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원 화백을 12월 14일, 모 행사장에서 만났다.
전 화백과 나는 춘고 42기 동창이다. 학창시절, 예비고사를 치른 날 저녁에 자취하는 친구 단칸방에서 만나 밤새 소주를 마신 적 있다. 지긋지긋한 시험을 마쳤다는 해방감에서다.
그 때가 1969년 12월초였으니… 모 행사장에서 만난 이 날은 정확히 반세기만이다!
작년의 일이다. 나는, 전 화백이 영광의‘원로예술인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에 어리둥절했다.
“아니 다른 상도 아닌, 원로예술인상이라니?”
하지만 뒤늦게 깨달았다. 우리가 어느 새 70세를 코앞에 둔 원로라는 것을 잊고서 한창 젊은 나이로 착각했다는 사실을. 이런 착각을 나는 수시로 한다. 얼마 전에는‘모처럼, 춘천 지역의 젊은 화가 및 시인들을 만나 즐거운 저녁 식사를 했다’고 SNS에 글을 써 올린 적이 있는데 나중에 깨달은 사실은, 내가 보기에 젊은 분들이지 남이 보기에는 50세에서 60세에 이르는 나이 많은 분들이었다는 것이다.
12월 14일, 모처럼 만난 전태원 화백이 내게 말했다.
“병욱아. 학창시절에는 미술하거나 문학하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는데 이제는 너와 나, 단 둘이 남았구나.”
“그러게 말이다.”
내 이름을 편하게 불러주는 예술 하는 친구가 같은 춘천에 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세월의 덧없었음을 쉽게 이겨나갈 것 같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