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지만 나쓰메 씨를 찾고 있습니다
시로노 고네코 지음, 김진아 옮김 / 직선과곡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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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를 1인칭 화자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의인화 기법의 소설이다사실 이런 방식의 서술을 하는 소설도 이제 흔해지긴 했다그럼에도 표지에 귀여운 고양이가 큼직하게 그려져 있고일본 대중소설 특유의 귀여운 제목이 붙어있으면기분 전환을 위한 읽기로는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선택.

 


     소설은 검은색 길고양이 쿠로에게 밥을 챙겨주던 나츠메라는 여자와 조금 무뚝뚝하게 생겼지만 고양이를 다루는 기술이 탁월한 직장 선배가 함께 만나 결혼을 하고그 과정에서 집고양이로 전직하게 된 쿠로의 묘생을 다룬다당연히 고양이의 관점이기에 인간의 삶에 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이에 대한 고양이 입장에서의 오해와 넘겨짚기가 이런 작품의 매력 포인트.


     사실 이런 책이 작품이 되려면결국 그 안에서 인간 세상을 꿰뚫는 통찰을 보여주거나작가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재구성된 세상을 창조하거나 하는 식의 문학적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하지만 많은 인터넷 소설류가 그러하듯 트랜디 한 면은 있어도 그런 깊은 문학적 깊이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이라고 해도 다 같은 기능만 하는 건 아니니까앞서도 언급했듯이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지나치게 진지해지지도 않고가벼운 터치들이 통통 튀는 느낌이고무엇보다 해피엔딩이었던 것도 마음에 들고골치 아픈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책으로 머리를 식히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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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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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사고와 관련된 여섯 개의 단편을 모아 엮은 책이다미스터리물 쪽에는 일가견이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인데책 뒤에 ‘10년 만의 후기라는 게 붙어 있어서 2010년도에 나온 책인가 싶지만실은 2010년도에 이 책이 처음 나올 때도 같은 이름의 후기가 붙어 있었다(내가 읽은 건 2019년에 나온 개정판이었다). 그러니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들이라는 것그 사이 출판사도번역자도 바뀌었는데몇 부분의 번역을 비교해 보니 어떤 건 이전 번역이또 어떤 건 새 번역이 나은 편인지라 크게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울 듯.

 


     교통사고라고는 하지만 여섯 개에 실린 이야기는 다 각각 다른 소재를 바탕으로 한다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 여고생의 놀랄 만한 청력과 기억을 바탕으로 사고를 재구성하는 천사의 귀는 맨 앞에 실려 있는 작품인데기분전환으로 책장을 여는 순간 단숨에 눈이 문장을 쫓아가기 시작해서 앉은 자리에서 금세 다 읽어버렸다.


     무사고 트럭운전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고의 원인을 추적하는 중앙분리대와 좁은 도로에서 위협운전을 하다가 된통 얻어맞은 운전자의 이야기 위험한 초보운전’, 주택가 이면도로의 불법주차로 인해 벌어진 사고와 보복을 다룬 건너가세요’, 고속도로에서의 쓰레기 투척 문제를 다룬 버리지 말아 줘’, 일본 특유의 운전문화로 인해 벌어진 사고를 그린 거울 속에서’ 하나하나가 개성 있는 이야기들이다.

 


     소재도등장하는 인물도 모두 다른 이야기들이지만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작가는 청음부터 악한 마음을 먹고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려는 사람을 굳이 등장시키지 않는다(물론 그 비슷한 음모를 꾸미는 사람도 한 명 나오긴 하지만). 작가 후기에서도 밝히고 있듯애초에 뺑소니를 치는 것 같은 악한 일을 계획하는 건 인간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물론 현실엔 그보다 더 인간 같지 않은 일들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작은 위반이 점점 눈덩이처럼 굴러가며 커지는 이야기의 과정그리고 그 기발함과 트릭으로 보는 승부인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부분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작가다단편이라 복잡한 기술이 들어가지는 않지만하나하나가 꼭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실제로 있었을 것 같은 내용들로 만들어져있다재미있게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운전을 그리 즐겨 하지도 않지만우리가 저지르는 작은 위반들이 얼마나 큰 일이 될 수 있는지를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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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되지 않는 법 소노 아야코 컬렉션 3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리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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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가가 쓴 에세이집을 두 번째 읽는다앞서 읽은 약간의 거리를 둔다와 마찬가지로이 책도 무슨 특별한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지만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평범한 일들 가운데 인생에 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다각각의 에세이의 길이도 매우 짧아서하나하나는 단숨에 읽어갈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다.


     책 제목에도 실려 있듯이 책은 노인이 되지 않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물론 여기서 말하는 노화는 육체적인 늙음보다는 정신적인 노화내면의 나이 듦을 가리킨다작가는 육체적으로는 젊었어도 정신이 늙었다면 노인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드러낸다이 책에서는 일곱 가지 범주(자립관계고독늙음·질병·죽음)에 따라 정신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맨 먼저 배치한 자립 정신이다작가는 나이가 들어서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합니다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고능력이 되지 않는 일은 과감히 포기하면서 삶을 단순화 할 필요도 있다누군가에도 도움을 받았다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하라는 조언도 새겨둘 만하다나는 나이가 들었으니까 이 정도는 받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은 노인화 되는 지름길이다.


     작가의 자립에 대한 강조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을 찾아야 한다는 두 번째 장과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세 번째 장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지출규모를 가져야 한다는 네 번째 장에도 그대로 이어진다사실 나머지 세 개 장에서도 자립정신은 그 흔적을 남기고 있지만.

 


     글을 읽다보면 일본인 특유의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느껴진다물론 개인적으로는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을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이런 생각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나도 폐를 끼치지 않을 테니너도 폐를 끼치지 말아라가 되어버린다실제로 몇몇 작가는 노인들에 대한 버스승차권 할인이라든지 여러 사회보장 정책들(연금제도도 여기에 포함된다)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빈곤의 문제는 개인의 탓만이 아니라사회 구조적인 측면도 있기에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죽을 때까지 일하면서 자신이 쓸 돈을 벌며 사는 것이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책상에 앉아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것과 힘겨운 육체노동을 해 나가는 건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물론 이 부분은 선이 좀 아슬아슬한 면이 있어서조심해야 할 부분.


     하지만 이런 부분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보여주는 통찰까지 버릴 필요는 없을 듯하다특히여행을 갔는데 자신이 다 들고 다닐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물건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달라고 부탁하던 노인과 자신의 힘이 떨어졌다며 스카프 한 장만 사서 가더라는 또 다른 노인의 대조는 인상적이다



     누구에게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나도 굳이 늙은 후에는 그렇게 분수에 맞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감사를 알고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건 나이를 떠나서 꼭 갖춰야 할 인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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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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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에 과 고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그야말로 취향저격이었던 책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던 고등학생 소년 린타로가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남은 서점에서 말하는 고양이를 만나 신비한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책 읽는 일 말고는 특별히 잘 하는 게 없는 린타로였지만고양이는 바로 그런 린타로이기에 책을 구하는 이 모험에 적합하다고 설득한다.


     린타로의 모험은 세 차례에 걸쳐 이어지는데그 때마다 각각 책을 오용하는 빌런 같은 인물들을 만난다작가는 이들에게오늘날 독서를 망가뜨리는 세 가지 착각을 투영시킨다무조건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좋다는 전제 아래새로운 책을 읽느라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보지 않는 캐릭터(‘가두는 자’)와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캐릭터(‘자르는 자’), 그리고 책을 단순한 상품으로만 여기는 캐릭터(‘팔아치우는 자’)가 그들이다.



     작가는 이들과의 논리 대결을 통해 진정한 독서란 이런 것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내용실제로 작품에는 책을 좋아한다’, ‘사랑한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린타로는 할아버지와 함께 하며 했던 대화들을 자주 떠올리는데이런 내용이 있다.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때로는 한 줄 한 줄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며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

 

     책을 읽으면 집중력이 좋아지고성적에도 도움이 되고무슨 삼십팔년 된 질병이 낫고 하는 식의 기능적 관점과는 조금 다른조금은 감상적인 대답이지만사실 문학이라는 게 그렇게 실용적인 결과물을 얻기 위해 읽고 쓰는 건 아니니까정확히 말하면 문학이 갖는 효과는 그런 도구로 측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내가 가진 도구로 측정할 수 없다고 해서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기는 건 어린아이들이나 할 짓이다.


     결국 린타로는 세 차례의 모험을 통해 책들을 구해내는 데 성공하지만현실은 어떤지 모르겠다이런 책이 나와야 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의미는 아닐지...

 


     또 한편으로 여전히 책과 그것을 읽는 행위를 신비한 일로 연결시키는 관점이 존재한다는 게 흥미롭다오래 전읽고 쓰는 일이 특별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여겨졌던 것처럼사람이 직접 무엇을 하기보다는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무제한적인 위임이 확산되어가는 이 시대에도 다시 한 번 읽기는 특별한 능력으로 인정받게 될까.


     읽기 능력의 쇠퇴는 필연적으로 이해의 부족을 낳고그건 책만이 아니라 사람과의 소통에도 장애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오늘날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분열되고다투고충돌하는 이유도 어쩌면 이런 사회적 자폐증상이 확산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읽기능력을 기르는 데에는 따로 왕도가 없다는 점이다마치 운동처럼그저 매일매일 읽어가는 게더 잘 읽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지속적으로 근육에 자극을 주고피곤할 때까지 달리고걷고당기고미는 것 말고는 근육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처럼(보조제는 말 그대로 보조적’ 역할일 뿐이다).

 


     자책을 구하러 가자그건 당신이 오늘 책 한 권을 열어탐험하려는 마음을 가지고조금씩 읽어나가는 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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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7-26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의 독서에 관한 말이 너무 와닿는데요!?
˝똑같은 문장을 몇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며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
너무 공감해요~♡

노란가방 2021-07-26 11:21   좋아요 1 | URL
네. 그렇죠? ^^ 책을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금세 마음에 와 닿는 그런 이야기..
 
고양이가 지구를 구한다 - 인간세상에 잡입한 귀족냥이의 냥보없는 귀여움
소금툰 지음 / 부크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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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리뷰들을 꾸준히 봐주신 분들은 짐작하겠지만맞다이 책은 책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가서 집어 들었다. “고양이가 지구를 구한다라는 제목과녹색으로 가득한 책 표지 디자인 등을 보면 마치 고양이 이야기를 가지고 환경문제에 관한 내용을 쓰는 것 같지만예상은 그대로 빗나갔다책은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작가가 만화를 중심으로 몇 개의 짧은 에세이를 붙인일상물이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고양이들이 하는 행동을 관찰하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모든 집사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뭐 사실 이런 건 비단 상대가 꼭 고양이일 필요는 없고무엇인가를 사랑하게 되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겠지만.

 


     귀여운 그림체로 그려낸 고양이와의 일상은나도 그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물론 지금 당장 집에서 고양이를 기를 수 있는 상황은 안 되지만(계약서에 불가라고 적혀있다), 얼마 전 동네 길고양이에게 주려고 사료를 한 포대 구입했다집 옆 주차장 근처에 새끼를 낳은 지 얼마 안 돼 보이는 고양이가 몇 번 보이길래...


     그런데 그렇게 구입한 고양이 사료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진한 생선 냄새가 난다ㅋㅋ 건식 사료이긴 하지만 비닐을 덮어놔야 할 정도라면 짐작이 될까영상으로만 봐왔던 고양이들과의 생활이 아주 작은 부분부터 생각했던 범위를 벗어난다어디 이것뿐일까인형이 아닌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데에는 훨씬 더 많은 주의할 점과불편한 점그리고 종종 당황스러운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들에는 삶에 대한 조금 더 깊은 통찰이 엿보이는가보다사실 책 속의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일상 만화 자체야 나 이렇게 고양이에 빠져있어요하는 정도의 푼수끼(?)를 드러내는 것들이지만(애정을 담은 표현이다), 중간중간 실려 있는 작가의 독백들 가운데는 마음에 와 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자주 쓰는 이야기지만우리 곁의 길에서 사는 작은 생명들이 사는 동안만이라도 조금은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이런 책들이 그런 사회에 작은 일조라도 할 수 있을까책 제목은 그래서 왜 고양이가 지구를 구한다는 것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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