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에 선을 긋기를 좋아한다. 그것이 선명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들이 여기에서 그리는 세상의 이미지는 그것과는 좀 다르다. 신학자인 키르시틴 디디 존슨은 “아주 깊이 뿌리를 내린 나무”라는 상징을 꺼내든다. 깊게 뿌리를 내린 나무는 충분한 물과 양분을 확보해 가지를 넓게 뻗고, 이때 이 가지들은 다른 나무의 가지들과 겹치게 된다는 것. 즉 자신이 속한 전통에 충분히 깊숙이 뿌리박혀 있으면, 다른 뿌리에서 나온 전통과 겹치는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고, 그것들을 공통 분모로 삼아 함께 유익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자신을 모험가라고 소개하는 IVF 대표 톰 린은, 대만계 미국인이다. 최초의 유색인종 대표였던 그는 오늘날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경험하고 있는 방향 감각 상실과 낙담은 “가족 캠핑 여행만 떠나본 이들이 진짜 황무지에 도착했을 때 받게 되는 느낌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한다. 기독교가 우세인 (미국) 문화권 안에 살던 사람들이 사회가 다원화 되면서 경험하는 당혹감을 말한다. 우리의 상황에 맞춰서 조금 바꿔보자면, 교회 안에서만 지내던 사람들이 세상에 나와 경험하는 방향 감각의 혼란과 비슷하달까.
여행을 가서 끊임없이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새로운 곳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자신이 익숙한 상황과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 그런 사람은 그냥 집에만 있는 게 낫다. 괜히 나와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 보다는. 하지만 젖먹이 어린아이 시절에야 그런 것이 가능하지, 다 큰 성인이 그렇게 한다면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르면서 주변의 걱정을 살 수밖에 없다. 젖만 먹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단단한 음식을 먹는 성인이 되려면 결국에는 집밖으로 나와야 하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관계 맺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은 여기에 필요한 다양한 태도와 준비자세들, 요령들을 소개해 준다. 한 명의 저자가 내용을 정리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저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그 내용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러 이야기들 속 겹치는 내용들을 포착하는 것은 가능하다. 겸손과 포용, 경청,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사랑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