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투표를 안할 참이었습니다.
최근 몇년간 저는 정치에 대해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는 사람으로 변해 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어떤 미녀한테 "선거날 껴서 1박2일로 놀러가자"고 말을 했다가 거절당한 뒤
마땅히 할일도 없으니 투표나 하자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게 바로 허경영 후보의 중앙일보 동영상이었죠.
아이큐 430이란 말부터 저를 기절하게 만든 오링테스트까지,
전 그의 모든 것에 매료되었습니다.
비록 박근혜 후보와 결혼한다는 말을 함으로써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지만요.
그 후부터 저는 허경영 후보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허후보가 주로 인터뷰를 한 곳이 딴지일보라서 그런지
사람들 중엔 허 후보를 진지하지 못한, 막말로 하면 정신나간 후보 쯤으로 치부하는 모양이더군요.
세금고지서는 구경도 못하게 하겠다면서 출산장려금 3천만원, 결혼하면 1억원 등을 준다는 게
허황돼 보이기도 하지만
뭐 다른 후보들의 공약은 과연 다른가요.
제가 아는 어떤 후보는 "BBK를 설립해 돈을 묻어두고 있다"고 인터뷰 때 말했다가
"의사전달이 잘못됐다"고 발뺌을 하고
다른 수단을 놔두고 수십, 수백조가 드는 수로를 건설해 배로 수출물품을 나르겠답니다.
현 대통령이 말했다는 "아이만 낳으면 키우는 건 국가에서 해준다"는 말은 또 어떤가요.
노인한테는 노인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고,
젊은 층한테는 젊은 층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게 바로 공약 아니던가요.
유독 허후보에게만 '실천가능성'의 잣대를 들이대며 그를 조소하는 건 군소후보에 대한 폭력이 아닐까요.
그의 사이 홈피는 하루 방문객이 5만명이 넘는 인기 사이트입니다.
다움 사이트에 마련된 팬카페나 네이버 댓글을 보면 그의 매니아층은 의외로 두껍습니다.
지지율이 0.2%에 불과한 것은 그의 인지도가 낮기 때문일 뿐,
그를 일단 알고 나면 적극적 지지층으로 돌변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제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8번 찍으면 팔자핍니다'를 홍보했습니다
처음에는 웬 헛소리냐고 웃던 사람들도 약간의 설득과 더불어 동영상을 보라고 하니까
그를 찍겠다고 하더군요.
테니스 멤버를 포함해 그를 뽑겠다는 사람은 제 주변에 여덟명이나 됩니다.
물론 이번 대선이 워낙 뻔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건 분명한 듯합니다.
"기탁금을 5억원이나 받으면서 부재자 투표가 끝난 뒤에야 우리에게 토론회 참석의 기회를 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질타하는 허후보가 과연 정신나간 사람일까요?
어제 술을 마시러 대학로를 걷다가 허후보를 만났습니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생겼고, 키도 저보다 크더군요.
"허후보님 되기를 기다리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얘기했고
허후보는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저와 악수를 해줬습니다.
12월 19일, 저는 투표장에 갑니다.
8번을 찍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