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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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머리를 깎은지 두달이 좀 안된 것 같은데 머리카락이 내려와 그렇잖아도 가느다란 눈을 가린다.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는 게 귀찮아져 머리를 깎기로 결심을 했다. 서울은 비싸니까 천안에 있는 굴지의 미용실에 갔는데, 천안의 번화가인 터미널 주변에만 분점을 세 개나 거느린 미장원 재벌이다. 이름하여 '리챠드 헤어 샵'


어느 미장원이나 그렇지만 그곳에는 머리를 오래 다듬을 사람들을 위해 책을 비치해 놓고 있었다. 근데 특이하게도 리챠드엔 여성지 말고도 책이 몇 권 있었는데, 30분을 기다려야 한다기에 거기 꽂혀있던 <마시멜로 이야기>를 빼들었다. 대리번역 파문 이후에도 여전히 잘 팔리고, 심지어 2권도 출시가 된 그 책에 대체 무슨 내용이 있는지 궁금했으니까.


거기서 그렇게 30분을 읽고, 머리를 자르고 난 뒤 건너편 교보문고에 가서 20분을 더 쓴 끝에 난 그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다. 분량이 다는 아니지만, 50분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 마음의 거문고를 울리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마시멜로 역시 그랬다. 첫 장면. 억만장자 사장을 기다리며 햄버거를 먹던 기사를 사장이 야단친다.

"니가 그러니까 성공을 못하는 거야!"

사장의 말인즉슨 그날 자신이 기사에게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요리를 사주려고 했다는 거다. "그러니 좀 참지 그랬어? 내가 사려던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데?"

운전기사는 시간 있을 때 밥을 못챙기면 굶을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이 있으면 미리 좀 말해줄 것이지 왜 야단을 친담? 하지만 그 기사는 넉살도 좋았다.

"정말 그러네요. 전 왜 이럴까요?"


책의 나머지 부분은 사장이 운전기사에게 자신의 성공비결을 가르쳐 주는 걸로 채워진다. 그 비결이란 건 별 게 아니다. "눈앞에 있는 마시멜로를 지금 먹지 말고 모았다가 나중에 한번에 먹으라."는 거다. 기사는 사장의 가르침대로 모은 돈을 쓰지 않고 친구도 안만난다. 책의 결말은 기사가 운전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을 향해 떠나는 걸로 끝나는데, 귀담아 들을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돈 많이 버는 게 전부라고 설파하는 이 책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감동을 했다니 놀랄 일이다. 한가지는 확실하다.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사람들은 이번 대선 때 2번을 찍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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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12-2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1권도,2권도 안읽었어요. 저 잘했지요? :)

이네파벨 2007-12-2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촌철살인이시네요^^

Mephistopheles 2007-12-23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39세의 중년이 부동산으로 몇십억 부자가 되었다고 칭송받고 존경받는 사회인데요..^^ 책도 더럽게 많이 팔렸다더군요..ㅋㅋ

미즈행복 2007-12-2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보다 더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는데도 -보릿고개같은건 없잖아요- 더 행복해지지 않는걸 보면 -만족도가 예전보다 높을까요? 상대적 박탈감이니 뭐니 해서 만족도는 낮아진 것 같이 느껴지는데요?- 돈이 중요한게 아닌데 말예요...

마태우스 2008-01-01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시장경제가 민주주의를 삼켜 버려서 소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진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건 경제가 더이상 정치의 통제를 받지 않는데, 사람들이 경제 경제 이러면서 MB를 찍었다는 거예요... 그나저나 새해엔 우리 친하게 지내요
메피님/진짜 너무하죠 이놈의 세상이? 돈이 곧 존경 미덕 이런 게 되버렸으니
이네파벨님/안녕하시어요 오랜만입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다락방님/님은 언제나 훌륭하시잖아요^^

지나가다 2008-01-20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시멜로는 많은 돈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 마시멜로를 먹지 않는 것은 인내. 이것을 돈 운운하며 거기다 MB까지 끌어들여 마시멜로 이야기를 읽고 인내의 소중함을 다시 꺠달은 사람을 명빠로 몰고가는 아전인수격 해석.
글 읽지도 않았으면서 친한 인간이 <이거 나뻐> 라니까 <나 안봤어요 잘했죠?^^> 유유상종인듯.
글 자체도 너무 함축적이어서 왜 저런 말이 나왔을까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안보이는 것이 아쉬움.
 
고종황제 역사 청문회
이태진.김재호 외 9인 지음, 교수신문 기획.엮음 / 푸른역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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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토론이란 건 정말 어렵다. 논리가 맞붙는 장이 아닌 말꼬리 다툼이 되기 십상이고, 결국에는 감정싸움이 되어 토론이 끝나고 나면 원수가 되버린다. <고종황제 역사 청문회>는 토론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을 씻을 수 있는, 예의 바르고 자신의 논리에 충실한 대결이 이루어진 멋진 무대였다. 마주앉아 토론을 하는 대신 '교수신문'에 번갈아가며 글을 싣는 식으로 토론이 이루어진 것도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했으리라.


가끔씩 사회자가 그간의 경과를 정리해 줘 토론의 진척상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자기 주장에 대한 근거가 튼튼해 '고종은 왕의 자질이 없었던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나같은 사람마저도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고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오히려 증폭된 것으로 보아 토론이란 게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기는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나랑 입장이 같은 분들이 토론을 잘했다기보다 내 고정관념이 반대측 사람들의 주장에 귀를 닫게 만든 측면이 더 크다. "강 박사는 여러 가지 부담 때문에 논쟁에 참여해 달라는 요구에 매우 곤혹스러워했다"거나 "서영희 교수는...이태진 교수와의 관계 때문에 논쟁 참여를 여러 차례 마다했지만"이란 대목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토론을 한다는 게 그다지 쉽지는 않구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영희 교수가 쓴 다음 글은 순도 100%의 비아냥으로, 원만한 토론을 방해할 뻔한 대목이었다.

[그런데 이 교수는 성리학의 교의에 더없이 충실한 민국이념을 근대지향이라고 함으로써 우리들의 오랜 상식과 전통을 간단히 일축하고 있다. 상식과 전통은 결국 어느 위대한 지성에 의해 무너지기 마련이다. 나는 이 교수가 그러한 위대한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중인지 매우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97쪽)]

읽고나니 나도 이런 식의 토론을 누군가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는데, '배리 본즈가 위대한 타자인가?'을 주제로 하면 어떨까 싶다.


내 친구 중 아주 젊은 남자애가 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내게 메일을 보냈고, 나와 답장을 주고받는 와중에 친구가 되었다. 내가 알기에 그의 나이는 20대 초반인데, 아직 일면식도 없지만 그는 내게 주옥같은 음악을 수시로 보내주고,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책을 내게 추천해 준다. <고종황제 역사 청문회>를 내게 권한 것도 그 친구인데,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이런 관계가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 시대에 태어나 인터넷의 혜택을 보게 된 걸 행운으로 여기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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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7-12-19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종, 민비를 미화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되더군요.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좋게 볼 건덕지가 없는 인물들인데 말이죠. 차라리 대원군을 재평가하자는 주장에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

스테로이드 마신다고 아무나 OPS 12할대를 찍는 건 아니므로 본즈는 야구선수로써 여전히 위대한 타자지만 명예의 전당에는 입성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미즈행복 2007-12-2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이 있다고 해도 저런 관계가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죠. 다 님의 어진 성품때문이라는!!! ^^

마태우스 2007-12-22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사실 님도 인터넷으로 만나서 이렇게 좋은 관계인 게 아닐까요 님이 제 얼굴을 직접 보셨다면 지금처럼 호형호제하지도 않을 것 같아요....ㅠㅠ
센두님/제가요 젊은 시절에 책을 별로 안읽었답니다 그래서 책 추천하고 선물해주는 거에 늘 감사드린답니다 그래도... 가끔 만나는 20대 젊은이가 그랬다면 좀 기분 나빴을 수도 있겠지요??
스하루님/저도 뭐...그렇게 생각합니다. 대원군이 그렇단 거구요 본즈는 명예의 전당에 갈 것인지 좀 생각해 봐야겠어요. 어려운 문제라서... 야구 전체가 스테로이드로 얼룩져 버렸으니 이거 원 참...

미즈행복 2007-12-28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뵙지는 않았어도 자주 사진 올리시잖아요! BBM 사진을 비롯해서요 ^^
사진을 뵈니 더욱 멋지시더이다!

마태우스 2008-01-01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그리 말씀해주시니 고마워요 제맘 알죠?^^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인터뷰 특강 시리즈 4
진중권.정재승.정태인.하종강.아노아르 후세인.정희진.박노자.고미숙.서해성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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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은 '21세기'으로 시작하는 네 번째 시리즈물이다. 주제가 '교양' '거짓말' '상상력'이라지만 이 시리즈는 주제보다는 스타 강사들의 강연이라는 데 의미가 더 크다. 평소 좋아하던 정희진 선생의 강연부터 찾아 읽었는데, 늘 그렇듯이 정희진 선생의 글은 내게 많은 깨달음을 줬지만,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정태인 선생의 강연이었다.


한미 FTA를 주제로 한 그의 강연은 과거 다른 잡지에서 봤던 그의 인터뷰보다 몇배나 더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찌되는지 가슴이 다 막막해졌는데,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한미 FTA는 "(제약회사) 화이자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바꿔서 우리나라의 환자와 제약회사와 국민 모두를 손해 보게 하는 거예요."

약값이 더 올라가니 불치병 환자들이 손해를 보고, 복제약을 쉽게 못만드니 우리나라 제약회사들도 피해를 본다. 거기에 더해 약값이 올라가니 건강보험료도 올라가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게 지금 노무현 정부가 협상을 하고 있는 FTA다. 게다가 FTA가 체결되면 외국의 민간보험이 들어와 건강보험에서 빠져나가며, 이 현상은 연쇄적으로 계속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예다.

"한 흑인 여성이 손가락이 곪았어요. 그런데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병원에 못가요. 어쩔 수 없이 물 속에 손가락을 담그고 칼로 잘라버립니다."

정태인은 말한다. "여러분이 상위 10퍼센트에 드는 계층이라면 조약 맺자고 예스 하십시오"

지금 FTA에 대한 지지율은 50%를 상회한다. 10%야 이해한다 쳐도, 나머지 40%는 도대체 뭘까. 실로 암담한 현실이다.


다른 분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해 본다. 정재승 선생이 유머까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고, 초등학생의 정규수업에 모의 노사교섭이 들어있다는 독일의 예를 들면서 우리나라가 "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이 가장 취약한 사회"라는 하종강 선생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참고로 하종강 선생은 가족과 이런 약속을 했단다. "일주일에 이틀은 밤 10시까지 들어오는 거였거든요" 몸바쳐 일하는 이런 분이 계시기에 우리 사회가 아직 살만한 곳인가보다. "아무리 나이 어린 사람이라 하더라도 끝까지 존댓말을 씁니다"는 진중권 선생의 태도는 나의 그것과 일치하는지 무지하게 반가웠고, 고미숙 선생의 강연은 박지원-DJ 비서 박지원 말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안겨줬다. 이 시리즈가 또 나오면 어떡하겠냐고? 당연히 사서 읽는다에 한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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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9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법천자문 2007-12-1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상위 10%에 들어가지만 반대합니다.

미즈행복 2007-12-21 11:07   좋아요 0 | URL
상위 10% 에 들어가는 노숙자도 있나여?

바람돌이 2007-12-20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참 괜찮죠? 쉽고 명확하고 반듯하고.... ^^
앞의 시리즈들은 다 봣는데 이번편은 아직 못봤네요. 마태님 덕분에 깜박하고 있던 책 다시 하나더 건집니다.

미즈행복 2007-12-21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 시리즈는 꼭 사야해요. 이번것은 나온줄 몰랐는데 저도 장바구니에 쏘옥!

마태우스 2007-12-2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아... 님의 바구니에 제 마음도 담을께요^^
바람돌이님/앗 제가 그래도 가끔 도움이 되는군요!!!
스하루님/저랑 같군요!! 방가방가.
속삭님/아 그러시군요... 마음이 아프네요. 안그런 줄 알았던 노씨가 적극적으로 FTA를 추진하는데, 당연히 그런 쪽인 줄 알았던 MB가 FTA를 반대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를 빌어 봅시다. 그나저나 마음이 아프네요....
 
김혜리 기자의 영화야 미안해
김혜리 지음 / 강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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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디 워 사태'가 났을 때, 많은 사람들은 영화 평론가의 존재 이유가 뭐가 있냐고 성토를 했었다. 니들이 뭔데 우리가 재밌다는 영화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는 거였다.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져 그네들이 쓰는 영화평이 전문가 뺨치는 시대가 된 건 분명하지만, 여전히 난 영화 평론가들이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보지 못했을 영화를 보면서 "건졌다"고 즐거워한 게 여러번이며, 내가 본 영화를 재발견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준 적도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다.


그 고마운 평론가 중 하나가 바로 김혜리다. "스물 무렵, 영화보다 영화에 관한 글에 먼저 이끌렸습니다"라고 말하는 김혜리를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평론가로 꼽는 이유는 시네21에 연재되는 메신저 토크를 감탄하며 읽어서이기도 하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외국 감독과 인터뷰를 할 때 정곡을 찌르는 예리한 질문들에 혀를 내두른 기억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부수적인 이유로 김혜리는 여자다! 그리고 왠지 미녀일 것 같다!). 그가 <영화야 미안해>라는 책을 냈다. 그래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책에서 소개된 영화 중 내가 본 것은 30%에 불과하다. 책과 달리 영화라는 건 한번 지나가면 다시 보기 힘든 장르인지라 내가 나머지 영화들을 볼 확률은 지극히 낮다. 하지만 꼭 그 영화를 찾아보지 않는다 해도 김혜리의 글은 그 영화들의 엑기스와 더불어 풍부한 상식을 내게 전달해 줘, 읽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었다. 예컨대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내가 연기에 대한 영국배우와 할리우드 배우의 차이점을 어찌 알 수 있었을까?


영화적인 측면을 제외하더라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표현할 줄 아는 단어가 '너무' 뿐이어서 '너무 맛있어'나 '너무너무 맛있어'란 말밖에 못하는 사람들만 질리게 봐온 터라 김혜리의 책에 나온 표현들에 가슴이 시려오기 때문이다. 그가 다코타 패닝에 대해 "이 아이는 눈물 한 방울로 세상에서 제일 큰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때 난 영화에서 본 패닝을 떠올리며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고 그가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깊은 슬픔은 오랫동안 알고 사랑해온 사람이 곁에 분명히 존재하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간다는 사실에 있다. 그 슬픔은 망각의 강을 건너는 자가 아니라 이 편 기슭에 남는 사람의 몫이다"라고 말할 때 난 집에 계시는 할머니를 생각하며 마음 아파한다.

김혜리는 "영화의 밀도와 미덕에 합당한 대접을 하지 못하는 비례를 범하기도 했"다면서 그 영화들에 사과의 마음을 담아서 <영화야 미안해>를 부친다고 했다. 평소 영화를 좋아했다면, 그리고 영화에 빠져서 열시간 정도를 허우적대고픈 마음이 든다면 <영화야 미안해>를 골라보길 권한다. 김혜리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다 읽고 나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혜리씨,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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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2-19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과 다른 영화만의 '맛'이 있지요.


마태우스 2007-12-1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 안녕하세요 제가 복귀하는 데 힘을 주셔서 감사드리옵니다 이 책은 정말 '맛'이 있는 책이랍니다

파란달 2007-12-19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혜리씨가 씨네21에서 인터뷰 기사 쓰실 때 보면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까.. 싶을 정도로 예민하고 반짝이시더군요. 음;; 하지만 네이버에서 기사찾아보려고 "김혜리" 치면 사극에 종종 출연하시는 그분의 사진만;;

마태우스 2007-12-19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달님/그렇죠? 정말 표현력이 예술의 경지입니다. 글구 제가 그분 사진을 안찾아보는 건 혹시 환상이 깨질까봐,랍니다^^

춤추는인생. 2007-12-19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동진 기자말에 의하면 김혜리 기자님댁에 문학사전마저 있다니. 대단할따름이지요.
저도 김혜리가 만난사람. 씨네 21 참 좋아했는데. 요즘 인터뷰는 쉬고있으셔서 아쉬울따름이예요.^^
혜리씨 고마워 저문구. 눈에 거슬려요. 질투나요 마태님.
저만 바라보세요 =3=3=3 ㅎㅎ

다락방 2007-12-19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이런 책이 있었군요. 이 책은 저도 보관함에 담아가겠어요. :)

미즈행복 2007-12-21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 살 것이 생겼닷!!!
이번 달은 적자폭이 크겠어요. 얄미운 님! ^^

마태우스 2008-01-01 0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얄미움도 애정에서 비롯된다고 배리본즈가 말했지요^^
다락방님/고맙습니다 절 믿어주시다니^^
춤인생님/사실 혜리씨 고마워요는 위장이랍니다 제마음 아시죠?^^

유유 2008-01-2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김혜리 기자님 왕팬인데...
어째서 며칠 전까지 책이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을까요? 음.. 여하튼 감사드려요.
참고로 저는 김혜리 기자님글은 씨네21사서 스크랩으로... ㅋㅋㅋ
 

저는 원래 투표를 안할 참이었습니다.

최근 몇년간 저는 정치에 대해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변해 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미녀한테 "선거날 껴서 1박2일로 놀러가자"고 말을 했다가 거절당한 뒤

마땅히 할일도 없으니 투표나 하자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게 바로 허경영 후보의 중앙일보 동영상이었죠.

아이큐 430이란 말부터 저를 기절하게 만든 오링테스트까지,

전 그의 모든 것에 매료되었습니다.

비록 박근혜 후보와 결혼한다는 말을 함으로써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지만요.

 

그 후부터 저는 허경영 후보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허후보가 주로 인터뷰를 한 곳이 딴지일보라서 그런지

사람들 중엔 허 후보를 진지하지 못한, 막말로 하면 정신나간 후보 쯤으로 치부하는 모양이더군요.

세금고지서는 구경도 못하게 하겠다면서 출산장려금 3천만원, 결혼하면 1억원 등을 준다는 게

허황돼 보이기도 하지만

뭐 다른 후보들의 공약은 과연 다른가요.

제가 아는 어떤 후보는 "BBK를 설립해 돈을 묻어두고 있다"고 인터뷰 때 말했다가

"의사전달이 잘못됐다"고 발뺌을 하고

다른 수단을 놔두고 수십, 수백조가 드는 수로를 건설해 배로 수출물품을 나르겠답니다.

현 대통령이 말했다는 "아이만 낳으면 키우는 건 국가에서 해준다"는 말은 또 어떤가요.

노인한테는 노인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고,

젊은 층한테는 젊은 층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게 바로 공약 아니던가요.

유독 허후보에게만 '실천가능성'의 잣대를 들이대며 그를 조소하는 건 군소후보에 대한 폭력이 아닐까요.

 

그의 사이 홈피는 하루 방문객이 5만명이 넘는 인기 사이트입니다.

다움 사이트에 마련된 팬카페나 네이버 댓글을 보면 그의 매니아층은 의외로 두껍습니다.

지지율이 0.2%에 불과한 것은 그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일 뿐,

그를 일단 알고 나면 적극적 지지층으로 돌변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제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8번 찍으면 팔자핍니다'를 홍보했습니다

처음에는 웬 헛소리냐고 웃던 사람들도 약간의 설득과 더불어 동영상을 보라고 하니까

그를 찍겠다고 하더군요.

테니스 멤버를 포함해 그를 뽑겠다는 사람은 제 주변에 여덟명이나 됩니다.

물론 이번 대선이 워낙 뻔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건 분명한 듯합니다.

"기탁금을 5억원이나 받으면서 부재자 투표가 끝난 뒤에야 우리에게 토론회 참석의 기회를 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질타하는 허후보가 과연 정신나간 사람일까요?



어제 술을 마시러 대학로를 걷다가 허후보를 만났습니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생겼고, 키도 저보다 크더군요.

"허후보님 되기를 기다리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얘기했고

허후보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저와 악수를 해줬습니다.

12월 19일, 저는 투표장에 갑니다.

8번을 찍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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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7-12-17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태우스님한테 투표할 거예요 마태우스 찍으면 주당 됩니다...

부리 2007-12-17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추천도 했어요 아무 이유 없이!

가시장미 2007-12-17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 부리형때문에 못 살아..
아니, 비밀투표인데.. 이렇게 공개해도 되는거에요? ㅋㅋ
저도 허후보에 대한 동영상은 봤어요.
참 이상하게 25년전에 허후보가 했던 말들을...
현 후보들이 조금씩 따라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더군요.
그런면에서 생각해보면 허후보에게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는지도 모르죠. ^-^;;

저도 투표안하려고 하다가.. 오늘 조금 마음을 바꿨어요.
여기저기서 글도 보고, 토론도 보고..나니, 나름 생각이 조금 정해지더군요.
형과 같은 생각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소신껏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니..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12월 19일, 저도 투표장에 갑니다. :)

파란달 2007-12-1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일년만에 서재에 와서 가물가물하면서 눌러들어온 서재가 마태우스님 서재네요..^^ 전에 딴지일보에 연재하실 때도 진짜 좋아라하면서 읽었는데 ㅎㅎㅎ 저는 투표 전날 한국에 돌아가게 되요. 투표는 할 수 있다는데... 지금부터라도 허경영 후보 눈여겨 봐야겠네요ㅎㅎㅎㅎ;;. 마태우스님 왕팬이에요 저!! (정계진출 생각은 없으신지..)

BRINY 2007-12-1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태그가 만만치 않습니다요. 후후.

비로그인 2007-12-17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순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다른 후보들의 공약에 비하면 차라리 현실적인 게 아닐까, 하고. 제가 뽑을까 하는 후보는 따로 있습니다만(절대 빅3라는 그 세 사람은 아님)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든 자체가 씁쓸하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얼굴은 마태우스 님이 훨씬 작습니다! 자신감을 가지셔요!

웽스북스 2007-12-1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경영 후보의 공약이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건, 아이큐 430의 머리,로는 가능할런지 모르겠지만 아이큐 200에 턱없이 못미치는 제 머리로 가늠하기엔 국민의 도덕성을 지나치게 맹신하거나, 혹은 폭력적 강제력을 동원할 작정이 아니고서는 그 예산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보인다는 데서 온답니다. 첫 출마가 아닌데, 이번에 이렇게 이슈가 되고 있는 건, 1. 인터넷 시대에 재미거리를 찾아 바이럴하는 것을 좋아하는 네티즌의 성향,과 2. 정말 뽑고싶은 사람이 없으니 한번 믿어라도 보고 싶은 현실의 조합이 만들어낸 기현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어제 대학로에서 허경영 후보를 봤답니다. 얼굴 정말 작으시던데, 마태우스님이 그보다 더 얼굴이 작으시군요 ^^

물만두 2007-12-1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산 있음이 마음에 듭니다.
우리집도 몰아주기로 했답니다^^

무스탕 2007-12-17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사진을 보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
좋아하는 선생님이랑 우연찮게 사진 찍을 기회가 생겨서 수줍은 여고생 같아요. ㅋㅋㅋ

다락방 2007-12-17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이죠,
허경영 후보야 말로 국민을 웃게 한 최초의 정치인인것 같아요.
그리고 혹 허경영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저도 앞으로 5년안에 시집갈래요!!불끈!!

비로그인 2007-12-17 15:02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말씀에 동감. 그나저나 저는 이미 결혼을 했으니 오천만원 지급에의 꿈은 저 너머로....

다락방 2007-12-17 15:21   좋아요 0 | URL
Jude님!
아이를 낳으시면 되요 :)
바다가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비로그인 2007-12-17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밀이에요.

전호인 2007-12-1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억 3천만원 먼저 주시면 안될까요? ㅎㅎ
출산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면 아버님께서 아들 둘에 딸 셋을 낳으라고 당부하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련만........

마립간 2007-12-1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은 선거법에 안 걸리나요?

로쟈 2007-12-17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아이까지도 8번 찍으면 팔자 핀다는 소리를 하더군요.^^;

2007-12-17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7-12-17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못 봤으면 클 날 뻔했습니다. 너무 재밌어요.ㅎㅎㅎ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근데 허 후보는 피부가 장난이 아닌 것 같았어요. 가까이서 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피부가 장난이 아니죠?^^

클리오 2007-12-17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보는데... 장난이신거죠? ^^

시비돌이 2007-12-18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허경영을 청와대로.....

마태우스 2007-12-1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비돌이님/반가워요 동지!
클리오님/어 정말 오랜만이어요! 글쎄요 제가 장난일까요 아닐까요^^
스텔라님/사진에서 보듯 피부에서 광채가 납디다 이상한 사람이란 생각 전혀 안들고요 무척 의젓하더군요
속삭님/하나하나 따져볼 때 공약에 실천가능성이 있는 후보는 사실 없겠지요 전 유독 허경영 후보만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풍토에 이의를 제기한 겁니다 본문에서도 말했지만 경부대운하가 과연 말이 될까요. 제게 즐거움을 준 후보는 허경영이 유일하거든요
로쟈님/따님이 있으시군요! 몰랐습니다 전 님이 20대이신 줄..
마립간님/특정인에 대한 지지는 괜찮지 않을까요 다른 이들에게 누구 찍어라,라고 하는 거면 모르겠지만...
전호인님/그러니까 때를 잘 맞춰야 합니다 ^^
승연님/선거의 4대원칙 중 하나죠^^
다락방님/그러게 말입니다 저를 웃게 해준 최초의 대통령후보... 글구 주드님, 출산장려금도 있으니 너무 슬퍼마세요
무스탕님/좀 수줍긴 합디다^^
만두님/감사합니다 꾸벅. 인터넷 1위의 효과가 얼마만큼 표로 연결될지 기대됩니다
웬디양님/기현상까진 아닌 것 같아요 지지율이 0.2%에 불과한지라... 그나저나 님도 비슷한 시각에 대학로에 계셨군요 하마터면 마주칠 뻔.....!
주드님/제가 약간 뒤로 숨었는데 그게 효과를 봤군요 그래도 피부는 허후보가 훨 좋더이다.
브리니님/호홋 태그에 신경을 좀 썼지요 아마 처음 써보는 태그일거예요
파란달님/호홋 정계진출 생각은 전혀 없지요 그런 데 가면 자기 자신을 자랑해야 하는데 그게 영 쑥스럽거든요
가시장미/아니 열아홉살 넘는단 말야? 사진으로 보고 십팔세인 줄 알았어요!!
부리님/저에 대한 님의 애정에 늘 감사합니다

미즈행복 2007-12-2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 분 어쩜 두 사진의 표정이 저리도 똑같으시죠? 항상 저 표정으로만 사진을?

마태우스 2007-12-2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그게요...나중에 보니까 사진이 없어진 것 같아 하나 더 올렸음!! 저야 늘 저 컨셉이긴 하지만 우리 총재님은 다양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