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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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올림픽공원에 테니스를 치러 다니던 시절, 가는 길에 은빛 찬란한 건물이 한 채 있었다. 이름하여 엠마뉴엘 교회인데, 교회라는 이름보단 캐슬이나 왕궁 같은 단어가 더 어울려 보였다. 교회를 짓는 데 들어간 돈도 어차피 교인들의 돈, 그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대신 저렇게나 화려한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 회의에 빠졌었고, 그 뒤부터 엠마뉴엘 교회는 내가 종교를 비판하는 주된 레퍼토리가 되었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의 <행복한 건축>을 읽다보면, 사람들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우리 자신이 작고 못난 만큼 그 반대로 강하고 숭고한 존재 앞에 무릎을 꿇고 그 존재를 섬기고 싶은 독특하고 당혹스러운 욕구....딴 세상 같은 벽과 레이스 같은 천장의 목적은 아무리 맨송맨송한 가슴이라도 형이상학적 떨림을 그럴 듯한 느낌으로, 아니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었다·(119-120쪽)”




박식함을 주무기로 하는 드 보통은 이 책에서 건축에 대한 자신의 해박함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그의 다른 책을 읽을 때처럼 내 자신이 아는 거 없고 못난 만큼, 박식하고 글 잘 쓰는 존재 앞에 무릎을 꿇고 저자를 섬기고 싶은 당혹스러운 욕구를 느끼게 했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줄곧 “아, 정말 그래!”라고 감탄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우리가 아름다운 것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 인생이 여러 가지 문제로 가장 심각할 때일지도 모른다”는 그의 말은 왜 시험 때면 그토록 날씨가 좋고 놀만한 게 많은지를 설명해 준다.




이 책을 읽은 벅찬 감격을 다른 이에게 전하고픈 마음을 우리는 인지상정이라고 부른다. 내가 책을 다 읽어 갈 때 쯤 이 책을 한권 더 주문한 건, 건축을 하는 친구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기특한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이 책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본 친구는 벌컥 화부터 냈다.

“넌 이래서 안돼. 니가 이 책 하나 읽는다고 해서 건축에 대해 다 알 것 같아? 내가 이십년을 넘게 해도 잘 모르겠는데? 너는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 아는 척이나 할 용도로, 즉 자기과시를 위해 읽으려는 거야.”

난 그에게 주려던 책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다른 면에서는 참 괜찮은 친구인데, 왜 가끔 저럴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술만 마시다 집에 왔다. 책을 읽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며, 아는 척이나 할 용도로 읽는다고 해도 뭐 그리 나쁘겠는가? 내가 책을 읽는다고 그에게 자랑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 친구의 말처럼 <행복한 건축>을 읽긴 했지만 건축에 대해 내가 아는 건 별로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정말 행복했고, 가끔씩 이 표지를 볼 때마다 그때의 행복감이 되살아난다. 이렇다면, 이 책을 한번 읽는 것도 나쁜 건 아니지 않을까.




* 156쪽의 그림을 보면 빵을 들고 있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근데 제목은 <빵을 가져오는 소년>이다. 내가 이상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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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8-06-0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마태우스님~ 잘 지내셨어요?
멋진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이 책 탐내고 있었지만, 드 보통의 전작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에 심하게 데여서 멈칫하고 있는 중이지요^^
책이 참 이쁘던데 이 참에 질러버릴까.. 싶기도 합니다. 하하

마태우스 2008-06-03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꼬마요정님 안녕하셨어요? 댓글 달아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이 책은 지르셔도 된다고 저는 물론이고 다른 리뷰어들도 소리높여 말하고 있네요^^

보석 2008-06-0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군침 흐르게 하는 리뷰입니다. 작가의 책을 한 권 읽고 다시 보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리뷰를 읽으니 그래도 이 책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덧:친구분은 그날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나봅니다.

최상의발명품 2008-06-04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기다린다는 말에 시험문제 내는 걸 잠시 멈추고 올리셨다니 ㅠㅠ 감동 받았어요. 요즘 마태우스님 블로그에서 글 읽는 게 큰 재미랍니다. 페이지가 넘어가서 어제부터는 2006년 글을 읽고 있어요. 무릎을 꿇고 저자를 섬기고 싶은 욕구! 저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친구분은 심하셨네요. 제 생각에 친구분이야말로 건축에 대한 전문가라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 같아요. 마태우스님은 선물까지 하려고 했는데......친구분! 얼른 마태우스님께 사과하세요!

마태우스 2008-06-0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상의발명품님/호호, 감동씩이나.... 안그래도 시험문제 내느라 머리가 아팠던 참이었어요. 제 지난 글들을 보신다니 덜컥 겁이 납니다. 허접한 글들이 천지인데, 하는 생각에서요. 글구 그 친구분과는 잘 지냅니다^^
보석님/군침이 흐른다뇨, 어찌 그런 과분한 칭찬을 다 해주십니까^^ 드 보통은 저같은 독자가 좋아할 스타일이어요. 책 읽고 좀 아는 척을 하려는...^^ 글구 그 친구는 야악간 까칠한 데가 있답니다.

하얀마녀 2008-06-0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만 보면 전혀 아닐 것 같은데 그리 좋단 말입니까.
지름신은 여기저기 도처에 널려있군요.

마태우스 2008-06-06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하얀마녀님 캡 반갑습니다. 제가 보통을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어요....^^
 
페미니스트라는 낙인 - 조주은의 여성, 노동, 가족 이야기
조주은 지음 / 민연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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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이 페미니스트들을 굉장히 싫어하더라고요. 전 왜 그렇게까지 싫어하는지 이해가 잘 안갔어요.”

난 숨을 죽였다. 그 다음에 과연 무슨 말이 나올까 싶어서.

“근데, 그 말이 맞더라고요. 무슨무슨 페미니즘 책을 나중에 읽었는데, 정말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었어요.”

여성학 강의시간에 한 학생이 발표 시간에 한 말이다. 그가 언급한 책을 전에 읽었었는데, 난 그게 그렇게 엉터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렇긴 해도,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 일각의 거부감을 고려한다면, 페미니즘 관련 책자는 좀 더 설득력이 있고 신중하게 쓰여져야겠구나,는 생각을 했었다.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은 정말 유익한 책이었다. 내가 유익하다고 말하는 건 모르던 사실을 알게 해줬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난 평소 잘 몰랐던 사실들을 깨닫게 됐는데, 어머니들이 동원된 학교급식의 문제점이 그 하나인데, 학교급식은 국가와 학교가 해야 할 일을 여성인 어머니에게 전가하는 행위라는 걸 이 책이 아니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두 번째 깨달음은 여성에 대한 진보진영의 무심함이었는데, 다음 문장들에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내 주변의 이른바 386 운동권과 결혼한 여성들의 삶은 너무 바쁘다. 가족 생계 책임지랴, 자녀 양육하랴...(189쪽)”

386 남성들은 왜 유난히 피임에 대해서는 그렇게 무식할까?...남성 활동가들이 사회 운동하느라고 분주하고, 밤늦은 술자리를 가질 때, 그와 성관계를 맺은 여성 활동가들은 다음 생리 때까지 적어도 한달 동안 피가 마르는 초조한 나날을 보낸다(195쪽)”

단체의 대표와 사귀던 어느 여성 활동가는 결혼 전에 세 번의 낙태를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계급, 평화, 통일처럼  진보진영이 몰두하는 주제들에 대한 논의만큼 비중있게 성 담론(콘돔 사용법만이라도)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197쪽)”




옥의 티를 끄집어내자면, 읽다가 이런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제왕처럼 군림하면서 밥을 처먹기만 하는 남성이 있는 가정에서 여성들의 휴식은 불가능하다(59쪽).”

가정이 휴식의 공간이란 건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얘기, 하지만 이 당연하고도 좋은 말이 ‘처’란 글자가 붙음으로 인해 독자에게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저자의 말대로 페미니스트가 ‘낙인’이라면, 많은 남성들이 그 단어에서 과격함의 흔적을 찾아 헤맨다면, 단어 선택 하나에도 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페미니즘의 대의에 동감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이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말이다.




* 참고로 난 아는 분한테서 이 책을 받았는데, 고맙게도 저자가 직접 내게 사인과 더불어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다. 저자 분은 물론이고 그 아는 분한테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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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8-05-2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가 들어가고 안 들어가는 것이 우뇌에는 영향을 미치지만 좌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특히 남성) 페미니스트가 과연 페미니스트인지가 의심스럽습니다.
<지식인의 두 얼굴>을 읽어보셨는지요?
한가지 더 어머니의 본연의 책임은 무엇인가?

비로그인 2008-05-2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자가 들어가면 안되는데, 이러면서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지 않을까요?

라이 2008-05-2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 실제로 육아노동, 가사노동 하면서, 사회생활하면서 남편의 무관심과 무책임을 마주하게 되면 처먹는다는것 아니라 더 심한 욕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이 타도의 대상은 아니지만, 가정안에서 마주하게 되는 가부장은 가장 강력한 가부장적 기제입니다. 운동권이 기득권층 얘기할 때 욕 섞어 쓸 수 있듯, '처먹는'거 따위는 욕도 아니라고 봅니다.
2. 발표 학생 얘기 말인데, 아직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에 대해서 깨어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부잣집에서 곱게자란 아이가 386세대들의 투쟁에 대한 서적을 읽었을 때의 반응과 비교해 보면 될까요?
3. ㅎㅎ 무자식이 상팔자. 그래도 자식없는 가정에서는 이제는 남녀평등이 어느정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어쩌면 '아이 없는 가정'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100cm쯤 좋아진 것입니다. 서민님 화링.

최상의발명품 2008-05-31 0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처음 왔는데 너무 재밌습니다. 저도 여성학 강의를 들은 일이 있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 남성분들 중에 페미니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무조건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종종 들러 글 읽고 가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최상의발명품 2008-05-31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 세계명작에 관한 생각이 저랑 너무도 비슷하셔서요^^ 저는 오래전부터 지루해 보여서 읽을 생각이 전혀 없었던 '앵무새 죽이기'를 근래에 봤는데 참 좋았답니다. 전혀 지루한 문체가 아니라 참 유머러스한 문체로 쓰여진 명작이더라고요. 책을 관통하는 주제도 좋았지만, 작가의 유머러스함이 정말 좋았습니다. 혹시 안 보셨다면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언젠간 리뷰도 볼 수 있으면 참 좋겠구요. ^^ 수많은 마태우스님의 리뷰를 며칠동안 나눠 읽을 생각에 기쁘네요.

천민 2008-05-3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거 익명도 되는군요^^

하나씩..

“내 주변의 이른바 386 운동권과 결혼한 여성들의 삶은 너무 바쁘다. 가족 생계 책임지랴, 자녀 양육하랴...(189쪽)”

-386이든 486이든,운동권과 결혼했건 아니건,남성이건 여성이건간에 '삶'이란게 먹고 살자면 다들 바쁩니다. 너 나 없이.
생계의 문제란 그런거고 없이 사는 사람들한텐 더욱이나 그렇죠.
자녀 양육이라면,
우선적으로 '남성'보단 사회구조적 문제를 짚어야 하지 않을까요?
(영,유아원문제,육아휴직문제,급식문제,학비문제, 나아가서 비정규직 문제 기타등등)

물론 책의 의도가 성적 대립에 주안을 두고 씌여진거니 할수없지만
이런식의 진술은 감정적 대립말곤 아무것도 얻을게 없다고 생각 됩니다.
더구나 일정부분 설득이 필요한 문제라면.

“386 남성들은 왜 유난히 피임에 대해서는 그렇게 무식할까?...남성 활동가들이 사회 운동하느라고 분주하고, 밤늦은 술자리를 가질 때, 그와 성관계를 맺은 여성 활동가들은 다음 생리 때까지 적어도 한달 동안 피가 마르는 초조한 나날을 보낸다(195쪽)”

-386이고 486이고간에,대한민국 남성들은 대채로 피임에 대해 무지한 편입니다.(무지라기보단 무관심이겠지만)
대한민국 여성들만큼 말이죠.
'여성 활동가'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남성의 무지한 피임상식을 비난하기보단
같이 잔 '남성 활동가'에게 콘돔을 착용하게 하든가,스스로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든가,
이도저도 싫다면 하지 말든가, 아니면 그냥 피를 말리든가.
선택지는 여러가집니다.

스스로 성인이면서 피임에 대한 아무런 합의 없이 어영부영 대책없는 관계후에 피를 말리니 어쩌니 남탓하는거,꼴불견입니다.

“한 단체의 대표와 사귀던 어느 여성 활동가는 결혼 전에 세 번의 낙태를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계급, 평화, 통일처럼 진보진영이 몰두하는 주제들에 대한 논의만큼 비중있게 성 담론(콘돔 사용법만이라도)에 대해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197쪽)”

ㅡ'한 단체의 대표'란 말은 '거대담론'에 매몰된 '한 단체의 대표'씩이나 되는 남성조차 피임에 대한 개념이 없었단 말일테고...(그 대표님이 하나의 '권위'로 인정되는지 혹은 남성 일반의 대표성을 가지는지 모르겠지만)그런데 대체 그 '대표님'은 콘돔 사용법도 몰라서 사용 안하신 걸까요?
그건 아닌것 같고,아마 대충 토론하고 대충 얘기하다가 남성이 싫다니까 대충 관계하고 '피'를 말린 상황인거 같은데,
씌우든지,드시든지, 아니면 하질 말든지.
강간 아니잖습니까.

더구나 '낙태'를 세번씩이나 하시면서...이거 영 아니지 않나요.




픽팍 2008-06-0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리 학교에서 학생들이 발간한느 페미니스트관련 잡지를 보다가 흠;; 좀 무서웠다는 사실 남자들은 잘 느끼지 못하는 걸 예리하게 지적하는 걸 보고 좀 무섭기도 했다는 ㅋ
하지만 역시 과격한 표현은 저처럼 소심한 사람들을 움츠리게 하더라구여.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ㅋ
오랜만에 마태우스 님 글 읽으니깐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네염 ㅋ

독재타도 2008-06-01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땅의 민주주의는 죽었습니다.

http://img2.dcinside.com/data14/gallery/2008/06/01/dci_movie/977839938_3d656b8e_c_2008-06-0128EC9DBC29EC98A4ECA084060008-CADTV11-1.swf

http://img2.dcinside.com/data14/gallery/2008/06/01/browneyedgirls/3717016147_58b60def_EC8B9CEBB09CEC8389EAB8B0EC95BC.swf

마태우스 2008-06-02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재타도님/말씀 잘 알겠습니다...
팍팍님/저도 님 댓글을 보니 머리가 맑아지는 듯... ^^ 사람들 싸움하는 거 보면 대개 말 꼬투리를 문제삼잖아요...
천민님/제가 이 책의 저자는 아니지만 내용에 공감하는 사람인지라 님 말씀에 답변을 해봅니다.
-386이든 486이든 삶은 다 어렵다; 그거야 그렇죠. 하지만 저자가 지적하는 건, 386 출신들이 일정한 직업없이 운동에만 전념했기에 그네들을 여성들이 다 부양했다는 거죠. 전 그렇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왕이면 결혼을 하지 말 것이며, 애도 안낳는 게 낫다는 하종강 선생님의 사모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애를 낳았으면 좀 책임지는 면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걸 지적한 겁니다.
-피임과 낙태 문제에 대해서: 여자가 피임을 하는 방법은 두가지겠지요. 콘돔을 씌우거나 아니면 약을 먹거나. 하지만 남자가 언제쯤 욕구가 동할지 모르고, 호르몬제는 여성의 생체리듬을 파괴하므로 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여자가 콘돔을 가지고 다녀야 할텐데, 울나라에서 여성이 콘돔을 권하는 게 가능은 하겠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십니까? 진보연하는 남성분들 역시 그런 데는 민감해서, 여성의 핸드백에서 콘돔이 나오면 걸레 취급합디다. 뭐, 한사람의 경우니 전체로 확대할 수는 없지만, 남자라는 종이 어디 가겠어요. 스스로 성인이라 해도 피임 문제는 남자의 동의 없이 어렵다는 걸 잘 아시는 분이니, 이해해 주실 걸로 믿습니다. 꾸벅.

최상의 발명품님/저도 반갑습니다 글구 저 앵무새 죽이기, 추천은 많이 받았지만 안읽어봤습니다. 앵무새가 죽는 게 슬퍼서 그랬는데^^ 님이 추천해주신김에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이님/오랜만에 뵙는군요 반갑습니다!! 그래도 저런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이 페미니즘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표현은 좀 신중해야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글구 저만 해도 아이를 안갖는 삶을 실천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더군요. 주위에서 어찌나 괴롭히는지, 저야 괜찮지만 아내가 고생이 많습니다...

주드님/안녕하셨어요?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하는데요, 그래도 반대파들은 본질은 안보고 말투 가지고 꼬투리를 잡잖아요...
마립간님/지식인의 두얼굴은 저같은 사람이 딱 읽어야 할 책인 것 같습니다 읽어보겠습니다. 글구 어머니 본연의 책임에 대해 물으셨는데요 질문의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최상의발명품 2008-06-03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태우스님 ^^ 저도 처음엔 앵무새가 죽는다는 게 너무 잔인하고 슬퍼서 절대 안 보려고 했거든요. 근데 유머가 글 전반에 녹아 있어서 내내 거의 웃으면서 봤답니다. 그리고 진짜 앵무새가 죽는 건 아니고 상징적 의미인데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더라구요. 생각나실 때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바쁘신가 봐요. 리뷰 많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주 2008-06-03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께 책을 전해주신 그 '아는 분'한테 저도 고마워지려고 하네요^^;
글고..처먹는다의 '처'는 강세접두사로써 그집 남편의 힘찬(!)숟갈질을
표현하려했던 거라고 우기면 책보는 남자들 눈에 덜 껄끄럽지 않을까요 ㅋㅋ
여전히 바쁜 와중에도 책 열심히 읽으시며 사시는군요^^


마태우스 2008-06-0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상의 발명품님/아...앵무새가 진짜로 죽긴 죽는군요. 전 사실 잘 모르고 한 말이었어요ㅠㅠ 꼭 보겠습니다. 글구 님이 리뷰 기다리신다니, 시험문제 내던 거 잠시 멈추고 리뷰 쓰렵니다
진주님/어머낫 진주님 안녕하세요. 호호, 님처럼 이해심이 많다면야 굳이 페미니즘 같은 게 있을 필요가 없겠지요. 요즘 책 많이 못읽어요 하는 건 없어도 자꾸만 졸려서 기차에서 잠만 잔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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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담고 있는 동아리에 학생의 경지를 넘어선, 고도의 문학성을 지닌 여학생이 있었다. ‘여학생’이라서가 아니라 순전히 문학성 때문에 난 그녀에게 접근했고, 문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작금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소설이 있냐는 상투적인 질문을 했을 때, 그녀는 눈을 빛내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누구더라... 아 씨, 기억이 안나네. 그 있잖아요, 새, 새....”

3분 정도 테이블에 있는 맥주를 들이키고 있는데 그녀가 갑자기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쳤다.

“맞다, 샐린저! 그 사람이 지은 <호밀밭의 파수꾼>이요!”




집에 돌아간 나는 혹시나 우리집에 그 책이 있나 싶어 여동생의 방을 몰래 뒤졌는데, 있긴 있었지만 무척이나 조악한 해적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난 그 책을 아무런 감흥 없이 읽었다. 만 16세 소년이 퇴학을 당한 뒤 극도의 외로움에 시달리는 내용이 왜 그녀의 인생을 풍요롭게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문학소녀가 좋다고 한 책이라면 뭔가 있겠지 싶어 끝까지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적립금이 남아 살 책을 고르다 민음사에서 나온 동명의 책을 집어들었다. 해적판을 읽어서 감흥이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서였는데, 사긴 샀지만 그 책을 집어들기까지는 또 몇 년의 세월이 지나야 했다. 가정이 안정되고 나서 슬슬 탈선이 생각난다는 시기인 결혼 4개월차, 드디어 난 제대로 된 번역본의 <호밀밭>을 읽었다. 해적판과 비슷하게 주인공인 콜필드가 아무한테나 들이대는 걸로 일관된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외로움에 마음이 짠한 적도 있지만, 시종일관 “얘는 왜 이렇게 살까?”란 생각이 더 자주 들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을 엉터리라고 얘기하면서 자신은 더 엉터리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돈도 없어서 여동생의 용돈까지 빌리는 놈이 왜 수녀한테는 10달러나 기부를 하고, 한심하다고 얘기하는 여자들 술값은 왜 내주는가? 수녀 뿐 아니라 택시 아저씨나 호텔 경비한테까지 같이 술을 마시자고 얘기하는 대책없는 콜필드, 나 역시 외로운 시기를 몇 년 쯤 겪었는지라 그런 행동이 공감이 안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이 왜 명작으로 불리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이 구절을 보라.

어지러운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택시를 탔다. 그러고 싶진 않았지만 할 수 없었다. 그런데 택시를 잡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239-240쪽).”

빈번하게 나오는 접속사, 그리고 잘 이어지지 않는 단문의 연속들. 이거 완전히 초등학생이 쓴 일기다. 세계명작을 분류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샐린저와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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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 2008-05-2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이렇게 명작이라고 불리는 책들을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가 생기지만 막상 읽게되지 않아서 늘 해야할 숙제같은 기분이 들어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 의미가 깊은 책 중의 하나로 꼽는 책 중의 하나라 읽어야할 것 같은 압박감은 많이 느꼈지만 그렇다고 퇴학당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16살 아이의 지리한 독백을 들어줄 자신이 없어서 계속 뒤로 밀어왔는데 마태우스님의 서평을 보니 안 읽기를 잘한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이제 다른 책으로 맘편히 넘어갈랍니다. ^^

마늘빵 2008-05-2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저랑은 감상이 많이 다른데요. ^^ 저는 이거 괜찮았는데. 책은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감상은 가지각색이겠죠.

마립간 2008-05-28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데미안이 떠오르네요.

심술 2008-05-2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나서 '왜 명작이지?' 하고 고개를 갸웃갸웃했어요. 사람에 따라 명작이 될 수도 지겨울 수도 있는 그런 작품이예요.

다락방 2008-05-28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태우스님. 저도 이 책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또 다시 읽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여기저기 막 밑줄도 그었거든요.

그 애가 죽었다는 건 나도 알고 있어. 내가 그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니? 그래도 좋아는 할 수 있는 거잖아. 죽었다고 좋아하던 것까지 그만둘 수는 없는 거 아니야? 더군다나 우리가 알고 있는 살아 있는 어떤 사람보다도 천 배나 좋은 사람이라면 더욱 말이야.(p.228)

이렇게 말하는 홀든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또 이렇게 말하는 홀든이요.

그건 그렇다치고, 나는 늘 넓은 호밀밭에서 꼬마들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어린애들만 수천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나고나 할까.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바보 같겠지만 말이야.(pp.229~230)


저는 샐린저에게 반해버려서 [아홉가지 이야기]도 [프래니와 주이]도 읽고 말았는걸요. 아프락사스님 말씀대로 감상은 가지각색이죠. 고전이라고 꼭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구요. 게다가 저는 이 작품이 왜 좋은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종종 보았어요. :)

심술 2008-05-28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고도의 문학성을 지녔던 여성분 어떻게 되셨어요? 혹시 작가가 되셨나요?

무해한모리군 2008-05-2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때가 있는거 같아요.. 물론 전 아직 동화책을 좋아해서 종종 읽지만, 어떤책은 아 내가 열세살에 이책을 읽었다면 좀 다른 인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잖아요.. 가오를 잔뜩 잡던 십대시절에 제게 이 책은 참 좋았습니다.. ^^

마태우스 2008-05-29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진모리님/아, 그렇군요. 책은 시기가 중요하네요... 나이가 들어버려 이 책의 진수를 이해 못하는가봐요 흑흑. 저 어릴 땐 맨날 야구만 보면서 책을 멀리했어요...
심술님/음, 그 여성분은 지금 전공의 과정을 밟고 있지요. 작가랑은 좀 거리가 멀죠?^^
정아무개님/어머나 어디서 많이 본 아이디... 언제 돌아오셨나요? 정말 반갑습니다. 님도 감동받은 걸 보면, 문학성이 뛰어난 분들은 이 책의 진수를 알아보는 듯합니다
다락방님/오오 역시 문학성이 뛰어난 다락방님...!! 인용하신 문구 중 위의 것은 저도 좋다고 보는데요, 아래 것은 별반 감동받지 않았는데요, 왜냐면 그게 평소에 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동생의 추궁에 즉흥적으로 지어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하여간 댓글 감사드려요 꾸벅.
그리고 심술님/님과 저는 읽어야 할 타이밍에 이 책을 읽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마립간님/아...저 데미안도 안읽었는데.. 좀 젊은 알라디너 분이 제게 보내주셔서 읽어야지 하다가 몇년이 갔네요.
아프님/안녕하셨어요. 이 책을 매개로 님과 이렇게 대화를 하게 되네요. 제가 좀 어려울 때 다시 읽어보면 그땐 다른 느낌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갑자기.
카프리님/어어...저는 다른 분들 댓글 보면서 제가 뭘 잘못했나, 이런 생각을 했는데, 님은 제 글에서 위안을 받고 가는군요 ^^
 

“결혼 했는데 옷차림이 변한 건 없네?”
결혼을 하고 나서 첫 출근을 한 날, 복도에서 만난 분이 했던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옷장사한테 장가간 것도 아닌데 결혼을 했다고 옷이 왜 바뀌어야 돼? 게다가 내가 옷이 없던 애도 아니었잖아?”
사실이 그랬다. 난 내 옷을 돈 주고 산 적이 거의 없지만, 어머니는 지극 정성으로 내 옷을 사주셨다. 그것도 메이커로만. 남자 옷에 대한 어머니의 안목이 그리 높지 않고, 또 내가 입으니 티가 안나서 그렇지, 내 옷의 상표를 본 사람들은 다 놀라곤 했다.
“아니 이게 그 유명한 ****였어?”
게다가 결혼 전, 장모님이 옷을 사라고 카드를 주셨을 때도 난 테니스 옷만 몇 개 샀을 뿐, 평상복은 거의 사지 않았다.
그래서 난 결혼 후에도 결혼 전과 다름없는 차림으로 다니곤 했다. 다만 구겨진 옷을 입는 건 피했다. 아내가 내게 “그거 입고 가면 내가 욕먹어!”라고 사정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내는 시나브로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 구두처럼 생긴 운동화를 두컬레 사줬고, 얼마 전에는 폴로에서 한벌에 19,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세일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알아내더니 날 불렀다.
“내가 자기 옷을 사주려고 하는데, 어떤 색이 좋아?”
난 주황색과 초록색을 골랐는데, 막상 배달된 옷을 보곤 우리 둘 다 놀랐다.
“아니 이 가격에 이렇게나 예쁜 옷이 배달되다니!”
수량이 그리 많지 않았기에 우린 서둘러 로그인을 했고, 거기 있는 색깔을 한종류씩 다 골랐다. 아마도 올 여름은 그것들만 돌려 입어도 충분할 것 같은 개수였다. 아내가 내 주민증 번호를 물어보곤 내 휴대폰으로 결제를 해버린 게 옥의 티였지만 말이다.

아내의 작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학교에 있는데 원하는 신발 색깔을 물어보더니 여름신발을 세컬레나 사왔다. 사실 난 여름신발이라는 게 뭔지를 몰랐다. 내게 있어서 신발은 늘 한컬레였고, 그것 외에 테니스 칠 때 신는 운동화가 한컬레 정도 더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여름이라고 해서 신발을 바꿔 신게 되다니! 그것도 세컬레나! 아내는 내게 테니스 신발도 세컬레나 더 사줬고, “하나만 오래 신으면 빨리 닳는다”는 말도 해줬다. 그러니 엊그제인가 신발장을 열었다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신발장 중 두 칸이 죄다 내 신발이었기 때문이다. 결혼 전엔 신발장을 열면 엄마와 아빠 신발이 전부고-아버지는 7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신발은 대부분 버리지 않고 있었다-내 신발은 신발장에 자리를 잡는 대신 현관에 어지럽게 방치되어 있었다 (당연한 것이, 신발을 하나만 신는 사람은 신발장에 굳이 넣어 둘 필요가 없다). 옷과 신발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나지만, 내 것이 많이 생기니 신이 나긴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 토요일날 탐스러운 주황색 폴로 티에 캐주얼한 여름신발을 신고 갔더니 “옷 예쁘다”고 하는 친구는 하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신발 예쁘지 않냐고, 아내가 사준 거라고 자랑을 했더니 그제서야 그러냐,고 심드렁하게 말하는 친구들, 하여간 낭만이라곤 모르는 녀석들이다. 근데 오늘 학교에선 더 황당한 말을 들었다. 오늘은 어여쁜 초록색 폴로 티를 입고 왔는데 생화학의 곽 모 선생님이 내 옷을 보더니만 “수술복 같다”고 하신다. 그러고보니 그렇다. 옷이 없는 사람들이 입는 초록색 수술복, 나도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앞으로는 학교에 올 때 절대로 초록색 옷은 입지 않으련다. 그게 아니어도 어여쁜 색깔의 옷이 많이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내 아내는 현명했다. 내가 입던 옷을 모두 부정하고 자기 식대로 옷을 입혔다면 내가 반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내는 그렇게 하는 대신,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날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결혼 1주년이 되는 8개월 후가 되면 난 지금보다 좀 더 멋있는 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은, 역시 좋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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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2008-05-2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좀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보기가 참 좋으네요.

paviana 2008-05-26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간 뒷북이십니다. 그렇게 가세요라고 할때는 귓등으로도 안 들으시더니..ㅋㅋㅋㅋ

L.SHIN 2008-05-26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옷도 코디를 잘못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죠.^^
주황색이나 초록색처럼 선명한 색의 옷은 까만색이나 하얀색과 같이 입으면 세련되어
보입니다. 옷과 신발은 그저 색의 조화만 잘 맞추면 멋지거든요.
그나저나 그렇게 잘 챙겨주는 아내분이 계시니 좋겠습니다. ^^

Arch 2008-05-27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뒷북이라는데 추천.^^ 마태우스님이 너무 눈이 높으셨으니까.

조선인 2008-05-27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부터 1주년을 기다리시나요? 근사한데요?

무스탕 2008-05-27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바요.. 진즉에 결혼 하실것이지.. ^^

무해한모리군 2008-05-27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일을 해내셨네요 축하드립니다 ^^
부럽네요 ㅠ.ㅠ

마태우스 2008-05-28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진모리님/잉? 부끄럽습니다. 그게 뭐 큰일이라고요....ㅠㅠ
무스탕님/그건 아니어요 진즉에 했으면 지금의 아내를 못만났을 거 아니어요!
조선인님/아니 뭐, 벌써 기다린다기보단...호호호.
시니에님/눈 높은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기다린 보람은 충분히 있답니다 호호.
Lud-S님/제 생애 최초로 코디해주는 사람이 생긴 거죠. 옷차림에 대해 자주 검사를 받아야 저도 안목이 높아지겠지요 ^^
파비님/제 아내가 너무 늦게 나타난 탓이어요
겨울나무님/감사합니다. 저도 혼자일 때와 차원이 다른 즐거움을 얻고 있어서 좋답니다. 호홓.

책읽어주는홍퀸 2008-06-03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변화된 모습이 궁금합니다~ 알라딘 번개 함 안하나요??ㅎㅎ
 
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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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에서 했던 <느낌표>에서 책을 마음껏 고를 기회를 얻은 사람이 마구잡이로 책을 쓸어담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런 기회를 잡은 사람이 부럽긴 했지만, 그렇게 선택한 책들 중 과연 몇권이나 읽을까 하는 생각이 더 컸다. 고르고 또 골라도 안읽는 책이 나오는 판국인데 말이다.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도 그렇지만, '책을 선물할테니 고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초조해진다. 전에 사놓은 책을 언제 다 읽느냐는 생각으로 살고 있고, 좋아하는 저자의 책은 그때그때 사왔으니까. 선물을 한다는데 그 기회를 놓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아무 책이나 고를 수는 없고. 할 수 없이 인터넷서점의 신간란을 뒤적이게 되고, 그러다보면 읽고 싶은 책들이 그새 많이도 나왔다는 걸 깨닫는다. 김중혁의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이하 악기)은, 그렇게 해서 내 손에 들어왔다.


김중혁이라는 이름을 난 들어본 적이 없다. 그의 전작 <펭귄 뉴스>(이하 펭귄)를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기'를 읽고 나니 '펭귄'도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일 것 같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전작에 대한 리뷰를 훑어봤더니, 의외로 좋지 않은 평이 더 많은 듯하다.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펭귄'을 봤다면 작가에게 실망했을 것이고, 한번의 실망은 <악기>를 읽지 않는 것으로 이어졌을지 모른다. 그렇게 따져보면 '펭귄'을 안읽은 건 차라리 잘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재미'와 더불어 '뭔가를 남게 하는 힘'이 있을 때 난 그 책을 훌륭하다고 하는데, 내게 있어서 <악기>는 훌륭했다. 음악을 소재로 해서 그런지 신선하기도 했고, 책을 덮은 후에도 머릿속에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다지 음악과 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재미있었으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층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인터넷 리뷰의 댓글을 보니 저자는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는데, 그가 마이너리티의 이야기를 이렇듯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었던 건 그 자신이 마이너의 삶을 살아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리뷰를 마치려고 점검을 하다 한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요즘 내가 쓰는 리뷰에는 '싶기도 하다' '같다' '...라고 생각을 해본다'같은 구절이 많다는 거다. 리뷰를 쓰던 초창기엔 비교적 자신만만하게 다른 사람의 책을 폄하했었는데, 이렇듯 문장 하나하나에도 조심스러워진 건 역시 나이를 먹은 탓이 아닐까 싶다 (또 싶다!). 나이가 들수록 나 자신이 오류가 많은 사람임을 알게 되므로,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게 부담스러워졌다는 것. 그러니 사람은, 바르게 살아야 한다 (결론이 이상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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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26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너리티에 속한 사람들 얘기라니까 당기는데요.^^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 '~ 한 것 같아요.'라고 방송이나 글에 나오는 걸 보면...이건 아니다 싶어요. 초등 3학년인가 2학년에 내 생각을 말할 땐 '~같아요.'라고 쓰면 안된다고 가르치는데도 말이죠.^^

마태우스 2008-05-2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같아요,라고 쓰지 말라고 많이들 그러던데, 이상하게 그게 더 심화되는 듯. 방송도 영향이 있겠지요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