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화백을 처음 만난 건 지난가을 어느 날 밤이다. 8호 광장에서 만났다. 얼굴을 잘 모르므로 우리는 휴대폰으로 서로 통화하면서 만난 것이다. 이랬다.

서 화백. 내가 지금 8호 광장에 왔는데어디 있어요?”

선생님. 지금 서 계신 데가 무슨 건물 앞입니까?”

예전에 프랑스제과인가 하는 빵집이 있던 건물 같은데.”

가만 있자. 선생님. 거기서 건너편을 똑바로 보면 무슨 건물이 보입니까?”

예전에 강원은행 지점 건물 같은데 지금은 무슨 신협건물이 됐던가?”

   

 

그 날 밤의 어둑한 8호 광장은 서 화백과 나 사이의 오랜 인연이 확인되는 장면을 상징화한 것 같다. 자동차 전조등들 불빛만 해도 눈부신 광장인데 이상하게 어둑하게 느껴지던 것은 ‘30여 년 긴 세월 동안 소식이 두절된 모습이 아닐까 싶다.

 

30여 년 전 서 화백과 나는 春川高에서 사제지간이었다. 서 현종 학생이 내게 국어수업을 받았다. 그 날 밤 8호 광장에서 우리가 만나게 된 것은 그런 인연의 확인이었다.

그 두어 달 후 나는 두 번째 작품집 ‘K의 고개를 내면서 서 화백의 그림들을 삽화로 쓰는 기쁨을 맛봤다.

 

서 현종 화백.

그가 여는 이번 개인전에 나는 가 볼 것이다. 30여 년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 

https://blog.naver.com/zigum02/221521599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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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19-04-2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인연입니다. 부럽습니다. ^ ^

무심이병욱 2019-04-29 22:32   좋아요 1 | URL
제자 서 현종 화백은 30여 년 전 ‘국어를 아주 재미나게 잘 가르치던 선생님‘으로서 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정작 저 자신은 그리 열심히 가르치지 못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뒤늦게 ‘아! 나도 한 때는 열정이 있는 국어교사였나 보다‘하는 자긍심을 갖기도 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