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단풍든 백목련을 보고 놀란 게 두 가지다.
첫째, 주택가 비좁은 뒷마당에서 3층 높이까지 자라났다는 것.
둘째, 봄철의 하얀 꽃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것.
농막은 겨울에 쓸 일이 별로 없는 공간이다.춘심산촌에 가을이 깊어지자 농막이 처연한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찾는 이 하나 없이 혼자서 추운 겨울을 날 걸 예감한 걸까?
오늘, 숲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갈색 낙엽들 사이에 붉은색 측량지표가 천연덕스레 함께 있었다. 얼핏 봐서는 서로 어우러진 광경 같지만… 그렇지 않다. 측량지표는 숲 전체를 뒤흔들어버릴 실세(實勢)다. 저런 측량지표가 박히면 머지않아 그 일대에 큰 공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부근의 낙엽들이 오늘 따라 더 덧없어 보인다.
어머니 품에 있으면 그 품을 깨닫지 못한다. 춘천에 살면서 춘천이 봉의산 자락에 있는 도시임을 깨닫지 못했다. 가을 어느 날 호수 건너 언덕에서 바라본 춘천은 ‘봉의산이 어머니 같은 모습으로 그 치맛자락에 품고 있는 도시’였다.
철쭉은 봄철에 아름다운 꽃들이 피는 대표적인 꽃나무다. 그런데 요즘 같은 가을철에는 잎사귀들이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게 단풍들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알리려고 사진을 여러 장 찍었지만 이상하게도 단풍든 아름다움이 제대로 나타나는 사진을 한 장도 얻지 못했다. 어떤 풍경이 피사체(被寫體)가 되면 대개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변하는 게 일반적인데 정말 이해 못할 일이다.
올린‘단풍든 철쭉’사진은 그 중 하나다. 실제의 아름다움에 전혀 못 미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따듯하나 싸늘한 기가 도는 가을 햇빛에, 화려하나 담백함을 잃지 않은 단풍든 철쭉의 아름다움’. 말로써 한 번 읊어봤지만 여전히 표현 불능임을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