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재인을 치유한 것은 사람이지 않았나 싶다. 어린 시절 사람에게 받은 큰 트라우마는 그녀의 주변을 지켜준 또 다른 사람들 덕분에 점차 회복될 수 있었다. 무서운 것도 사람이지만, 곁에 있는 사람이 주는 힘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작가 후기에 이 책이 “제인 에어”에 대한 오마주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주인공 ‘재인’은 발음도 유사하다. 작가가 직접 꼽아주는 유사성을 보면 두 작품의 공통점이 제법 많다. 무엇보다 작가가 반했던 ‘완벽한 로맨스’가 중심이 되는 것도 그렇고.
작품의 결말 부분이 열려 있다. 그게 온갖 시련과 핍박을 받으며 자랐던 재인에게 어느 정도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는 것이, 그리고 이 과정이 무슨 엄청난 후원자가 갑자기 생기거나 그런 게 아니라,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재인 스스로 만들어 낸 상황이라는 것이 마음에 든다. 한 명의 상처 입은 사람이 도리어 다른 사람들에게 회복과 치유를 일으키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부분은 헨리 나우웬의 “상처 입은 치유자”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책은 한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에서 인기를 얻어 결국 출판까지 이르게 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각 장의 비중이라든지 내용이 온라인 플랫폼에 맞게 딱딱 떨어진다. 적당히 끊어 읽기 좋다는 말이고, 드라마 같은 2차 창작물로 발전시키기에도 좋다는 말. 물론 앞서도 살짝 언급했던 아쉬움도 있지만, 뭐 요샌 웹드라마 같은 것도 많으니까. 따뜻한 이야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