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집 ‘K의 고개’(2018년 발간)에 수록된 작품 7편마다 삽화를 넣었다. 서현종 화백의 귀한 그림들 중에서 작품 내용에 맞게 7점을 받아 삽화로 활용한 것이다.
매 작품 작가로서 친 자식 같은 정을 갖고 있는데 그 중 ‘이발 유정’에 대한 정은 남다르다.
사양길에 들어선 재래식 이발관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느라 작가로서 심혈을 기울였으며 삽화 그림 선정에도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어느 뒷골목 동네 풍경’을 담은 삽화가 선정된 것이다.
정확히는 서현종 화백이 이메일로 보내 준 ‘어느 뒷골목 동네 풍경’ image이다. 내가 컴퓨터에 능하지 못해 아내가 나서서 그 image를 출판사에 다시 메일로 보내는 고생을 감수했다.
참 놀라운 세상이다. 저 70년대만 해도 책에 그림을 실으려면 반드시 원본 그림을 출판사에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원본 소지와는 상관없이 image를 메일로 보내면 되는 세상!
얼마 전 최돈선 선배님의 미소 짓는 그림을 내 블로그에 실은 적이 있다. 그 때도 서 화백의 image를 활용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서 화백이 원본을 최 선배님께 전하는 과정에서… 전달을 맡은 이의 실수로 그 원본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원본 없이 image가 살아남은 채 서 화백 블로그에서 내 블로그로 옮겨진 것이다. 원본은 없는데 image는 존재하는 기막힌 세상.
그렇기에 이번에 서현종 화백한테서 ‘이발 유정’ 그림 원본을 선사받은 것은, 여러 모로 뜻 깊고 감사하다.
작품 ‘이발 유정’에서 노인네(이발사)가 근근이 꾸려나가는 이발관 모습이 나온다. 그 이발관을 무시하듯 동네 사람들이 제멋대로 이발관 입구에 주차하는 짓을 감행한다.
바로 그러한 행태가 벌어질법한, 좁은 골목에 제멋대로 주차한 원본 그림이다.
아내가 원본 그림을 보자마자 감탄했다.
“그림 참 곱네!”
흑백 삽화로 책에 실렸는데 이제 유채색 원본을 보니 감탄을 금하지 못하는 것이다. 단순한 유채색이 아니다. 무채색처럼 착각을 일으키는 잔잔한 색칠이다.
볼수록 잔잔한 감흥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