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종일 나가 있더니유자 윗부분을 자른 뒤 그 안에다 한약재를 담고서 하얀 실로 촘촘히 묶은 것’ 40개를 저녁 때 집에 갖고 왔다. 호반 야생화 카페의미소천사라는 분 집에 모여 종일 만들었단다. 이제는 바짝 말릴 일만 남았다면서  팬 위에 놓은 것을 사진 찍었다.

확실히 여자는 남자와 다르다. 나는 죽었다 깨도유자 윗부분을 자른 뒤 그 안에다 뭘 담고서 하얀 실로 묶는일을 못할 것 같다. 하는 상상만으로도 손발이 오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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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변 산이 깎여나갔다. 그 바람에 숲과 나무가 사라지자, 우천 시 산이 허물어지는 걸 예방하기 위함인지 배수로 공사가 시작됐다. 순간 치과에서 하는 임플랜트가 떠올랐다.

임플랜트(implant)는 소실된 생물학적 조직을 대체하거나 조직으로서 동작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의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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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부근에 작은 산이 있다. 그 산 아래, 햇볕 잘 드는 자리에할머니들 카페가 있다. 그 명명(命名)은 사실 내가 속으로 한 것인데, 할머니들이 각양각색의 의자에 앉아 환담을 나누거나 햇볕을 쬐며 졸고 있거나 하는 모습에 근거했다. 어제 눈이 내리며 겨울이 바짝 다가온 추운 느낌에서일까, 오늘은 할머니들이 한 분도 자리에 없었다. 카페는 오랜만에 개점휴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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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5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6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6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18-11-25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린 사진입니다.

무심이병욱 2018-11-26 21:46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할머니들이 여기저기 버려진 의자들을 갖다 놓고 앉아서들 종일 햇볕 쬐며 소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동네마다 노인들을 위한 경로 공간이 마련돼 있겠지만 그분들은 답답한 실내보다 그렇듯 산 아래 길 옆이 마음에 든 듯 보였습니다. 환담을 나누는 모습보다는 햇볕 쬐며 졸고 앉아 있을 때가 많아, 무심은 왠지 가슴 한켠이 아리곤 했습니다.
 

 

어젯밤에 길을 걷다 주민센터에 걸린 시정목표를 보았다.

"춘천, 시민이 주인입니다!"

순간‘춘천’과 ‘시민’사이에 쓰인 쉼표(,)에 매료되었다. 만일 그 쉼표가 쓰이지 않았더라면 이런 문장이었을 게다. “춘천시는 춘천시민이 주인입니다!

즉 지금의 문장보다 네 글자나 더 많은 문장이었을 테니 작은 쉼표 하나가 얼마나 대단한 역할을 했는지! 한 문장을 보다 간략하게 만들면서 살짝 긴장감도 주었으며, 그에 따라 나 같은 무심한 시민이 발길을 멈추고 문장의 뜻을 되새겨보게도 된 것이다. 정말 대단한 쉼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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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칸나가 춘심산촌을 잘 지켜줬다. 입구 주변에서 사람 키만 하게 자란데다가 위협적이도록 아름다운 붉은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꽃도 지고 겨울이 다가와 월동 준비 차 땅에서 캐내자, 무거운데다가 색깔도 거무칙칙한 구근 덩이가 한 아름 나왔다. 겨우 두 포기를 캐냈는데도 구근 덩이가 큰 대야를 가득 채우던 것이다. 캐는 데 걸리는 시간도, 구근이 땅속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어서 한 포기 당 10분 넘게 걸렸다.

힘에 부쳐서 캐기를 중단하고 사진을 찍었다. 칸나가 그 동안 숱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했던 비밀이 드러났다.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 뒤에는 어김없이 엄청난 노력이 숨어 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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