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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ㅣ 인터뷰 특강 시리즈 4
진중권.정재승.정태인.하종강.아노아르 후세인.정희진.박노자.고미숙.서해성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1월
평점 :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은 '21세기'으로 시작하는 네 번째 시리즈물이다. 주제가 '교양' '거짓말' '상상력'이라지만 이 시리즈는 주제보다는 스타 강사들의 강연이라는 데 의미가 더 크다. 평소 좋아하던 정희진 선생의 강연부터 찾아 읽었는데, 늘 그렇듯이 정희진 선생의 글은 내게 많은 깨달음을 줬지만, 책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정태인 선생의 강연이었다.
한미 FTA를 주제로 한 그의 강연은 과거 다른 잡지에서 봤던 그의 인터뷰보다 몇배나 더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찌되는지 가슴이 다 막막해졌는데,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한미 FTA는 "(제약회사) 화이자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바꿔서 우리나라의 환자와 제약회사와 국민 모두를 손해 보게 하는 거예요."
약값이 더 올라가니 불치병 환자들이 손해를 보고, 복제약을 쉽게 못만드니 우리나라 제약회사들도 피해를 본다. 거기에 더해 약값이 올라가니 건강보험료도 올라가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게 지금 노무현 정부가 협상을 하고 있는 FTA다. 게다가 FTA가 체결되면 외국의 민간보험이 들어와 건강보험에서 빠져나가며, 이 현상은 연쇄적으로 계속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미국의 예다.
"한 흑인 여성이 손가락이 곪았어요. 그런데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병원에 못가요. 어쩔 수 없이 물 속에 손가락을 담그고 칼로 잘라버립니다."
정태인은 말한다. "여러분이 상위 10퍼센트에 드는 계층이라면 조약 맺자고 예스 하십시오"
지금 FTA에 대한 지지율은 50%를 상회한다. 10%야 이해한다 쳐도, 나머지 40%는 도대체 뭘까. 실로 암담한 현실이다.
다른 분들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해 본다. 정재승 선생이 유머까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고, 초등학생의 정규수업에 모의 노사교섭이 들어있다는 독일의 예를 들면서 우리나라가 "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교육이 가장 취약한 사회"라는 하종강 선생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참고로 하종강 선생은 가족과 이런 약속을 했단다. "일주일에 이틀은 밤 10시까지 들어오는 거였거든요" 몸바쳐 일하는 이런 분이 계시기에 우리 사회가 아직 살만한 곳인가보다. "아무리 나이 어린 사람이라 하더라도 끝까지 존댓말을 씁니다"는 진중권 선생의 태도는 나의 그것과 일치하는지 무지하게 반가웠고, 고미숙 선생의 강연은 박지원-DJ 비서 박지원 말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안겨줬다. 이 시리즈가 또 나오면 어떡하겠냐고? 당연히 사서 읽는다에 한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