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화백을 처음 만난 건 지난가을 어느 날 밤이다. 8호 광장에서 만났다. 얼굴을 잘 모르므로 우리는 휴대폰으로 서로 통화하면서 만난 것이다. 이랬다.
“서 화백. 내가 지금 8호 광장에 왔는데… 어디 있어요?”
“선생님. 지금 서 계신 데가 무슨 건물 앞입니까?”
“예전에 프랑스제과인가 하는 빵집이 있던 건물 같은데.”
“가만 있자. 선생님. 거기서 건너편을 똑바로 보면 무슨 건물이 보입니까?”
“예전에 강원은행 지점 건물 같은데 지금은 무슨 신협건물이 됐던가?”
그 날 밤의 어둑한 8호 광장은 서 화백과 나 사이의 오랜 인연이 확인되는 장면을 상징화한 것 같다. 자동차 전조등들 불빛만 해도 눈부신 광장인데 이상하게 어둑하게 느껴지던 것은 ‘30여 년 긴 세월 동안 소식이 두절된 모습’이 아닐까 싶다.
30여 년 전 서 화백과 나는 春川高에서 사제지간이었다. 서 현종 학생이 내게 국어수업을 받았다. 그 날 밤 8호 광장에서 우리가 만나게 된 것은 그런 인연의 확인이었다.
그 두어 달 후 나는 두 번째 작품집 ‘K의 고개’를 내면서 서 화백의 그림들을 삽화로 쓰는 기쁨을 맛봤다.
서 현종 화백.
그가 여는 이번 개인전에 나는 가 볼 것이다. 30여 년 인연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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