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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부정
M. 스콧 펙 지음, 민윤기 옮김 / 김영사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문제의 요점은 다른 사람들의 생명의 질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것은 고작 육체적인 현상일 뿐이다.

 

1. 요약 。。。。。。。                      

 

     이 책은 제법 무거운 주제인 ‘안락사’를 다루고 있다.

     1부에서 저자는 안락사의 정의에 대해 논하면서 그것을 색다른 정의인 ‘플러그를 뽑는 일’로 설명한다. 사실 여기에 적혀 있는 대부분의 내용은 ‘안락사’ 자체에 대한 논의라기보다는 ‘고통’이라는 주제에 관한 것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안락사를 옹호하는 주요한 근거로 내세우는 ‘끔찍한 고통’이 사실은 현대 의학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이제 충분히 견딜 수 있을 만한 것이 되었다고 단언한다.

     “사람들은 자연적인 죽음에는 반드시 육체적 고통이 수반되리라는 가정 하에 그 육체적 고통의 공포를 회피하기 위해서 안락사를 찾는다. 그러나 그들의 공포는 불필요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육체적 고통을 적절하게 완화시켜줄 수 있는 의학적 약품창고가 있으며, 우리의 약품창고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풍토가 개선되고 있고, 치명적 말기 질병 환자들에게 병원에서 나와 호스피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이 세상 그 누구도 죽음에 따르는 지속적인 공포를 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2부에서는 안락사 논쟁에 뛰어드는 저자의 독특한 전제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여기에서 저자는 자신의 기독교적 배경을 이 문제에 대입한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는 ‘사실’과 ‘가치’를 구분 지으려는 현대의 세속적인 흐름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어서 저자는 ‘죽음’이 사람의 성숙에 주는 많은 영향들을 설명하면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어떻게 잘 보낼 수 있는지에 집중하라고 권한다.

     마지막인 3부에서는 좀 더 기술적(技術的)인 차원에서 안락사와 조력 자살을 구분한다. 이 장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인간에 대한 극단적인 기계론적 견해에 근거한 안락사 지지는 결코 사람들에게 유익이 될 수 없음을 강하게 주장한다.

 


2. 감상평 。。。。。。。                    

 

     책을 읽으면서 가장 헷갈렸던 점은 저자는 안락사에 관해 찬성을 하는가, 반대를 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어쩌면 이런 이분법적인 견해를 저자는 썩 내켜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런 식의 사고에 익숙해 있는 나로서는...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우선 이 부분을 정확히 알기가 참 힘들었다. 다 읽고 나서야 저자가 제한된 의미에서의 안락사를 ‘플러그를 뽑는 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저자가 말하는 ‘플러그를 뽑는 일’이란, 치명적 질병의 말기에 이르러 어떠한 의료적인 시술도 환자를 치료할 수 없게 된 상태에서, 단지 기계장치들을 이용해 ‘억지로’ 육체적인 활력을 유지시키는 상태가 되었을 때, 그 강제적인 생명유지장치들을 환자로부터 떼어내는 일을 말한다. 이러한 정의는 분명히 자살이나 그와 비슷한 다른 유의 생명을 끊는 행위와는 구별된다. 예컨대 뇌사 상태에서 뇌나 신체 조직이 극도로 손상된 상태에서 인공호흡장치와 각종 주사액으로 생명을 유지시키는 상태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저자가 안락사의 정의 자체를 하기 싫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들의 속성상 한 번 정의를 내리면, 그 안에서 무궁무진한 빠져나갈 구멍들을 만들어 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의 본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일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저자는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영혼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이다. 동시에 오늘날 무사공평하고 보편타당한 것으로 여겨지는 ‘과학’ 또한 사실상 하나의 ‘판단’과 ‘가설에 근거한 믿음’이라는 점을 드러내고자 애쓰는 부분도 중요한 내용이다.(이 부분에 관해서는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책 서평을 쓸 때 조금 더 서술하려고 한다.)

     미국 사회에서 교회와 국가의 분리가 공교육에 끼친 결과로 ‘더 이상 학교에서 가치를 가르칠 수 없게 되었다’는 진단은 의미심장하다. ‘가치’가 아닌 ‘정보’만을 가르치는 교육이 우리 사회의 도덕적 붕괴를 낳고 있다는 증거들이 점점 자주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다. 책이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책에 담겨 있는 주요한 함의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논거로 사용되어야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책에는 내가 갖는 견해와 다른 견해들도 몇 가지 등장하곤 한다. 육체적 부활의 부정이라든지, 제한된 의미에서의 안락사에 대한 찬성도 아직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하지만 주제를 다루는 저자의 조심스러우면서도 세심한 접근과, 저자의 주장이 담고 있는 실천적인 영역에서의 유효함은 결코 깎아내릴 수가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안락사에 대한 보다 진지한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된 기회를 얻은 것 또한 개인적으로는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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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잡아내기
폴 에크만 지음 / 동인(김영길) / 1997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면 매우 흥미로운 책으로 보인다. ‘거짓말 잡아내기’. 마치 이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는지를 한 눈에 딱 잡아 낼 수 있는, 신기한 기술을 가르쳐주는 책으로 착각할 만 하다. 잠깐 들춰보고 뽑아든 나 역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신나게 뺐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 책 내용은 그와는 다르다.

        물론, 책 전체가 거짓말을 할 때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긴 하지만, 내용 중 상당부분은 일반인들도 조금의 주의력만 가지고 있다면 평소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이고, 나머지 중 대부분은 너무 세밀하고 전문적인 지표들이라서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들이다. 다시 말해,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를 알아내는데 필요한 주요 기술들을 배우는 것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거짓말과 거짓말 밝혀내기에 관련된 몇 가진 금언(金言)들을 발견하거나, 인간 심리에 관한 몇 가지 통찰들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양이 너무 적어서, 단지 그런 목적을 위해서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은 약간 낭비로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내 경우도 책의 후반부에 가서는 거의 대충 넘겨버리고 말았다.(내 경우엔 별로 즐겨 사용하지 않는 책읽기 방법인데도 말이다.)


        전반적으로 평이한 구성에, 평이한 내용들로 가득 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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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천사 하얀 악마 - 검정과 하양의 문화사
김융희 지음 / 시공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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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떤 색이건 색의 정체를 한마디로 밝히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불가능한 일이다.

색의 정체는 색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색과 색이 만나는 관계 속에서,

그리고 색과 만나는 우리들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감지되고 서명되고 소통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색의 정체를 탐색해보는 일은

우리 내면에 아로새겨진 색의 이미지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될 것이다.

 

 

 

 

. 요약 。。。。。。。                      

 

     제목만 보면 ‘다빈치 코드’ 종류의 신비주의를 가미한 통속소설로 보이지만, 사실은 미술사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검은 색과 흰 색이라는 두 개의 무채색을 소재로, 인류의 미술사에 그것들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사용되어왔는지를 비교, 대조하면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서론에서는 두 색의 공통점인 ‘무채색’이라는 점에 관한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하고, 1장(하얀 천사와 검은 악마)에서는 두 가지 생이 가지고 있는 고전적인 관념-신성, 선의 대표색으로서의 흰색과 악의 상징으로서의 검은 색 -을 다룬다. 2장에서는 이와는 반대 개념으로서의 두 가지 색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3장(세상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난, 쉼표 같은 색)에서는 두 가지 색에 관한 약간은 철학적인 상념들이 담겨 있다. 마지막 4장(우주의 원리를 담은 흑백의 본질)에서는, 앞서의 논의들과는 달리 동양적 사고에 있어서의 두 가지 색의 의미를 설명한다.
 

. 감상평 。。。。。。。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릴 때, 가끔 내 전공과는 영 거리가 있는 책들을 한 권씩 빌리곤 한다. 물리학이나 수학, 음악 등에 관한 책들이 그것이다. 늘 읽는 기초 인문학 관련 책들만 계속 읽다보면 솔직히 약간 지루하기도 하고, 머리가 자꾸 굳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이 책도 그런 생각의 일환으로 뽑아 든 녀석이다.

 

      책은 앞에도 설명했듯이, 검은색과 흰색이라는 두 개의 무채색들의 독특함과 그 독특함에서 파생해 나온 여러 가지 이미지들을 가지고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놓은 것이다. 색깔 자체야 ‘나는 이런 색입니다’라고 뭐라고 말할 수 있겠냐 만은, 똑같은 색을 두고도 시대마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이미지들을 부여하는 모습이 제법 재미가 있다. 저자도 말했듯이 ‘색의 정체를 탐색해 보는 일은 우리 내면에 아로새겨진 색의 이미지들을 끄집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술에 관한 책답게, 저자는 자신의 설명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많은 수의 그림 보조 자료들을 사용해 ‘보는 재미’도 함께 느끼게 해 준다.(물론 덕분에 책값은 상승?!) 역시나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을 실감하겠다.

 

      저자는 검은색과 흰색이라는 두 가지 소재가 담고 있는 다양한 상념을 한 권의 책으로 엮고자 노력했다. 나름대로 주제에 관한 역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업이긴 하지만, 반대로 때로는 서로 반대되는 진술들이 고작 몇 페이지만을 사이에 두고 나오기도 하니 약간 혼란을 느낄 만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백의민족’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에 관한 저자의 설명은 완전 정반대의 내용으로 두 번에 걸쳐 실려 있다. 요런 건 좀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어서인지 문장들은 매끄럽다.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으니 쉬어 가는 기분으로 한 번쯤 읽어볼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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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베틀 경문수학산책 18
클리퍼드 픽오버 지음, 이상원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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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신이 수학자였는지 아닌지 모른다.

하지만 신이 우주라는 천을 짜 내려갈 때 수학이 그 베틀 역할을 했음은 틀림없다고 믿는다.

 

. 요약 。。。。。。。                       

 

     이 책이 꽂혀 있던 서가는 ‘수학’과 관련된 책들을 모아 놓은 곳이었다. 당연히 이 책 역시 수학책이다. 물론 수학책이라고 해서, 교육과정표에 맞게 각종 공식들을 소개하고, 문제들을 실어 놓은 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조명해보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굳이 수학서적에 ‘신의 베틀’이라는 이상야릇한 이름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때문에 처음에는 책의 제목을 잘못 이해했었다. ‘신의 베틀’을 ‘신의 배틀(battle)’로 이해했던 것. 이름만 들으면 무슨 SF 소설인가 싶지만, ‘배틀(battle)’이 아닌 ‘베틀(loom)’이다. 베틀은 직물을 짜는 기계를 말하는데, 저자는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이 세상을 수학이라는 베틀을 사용해 짜 내려갔을 것이라고 말한다. 즉, 이 책의 당초 목적은 이 세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정교한 수학적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제목부터 상당히 문학적이더니, 내용의 전개방식에서도 그런 티를 내기 위해 애를 쓴 면면이 보인다. 책의 내용은 단순히 이런저런 내용을 설명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독자와 동일시된다. 마치 체험놀이기구를 타는 사람처럼, 독자는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조수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고가면서 사람들이 수학적 진술과 그들의 종교적 심상을 어떻게 연결시켜왔는지를 살피게 된다.

 

 

. 감상평 。。。。。。。                    

 

     나름대로 애를 쓴 책으로 보인다. 흔히 서로 대결구도를 가진 것처럼 생각되는 수학적 사고와 종교적 사고가 역사적으로는 오랫동안 서로 연결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설명은 주목할 만하다. 비록 책을 읽으면서 그 안에 등장하는 수많은 숫자들과 기호들, 공식들을 일일이 의미 있는 숫자로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그러기에는 종종 나 같은 비전공자들이 읽기에 지나치게 어려운 감이 없지 않다.)

     실제로 이 세상에 나타나는 각종 정교한 수학적 원리들은, 그 모든 것이 단지 우연히 된 것이라는 설명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만들지 않는가. 또, 소위 과학적 사고의 핵심 중 하나인 ‘보편타당성’이나 ‘필연성’과, 진화에 있어서의 핵심 원리인 ‘우연’은 도무지 어울릴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저자의 야심찬 의도에도 불구하고, ‘수학사 전반에 걸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으려고 하는 약간은 인위적인 노력’ 때문에 책의 중반에 들어가서는 약간 긴장도가 떨어진다. 종종 그 근원이나 원리가 의심스러운 수비학(數秘學, Numerology)에 불과한 주장들을 대단히 중요한 무엇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게다가 특별히 성경과 관련된 여러 세부설명에 사실과는 좀 다른 내용들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다른 종교나 사상들에 대한 설명에서도 같은 식의 오류들이 들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든다.(여러 가지로 책에는 마이너스적 요소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신’은 기독교적인 신은 아니다. 그저 이 세상을 계획적으로 창조했을 것으로 가정되는 가상의 어떤 존재나 힘, 의지에 대한 설명으로 보일 뿐이다. 잘 해봐야 이신론(理神論, Deism)적 신의 개념이라고 할까? 하지만 수학과 신이라는 개념을 연결시키고자 했던 저자의 시도 자체는 꽤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결론이 좀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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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되풀이되는 연구 부정과 '자기검증'이라는 환상
니콜라스 웨이드.윌리엄 브로드 지음, 김동광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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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하게도 과학은

현대 세계에서 진리와 가치의 기본적인 원천으로서 종교를 대신해왔다.

 

 

 

1. 줄거리 。。。。。。。                                         

        과학은 정말로 정확무오(正確無誤)할까? 과학이야 말로 인간 이성의 최고의 결정체이자, 이 세상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위대한 진리라고 생각하는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은 한 편으로 좀 생뚱맞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 과학이 정확하지 않다는 말인가? 이 책의 저자는 그렇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 역시 하나의 가설에 기초할 뿐이라는 전통적인 비판에 머물고 있지 않다. 이제까지의 과학에 대한 비난과는 그 궤를 약간 달리해, 저자는 과학계의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과학자가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오늘날 어떤 과학자가 인정을 받는 길은, 세기적인 대 발명이나 발견을 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얼마나 많은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해서, 얼마나 많은 연구비를 정부기관이나 단체들로부터 타내느냐 하는 것이 그 과학자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단지 이것뿐이라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날에는 한 가지 문제가 더 생겼는데, 바로 과학자의 수가 너무 많아져버렸다는 것이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과학자의 수는 늘어나다보니 자연히 과다한 경쟁이 일어나게 되고, 이러한 구조는 과학자 개인의 양심을 무뎌지게 만든다. 데이터의 조작으로부터 폭넓은 표절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과학계는 쉽게 스스로 정화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버렸다.

 

        이 책은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과학자들이 저지르는 부정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과학자들 자신들이 말하는 과학 자체에 내장된 자정시스템은 인맥과 권위, 부정을 저질렀을 때 얻을 수 있는 막대한 보상에 대한 욕구라는 벽을 쉽게 허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직업들처럼 과학도 파벌과 종파의 지배를 받는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만 그렇지 않다고 부정한다.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역사상 저질러졌던 크고 작은 수많은 부정 사건들의 예는 저자의 주장에 신뢰도를 더해준다. 자신들 이외의 다른 누구의 간섭도 거부한 채, 오직 자신들의 논리만이 유일무이한 진리의 척도라고 생각하는 오만한 과학계에, 이 책의 저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호하다. ‘너도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2. 감상평 。。。。。。。                                     


        얼마 전 인터넷 뉴스의 한 자리를 차지했던 문제의 책이다. 정확히는 문제의 책과 관련이 되어서 광고가 좀 된 책이다. 사연인즉, 우리나라의 한 원로 교수님께서 후학들에게 표절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시기 위해 책을 한 권 쓰셨는데, 그 책이 공교롭게도 다른 책을 표절했다나? 출판사나 노(老) 교수 둘 중 하나(혹은 둘 다)의 부주의로 일이 꼬이게 되어 버린 것. 출판된 지 오래된 책이라 그냥 옮겨 써도 되겠다 싶었지만, 그 책이 나온 걸 보고 이 책의 원 판권을 소유한 출판사가 이 틈에 다시 팔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책 제목부터 시작해서 소개글을 보니 한 번쯤 읽어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 책이다. 그러던 중 리더스 가이드에서 이벤트 도서로 보내주니 이런 횡재가.


 

 

        현대인들은 기초주의, 증거주의라는 교리를 신봉하고 있다. 그리고 이 교리를 설파하고 있는 사제들은 과학자들이다. 쉽게 말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간의 머리로 이해할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는 신념이다. 증거가 없는 것은 믿으면 안 되고, 소위 ‘이성적’으로 생각하기에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은 모두 부정해 버리는 태도이다. 이야말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어떤 종교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독단적 종교가 아닌가.

 

        물론, 인간들의 그러한 태도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한계를 알지 못하고, 나아가 인간 이성의 완전성을 주장하는 이성주의는, 인간의 한계로 인해 엄청난 재앙을 일으키고 있는 것 또한 사실 아닌가. 엘리뇨 현상으로 인해 기후가 변해 수많은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있으며, 오존층의 파괴 또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극지방의 빙하는 점점 녹아내리고 있으며, 인간이 개발한 각종 무기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정교한 정치제도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한없는 고통을 강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과학을 ‘믿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과학이 이루어 줄 유토피아를 소망하고 있다. 특히 독자적인 근대문명기로의 전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서구의 발전된 문물을 거의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바로 산업화로 넘어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 서구의 사람들은 과학문명이 가져 온 두 차례의 치명적인 위협(세계대전)으로 인해 이성에 대한 무한대의 신뢰가 어느 정도 깨진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근대화와 합리성이라는 교리를 강하게 신봉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매우 강력하다. 결코 과학계는 인간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으며, 그것은 과학을 다루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명예와 물질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일진대, 어떻게 완전함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단지 일부일 뿐이고, 약간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설명은 근본적인 해답이 되지 못한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은 단지 그 문화적 표현의 중요한 형태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저자의 설명은 매우 일리 있게 다가온다.


 

 

        현대의 과학이라는 우상의 잘못된 권위를 깨뜨리고, 과학을 그 바른 지위로 되돌려 놓으려는 멋진 시도를 담고 있는 책. 꼭 한 번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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