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이트 제국의 역사 더숲히스토리
쓰모토 히데토시 지음, 노경아 옮김, 이희철 감수 / 더숲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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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숲출판사에서 시리즈로 내고 있는 고대 역사 세 번째 책은 히타이트 제국에 관한 내용이다(참고로 첫 책은 바빌론이었고, 두 번째는 동로마였다). 개인적으로는 바빌론의 역사에 꽤 감동을 받아서 이 시리즈는 나올 때마다 하나씩 구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역시 첫 책이 중요하다.


바빌론의 역사 때도 그랬지만, 고대 근동의 역사에 관한 책은 사실 그리 많이 나와 있지도 않고, 그래서 자세한 내용을 알기가 쉽지 않다. 물론 요새는 어지간한 내용은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손에 잡히긴 하지만(어차피 그 내용도 다 어딘가의 책이나 논문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래도 이렇게 책으로 잘 엮어서 나오면 소장하는 느낌이 또 다르다.


이번에 다루고 있는 히타이트의 역사 역시 비슷하다. 바빌론이나 아시리아에 비해 잘 알려지지도 않은데다가, 어지간히 고대사에 관심이 있지 않으면 이름도 모를 게 당연한 그런 이야기. 이렇게 정리를 해 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1장부터 6장까지는 히타이트가 어떻게 시작되고 멸망했는지의 과정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리해 두었다. 그런데 워낙 기록으로 남은 내용이 적은 쪽의 역사라 이렇게만 쓰고 나면 책이 너무 얇아져 버린다. 그래서인지 7장부터 13장까지는 본편의 역사보다는 다양한 히타이트의 문화적 측면들에 관한 연구 성과를 간략하게 정리해 두었다. 법과 군사, 종교, 도시 건축과 일상생활 같은. 물론 이런 내용들 역시 남아있는 기록 자체가 적기 때문에 아주 자세한 학술적 연구물이라기보다는,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추정해 나가는 스케치 정도에 가깝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9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사람들이 히타이트라는 이름을 좀 아는 이유는 (거의 최초로) 철기를 사용한 제국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그런데 직접 히타이트 유적 발굴 현장에서 일하기도 했던 저자는, 남아있는 유물의 양과 질로 볼 때, 고대 히타이트가 특별히 철기 문명을 앞서서 세웠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당시의 철기는 일종의 장식용으로 사용되었다고, 히타이트는 사실 청동기 제국이었다는 것. 흥미로운 설명이다.


또 하나 관심이 있었던 부분은 성경에 나오는 헷 사람들과의 연관성 부분인데, 이쪽은 성경 기록 이외의 다른 문서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학문적 입장에서 저자는 히타이트와 “헷 사람”의 연결 가능성을 좀 낮게 보는 느낌이다. 물론 그게 관련이 없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고, 연결지을 수 있는 다른 자료가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구약성경에서는 이들 헷사람을 가나안 종족 중 하나로 묘사하는데, 밧세바의 남편인 우리야가 바로 이 헷 사람이었다. 연대상 다윗 왕국이 BC 11세기 말에 해당하고, 아나톨리아의 히타이트 제국이 멸망한 것이 BC 1200년 경이었으니, 멸망 후 여러 갈래로 흩어진 히타이트의 일족이 가나안 쪽으로 남하해 살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전혀 익숙하지 않은 수많은 히타이트의 왕들과 도시들의 이름들이 잔뜩 나온다. 우리와 전혀 다른 지역의 역사를 접할 때 조금 어렵게 느껴지도록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전쟁과 정복 이야기를 집중하다 보면 마치 영화를 보거나 놀이공원의 어트랙션을 타고 쭉 지나가는 것처럼 신이 난다(물론 모든 사람에게 이런 식의 반응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다음 책은 또 어디를 비출까?


덧. 이런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것이 부럽다. 역사, 인문학 분야에서 은근 일본 저자들의 책들이 자주 보이는데, 그들의 저력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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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그려진 이야기 - 그리스인들의 별자리 신화
데이비드 W. 마셜 지음, 이종인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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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바라보며 별들에 주목해 본 게 언제일까. 연중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으로 가득한 도시의 밤하늘에서는 어지간히 밝은 별이 아니면 잘 보이지도 않긴 하지만, 오래 전 군 생활을 하던 강원도 화천에서 우연히 바라봤던 하늘은, 말 그대로 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마도 수천 년 전 시인들도 그런 하늘을 바라보며 온갖 이야기들을 떠올렸던 게 아닐까.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만들어냈던 다양한 신화적 이야기들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정리라고 해서 학술적인 느낌은 아니고, 그냥 이야기책처럼 48개 고전전적인 별자리 이름에 얽힌 고대 그리스인들의 상상을 나름의 기준에 따라 분류해 놓은 것이다.(이야기 속 연대 순을 따른 건 아니다)


책 곳곳에 적지 않은 수의 삽화들과 별자리만을 따로 떼어서 그려놓은 부분 등 친절하게 관련 내용을 익힐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별자리라는 별들을 늘어놓아도, 이게 왜 사자인지, 이게 왜 쌍둥이인지 잘 보이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렇게까지 해 놓으면 조금은 다르게 볼 여지가 생긴달까.


내용상 자연스럽게 그리스 신화의 내용이 주된 설명의 레퍼런스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참 읽다 보면 이게 별자리 책인지 그리스 신화 책인지 살짝 헷갈릴 정도. 내용도 그렇고, 구성도 그렇고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나름 잘 짜인 별자리 이야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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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패러다임, 법 - 규칙은 어떻게 세계를 만드는가
로레인 대스턴 지음, 홍성욱.황정하 옮김 / 까치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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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년 영국의 과학철학자이자 후에 대법관까지 역임한 프랜시스 베이컨은 새로 재무부 남작에 임명된 존 데넘 경에게 다음과 같은 임무를 지시했다. “그대는 무엇보다도 국왕의 특권을 지켜야 하는데, 국왕의 특권과 법은 서로 다르지 않고 국왕의 특권이 바로 법이고 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법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이므로, 그대는 대권행위를 지키고 유지함으로써 곧 법을 지키고 유지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오.”(334) 베이컨의 이 지시는 당시 법에 관한 한 가지 인식을 잘 보여준다. 소위 국왕의 “대권행위”는 법보다 우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이 17세기의 이상을 21세기에 온몸으로 구현하는 반역자들을 목격했다.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은 통치 행위로서 그것이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제한사항들을 얼마든 어기더라도 정당하다는 대통령 변호인들과 여당의 궤변, 그리고 자기의 임무는 대통령을 경호하는 것이기에 사법부에서 발부한 영장도 얼마든지 무력을 동원해 거부할 수 있다는 왕조시대 호위무사에게나 걸맞은 의식을 가진 대통령 경호처(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기관)의 책임자들.(+ 그 외 온갖 모지리들)


여기서 우리는 법의 지위, 성격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읽어낼 수 있다. 법(조문에 쓰여 있는 글씨의 내용)은 어떤 경우에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일까, 법은 모든 상황을 충분히 다 고려하고 있는가(또는 그럴 수 있는가), 나아가 이런 법을 포함한 규칙이라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그 내용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이 책은 이런 질문들과 함께 규칙의 역사에 관한 연대기적 연구를 담고 있다.





사실 책 제목 때문에 정작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한참 헤맸다. 알고리즘과 패러다임, 그리고 법은 규칙이 갖는 서로 다른 양상들을 가리킨다. 예컨대 오늘날 우리는 “규칙”하면, 사람의 개입이 들어설 여지가 별로 없이 그저 기계적으로 따르면 되는 무엇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애초의 규칙은 그런 식으로 형성되지 않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장 이른 시기 규칙은 어떤 사람이 따라야 할 ‘모델’을 가리켰다. 모든 면에서 그것을 닮을 것을 요구받지만, 대상을 완전히 모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컨대 초기 규칙서 중 하나인 베네딕투스 수도원 규칙서에는 수도사들이 따라야 하는 수십 가지의 규정과 그 이상의 세부사항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규칙서로도 수도사들의 모든 행동을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수도원장들에게 굉장히 높은 수준의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었다. 그는 상황을 살펴서 규칙서의 예외적 상황들을 분별하고 허용해야만 했다. 그 당시의 규칙이란 규칙서라는 규정만이 아니라 수도원장의 재량까지도 포함하는 것, 일종의 패러다임이었다.


알고리즘이라는 용어도 원래 의미와는 많이 달라졌다. 알 콰리즈미라는 이름의 아랍 수학자의 이름에서 온 이 단어는, 오늘날에는 어떤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명확한 명령어들의 기계적 집합 정도로 여겨지지만, 애초에 이 단어는 그 계산은 물론, 그 계산을 수행하는 인간들을 포함하는 개념이었다. 이건 20세기까지 “컴퓨터”라는 단어가 계산을 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가리켰던 것을 떠올리게도 한다.(영화 “히든 피겨스”를 참고하라. 명작이다.)





저자는 언뜻 기계적이고, 완벽할 것만 같은 “규칙”이라는 것에, 실은 얼마나 많은 예외적 상황과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지를 오랜 역사적 추적을 통해 잘 보여준다. 하나의 규칙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은 지난한 시행착오와 반발, 그리고 전국가적인 교육과 계몽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현대국가에 법치주의라는 이상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사람들의 희생이 필요했는지.


그런 차원에서 최근 친위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대통령과 폭동까지 저지르면서 그런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반란 옹위세력들의 움직임은 굉장히 우려스럽다. 우리는 법치주의가 꽤나 안정적이라고 착각하지만, 그건 그 사회 구성원들 대다수가 그 체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을 때만 작동할 수 있는 섬세한 체제다. 대통령부터 나서서 사법부의 영장조차 거부하는 식으로 법을 무시하고, 나아가 메뚜기 같은 폭도들이 날뛰기 시작하면 그 안정적이라고 느껴지던 체제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지난 20세기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일들은 수도 없이 일어나곤 했다.


우리는 때로 상식에 맞지 않은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을 보면서, 차라리 판사들을 AI로 바꾸는 게 낫겠다는 식의 말을 할 때가 있다. 판결을 온전히 기계적 결정의 영역으로, 그러니까 알고리즘으로 치환하고 싶다는 의미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것은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 법과 규정은 그런 식으로 구성되거나 작동되는 게 아니니까.


뭐든 깊이 들어가 보면 애매하고 모호한 영역이 잔뜩 나타난다. 그건 물리학에서 양자라는 별종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과정인 것 같다. 덕분에 책을 읽어나가는 게 쉽지는 않다. 특히나 제목 탓(?)도 좀 있는 것 같은데, 제목만 보고서는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짐작도 안 갈 뿐더러, 책의 구성 자체도 각 장의 내용은 이해가 되는데 장별로 어떤 연계를 지니고 있는지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다 읽고 나면 이게 규칙의 역사에 관한, 하지만 크게 보면 연대기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일종의 장별 옴니버스식 구성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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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말 3 - 6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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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넌 이래로, 로마는 벌써 오랫동안 내전 상태였다. 지중해 전역을 돌아다니며 이어졌던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와 그 잔당) 사이의 내전이 간신히 끝났지만, 카이사르의 암살로 다시 한 로마는 내전에 말려든다. 자칭 해방자들은 지리멸렬한 채 암살 이후 정국을 제대로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이지 못했고, 결국 유언장에 의해 카이사르를 계승하게 된 옥타비아누스와 힘으로 카이사르의 후계자를 자칭하는 안토니우스의 주도로 결성된 제2차 삼두와 두 번째 내전을 벌인다.


실력과 명분을 가진 삼두 쪽 리더와 달리, “해방자”들 쪽에서는 그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이 두 번째 내전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양측을 이끄는 지도자들 사이에는 공통점도 보인다. 군사적 재능이 제로에 가까웠다는 건 옥타비아누스와 브루투스의 공통점이고, 군사적 재능은 있지만 냉정함이 부족했던 건 안토니우스와 카시우스 모두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니까.


하지만 옥타비아누스에게는 브루투스 따위가 지니지 못한 냉철한 판단력과 불굴의 의지가 있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에 비해 브루투스는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를 가늠하지 못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었고, 이런 태도는 전투 중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되어버렸다.


양측의 충돌은 필리피 전투에서 사실상 끝나고 만다. 양측의 네 명의 사령관 모두 군사적 재능이 A급은 아니었기에 전투는 깔끔하게 끝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양측 모두 사상자 수도 많았지만, 결국에는 결정적인 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공화파의 패배로 끝난다. 그렇게 BC 1세기 로마의 두 번째 내전은 끝나는데, 곧이어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 사이의 세 번째 내전이 또 벌어진다. 이 시대 로마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말 그대로 세상 망하는 줄 알지 않았을까...





이번 권에서 자주 언급되는 건 전쟁에 들어가는 비용 부분이다. 마침 당시 지중해 전역에 걸쳐 극심한 가뭄으로 곡물의 수확량이 매우 줄었고, 단기간에 많은 인원들을 먹여야 하는 군단을 소집한 상황에서 이는 굉장히 큰 문제였다. 소위 해방자 진영은 이 문제를 매우 간단하게 해결하는데, 자신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제국의 동방 속주들을 쥐어짜는 식으로 전비를 조달했던 것.


물론 고대의 제국 운영이란 대체로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는 제국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과도한 수탈은 반발심만을 키우게 되고, 기회만 된다면 오늘의 압제자들에 저항하는 내일을 그리게 될 테니까. 해방자들의 근시안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반면 군대는 물론 수도 로마의 시민들에게 나눠줄 밀까지 구해야 했던 삼두파(중에서 옥타비아누스)는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한다. 폼페이우스가 죽은 후 지중해 서부 해상을 누비던 그의 아들 섹스투스 폼페이우스와의 협상을 통해 밀을 구입하기로 했고, 이는 당장의 문제로부터 한숨을 돌리게 만들었다.





전쟁은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는 것뿐만 아니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때문에 그냥 겁을 주려고 함부로 운운할 것도, 더구나 한 나라의 최고 결정권자가 전쟁을 쉽게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그런 일이다. 전쟁이 뭔지도 모르는 리더가 일으킨 전쟁은 결코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 어찌어찌 이기더라도 그 과정에서 남긴 상처는 적어도 그 리더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다 치유되기 힘들 정도로 크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정말 최악의 지도자가 있었음이 이즈음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통치자의 자격이 혈통과 돈에서 나왔던 고대 로마에서도 존재해서는 안 되는 지도자가, 하물며 민주적 권력 위임을 통해 통치하는 현대에 그런 망상에 빠진 엉터리가 대통령 노릇을 했다고 생각하니 정말 위기였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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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 - 전쟁의 기원에서 미래의 전쟁까지, 한 권으로 읽는 전쟁의 세계사
제러미 블랙 지음, 유나영 옮김 / 서해문집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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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퍽 거창하다. 그리고 읽다보면 제목만이 아니라 정말로 제목에 쓰인 내용을 담으려고 책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연대순을 따라 인류가 경험한 주요 전쟁들, 혹은 재구성된 전쟁의 상황들을 열거한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그 이전의, 자연(혹은 짐승들)과의 투쟁까지도 언뜻 언급이 된다. 말 그대로 인류가 싸워온 역사를 그대로 다루고자 한 것.


당연히 이 방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그것도 보통의 벽돌책과는 다른 정도의 양에 담아내는 건 쉽지 않다. 때문에 서른아홉 개의 작은 장들에 간단히 소개하는 식으로 책은 구성된다.





이렇게 요약적으로 훑어보는 의미는 어떤 게 있을까? 언뜻 드는 생각은 이런 이야기를 굳이 책으로까지 엮어야 했을까였다. 당장 위키백과 검색만 하더라도 이 정도의 간략한 요약보다 훨씬 더 자세한 설명을 찾을 수 있는 시대니 말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어쩌면 이 구성 자체가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일 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이런 식의 서술에서는 서양에서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서양의 제국주의의 식민지로서의 아시아 정도를 서술하는데 그치는데, 이 책에서는 중국과 인도에서 활짝 폈던 영광스러운 문명의 이야기들도 등장하고, 임진왜란이나 정유재란도 소개된다. 하지만 역시 그 분량에 있어서는 서양 쪽이 월등히 많은 건 어쩔 수 없는데, 이건 아메리카 쪽의 역사까지 서양으로 구분할 경우 더 강화된다.


또 하나, 통상 이런 책들은 역사를 통시적으로 조망하면서도 그 중에 어떤 주제를 잡아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책의 경우 그런 것도 잘 보이지 않는다. 무기의 역사라든지, 전투 방식의 역사, 혹은 전투의 목적 같은 부분에 집중할 만도 했는데 말이다. 결과적으로 책을 읽는 내내 좀 산만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물론 좀 더 깊은 내용을 원한다면 아주 만족스러운 책은 아닐 듯하다. 하지만 교양 수준으로, 전쟁사라는 부분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보는 데는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 일단은 서술에서 특별히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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