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는 가시들로 무장한 탓에 매우 조심스럽다. 밤송이 따다가 잘못되어 실명(失明)했다는 얘기가 괜한 게 아니다.

 

오늘 농장에 갔다가 밤나무에서 밤송이들을 땄다. 고슴도치처럼 가시들로 무장한 놈들이라, 곡괭이로 나뭇가지를 걸어 당겨 내려놓고 땄다. 문제는 딴 밤송이들에서 알밤을 빼내는 일이다. 손에 장갑을 끼고 해봤지만 밤송이 가시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사정없이 찔린다. 하는 수 없이 등산화를 신은 발로 밤송이를 밟아가며 알밤을 빼냈다.

 

그런데발로 밤송이를 밟아가며 알밤을 빼내는 내 동작이 왠지 낯익게 느껴졌다.

TV에서 본 한 장면이 떠올랐다. 높은 나무에 오른 오랑우탄이발에 해당되는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던 장면이었다. 우리 인류도 아득한 옛날에 오랑우탄과 별 다를 게 없었다. ‘발에 해당되는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기도 했다. 그러다가 직립보행하게 되면서 발에 해당되는 손이 서서히 지금의 발로 퇴화한 것이다.

 

나는 오늘, 오랜만에발에 해당되는 손을 한 번 써 보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 해수욕을 하다가 발에 밟힌 바지락조개들을 발가락들을 조몰락거려 잡아내던 일까지 그 감각까지 선하게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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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어 영월에 다녀왔다. 여기 춘천에서 영월까지는 300 리 길. 이제는 도로가 좋아져서 한 번 가는 데 1시간 50분밖에 안 걸렸다. 왕복 네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물론 자가용차를 몰았다.

춘천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영월에 정오 직전에 도착해서 충분히 일을 보고는 오후 3시경에 다시 영월을 출발오후 5시가 되기도 전에 춘천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훤한 낮에 600리 길을 별 일 없이 오가다니 참 놀랍다.

도로가 좋아진 때문이다. 춘천제천 간은 고속도로였고 제천영월 간은 국도였지만 사실상 준 고속도로라 불러도 좋을 만큼 시원하게 닦인 국도였다.

 

31년 전인 1989년에도 나는 영월춘천 간을 자가용차를 몰고 하루 만에 오간 적이 있었다. 그 때는 고속도로가 없어 국도로만 다녔는데구불구불한데다가, 좁은 2차선인 데다가, 번잡한 도심(원주시와 제천시)까지 경유하느라고 정말 운전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가는 데 3시간밖에 안 걸렸던 것이다.

고백컨대 위험한 과속을 일삼았던 거다. 과속뿐인가 수시로 앞차를 추월하고 급정거하고 그러면서 이뤄낸, 부끄러운 기록이었다. 지금보다 차가 많지 않은 시절인데다가 결정적으로는 운이 좋았다. 하늘이 나를 도왔다.

차 사고로 인생이 잘못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 때 그런 일이 벌어졌더라면 젊은 내 목숨도 그렇지만 아무 죄 없는 처자한테까지 한()과 고생을 남길 뻔했다.

 

다시 한 번 젊은 시절 과속운전을 일삼던 짓을 가슴 깊이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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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1999페이스북에 올린 '꽈리밭' 사진이1년 만인 202099일 다시 보기 기능으로 올라왔다. 순간 소스라쳤는데, 그 두 달 뒤 고인이 된 최종남 선배의 댓글도 다시 보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 페이스북에서는 산 자와 고인이 함께 어우러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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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말했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풀이하자면 자연은 조금도 너그럽지 않다는 뜻이다. ‘코로나 사태로 그러잖아도 힘든데 태풍까지 잇달아 불어치는 바람에 고통이 가중된 지역의 주민들을 보면 실감나는, 노자의 말이다. 제발 태풍을 멈춰달라고 기도한들 하늘(자연)이 들은 척이나 했겠는가

 

실존주의 소설가 까뮈가 지은 소설 페스트도시에 역병이 창궐하면서 이에 대처하는 사람들을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보여주는데신앙의 힘으로 대처하는 모습과 과학(의학)의 힘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까뮈는 후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역병이라는 재해는 결코 신앙의 힘으로 누그러워질 수 있는 게 아님을 역설했다.

 

현대 프랑스 실존주의 소설가 까뮈와 수천 년 전 중국의 노자는 전혀 무관한 사이. 하지만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방법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저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사람의 모든 힘을 다 기울이는 수밖에.



사진= https://www.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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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일이지만, 부모가 제대로 보살피지도 못했는데 자식들이 잘 자라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농장의 몇 그루 밤나무가 풍작을 예고하고 있었다. 아내와 내가 긴 장마에 농장을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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