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같은 종류의 꽃들은 자기네끼리 속삭인다. 소리 없이 속삭인다. 살며시 다녀간 나비와 벌과 산들바람에 대한 의견들을 속삭인다. 사납게 휘몰아치고 간 소나기조차 추억이 되어 그 또한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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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일하다가 농막 안으로 들어와 쉬었다. 농막은 5평 넓이 컨테이너. 하나뿐인 문에는 방충망이 달려있다.

문득 문밖으로 햇빛의 홍수(洪水)를 목격했다. 햇빛은 입자라기보다 파동이었다. 물결치고 있는 듯 느껴졌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방충망이 벌레들은 물론 햇빛까지 차단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방충망 너머 범람하는 5월의 마지막 풍광을 사진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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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무지개는빨주노초파남보7색이 아니다. 빨강에서 시작되어 보라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색들의 연속이다. 무수한 색들을 일일이 언급하기 뭣해 대표적인 색 7색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 바람에 무한한 색들의 연속이 끊기고 말았다. 이를 언어의 불연속성이라 했다.

춘심산촌 농장이 봄에서 여름으로 슬그머니 넘어가고 있었다. 애당초 계절의 불연속성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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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즉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

그렇다 해도 햇빛 화창한 오늘 춘심산촌의 꽃들은 아름답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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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도 어긋남이 없다. 올 봄도 두릅 순이 어김없이 났다.

 

8년 전이다. 경지 정리 차 포클레인을 동원했을 때 기사가 여기는 맨 돌밭이라서 기계가 상할 것 같습니다.” 하며 물러난 돌투성이 지역에, 아내가 생각다 못해 두릅 묘목들을 사다 심은 것이다.

두릅이라 한들 살아날 수 있을까?’하는 우려를 보기 좋게 불식시키고는 3년 전 봄부터 어김없이 파릇한 순을 보인다. 척박한 돌투성이에서 피워낸 삶인데도 그 연하고 향긋하기가 춘심산촌 작물들 중에서 으뜸이다.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두릅 순. 이 봄도 어김없이 분수(噴水) 솟듯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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