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종 화백은 두문불출 형이다집에서 그림만 그리는 편이다그런 서 화백도 마음 한 편에는 집에서 나와 어디론가 가고 싶은막연한 그리움이 있는 걸까그의 그림 덜컹거리는 그리움’.

그 그리움이 혼자 떠나는 소형차보다는 다른 사람들에 묻혀 떠나갈 수 있는 군중 속 고독의 버스를 선호하는 듯싶다. ‘교동에서 샘밭가는 표지가 버스 앞 창에 달려 있는 걸 보면 굳이 먼 곳이 아니더라도 그리운 어떤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정도의 거리면 되는가 보다.

 

후기서 화백이 페북에 화천 밤거리에 서 있는 자기 사진을 올렸다백 여리는 될 화천에 가 있다니!



서현종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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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 밤에 최삼경 시인이 내게 중후한 책 한 권을 선사했다. 설렁탕이 맛있기로 소문난 감미옥에서다,

강과 사람

책의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무심은 선사받은 책은 독파를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독파하는 방법이 책마다 다르다. 얼마 전로마, 약탈과 패배로 쓴 역사는 시대 순으로 쓰인 책이므로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하지만강과 사람은 여러 필자들의 글을 모아 낸 책이므로자유분방하게 읽어나갔다. 마치 게릴라전처럼 여기저기 눈에 뜨이는 대로 읽어나가는 것이다. 세 번째 글을 읽고 나선 느닷없이 첫 번째 글을 읽는 식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모두 읽게 된다.

지금 현재 반 넘게 읽었다. 숯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이재삼을 인터뷰한, 최삼경 시인의 글부터 읽었다. 역시 맛깔스럽게 썼다. 최 시인이 인터뷰하며 쓴 글들은 그 옛날 뿌리 깊은 나무란 책을 다시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70년대 독서가를 풍미한 뿌리 깊은 나무80년대 들어와 전두환 정권의 제호 변경이라는 무지막지한 지시에 하는 수 없이샘이 깊은 물로 바뀌어 나오다가 결국은 사라지고 말았다. 벽지의 학교에서 청춘을 보내던 무심은 그 난데없는 제호 변경에 독서의 맛조차 한동안 잃었었다.

 


강과 사람에서, 어제는하천 복원의 국제적 흐름이란 글을 읽었다. 매티어스 콘돌트 G란 미국의 모 대학교수가 쓴 글이다. 읽어나가다가 아주 좋은 구절을 발견했다.

대규모 준설이 주요 요소인 어떤 사업을복원이라 부르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에서 완전히 어긋난다. 진짜 하천 복원은 복원 일의 대부분을 강이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두면서 자연적 과정들과 서식처들을 복원하는 것을 함축한다.(158페이지 중)”

무심은 이 구절에서 도를 도라고 하면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는 노자의 말을 떠올렸다. 그렇다. 도는 감히 논하거나 손댈 수 없는 것이다.



자연을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

강을 함부로 손대서는 안 된다. 함부로 손대는 바람에 벌어진 참화를 ‘4대강 사업이 벌어진 뒤목격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물 흐르는 것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도 떠올랐다. 서양의 지혜와 동양의 지혜는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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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감은 고독해 보이지 않는 상대방이 있을 때 느껴지는 비교감정이 아닐까?

 

화성 탐사로봇 오퍼튜니티가 지난해 2월 작동을 멈추기 전 보내왔다는 화성 풍경 사진. 이 이상 황량할 수가 있을까. ‘고독감조차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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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의 고려 시대 적 이름이 임영(臨瀛)이라는 사실을 안 뒤 궁금증이 생겼다. 에서 삼수변을 뺀 이 도대체 뭔가? 하는 궁금증이다. 획만 해도 20획이나 된다. 간단치 않은 글자다.

옥편에서 찾아봤다. ‘진나라 성() 이라 풀이돼 있었다. 다름 아닌 천하(중국)를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의 성()이었다.

 

한 편 영()은 한자의 구성 원리 중 형성(形聲)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진시황의 성인 영()을 소리로 하고 물의 뜻을 가진 삼수변()을 더해 만들어진 글자였다.

형성에서 한 쪽은 소리를 담당하지만 그렇다고 과 전혀 무관하지도 않다. () 즉 진시황은 당시 드넓은 천하를 소유했다. 강릉 앞에서 출렁이는 드넓은 동해바다를 영()이라 표현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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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그 여자네 국숫집’에는 60편 가까운 시들이 수록돼 있다.

나는 시집을 증정 받은 그 이튿날 아침 거실 소파에 앉아 두 시간여 만에 수록된 시들을 다 맛봤다. 시들이 맛있었다. 부담 없이 읽혔다. 그래서 페이스 북에서 장은숙 시인을 찾아 우선 간단히 몇 줄 소감을 남겼다. 다음은 소감 중 일부이다.

“… 쉽게 읽히면서 삶의 그 무엇을 뒤돌아보거나 깨닫게 하는 시들이었습니다. 현대시의 강점이자 난점인 난해성 문제를 단번에 극복한 시들이어서, 좋았습니다. … 작품 ‘그 여자네 국숫집’이 압권이었습니다. 시집의 제목으로 삼을 만했습니다.”


국수.

그만큼 편하고 대중적이고‘발음까지 입에 잘 붙는’ 음식이 있을까? ‘국’의 ㅜ, ‘수’의 ㅜ 로써 모음 ㅜ의 이어지는 발음만으로도 친숙하다. 그래서일까, 경조사 현장에서 가장 잘 쓰이는 음식이 국수다.

장 시인의 대표작 ‘그 여자네 국숫집’의 첫 행이 ‘간판은 없다’이다.

우리는 이 한 마디로 헐하게 음식을 파는 식당임을 눈치 챌 수 있을뿐더러‘식당 주인의 열린 마음’ 또한 직감할 수 있다. 한 편으로는 굳이 간판을 달지 않아도 손님들이 찾아오는, 국수를 맛있게 끓여내는 맛집임도 알 수 있다. 나아가서는 삶을 여유 있게 가꿔나가자는 시인의 어조까지 깨달을 수 있다.

내가 대표작으로 꼽는 이 시에는 ‘지나가는 말처럼 했으되 예리함을 잃지 않은 표현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겨울에는 눈발이 고봉으로 쌓이는 집’이란 표현에서, 실제로 눈발이 높이 쌓이는 지붕 낮은 식당의 이미지와 함께 그만큼 푸근하게 국수를 손님한테 대접한다는 암시까지 나는 받았다.

‘비법의 육수도 없다’와 ‘날씨 따라 계절 따라 간이 흔들리기도 하겠다’란 표현에서는 요즈음 TV에서 경쟁적으로 다루는 먹방 속 맛집과는 다른 차원의 맛을 깨닫게 했다. 즉 인정(人情)의 맛이다. 특별한 육수라거나 정해진 간… 은 인위적일 수밖에 없다. 결코 인위가 아닌 넉넉한 마음으로 공급하는 국수임을 화자는 말한다.

‘마음이 마른 면같이 부숴지는 날은 / 주인장 노을 보러 갑니다 써 붙이고/ 저녁 장사 접는 날도 있다.’이란 구절에서는 그 선한 저녁노을이 내 눈앞에 떠오르며 삶이 이윤(利潤)이 아닌 노을 보기 같은 여유에 있음을 깨닫게 했다. 나는 이 구절이 이 작품의 절정이라는 생각이다. 교과서적인 수사법의 활용으로 본다면 직유 (마음이 마른 면같이 부숴지는 날)는 물론 은유 및 상징(노을 보러 갑니다: 삶의 여유 )이 다 쓰인 구절이면서 주는 감흥이 대단하다. 어디 누가 ‘마음’을 국수의 ‘마른 면’에 빗댈 생각을 했을까.

고(故) 김동명 시인의 시‘내 마음’에서 마음을 정감 어린 사물들(호수, 촛불, 나그네, 낙엽 )에 빗대던 경우와 비교해본다면 장 시인의 비유법 활용은 놀랍다.

이 비교되는, 은유의 사용을 정리해 봤다.

............................................................

김동명의 ‘내 마음’

마음 = 호수, 촛불, 나그네, 낙엽 ( 고요하며 외롭다)

장은숙의 ‘그 여자네 국숫집’

마음 = 국수의 마른 면 (음식의 재료로써 잘 부숴진다)

............................................................

삶에 대한 장 시인의 건강한 어조는 작품 곳곳에서 눈에 뜨인다.

작품 ‘전기포트’에서 ‘그 사이 우리는 어느 열선이 끊겨’라는 구절은 애정이 예전만 못하게 된 부부사이를 갈파하면서도 동시에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한다. 전기포트라는 사물과 부부간의 애정을 이렇듯 비유로써 이을 줄이야 그 누가 알았으랴.

 

‘초등 입학 첫날/ 아들과 책가방을 같이 학교에 보냈는데/아들만 집으로 돌아왔다/ 조심스레 책가방의 행방을 묻는 말에/의기양양하게 글쎄! 한다’라고 시작되는 작품‘짱돌’.

대개의 어머니라면 책가방을 입학 첫 날 잃고 귀가한 아이를 단단히 야단쳤을 게다. 다시는 그런 방심과 실수가 없도록.

하지만 이 작품에서 화자는 그러는 대신 화통한 마음을 드러낸다.

‘앞으로 어깨를 무던히 짓누를 책가방을 향해 /선빵을 날리고 돌아온 아들// 그래 지지 마라!’

이 얼마나 화통한 학부모인가.

 

장은숙 시인의 첫 시집 ‘그 여자네 국숫집’에는 그 외에도, 가슴 저린 사연을 읊은 작품들도 여럿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만 언급한다. 장 시인의 문운을 빈다.

 

 

<덧붙임>

11월 27일 저녁에 8호 광장 가까운 어느 설렁탕집에서 장은숙 시인을 처음 만났다. 장 시인을 보자마자 내가 물었다.

“국숫집을 합니까?”

장 시인이 고개 저으며 웃었다. 나는 농담이 아니라 시인이 정말 국숫집을 운영하며 그 시를 쓴 줄 알았다.

 

그 날 그 설렁탕집에서 여러 젊은 예술가들을 만났다. 서현종 화백, 조현정 시인, 장은숙 시인, 류기택 시인. 만남이 파할 무렵에 다른 일로 늦게 나타난 최삼경 시인까지.

그 날의 만남은 유쾌했다. 뜻 깊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날의 만남을 글로 써 보고 싶다.

 

*그 날 시집 ‘짱돌’을 선사한, 유쾌한 미소의 류기택 시인.‘짱돌’에 수록된 시들에 대해서도 나중에 그 소감을 써서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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