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沙漠이 자고 나온 용문객잔에 나그네 들다. 보따리 생각 맡겨 놓고 마시는 외로움 그 독한 술. 客愁 일으키다가 쓰러지다. 日常의 뼈 발라낸 주방장, 言語들을 삶는다. 들이닥친 포졸들, 여주인 마음잡지 못해 흩날린다. 背景 삼아 빌린 바람 밤새 분다. 虛僞의 칼부림 피비린내 가득한 記憶. 잘생긴 뜻 하나 살아남아 여주인 情慾 촛불로 나부끼다. 벗은 속곳 새벽하늘 분홍빛 感性. 여전하게 뒤척이는 雜念. 다시 식칼 잡은 주방장. 검붉은 피 뿌리며 햇살 모가지들 사방에 나뒹굴다. 여주인 남은 숨결로 불타오르는 용문객잔. 사막은 넋을 잃어 하얗게 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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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는

강가 자갈들은 늙지도 죽지도 않는

박제(剝製) 천벌을 받았다

흘러가버리는

강물을

축하하는 까닭이다

 

덧없는 인생이어서

다행이었다

 

강물이 흐르며 빚어지는 무수한

무늬들

그 중 몇 점이라도 사랑하며

함께 흐르는 게

사는 즐거움이다

 

봄날

강가에서

화창한 冥想 한 점

물결 위에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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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잠자리 베개 맡엔 Miconos 항구의 그림이

언제나 열려 있다.

 

술 취한 밤이면 Miconos

붉은 반란을 내다보고

술 깬 아침이면 滿船을 펼치는 갈매기들……

 

나의 갈매기들이여

너희는 얼마큼 나는가

태양이 빠진 Miconos 바다 위로

얼마나 날아가는가.

    

 

         2

 

주민등록증을 받고 돌아오는 저녁

이마 위로 떨어진 갈매기 한 마리

 

돌아올 수 없는 나의 船舶을 통지해 주었다

 

아아

빗장을 걸고 얼굴을 잡으려 했으나

거울엔 鍍金만이 있을 뿐 아무 것도 없었다

 

없었다

 

재발급 받은 것은 기억이었다 빗장 걸린 현주소

구겨진 항구, 本籍이여

 

닷새를 술에 적신 날

나는 Miconos 항구로 기어나갔다

 

캄캄한 밤이

碇泊해 있었다

 

*작가의 말

 

 

 이 시는 대학 4학년 때인 19736월경에 썼다.   

 

문학회 회원들 중 시를 쓰는 후배들이, 춘천 시내 한복판에 있는남강이란 지하 다방에서 시화전을 계획했는데 그 때 내게 형님, 시 한 편만 써 봐요.’부탁하여…… 밤새워 나온 작품이다. 소설 숨죽이는 갈대밭이나 승냥이처럼 하룻밤에 쓰인 것이다. 지금은 체력이 달려 엄두조차 못 내지만 대학시절만 해도 그런 일이 가능했다.

이 시를 쓸 때 내 방 한 쪽 벽에 붙어있는 그리스 Miconos 의 사진을 보며 시작(始作)했다. ‘아아같은 탄식이 등장하는 등 어설픈 면모가 역력하지만 당시의 쓸쓸하고 참담한 심정이 나름대로 잘 표현됐다고 믿고 싶다.

 

시화전 첫날 국어과유병석교수님도 다녀갔다. 그분은 문학 평론가였는데 다방 벽에 걸린 시들을 쭉 보다가 걸음을 멈추더니 한 마디 했다.

이 시가 제일 좋다.”

바로 내 시‘Miconos 이었다. 사실 그분은 개인적으로는 나를 그다지 좋게 보지 않았다. 강의를 성실하게 듣는 모범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나 버릇없는 학생이었는지 그분이 있는 회식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다.

여하튼 (나한테) 학점 안 좋게 주는 교수들은 각오해야 할 거야. 그냥 두지 않을 테니까!”

술기운을 빌려 한 말이었지만 얼마나 버릇없는 학생이었을까. 그런데 그분 역시 만만치 않았다. 떠들썩한 술자리니 못 들은 척 넘어갈 수도 있었건만 이렇게 답했다.

그래? 그것도 참! 조심해야겠네.(쓴웃음)”

내 젊은 시절의 만용에 대해 후회가 많다. 유병석 교수님에 대한 얘기만으로도, 나는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쓸 것이다. 물론 그분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

43년 만에, 먼지 덮인 박스 안에서 이 시 ‘Miconos 을 찾아내곤 지금 관점에서는 미흡해 보이지만 여하튼 햇빛을 받게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Miconos 항은 세계적인 관광국(觀光國) 그리스의 아름다운 항구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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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주차한

고양이

스며들다

엔진 음()으로 그렁거리다

골목 어둠에 보태지다

미등록 생명으로

숨죽이다

단내나는 차바퀴

따스하나 불안한 휴식

찬비가 내렸다

나는 비 맞으며 밤거리를 쏘다닐

나이가 지났다

우산을 썼다

골목을 지나

오래도록 못 본 후배를 찾고 있었다

고양이가 지켜봤다

지명수배된

후배가

어둠 속에서

살펴볼지 몰랐다

우산을 써도

비에 젖는 느낌에

골목을 벗어나려 했다

어둠은 분명했으나

고양이가 끝까지 남을지

불확실했다

후배가 지명수배 되었으므로

나는 편하게 우산을 쓰고 돌아다닌다는

이상한 생각이 뒤따랐다

돌아보았다

어두운 골목이 웅크리고 있었다

우산 손잡이를 힘껏 쥐었다

세상 끝에 매달린 것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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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말 타고 찾아온 셰인, 나는 주근깨 소년이 되어 가슴 졸인다. 셰인은 악당들 마음까지 處置하고 갔지만 나는 畵面 밖에 남아 있어 問題. 혹시 셰인이 겨냥했던 건 未練이 아니었을까. 여전히 未解決로 서성이는 세상사. 총은 正確했지만 자신을 쏘았는지 모른다.

 

어느 새 나는 주근깨 노인이 되었다. 셰인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靑春이 말 타고 사라진 일요일 오후, 사살된 세월 彈皮 희망. 낡은 字幕 너머 기다릴 때 다가온 豫感. 열리자 헤이!”하며 등 뒤까지 관통하는 싸늘한 日沒.

 

 

 

*세인: 1953년도 제작된 정통 서부극 제목이다. 셰인이라는 나그네가 한 마을에 나타나 악당들을 결투로써 해치우고서 떠나간다는 스토리이다. 이 때 그를 따르는 죠이(주근깨 소년)가 숨어서, 술집에서의 마지막 결투 장면을 지켜보는 부분이 있다. 몇 년에 한 번씩 주말 명화로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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