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 있는 음악카페라, 나는 길에서 그대로 문을  들어섰다. 바짝 마른 사내가 음악 속에 있었다. 세상에, 음악소리 못지않게 강렬한 실내 색채라니! 천장, 바닥 , 벽까지 초록색과 주황색이 주조를 이뤘는데 의외로 어지럽지는 않았다. 그 까닭이 뭘까? 나는 야수파(野獸派) 그림 속에 들어서서 재즈를 듣는 낯선 경험부터 하였다.

사내가 잠시 머뭇하다가 나를 알아보았다. 사실 우리는 처음 만난다. 내가 페북 친구인 정재식 씨한테 ‘최대식’이란 이름의 동기동창이 춘천에서 음악카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시작이다. 음악처럼 쉽게 마음을 달래주는 예술이 어디 있던가. 더구나 그 옛날(70년대)처럼 DJ가 손님이 청하는 음악을 틀어주기까지 한다니. 나는 불현 듯 밀려오는 70년대 음악다방의 향수에, 용기 내어 최대식이란 이름의 DJ 사내한테 먼저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 화양연화 음악카페에 가보고 싶은데 위치가 어떻게 됩니까?”

“석사동 행정복지센터 아십니까?”

“네, 그 자리에 건물을 새로 짓고 있는 동사무소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 건물과 농협 사이로 5분 거리에 화양연화 카페가 있습니다.”

“몇 시까지 하나요?”

“원래는 밤 10시까지인데 요즈음 전염병 때문에 손님들이 많지 않아 9시까지로 줄였지요.”

“그럼, 제가 밤 7시부터 8시 사이에 찾아가겠습니다.”

그런 사전 통화가 있은 뒤 얼마 후 집을 나선 것이다. (계속)


참조1. 정재식: 교통 오지인 북산면 삼막골에서 살다가 얼마 전 비교적 교통 좋은 고탄으로 이사한 금속공예가. 이사하면서 반려견의 집까지 새로 지어 사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멍첨지가 안락한 새 개집 속에 누워 밖을 내다보는 흐뭇한 표정(?)이라니! 한 편 작년에 ‘삼막골 사내 정재식’이란 제목의 연재수필을 페이스북에 게재한 바 있다. (블로그‘무심 이병욱의 문학산책’에도 동시 게재.)

참조2. 야수파: 20세기 초 유럽에 나타난 전위적 경향의 하나로 강렬한 원색과 거친 형태를 특징으로 하는 미술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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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2020-03-0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건강하시죠? 감사의 인사 드리려고요. 선생님 블로그에 서평을 써 주셨더군요. 그것도 8월에. 전 정말(!) 까마득히 몰랐습니다. 진즉에 알았으면 감사의 말씀 드렸을텐데...(저도 선생님 못지 않게 무심합니다 ㅠ ㅠ). 세심한 세가지 평가는 앞으로 글을 쓰는데 많은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국어 선생님이 해주신 평이라 더더욱 의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무심 선생님. 꾸벅.

무심이병욱 2020-03-07 19:18   좋아요 0 | URL
대체로 남자들은 무심한 편입니다. 하하하
저는 찔레꽃 님의 성실한 ‘책 만들기‘에 감명 받은 바 큽니다. 국어선생 못지 않게 맞춤법 문맥 등이 정확해서 감탄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도 성실하게 좋은 책을 계속 내리라 믿습니다. 문운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