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 - 전쟁의 기원에서 미래의 전쟁까지, 한 권으로 읽는 전쟁의 세계사
제러미 블랙 지음, 유나영 옮김 / 서해문집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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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퍽 거창하다. 그리고 읽다보면 제목만이 아니라 정말로 제목에 쓰인 내용을 담으려고 책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은 연대순을 따라 인류가 경험한 주요 전쟁들, 혹은 재구성된 전쟁의 상황들을 열거한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그 이전의, 자연(혹은 짐승들)과의 투쟁까지도 언뜻 언급이 된다. 말 그대로 인류가 싸워온 역사를 그대로 다루고자 한 것.


당연히 이 방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그것도 보통의 벽돌책과는 다른 정도의 양에 담아내는 건 쉽지 않다. 때문에 서른아홉 개의 작은 장들에 간단히 소개하는 식으로 책은 구성된다.





이렇게 요약적으로 훑어보는 의미는 어떤 게 있을까? 언뜻 드는 생각은 이런 이야기를 굳이 책으로까지 엮어야 했을까였다. 당장 위키백과 검색만 하더라도 이 정도의 간략한 요약보다 훨씬 더 자세한 설명을 찾을 수 있는 시대니 말이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어쩌면 이 구성 자체가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일 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이런 식의 서술에서는 서양에서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 서양의 제국주의의 식민지로서의 아시아 정도를 서술하는데 그치는데, 이 책에서는 중국과 인도에서 활짝 폈던 영광스러운 문명의 이야기들도 등장하고, 임진왜란이나 정유재란도 소개된다. 하지만 역시 그 분량에 있어서는 서양 쪽이 월등히 많은 건 어쩔 수 없는데, 이건 아메리카 쪽의 역사까지 서양으로 구분할 경우 더 강화된다.


또 하나, 통상 이런 책들은 역사를 통시적으로 조망하면서도 그 중에 어떤 주제를 잡아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책의 경우 그런 것도 잘 보이지 않는다. 무기의 역사라든지, 전투 방식의 역사, 혹은 전투의 목적 같은 부분에 집중할 만도 했는데 말이다. 결과적으로 책을 읽는 내내 좀 산만하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물론 좀 더 깊은 내용을 원한다면 아주 만족스러운 책은 아닐 듯하다. 하지만 교양 수준으로, 전쟁사라는 부분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보는 데는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 일단은 서술에서 특별히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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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말 2 - 6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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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삶을 재구성한 역사소설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여섯 번째 시리즈인 ‘시월의 말’ 두 번째 이야기다. 이번 편에서 마침내 카이사르의 암살이 벌어진다. 폼페이우스파와의 내전에서 승리한 후 독재관이 되어 로마의 일인자로 활동하던 카이사르는 점차 피곤함을 표현하는 장면을 자주 보인다. 모든 것을 손에 쥔 최고 권력자의 삶이란 의외로 피로를 요하는 것이기도 했다.


작가는 카이사르의 공식적인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의 등장을 꽤 공을 들여 묘사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는 옥타비아누스가 그야말로 깜짝 등장하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콜린 매컬로는 그가 일찌감치 카이사르 옆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물론 아직은 그저 수습군관 정도였지만), 카이사르가 그를 총애했다고 설명한다. 확실히 좀 더 주목을 받게 하려는 장치.


여기에 카이사르 사후 옥타비아누스의 가장 큰 정적이었던 안토니우스에 관한 악평도 계속 이어진다. 그는 자신이 진 엄청난 빚을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인 카이사르 암살을 시도하러 관저의 담을 넘으려 하기도 했고(그가 죽으면 자신이 상속자가 될 거라고 착각), 카시우스와 브루투스 등의 암살 일당들과도 사전에 분명한 교감이 있었다. 이 책에서 그는 그냥 말 그대로 멍청하고 감각도 없는 인물로 그려질 뿐.


암살과 관련해서 카이사르가 마지막으로 남겼다고 알려져 있는 “브루투스 너 마저”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이 표현은 훗날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작품에서 사용한 표현이고, 고대에 관련 자료는 따로 없었다고 한다. 대신 작가는 그의 죽음을 아주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식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꽤나 리얼하게 신체의 이곳저곳(특히 얼굴, 눈 부위)이 흉기에 찔려 손상되는 장면도 보이니 조심.





그리고 역시 3.15 사건(카이사르 암살)을 이야기하자면 암살의 주모자들의 동기가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연구자들의 대략적인 합의는, 그들 사이에 무슨 대단한 공화정에 관한 이상 추구와 합의가 있었다기보다는 개인적인 욕망이 얼기설기 엮여 벌어진 우발적인 사건이라는 식이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한다.


대부분은 종신 독재관이 된 카이사르의 의사에 의해 집정관을 비롯한 고위 정무관들이 정해지는 상황을 불쾌해 했고, 이런저런 이유로 카이사르의 눈 밖에 난 인물들이 자신들에게 더 이상 명예로운 관직의 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을 우려해 일을 저질렀다는 식이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의 후계자가 되어 상속받은 돈으로 막대한 빚을 해결하려는 꿍꿍이가 있었다.


역시나 가장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은 마르쿠스 브루투스인데, 흔히 몽상가 정도로 그래도 나름 공화정에 대한 대의에 집중했던 몇 안 되는 인물로 묘사되던 그를, 작가는 탐욕스럽고 줏대 없는 인물로 평가절하해 버린다. 사실 이 빌드업을 위해 몇 권을 할애해 왔다고도 할 수 있는데, 읽다 보면 퍽 한숨이 나오는 인물. 앞서 반쯤 미치광이처럼 묘사된 카토의 딸과 결혼까지 하면서 이번에는 자기 부인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뭐 하나 제대로 준비한 것 없이, 카이사르를 죽이면 단번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던 음모자들이 초래한 위기는 곧 또 다른 충돌과 혼란으로 로마를 몰아넣는다. 물론 혼란을 피하기 위해 부당한 권력구조를 유지시켜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타당하지만, 카이사르의 정치가 제1계급의 최고위층 이외의 다른 계층에게는 퍽 도움이 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소위 “해방자들”의 살인은 역사상 수없이 등장했던 기득권층의 반동적 만행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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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괴물 백과 - 개정판
곽재식 지음, 이강훈 그림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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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 갔다가 일단 그 웅장한 위용에 손을 뻗었다. 거의 8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꺼운 책들이 도서관에 꽂혀 있는 걸 보면, 이런 책들은 누가 가져가서 보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여기에는 “한국 괴물 백과”라는 흥미로운 제목이 붙어있으니 조금은 다를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물론 책 내부는 아주 깨끗하긴 했다.


책 뒤에 실린 출처 이하를 빼면 본문은 750페이지 가량 되긴 하는데, 각 항목마다 한 페이지는 일러스트가 실려 있어서 글 부분만 보면 그 절반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각 항목에 실린 소개글이 한 페이지를 다 채우지 않기도 해서 생각만큼 그리 읽을 내용이 많은 책은 아니다. 한 300페이지 전후의 보통의 단행본 정도랄까.


책은 소설가인 작가가 글쓰기를 위해 한국의 고문헌에 나오는 다양한 괴물들에 관한 내용을 블로그에 모으면서 시작되었다. 아마 처음에는 이 정도까지 모을 생각은 없었을 듯한데, 확실히 좋은 작품은 충분한 자료조사로부터 시작되는 법인지 꽤나 본격적으로 자료를 수집했고, 그 결과 이렇게 책까지 엮어 나오게 되었다.


책의 매 항목마다 독특한 느낌의 일러스트가 실려 있어서 보는 맛이 있다. 그림작가의 공 또한 이 책의 완성도를 분명 높여주는 요소다. 검은색과 밝은 형광 녹색으로만 그린 이미지들인데 이게 또 나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만 각 요괴의 이름까지도 밝은 녹색으로 적어두었는데, 이게 좀처럼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피로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다양한 요괴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나 싶다. 적지 않은 이야기들이 중국이나 심지어 멀리 인도에서 건너온 것들의 현지화 버전이기도 했지만, 또 자신이(혹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직접 경험했다는 식의 괴담도 적지 않다. 물론 저자도 종종 언급하듯, 대개는 착각이나 상상의 산물이긴 했겠지만, 일부는 실제 존재하던 어떤 것에 과장된 표현이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들을 잘 가공만 한다면 흥미로운 한국형 환타지들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 싶다.


일부는 이미 영화화되기도 했다고 한다. 몇 년 전 나왔던 “물괴”라는 영화는 중종 시기 실제로 퍼졌던 소문을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이었다. 흥미로운 항목들로는 구렁이 모양으로 집안의 재물 운을 관장한다는 업신, 마치 좀비를 떠올리게 하는, 되살아난 시체를 가리키는 “재차의”(혹은 흑수), 인어와 꼭 같은 모습의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비유설백” 같은 요소들은 현대적으로 충분히 멋지게 각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외에도 요괴는 아니지만, 그것이 담긴 책들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역사적 정보들도 얻을 수 있는데, 북방 이민족들이 조선인들을 “대두인”이라고 불렀다는 설명이 재미있었다. 우리민족은 대대로 머리가 컸었나 보다.


심심할 때 가볍게 넘겨보기에 괜찮은 책이다. 혹 창작자들이라면 이 책에 실린 항목들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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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자크와 함께 하는 이집트 여행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김병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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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년 전 우리나라에도 “람세스”라는 소설로 널리 알려졌던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의 책이다. 이 책도 나온 지는 꽤 오래된 걸 보면, 그 때 불었던 이집트 바람을 타고서 낸 것으로 보인다. 제목처럼 이 책은 이집트를 여행하는 기분을 들게 해 주는 일종의 기행문이다.


보통 이런 책은 어떤 지역의 유명한 곳 중심으로 큼직큼직하게 훑어가는 게 보통이지만, 이집트라는 나라는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온 곳이다 보니 그런 식으로 훑어가더라도 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책은 이집트 땅 곳곳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유적들을 마치 가이드 하듯이 잔뜩 담고 있다. 나 같은 초짜 관광객들에게는 조금은 벅찰 정도로 많은 곳을 돌아다니니 살짝 어지럽기도 하다.





고대 이집트는 나일강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좁은 폭의 땅이었다. 그 외의 나머지 지역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건조했지만, 나일강이 이뤄놓은 비옥한 퇴적토는 농사의 생산성을 크게 높여주어 지중해 전역에서도 유명한 비옥한 농업 생산량을 자랑했다. 그런 경제력 덕택에 고도의 문명을 일찍부터 이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연히 다양한 유적들 역시 이 나일강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때문에 이 책의 이집트 여행은 그런 나일강을 따라서 진행된다. 나일강 하류인 북부 삼각주에서 시작해, 서서히 상류인 남쪽으로 거슬러 가는 방향이다.


그런데 이런 방향은 한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이집트라는 나라가 수천 년 동안 파라오라는 이름의 통치자 아래 지배된 땅이긴 하나, 시대 별로 수많은 왕조들이 교체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하는 방식으로 면을 정복해 가는 식의 여행은, 서로 다른 왕조의 유적들을 그 실제 존재했던 연대 순서와는 상관없이 만나게 되니 말이다. 물론 그런 것까지 구별할 줄 알면 더 이상 초보 여행객은 아니겠지만.


사실 책은 본격적인 연구서가 아니긴 하다. 각각의 왕조가 남긴 기념물들의 특징이라든지 연대적 변화 같은 것은 관광객의 주요 관심사도 아니고. 사방이 사막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어떻게 저렇게 웅장한 기념물들을 남길 수 있었을까 하는 면 하나만으로도 아마 실제 관광객들의 눈과 머릿속은 불꽃놀이로 가득차지 않을까?





온통 이집트 이야기만 하는 이집트에 푹 빠진 작가다운 책이다. 이런 책은 그냥 책상에 앉아서 읽는 건 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실제 이집트 여행을 떠나서, 여정 가운데 틈틈이 살펴본다면, 어지간한 가이드북보다 훨씬 더 깊은 정보를 실감나게 얻게 되지 않을까.


덧. 사방에 오타가 넘쳐난다. 당장 14페이지에는 아우구스투스를 “아우구스티누스”라고 적어놓았다.(솔직히 헷갈릴 만큼 비슷한 이름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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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말 1 - 6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6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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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여섯 번째 시리즈이자, 당초 계획에 따르면 마지막 시리즈인 “시월의 말”의 첫 권이다. 작가 소개를 보면 이 시리즈의 집필을 끝낸 뒤 1년 후 시력을 잃었다고 하니 말 그대로 일생의 역작을 써 내려간 후 진이 빠졌던 걸까. 하지만 원래 계획과는 달리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하나의 시리즈를 더 덧붙인다. 작가로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전편에서 파르살로스 회전에서의 승리로 사실상 공화파와의 내전을 끝낸 카이사르는, 이제 후속조치에 나선다. 우선은 패전 후 도망친 폼페이우스를 뒤쫓아 이집트로 가지만, 이미 폼페이우스는 이집트 관리들에 의해 살해된 뒤였다. 폼페이우스에게 관용을 베풀어서 내전을 조기에 수습하던 계획은 그렇게 무산이 되었고, 심지어 이집트 왕실 내에서 벌어지던 내전에 휘말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그 유명한 클레오파트라와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흥미로운 부분은 흔히 미인으로 알려진 클레오파트라의 외모에 대한 작가의 묘사인데, 절세미인이라기보다는 마른 외모의 그리 예쁘지 않은 얼굴, 하지만 재기발랄하고 높은 지적 수준인 인물로 그려진다. 언뜻 아가에 나오는 술람미 여인과도 비슷한 느낌이랄까.


이집트를 떠난 카이사르는 북아프리카에서 최후의 저항을 하던 공화파를 분쇄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이른바 강경 수구파였던 보니의 지도자 카토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부분에서 다시 한 번 카이사르의 계획은 무산되는데, 그는 누구보다 자신을 강경하게 반대했던 카토를 용서해 줌으로써 자신의 관용을 선전하고 내전 이후 정국을 빠르게 수습하려고 했다.


작가는 여기에 한 가지 상상을 덧붙이는데, 카이사르가 생각하는 건전한 정치는 언제나 반대파의 존재를 상수로 깔고 있어야 했다는 점이다. 반대파가 없는 원로원은 필연적으로 약화되고 타락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 이건 정적 죽이기에 여념이 없는 지금의 정치 지도자들이 좀 들어야 할 말이지만... 보통 이런 사람들은 책을 안 읽으니까.





계속 지적하는 부분이지만 작가의 인물평은 역사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들과 좀 다른 면들이 종종 보인다. 전편에서는 라비에누스를 야만적으로 묘사하더니, 이번에는 테렌티우스 바로를 아주 얌생이로 만들어 놓았다.


카이사르의 최대 정적이었던 카토에 대한 묘사에 특히나 공을 들인 듯한데, 한편으로는 스토아 철학에 헌신한 깐깐한 원칙주의자이지만 바로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무시하는 멍청함도 함께 안고 있다. 명령을 따라야 한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배정된 수송선을 모두 보내버리고 1만 명의 병사들과 함께 (배로 며칠이면 될 거리를) 육로로 행군하는 고지식함의 소유자이면서, 죽음을 앞두고는 과연 영혼은 영원할까를 두고 그리스 고전을 읽고 또 읽는 두려움에 빠지는 모습도 보여준다.


또, 훗날 카이사르 암살의 주모자가 된 카시우스도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느낌은 소 카토의 마이너 버전? 시종일관 투덜거리며 카이사르가 하는 일마다 흠을 잡고, 평가 절하한다. 물론 카이사르도 그런 일들을 다 알고 있지만, 앞서의 자신의 정치 원칙에 따라 놔두는 느낌.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토니우스. 앞선 갈리아 전쟁에서도 나름 존재감을 드러내긴 했지만, 독재관에 취임한 카이사르를 대신해 기병대장(부독재관)으로 로마를 다스리고 있던 그는 최악의 통치를 하고 만다. 작가는 이 시기 이탈리아에 머물던 군단병들의 반란을 안토니우스가 조장한 것으로 묘사하기까지 한다.


확실히 소설이다 보니 이런 식으로 인물 묘사에서 복선을 깔아두는 느낌이다. 역사가 스포인지라 결말을 알고 보면 다 나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내용들이고.



참고로 “시월의 말”이라는 제목은, 전쟁의 신인 마르스에게 바쳐지는 제물이 되는 말을 가리키는데(첫 머리에 그 의식이 소개된다), 어쩌면 카이사르를 가리키는 비유가 아닌가도 싶다. 마르스에게 바쳐진 전차 경주에서 이긴 쪽의 말이 제물이 되는 것처럼, 내전을 끝낸 승리자인 카이사르가 결국 암살을 당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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