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도 복제가 되나요 ㅣ 안전가옥 쇼-트 34
윤혜성 지음 / 안전가옥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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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외할머니와 살겠다며 먼 나라로 떠나버렸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 말고는 이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어느 날 집 앞으로 죽은 아내의 이름으로 발송된 커다란 소포가 하나 도착했다.


놀랍게도 상자 안에는 주인공 수한과 똑같은 모습의 또 하나의 사람이 들어 있었다. 자신을 수한의 복제인간이라고 소개하는 그와 함께 온 쪽지에는 서툰 글씨로 “너도 너 같은 새끼랑 살아봐”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수한의 죽은 아내는 소설 속 가공의 나라인 리벨라우스 출신으로 우리말을 제대로 못 한다는 설정. 와우 이 소설 복제인간을 다루고 있었다.



소설은 나와 똑같은 모양의 복제인간과 함께 살아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하는 꽤 현실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 소설 속 시대는 가까운 미래로 보이는데, 복제인간을 만드는 행위는 불법으로 여겨지고, 적발될 경우 복제인간은 ‘폐기’된다. 주인공 수한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수한은 아들의 양육권을 장모와 다투고 있었는데, 안 그래도 낮은 점수(이 시대에는 AI로 적합도 점수를 매긴다)를 가진 상황에 복제인간 같은 불법요소까지 알려지면 더욱 불리해 질 수 있었던 것.


결국 잠정적인 동거를 시작하는데, 수한의 모든 기억을 이식받은 복제인간은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 대화를 이어나갔고, 어느새 수한 역시 경계의 줄을 살짝 놓기까지 한다. 아들과의 만남과 회사 일이 겹치자, 복제인간을 대신 회사에 보내기까지 한다(심지어 자신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잘 풀어나간다!).


복제인간이 나를 대신해 회사에 출근하고, 심지어 나보다 일처리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더 잘 풀어나간다면, 아마 우리 중 십중팔구는 이른바 복제인간으로 ‘자동사냥’을 돌리지 않을까? 그렇게 남은 시간을 더 즐겁고 행복한 일을 하는 데 사용할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다만 이런 기대는 새로운 게 아니다. 다양한 기계장치들을 도입할 때도 인류는 모든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미래를 그렸다. 하지만 결과는 더 많은 일과 더 적은 휴식으로 내몰리게 되었다.


아마 AI의 도입도 비슷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지금은 자동화니 뭐니 하면서 힘을 덜 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모두가 그것을 사용하게 된다면, 이제는 기본적으로 습득해야 할 지식의 양과 종류가 늘어날 뿐, 일은 더 많이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복제인간과의 동거가 꽤 괜찮게 이어지는 듯하던 어느 날, 수한은 복제인간에게 아내의 보험금 관련 은행 업무를 맡겼다가 돌발행동을 벌이고, 갑자기 이야기가 파국으로 치닫는다. 작중 정확하게 묘사되지는 않지만, 복제인간이라는 것도 의식을 갖고 있고, 그 의식은 칩으로 공유되는 기억/지식과 달리 독립적일 수밖에 없다.


그 티핑 포인트 다음부터 복제인간은 수한을 맹렬하게 공격하고 조여 오기 시작한다. 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위협하고 마침내는 자신이 수한을 대신하고자 한다. 마치 SF 디스토피아물에서 자주 보이는, 기술의 공격으로 위기에 몰린 인류의 상황의 일상 버전이랄까. 그렇게 소설은 점점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그리고 우리의 통제를 넘어서는 것 같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다룬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주인공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과 (복제인간이 만든) 불리한 증거들로 둘러싸여 있어 좀처럼 상황을 벗어나기가 어려웠는데, 의외로 매우 인간적인 증언 한 마디로 모든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증언의 핵심에는 ‘상처’가 있었다. 상처는 삶 속에서 무수히 만나는 장애물들과의 접촉의 결과다. 우리는 종종 아무런 상처 없이 살아가기를 바라지만 어쩌면 그런 상처가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핵심요소인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생의 의지를 불태우는 복제인간의 존재, 복제인간의 “폐기”에 관한 윤리적 문제 같은 좀 더 생각해 볼만한 거리들이 있지만, 작품의 볼륨 상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는 않는다. 덕분에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명확한 진행을 얻긴 했지만. 기대했던, 아니 예상했던 것보다 재미있어서 금세 다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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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 호러 × 제주 ㅣ 로컬은 재미있다
빗물 외 지음 / 빚은책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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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에서 찜해 왔던 책들 중 하나다. ‘고딕’과 ‘호러’와 ‘제주’라는 세 개의 단어가 X표로 연결된 독특한 제목이다. 사실 ‘고딕’과 ‘호러’는 큰 차이가 없는 뉘앙스를 가진 단어이긴 한데,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보니 고딕과 호러 사이의 X와 그 둘과 제주 사이에 놓여 있는 X는 폰트도 다르고 거리감도 좀 있다. 고딕, 호러를 제주에 이식했다는 의미일까.


책은 모두 일곱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제주의 한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그 지역들은 서로 겹치지 않고, 이야기도 내용상 연결되지는 않는다.(심지어 마지막에 실린 작품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기도 한다)


목차 페이지부터 굉장히 재미있다. 간략화 된 제주도의 지형도를 그려놓고, 각각의 소설이 어느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를 표시해두었다. 마치 RPG 게임의 메인화면에서 다음 탐험할 지역을 선택하는 느낌인데, 실제로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이 관심이 가는 지역이 있다면 그 부분을 먼저 골라 읽어도 될 것 같다.





작품들의 또 다른 특징은 실제 제주의 역사적 사건들과 이야기를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작품인 ‘말해줍서’는 현대의 주인공이 4.3사건 당시로 넘어가서 정부군을 피해 숨어있는 제주인들의 공포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이외에도 적산가옥에 남아있는 귀신 이야기라든지, 일제강점기 공항과 방공호를 만들기 위해 강제 동원되어 죽어가던 이들이라든지, 유명한 이어도 전설이나, 이재수의 난(신축민란)이나 5.16도로의 괴담 등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제주 지역의 특별한 역사와 사건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풀려나온다.


다만 그 방식이 신박한 건 아니다. 신부가 등장하는 엑소시즘이라든지, 외딴 등대에서 일하면 거액을 받을 수 있다는 채용공고라는 설정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다. 전반적으로 인터넷, 유튜브 등에 많이 떠도는 괴담 수준의 느낌이랄까.


여기에 전반적으로 결망에 뭔가 제대로 수습되지 않는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꽤 있는데, 이건 비단 단편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기에는, 나름 잘 정리된 이야기들도 있으니까. 다만 이런 장르문학도 어느 정도 작품들이 쌓이다 보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을 테니까. 작가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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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을 채워라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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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식히기 위해 늘 찾는 작가가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 주인공. 이번에도 동네 도서관에 가서 가볍게 그의 책을 빌려왔다(아니 빌려온 줄 알았다). 작가가 이번에도 꽤 흥미로운 주제를 물었구만 하는 생각으로 책을 덮고 나서 리뷰를 쓰려고 봤는데, 엇?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닌데?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 이름이 다르다. 이렇게 ‘히’와 ‘게’로 나를 혼동시킨 건가 싶지만... 뭐 김성훈이라고 분명히 썼는데 내 이름으로 착각하는 건 전적으로 읽은 사람의 잘못이다.


작가의 이름이 히가시노 게이고든, 히라노 게이치로든 중요한 건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점일 것이다. (작가 이름도 제대로 몰랐으니) 당연히 정보가 전혀 없이 펴든 소설은 매우 일상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병원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다. 그런데 의사와의 대화가 좀 이상하다. 그리고 작가는 단도직입적으로 첫 수를 찔러 들어온다. 주인공은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다. 그것도 3년 만에.





자 이렇게 되면 소설의 장르가 또 궁금해진다. 이건 미스터리, 혹은 호러인가? 하지만 안심하자. 전혀 그런 분위기로는 흘러가지 않는다. 물론 죽을 당시의 기억이 없었던 주인공은, 자신이 자살한 것 같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극구 부정하면서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를 나름 추적해 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소설의 좀 더 중요한 무대는 주인공 데쓰오의 집이다. 지난 3년 동안 홀로 아들을 키우며 살아온 아내 지카와의 관계.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주인공을 키워온 어머니, 그리고 지카와 그녀의 부모님(주인공의 장인 장모) 사이의 관계까지. 그러니까 작가는 죽음이라는 것이 그 당사자 주변의 여러 관계들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카는 남편의 죽음(자살)이 자신 때문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을 마음속에 큰 돌처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일찍 남편을 잃은 데쓰오의 어머니는 또 다시 아들마저 잃고서 (티를 내지는 않지만) 큰 충격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며느리인 지카와의 관계를 삐걱거리게 만들었고. 사람은 살아서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존재인 것 같다.


전국(아니 전 세계)에서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그들이 모여서 협력단체를 만들고, 당연히 그들을 의심스럽게 보고 나아가 혐오하는 이들까지 출현하면서 잠시 장르가 사회물로 가나 싶었지만, 작가는 다시 주인공의 심리에 집중한다. 적어도 외부적인 위협은 그리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자신의 죽음의 진실과, 그의 정신을 계속해서 헤집는 경비원 사에키(그의 말은 글로 읽는 데도 구역질이 날 정도다)와의 만남, 그리고 마지막에 갑자기 나타난 또 다른 반전.





결말부의 시간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갑자기 살아난 사람들은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죽음이라는 건 우리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무엇인 것이다.


이제까지 자신의 죽음에 관해 누군가의 탓을 하려고(원인을 찾으려고) 애썼던 테츠오는 비로소 자신이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를 진심으로 후회한다. 다시 살아와 보니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더욱 실감했달까. 우리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뒤늦은 후회를 반복하는 것 같다.


기발한 소재를 재로 삼아 우리의 (평범해 보이는) 삶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괜찮은 작품을 써냈다. 이 작가도 기억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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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에서 듣는 음악
하태우 지음 / 워크룸프레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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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특이했다.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이라. 이 책은 작가가 감상한 여러 음악 앨범들 중에 좋아했던 것들을 모아 놓은, 일종의 음악 에세이다. 그런데 작가가 세 살 때부터 근육병 진단을 받은 장애인이라는 점이 조금은 다른 점이랄까. 하지만 뭐 음악을 감상하는 데 신체의 장애가 (청각 장애가 아니라면) 뭐 그리 특별히 다를까.


물론 오랜 시간 장애를 안고 살아온다는 건, 자연히 사람의 사고와 심성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일 것이다.(당연히 그 영향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똑같지는 않을 것이고) 그리고 이런 부분이 특정한 음악을 감상하는 데도 어느 정도 작용하는 걸까?





책에 언급된 노래들은 대부분 밴드의 곡들이다. 헤비메탈도 있고, 락도 있었던 것 같고. 물론 조금은 잔잔한 장르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관심이 있는 장르는 아니다(덕분에 소개된 앨범 대부분은 모르는 곡들이었다). 일단 귀를 시끄럽게 만드는 노래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니까.


대신 노래를 들을 때는 가사에 자주 집중하는데, 또 이 점은 작가와 어느 정도 비슷하기도 하다. 책에 실린 몇몇 노래들에는 관심이 좀 생겨서 유튜브로 찾아보기도 했다. 나중에 한 번 제대로 들어봐야지.


책은 각 앨범마다 대부분 두 페이지가 할당되어 있는데, 왼쪽 페이지에는 그 앨범의 표지가, 오른쪽에는 그에 대한 작가의 설명과 감상이 담겨 있다. 한참을 페이지를 넘기다가, 요새는 앨범 이미지를 다들 이렇게 유화 느낌으로 만드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앞서도 말했던, 유튜브로 찾아본 앨범 사진을 보고 깨달았다. 아, 이거 다들 사진으로 된 원화를 유화 느낌으로 바꾼 거구나. 여기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었을까.





모든 글은 결국 그것을 쓴 사람의 일부를 담고 있기 마련이다. 제목부터 장애인으로서의 자신을 인식하는 이 책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음악과 관련된 내용이지만, 일부 장애인으로서의 자신에 관한 생각도 아울러 묻어난다. 그런 부분들은 조금은 무거운 느낌이다.


억지로 밝은 척은 아니다. 그냥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 남긴 지극히 개인적인 에세이에 가깝다. 나처럼 좋아하는 곡이 거의 없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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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고양이를 부탁해 ㅣ 걷는사람 에세이 7
김봄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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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보수주의란 무엇인가를 다룬 책을 읽었으니, 이번 달에는 균형을 맞춰보자(?)는 심산으로 이 책을 골라봤다. 제목이 뭔가 말랑말랑하지만, 아무튼 ‘좌파’라는 단어가 들어가니까.


그런데 책은 예상과 달리 본격적인 정치철학 책도, 그렇다고 정치판 인근에서 살아온 사람의 경험이 담긴 것도 아니다. 물론 책 말미에 작가가 당시 매력을 느꼈던 이낙연이라는 정치인(그 시절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물론 그 후의 갈지자 행보로 실망한 사람도 적지 않았을 테지만)에 관한 한 두 개의 에피소드가 나오긴 하지만, 주되 내용이라고 하기엔 주변적 소재일 뿐이다.





책은 작가가 “손 여사”라고 부르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주로 다루고 있다. 5남매의 셋째로 태어난 저자는 유일하게 결혼도 하지 않고 살고 있는데, 그게 어머니를 비롯한 부모님의 큰 걱정을 사고 있다(나도 충분히 어떤 느낌인지 안다). 때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하시고, 요 근래에는 이상한 유튜브 채널에 빠져서 정치적인 편향성을 강하게 띠기도 하는 듯하다.


반면 딸 쪽인 작가 역시 딱히 사상적으로 투철한 “좌파”는 아닌 것 같다. 이명박 시절 대학을 다니던 작가는 강제적인 학과 통폐합을 경험하면서 권위적 행정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은 부당한 대우(성추행을 포함한)로 인해 이런 경향이 좀 더 강해진 듯하다.


당연히 정치적인 주제로는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책에도 몇 번인가 등장하는 정치적 대화는 금세 끊어지고 만다. 하지만 그렇게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어머니와 딸의 관계가 끊어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 어쩌면 책은 우리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가정에서 경험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의외로 가까운 관계에서도 좀처럼 진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작가의 경우는 그 정도는 아닌 듯.





책 제목에 나오는 “좌파 고양이”란, 고양이가 좌파라는 말이 아니라 좌파인 딸이 키우는 고양이는 맡아줄 수 없다는, 조금은 심술이 섞인 어머니의 말에서 나온 표현이다. 결혼도 안 한 딸이 갑자기 한 달간 프랑스를 다녀와야 하니 고양이 좀 맡아 돌봐달라고 하니 하는 말이다. (이 또한 어떤 감정인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사실 전체를 이끌어 가는 내용은 아니지만, 제목은 잘 붙였다. 덕분에 내가 손에 들게 되었으니까. 정치적 성향이 조금은 다른 엄마와 딸이 투덕거리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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