 보인다.


사실 기억에 남는 영화들을 떠올려 보면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곡들이 자연히 함께 기억이 난다유명한 곡들은 특정한 영화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하고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봤던 일본 영화 지금만나러 갑니다를 떠올리면 특유의 현악기 중심의 배경음악이 금세 떠오르고나아가 그 영화 전체를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하지만 몇 년 우리나라에서 리메이크 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경우에는 이런 배경음악이 없었다그 때문인지 스토리 라인은 거의 그대로 따왔지만딱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

 


물론 영화 사운드라는 것이 단순히 배경음악만 가리키는 건 아니다같은 사운드라고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연출을 하느냐에 따라 특정한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하나의 음악으로 두 개의 장면을 연결시키기도 하고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공간감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책의 후반부는 이런 실제적인 사운드 효과 연출에 관한 설명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만들거나그런 작업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거의 어디에나 통용되는 말인 만큼영화를 볼 때 이런 부분을 알고 있다면 좀 더 많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영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볼만 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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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문답 - 식물화가와 나누는 사소한 식물 이야기
조현진 지음 / 눌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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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쁜 책이다매 페이지마다 왼쪽에는 꽃이나 식물에 관한 설명이오른쪽에는 그 그림이 실려 있는데 단순한 사진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그린 그림이 실려 있다손으로 그린 식물세밀화개인적으로는 이런 그림이 참 좋다무슨 식물에 관한 대단한 지식을 얻으려는 게 아니라책장을 넘기며 그런 그림을 보는 것만 해도 힐링이 된달까.


책 자체도 풀로 붙인 게 아니라 사철방식으로 단단하게 엮여서책장이 쭉 펴지는 게 기분이 좋다이렇게 공들여 만든 책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걸보면책중독자를 기쁘게 하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서 각 항목마다 관련된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하는 식으로 구성되어있는데사실 책에 나온 질문이 내가 해봤거나해봄직한 것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그래도 또 질문을 듣고 나면 흥미가 생기는 항목들도 있는데, ‘동구 밖 과수원 길에 핀 아카시아 꽃은 사실 아까시나무의 꽃이었다는 이야기김유정의 동백꽃에 등장하는 노란색 꽃은 실은 생강나무의 꽃이었다는 것 같은.


가장 신기했던 건 수국의 꽃 색깔이 우리나라와 유럽이 다르다는 부분이었는데품종 때문이 아니라 같은 걸 심어도 그런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꽃 색깔이 달라진다는 건데별다른 말이나 소리를 내지 않아서 무시되는 식물들도 꽤나 개성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보고 있으면 절로 펜을 들도 나도 한 번 그려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이번 주엔 간만에 덮어뒀던 드로잉북을 펼쳐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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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플래그 도감 - 5000편의 콘텐츠에서 뽑은 사망 플래그 91
찬타(chanta) 지음, 이소담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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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플래그라는 말이 있다영화나 만화 같은 창작물에서얼마 후 죽음이나 패배퇴장을 맞이할 캐릭터들이 그에 앞서서 행하는 전형적인 말이나 행동을 가리키는 표현이다책에는 총 91개의 사망 플래그들이 실려 있는데액션서스펜스, SF, 호러싸움패닉괴수·좀비물 등 영화의 장르에 따라 분류해 놓고 있다모든 항목을 저자가 쓴 건 아니고일부는 아마도 인터넷 상에서 기고하거나 찾은 내용인 듯도 하다.(이 경우 항목의 말미에 누구의 글인지 따로 표시되어 있다)


실패한 작전을 보고하는 부하나실전을 우습게 여기는 신병싸움 중 회상을 하는 캐릭터유명배우와 싸우는 상대미인의 유혹에 빠지는 사람혼자 도망가려는 사람 등 영화를 보면서 익히 짐작이 되는 장면들이 상당수 보인다창작물에서 이런 식의 플래그가 나오면 이제 보는 사람들도 대충 곧 죽겠군하고 반응을 보일 정도니까.


사실 웃자고 만든 책인지라 너무 진지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는데의외로 또 각각의 상황이 왜 위험한지 나름”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하는 글이 덧붙여 있어서 묘하게 재미있다예컨대 데스게임의 룰을 설명하는 중에 제대로 듣지 않고 떠드는 사람이 죽는 이유는 애써서 게임을 만들고 세팅을 한 주최자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파티장에서 신나게 즐기는 사람들이 죽는 건 감독의 학창시절 트라우마(?) 때문이 아닐까 하는 식.

 


플래그니뻔한 클리셰니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이런 장면이 끊이지 않고 계속 등장하는 건단시 작가나 감독의 상상력 부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사람의 감정과 사고라는 게 어느 정도 비슷한 면이 있기에이런 식의 정형화된 패턴이 꽤 높은 확률로 보는 사람의 특정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겨냥했기 때문은 아닐까.


좋은 이야기란 그저 무조건 새롭고신기한 내용들로만 채워지는 게 아니다개연성이라는 것도 고려해야 하니까사실 개연성과 익숙한 것 사이에는 의외로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하고다만 늘 뻔한 이야기는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까이야기를 만들고 하려는 사람들은 이런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책의 의미 차원에서이런 마이너한 주제도 책으로 출판해 내는 문화가 좋다가끔은 머리를 식힐 만한 이런 책들도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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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1-10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망 플래그. 그런 뜻이군요. 처음 알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마이너한 주제로 접근한 책, 좋으네요.

노란가방 2021-11-10 18:07   좋아요 0 | URL
일본이 이런 쪽은 확실히 자리가 잡혀있는 것 같아요. ^^
 
마녀 - 유혹과 저주의 미술사 해시태그 아트북
알릭스 파레 지음, 박아르마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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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펴 본 미술책이다도서관에 드나들면서 경험할 수 있는 기쁨 중 하나는이렇게 평소라면 구입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은 책들도 손에 들어와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온통 컬러풀한 도판들이 매 페이지마다 배치된 이런 책은말 그대로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은 그림의 기법보다는 주제에 집중한다제목처럼 마녀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작품들을 실으면서 설명을 덧붙인다다만 어떤 식으로든 가치판단은 미루면서이런 그림이 그려질 때 이런 일이 있었다 하는 식으로 해설만 하고 있다여기에 박스로 관련된 역사적 정보까지 더해지니일종의 큐레이션으로는 괜찮았다.

 


사실 마녀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고대에 마술은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졌으니 애초에 그런 행위 자체가 제재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으니까기록에 따르면 마녀집회를 언급한 최초의 시도는 1330년 프랑스의 카르카손에서였다고 한다.


이후 유럽에서 마녀에 대한 탄압이 시작된 건 1400년대 초였고그 절정은 1600년을 전후한 100여 년 간이었다근래에 와서는 뭐든지 과거의 것을 거꾸로 설명하는 게 힙하다는 생각 때문인지오히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페미니스트의 상징으로 마녀를 사용한다고 하니 그 대우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몇 백 년 동안 마녀에 대한 편견과 핍박이 이어져 오면서 일종의 정형화된 이미지들도 생성되었다. '젊고 관능적인 여성'이나 '늙고 추한 모습의 노파'가 그것인데꽤나 상반된 이 두 이미지가 동시에 공존했다는 걸 보면 애초에 그 기준이라는 게 얼마나 임의적이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주로 혼자 사는 가난한 시골 출신 여성들이 희생되었다는 걸 보면이 선동이 소수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덧붙여진 빗자루니고양이니두꺼비니솥이니 하는 주변적 이미지들은 그 시절의 조금은 빈곤했던 상상력의 산물들이다물론 그 시절 기술과 지식의 발전 속도가 꽤나 느렸다고 해도이렇게 발전이 없어서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전면 컬러도판으로 눈이 즐거우면서도 가벼운 교양까지 쌓을 수 있을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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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9 0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란가방 2021-10-19 07:52   좋아요 1 | URL
즐겁게 읽어볼 수 있을 만한 책입니다. ^^
마녀로 희생된 사람들이 대개 많이 배우지 못한 시골 여성들이라니.. 언뜻 시기질투의 대상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물론 실제 상황 속에서는 정망 다양한 일들이 있었겠죠?
표지는 오디세우스 신화에 나오는 키르케를 그린 거라고 하네요. 팜 파탈을 마녀의 특성으로 여기는 시대였다면, 어쩌면 앞서 말씀하신 ‘질투‘도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해지는..ㅎ
 
새로 쓰는 출판 창업 - 1인출판, 1인크리에이터로 성공하기 위한 A to Z
한기호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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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두 가지 키워드가 담겨 있다. ‘출판창업이 그것. 오랫동안 독서와 책과 관련된 일을 해 왔던 저자인데, 개별 출판사 운영도 운영이지만 출판업계 전반을 돌아보는 잡지 출판인이었던지라 출판 업계가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 보여주는 통찰은 탁월하다. 책을 읽다 보면 앞으로 출판사들이 지향해야 할 지점이 어디인지가 점점 보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좀 더 눈에 들어왔던 키워드는 두 번째인 창업이라는 부분이다. 물론 당장에 무슨 출판사를 창업할 계획이나 생각은 없다. 한 때 출판사에서 일을 해볼까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건 뭐 도통 경력자만 뽑겠다고 하니, 그럼 그 경력은 어디에서 쌓아야하는지를 몰라 포기했었다.(어떻게 좀 물어라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 땐 그런 요령도 없었다) 하긴 요새는 꼭 무슨 경험과 경력이 없더라도, 1인 출판 같은 걸 간단히 해 내기도 하는 시대니까.... 아주 가망이 없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여튼 상황이 그런데도 이 키워드가 마음에 와 닿았던 건,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리고 이런 목적으로 이 책을 손에 들었던 건 꽤 좋은 선택이었다. 물론 책 전반이 새로운 출판사를 만들어 보는 데 필요한 전략이나 지향점 등을 담고 있긴 했지만, 비단 출판 말고도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우선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듣는 사람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선명한 꿈과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인상적이다. 나 혼자 즐겁기 위해 하는 취미생활이 아니라면, 결국 일이란 다른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그 시작부터 다른 사람을 설득해 내지 못한다면, 그 일이 제대로 되기는 참 힘들 것이다. 나 혼자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고 설레발을 쳐봐야 소용이 없다는 말.


최근의 달라진 출판경향에 관한 설명도 눈에 들어온다. 평생 공식적인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 작가가, 온라인에 올라온 글들을 분석하고, 독자들과 피드백을 해 가면서 금세 베스트작가가 되는 과정도 그렇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면서 출판으로 나아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포털이 아닌 보털이라는 개념을 인용하며 넓고 얕은 대상이 아닌 특정한 대상을 깊게 터치해야 한다는 조언도 기억해둘 만하다.

 


출판 산업도 이제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돈을 들여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방식은, 물론 여전히 일부 영역에서는 작은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으나(대형 온라인 서점의 메인에 걸리기 위해서는 꽤 많은 광고비를 지출해야 한다), 당장 나만해도 그런 자리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넘어가 버리기 일쑤니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성급하게 종이 책의 종말이니 하며 실망하기는 이른 것 같다. 어느 시대, 어느 자리던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고 뛰어들어 새로운 땅을 밟는 모험가들이 있으니까. 창업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과거 그런 모험가들이 했던 일들의 변형일지도 모르겠다.


모험가가 많아지면 사회에 역동성이 생긴다. 물론 실패라는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저 해 왔던 대로가 전부가 되어버리면 그런 조직이나 사회는 금세 경직되고 자멸하게 된다. 마치 일본처럼. 개인적으로는 같은 원리가 교회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 부분은 다른 기회에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출판이라는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꼭 한 번 봐야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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