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緣石)’이 있다. 보행자를 자동차로부터 보호하고 구분하기 위해 차도에 접해 설치하는데 경계석이라고도 한다.
연석 위로 못된 자동차가 앞바퀴를 걸쳤다가 가 버린 것 같다. 그 차 무게에 연석이 시멘트 보도에서 분리돼 버렸다. 그래서 생겨난 칼날 같은 틈에 오이씨가 들어갔고 파란 싹이 돋더니 이제는 작은 노란 꽃까지 피웠다. 대단한 생명력에 놀라면서 머지않아 달릴 오이 생각에 보는 사람 마음이 애잔하다. 제대로 된 밭이 아닌 시멘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말이다.
(No Sound)
장맛비가 사나흘 오락가락했다. 그 바람에 부부는 농장가는 일을 잠시 쉬었다. 오늘 모처럼 비도 그쳐 농장에 갔는데 ㆍㆍㆍ 무섭게 자라난 풀들. 6.25 동란 때 온 산하를 뒤덮었다는 중공군의 인해전술 풍경이 저랬을까. 무심이 예초기를 둘러멨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풀을 깎아야 할지. 결국 풀밭 속에서 길을 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