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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길을 걷다 주민센터에 걸린 시정목표를 보았다.

"춘천, 시민이 주인입니다!"

순간‘춘천’과 ‘시민’사이에 쓰인 쉼표(,)에 매료되었다. 만일 그 쉼표가 쓰이지 않았더라면 이런 문장이었을 게다. “춘천시는 춘천시민이 주인입니다!

즉 지금의 문장보다 네 글자나 더 많은 문장이었을 테니 작은 쉼표 하나가 얼마나 대단한 역할을 했는지! 한 문장을 보다 간략하게 만들면서 살짝 긴장감도 주었으며, 그에 따라 나 같은 무심한 시민이 발길을 멈추고 문장의 뜻을 되새겨보게도 된 것이다. 정말 대단한 쉼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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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칸나가 춘심산촌을 잘 지켜줬다. 입구 주변에서 사람 키만 하게 자란데다가 위협적이도록 아름다운 붉은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꽃도 지고 겨울이 다가와 월동 준비 차 땅에서 캐내자, 무거운데다가 색깔도 거무칙칙한 구근 덩이가 한 아름 나왔다. 겨우 두 포기를 캐냈는데도 구근 덩이가 큰 대야를 가득 채우던 것이다. 캐는 데 걸리는 시간도, 구근이 땅속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어서 한 포기 당 10분 넘게 걸렸다.

힘에 부쳐서 캐기를 중단하고 사진을 찍었다. 칸나가 그 동안 숱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했던 비밀이 드러났다.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 뒤에는 어김없이 엄청난 노력이 숨어 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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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단풍든 백목련을 보고 놀란 게 두 가지다.

첫째, 주택가 비좁은 뒷마당에서 3층 높이까지 자라났다는 것.

둘째, 봄철의 하얀 꽃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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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막은 겨울에 쓸 일이 별로 없는 공간이다.
춘심산촌에 가을이 깊어지자 농막이 처연한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찾는 이 하나 없이 혼자서 추운 겨울을 날 걸 예감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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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숲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갈색 낙엽들 사이에 붉은색 측량지표가 천연덕스레 함께 있었다. 얼핏 봐서는 서로 어우러진 광경 같지만… 그렇지 않다. 측량지표는 숲 전체를 뒤흔들어버릴 실세(實勢). 저런 측량지표가 박히면 머지않아 그 일대에 큰 공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부근의 낙엽들이 오늘 따라 더 덧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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