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턴가 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 전동킥보드가 방치돼 있었다. 내가 놀라서 아내한테 말하면서 대화가 시작됐다.

아니, 저렇게 멀쩡한 것들을 길가에 방치해 두다니, 잃어버리면 어떡하려고들 그러지?”

당신도 참. 저걸 운영하는 업체나 사람이 회수해가겠지.”

글쎄, 값이 제법 나갈 것 같은데 회수해 가기 전에 누가 슬그머니 자기 집으로 갖고 가지 않겠어?”

당신도 참. 사방에 cctv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제는 시민의식이 높아져서 길가 물건이라도 함부로 자기 집으로 갖고 가고 그러지들 않아.”

정말 그럴까?”

아내가 결국 혀를 차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긴 당신이 워낙 어렵던 시절에 살았으니 그런 쓸 데 없는 걱정을 할 만도 하지.”

아내는 나보다 여섯 살 아래다. 고작 6년 차이 갖고서 어렵던 시절운운하다니 나는 은근히 울화가 치밀지만 참았다. 괜히 나와 상관없는 전동킥보드 때문에 아내와 말다툼을 벌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정말 저렇게 멀쩡한 전동킥보드를 길에 내버려둬도 되는 걸까? 나는 아무래도 라떼는 말이야의 라떼 시절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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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정 선생 제 84주기 추모제 순서에 있는, 김유정 선생 약전 소개 일이 뜻하지 않게 내게 맡겨졌다.‘뜻하지 않게라고 표현한 건, 문화예술계의 원로인 최지순 님께서 행사 전 자리에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자네 선친께서 1968년에 김유정 문인비를 세울 때 공이 크셨고 그 때문에 김유정을 기리는 추모제가 생겨난 거라 봐도 과언이 아니네. 그러니 이번 추모제 때  자네가 약전 소개 일을 맡는 게 의미가 있을 듯싶네.”

교직을 퇴직한 뒤로 웬만해서는 남들 앞에 서기를 마다하며 살아온 나였지만, 원로의 말씀은 사양하기 어려웠다.

 

공지천 옆 조각공원에서 마침내 추모제 행사(2021.3.29.)가 시작되고 얼마 안 돼 김유정 선생 약전 소개 차례가 왔다. 화창한 봄 날씨 속에 나는 약전 소개문을 들고 내빈들 앞에 나가 섰다.

소개문을 읽어나가는데 그 이상한 감회.

내가 읽는 게 아니라 선친이 살아생전에 읽는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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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연말이다. 내가 춘천문협의 송년회장에서 우안 최영식을 처음 만난 것은.

만나기는 그 때가 처음이었지만 알기는 오래 전부터였다. 그의 눈이 소 눈을 닮아서 사람들이 우안(牛眼)이란 호를 붙였다는 것, 한국화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이룬 춘천 화가라는 것, 생활한복을 즐겨 입는다는 것, 근년에는 소나무 그림에 천착하고 있다는 것 등을 언론매체나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몇 년 전에 산막골에서 정재식 금속공예가를 만났을 때는 '우안이 저 아래 폐교에서 살다가 얼마 전에 시내로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고, 어디 그뿐인가, 선배소설가 이도행 씨한테서한 때 산막골의 폐교에서 우안과 같이 지냈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2019년 연말의 춘천문협 송년회장에서 처음 우안을 만나면서 나는 그의 주소를 묻고는 며칠 후 내 두 번째 작품집 ‘K의 고개를 우편으로 보냈다. 화가인 그가 뜻밖에 글도 잘 쓰는 사람임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책을 선사받으면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게 예의다.

그런데 그는 꿩 잡아먹은 것처럼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래서 내게 오해가 생겼다. ‘우안이 그림은 잘 그릴지 몰라도 예의는 없는 사람이구먼!’

 

오늘(2021.3.31.) 그 우안을 만나게 되면서 오해가 순식간에 풀렸다. 그가 내게 말했다.

"제가 청각에 장애가 있어서 책 받은 고마움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차일피일 미루다가 

하면서 ‘K의 고개를 읽은 독후감까지 말해줬다. 순식간에 오해가 풀렸다. 우리는 악수를 두 번씩이나 하며 환하게 웃었다.

 

우안과 나는 625동란 중 태어난 사람들이다. 앞으로 틈나는 대로 만나서 얘기 나눌 것이다.

 

 

우안 최영식 - 선암사 와송과 선암매

 

우안 최영식 -  도산 매송도

 

우안 최영식 -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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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버들 한 그루가 우리 내외도 모르게 슬그머니 농장 입구에 자리 잡고서 꽃들을 화사하게 피우더니  진달래들까지 농장을 에워싸고 예쁜 꽃들을 피우려 한다.

나무시장에 가서 돈 주고 사다가 심은 철쭉들보다 먼저 개화를 서두르는 진달래들. 그녀들 또한 호랑버들처럼 우리 내외 모르게 농장에 자리 잡았으니 야생의 자생(自生)은 놀랍기만 하다.

 

산속에서 밭농사 짓다가 반가운 일은, 산의 진달래들이 알게 모르게 밭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서 꽃 피우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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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참나무?’란 제목의 글을 써서 페북에 올렸었다. 물음표를 단 건 나무 수종(樹種)을 확신 못해서였다. 그런데 지인인 ‘Lee Kangnyeon’ 님이 내게 그 나무를 근접 촬영한 사진을 보내달라하기에 그리했더니 이틀쯤 지나 정확한 수종을 일러주었다. 갈참나무가 아니라 호랑버들이라고.

정명(正名)이 서자 물음표가 떨어졌다.

 

순간 고구려 2대 왕인 유리왕의 전설이 떠올랐다. 이런 전설이다.

유리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 주몽이 동부여를 떠났기 때문에 유리는 아버지 없이 자랐다. 성장한 후 아버지 주몽이 남긴 징표인 부러진 칼을 일곱 모 난 주춧돌과 소나무 기둥 사이에서 찾아냈고, BC 19 4월 고구려를 세워 동명왕이 된 주몽을 찾아가 이 부러진 칼로 아들임을 인정받고 태자에 올랐다. 그 해 9월 동명왕이 죽자 왕위에 올랐으니 2대 유리왕이다.”

농장 입구에서 저절로 큰 나무가 호랑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떠오른 전설치고는 너무 거창한가?

 

 

https://blog.naver.com/ilovehills/222285868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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