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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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알고 있어.' 소설의 뒷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과학자인 안나는 딥프리징 기술 개발을 위해 남편과 아들을 다른 행성 슬렌포니아로 먼저 보낸다. 그러나 그녀는 세미나로 인해 그 행성으로 떠나지 못하고 우주 연방은 경제적 이유로 정거장을 폐쇄한다. 안나는 떠날 날을 기다리는데 폐기 처분 임무를 맡은 남자와 만난다. 결국 안나는 슬렌포니아에 도착할 수 있는 보장도 없이 개인 우주선을 타고 떠난다. "우리는 아직 빛의 속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이 우주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 마냥 군단 말일세."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낸다. 과학 발전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자신감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으며, 과학보다는 인간의 정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자연과 과학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고 상호의존관계임을 되새겨본다.

• 147
노인은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입구를 등진 채로 정거장 밖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짧게 갈등했다. 놀라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인기척을 내야 하나 생각하던 차였다. 노인이 고개를 돌려 남자를 흘긋 보았다. 남자는 무심코 목을 살짝 숙여 인사했다. 그녀는 빙긋이 웃고서 다시 유리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 149
벽에는 공용어로 '우주여행자들을 위한 운행 시간표'라고 적혀 있었고, 그 밑에는 흐려져 정확히 알아볼 수 없는 시간들이 빼곡히 있었다. 서너 개가 넘어 보이는 로고판들로 판단할 때 여러 회사의 공용 정거장 같았다.

• 156
우주선은 비록 빛의 속도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동하는 우주선을 둘러싼 공간을 왜곡하는 워프 버블을 만들어서 빛보다 빠르게 다른 운하에 도달할 수 있었다.

• 159
"남편과 아들이 슬렌포니아로 떠나기로 했을 때, 나는 내 연구가 거의 끝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다네. 실제로도 끝이 보였지.

• 166
"다급했어. 다급한 목소리로, 슬렌포니아 우주선은 내일이 마지막 출항이라고... 하더군. (중략) "콘퍼런스가 끝나고 곧장 셔틀을 타서 우주 정거장으로 향하기로 했지."" 성공셨습니까?" "아니, 실패했네

• 177
"언젠가는 슬렌포니아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일말의 희망은 기다리는 것이지. 언젠가는 이곳에서 우주선이 출항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언젠가는 슬렌포니아 근처의 웜홀 통로가 열리지 않을까... 자네에게는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지 못해 아쉬운 기회비용이겠지만, 나 같은 늙은이에게는 아니라네."

• 180
"한 번 생각해 보게, 완벽해 보이는 딥프리징 조차 실제로는 완벽한 게 아니었어. 우리는 심지어 아직 빛의 속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이 우주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 마냥 군단 말일세, 우주가 우리에게 허락해 준 공간은 고작해야 웜홀 통로를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분인데도 말이야."

• 181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 187
낡은 셔틀에는 아주 오래된 가속 장치와 연료통 외에는 붙어 있는 게 없었다.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가도 그녀가 가고자 했던 곳에는 닿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안나의 뒷모습은 자신의 목적지를 확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중략)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그녀는 언젠가 정말로 슬랜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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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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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침 조회 시간에 어비를 처음 봤다‘로 막이 오른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어비를 못마땅해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뭘랄까. 어비에겐 늘 사람들을 밀어내는 기운같은 것이 있었다. 여기까지라고 금을 그어놓고 내내 그 경계를 지키는 데 필사적인 사람같았다.‘ 라는 글속에 어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화자와 ‘어비‘라는 직장 동료간의 일상적인 이야기이다. 출판사 물류창고와 생활용품 물류 창고에서 함께 일하면서 ‘어비‘에 대한 묘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결국 두 사람은 퇴사하고 어비는 개인 방송국 bj가 되어 먹방을 운영하는데 마지막 부분에서는 화면에서 어비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다리위에서 강물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막이 내린다. 

우리 주변에는자칭 ‘이방인‘들이 있다. 자기 만의 세계 속에 살며 주위 사람들과는 물과 기름의 관계를 유지하는 ‘이방인‘ 말이다. 내 동창들 중에도 어비들이 있다. 그들이나 내가 다른 점은 없다.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말로 ‘이방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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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모마일 2020-02-07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방인 어비가 먹방 bj가 된다는 설정이 신기하면서도 현실적이네요. 읽어보고 싶습니다.

Angela 2020-02-08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글씨까지 쓰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젊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
칼럼 매캔 지음, 이은경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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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향해 점점 커져 가는 원 안에서 살고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
- 아직 존재하지 않은 진실을 드러내라. 동시에 즐겨라. 진지함과 즐거움을 향한 욕구를 충족시켜라. 가슴을 언어로 가득 채워라.

첫 행
- 글의 첫 행은 작가의 가슴을 활짝 열어 보아야 한다. 세상이 다시는 전과 같지 않음을 넌지시 알려야 한다.

아는 것을 쓰지 말자
- 아는 것을 쓰지 말고, 알고자 하는 것을 향해 쓰자.

백지가 주는 공포
- 글자 수, 글의 길이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말자. 그보다는 불필요한 단어를 잘라내는 게 더 중요하다.

한낱 먼지로부터 - 등장인물의 창조
- 글로써 인물에 존재감을 불어넣는 일은 사랑에 빠지고 싶은 누군가를 만나는 일과 같다. 인물의 특성을 일반화시켜 줄줄이 나열하지 말고 낱알을 세듯 세밀하게 구체적으로 표현하자. 독자는 그런 인물과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진기가 되자
- ˝언어˝로 시각을 부여하자. 독자가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자. 색깔, 소리, 광경, 순간의 고동치는 맥박으로 독자를 이끌자.

그것에 대해선 잊자 - 대화 만들기
- 대화는 진실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정직해야 한다. 쉽고 편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우연치 않게 써 내려간 듯 보여야 한다. 잘 쓴 대화는 그 주변의 모든 문장을 보완한다.

크게 소리 내어 읽자
- 글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본래의 의도를 듣게 된다. 어디서 음악이 작용을 하고 어디서 음악의 효과가 수그러지는지 알게 된다. 운율이 풍부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어딘지 알게 된다.
안녕하세요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 어떻게, 왜
- 가장 단순한 질문이 가장 어려울 때가 있다. 그렇지만 누가, 무엇을, 어디서, 언제, 어떻게, 왜라는 질문은 작가의 불을 지피는 땔감이다.

구조 찾기
- 소설은 저마다 구조가 있다. 잘 쓴 소설일수록 구조의 짜임새가 더 탄탄하다. 우리의 이야기는 건축을 향한 인간
무엇이 중요한가? - 언어와 플롯
- 위대한 소설은 이렇다 할 뚜렷한 플롯이 없다. 바람난 아나ㅐ을 둔 남자가 24시간 더블린을 배회한다. 총격전도 없고 비열한 짓거리도 없고, 자동차 사고도 없다. 대신, 위대한 소설에는 인간이 겪는 경험의 거대한 개요가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모든 이야기는 특정한 플롯을 가져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지 않는다.

구두법 - 마구 남발할 일이 아니다
- 독서를 충분히 한다면 문법은 따라온다.

자료 검색 - 구글은 깊이가 없다
- 한 가지 작은 세밀한 사항에 주목하자. 자료를 성실하게 검색하면서 세밀한 사항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노래하듯 흐르는 이야기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부디 문장이 녹슬게 하지 않기를
- 남의 것을 취하되, 고스란히 베껴서는 안 된다. 모방을 하면 본래의 독창적인 목소리를 잃게 마련이다. 카버 다운 글은 카버만이 쓸 수 있다. 카버의 글을 취하되, 끌을 갖다 대 다시 조각해야 한다. 영영 변하지 않을 듯했던 문장들을 새롭게 탄생시키자.

하지만, 착해 빠져서도 안 된다
- 실수로라도 완벽한 인물을 만들려 하지 말아라. 그들을 사람, 사람, 사람으로 놔두어라. 그들이 상징이 되게 하지 말아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실패하라. 실패하라. 실패하라
- 괜찮다.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 -사우엘 베케트-

자신감을 갖자. 실패는 뇌에 황과 같은 존재이다. 성냥에 불을 붙이자.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읽자. 읽자. 읽자.
- 책이 어려울수록 더 좋다. 책 읽는 분야가 넓을수록 글의 탄력성도 좋아진다.

송두리째 내던져 버리자
- 아주 오랫동안 해안이 보이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새로운 땅을 발견할 수 없다. - 앙드레 지드-

비밀스러운 속삭임
- 서두를 필요 없다. 반짝일 필요없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될 필요도 없다. -버지니아 울프-

글 쓰는 중에도 독서를 해야 하나?
- 이야기는 플롯이 아닌 언어, 운율, 음악, 문체에 관한 것이다. 자기가 하려는 이야기를 굳게 믿고 글로 잘 풀어 낸다면 마침내 제 독자들을 찾아가게 된다.

누군가의 글을 베껴 핏기 없는 복사본을 만들어 내는 실수만큼은 범하지 말자. 생각을 글로 옮길 때 신중해야 한다. 써 내려가는 단어들이 내 것임을 확인해야 한다.

거울을 깨 버리자
- 현실로부터 사건을 취해 그걸 글로 옮기지 말아라. 아무리 문학을 한다 해도, 내 눈앞에서 친구나 가족의 허물을 벗겨 내는 건 자랑할 일이 못된다. 게다가 소설 속에서라도, 실제 발생한 일을 글로 옮겼다고 해서 그게 진실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사건은 종이 위에서 발생해야 한다. 운율, 문체, 그리고 사실이 아닌 경험에 충실한 치열한 정직성과 함께. 모든 글쓰기는 상상이다. 먼지 티끌로부터 글이 탄생한다.


우울증이라는 이름의 검은 개들
-책상에 앉아 글을 쓰는 일만큼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마약은 아직 찾지 못했다. - 헌터 S. 톰슨-

왜 이야기를 하는가?
- 이야기하기는 궁극의 모험으로 향하는, 자신이라는 감옥으로부터 탈출이다. 다른 이의 눈으로 삶을 들여다보는 행위이다. - 토비아스 울프 -

평론가들을 포용하자
- 특히 가장 큰 상처를 준 평론가를. 조바심 내지 말아라. 격노하여 비난하지 말아라. 그들을 험담하지 말아라. 평을 해주어 감사하다고 말하라.

마지막 행
- 가능하다면, 구체적인 행위나 동작으로 끝을 맺어 독자가 앞으로 나아가게끔 하자. 독자가 마지막 행으로 부터 걸어 나와 자신만의 상상 속으로 빠져들도록 하자. 작가의 마지막 행운 나머지 모든 사람에게는 첫 행이다.

다시 한번, 젊은 작가에게 보내는 편지
- 글쓰기는 우리의 살아 있는 초상이다. 좋은 문장은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유혹하고 무감각 상태로부터 우리를 끌어낸다. 작가가 노래를 하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기꺼이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하라. 언어를 찾아라. 글을 쓸 때 느끼는 순전한 즐거움을 위해, 글로써 이 세상이 조금은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위해 글을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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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배려를 위한 뉴스 사용 설명서 한국언론정보학회지식총서
오윤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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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떻게 신문을 읽어야 하나?
우리는 페이퍼신문이나 인터넷 그리고 TV를 통해서 뉴스를 만난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는 '뉴스를 읽으며 핵심을 찾아내기'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책은 '신문을 어떤 마음자세를 가지고 읽어야 하나'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각 분야별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읽어야 신문을 제대로 읽는가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깊이있는 내용에 감탄할 만하다.


01 이용 동기: 확증 편향과 호기심으로부터
- 자기 배려의 관점에 서 유용한 정보란 이제껏 내 논리와 편견을 확증하기 위해 활용했던 피상적인 이야기에 "도대체 너는 무엇이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며, 나와 상관 없다고 무시했던 세계를 경멸하거나 외면하지 않으며 나의 관계망 안으로 끌어안는 일이기도 하다.

- 뉴스를 이용할 때 '목적론적 집중'을 이루기 위해서는 비루한 뉴스 이용 동기, 즉 타자의 악덕에 대한 호기심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자신에게 묻는 것이 필요하다.

-'관계적 앏'과 '목적론적 집중', 이 두 개념은 자기 배려를 위해 뉴스를 이용할 때 놓쳐서는 안 되는 키워드다. 이를 염두에 두고 뉴스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하자.

02 정치 뉴스: 게이트키핑과 우애의 네트워크
어떻게 정치 뉴스를 봐야 할 것인가? 먼저 버리는 연습이다.

- 시의성: 어제의 문제보다 오늘의 이야기에 관심을 둔다.

- 저명성: 무명의 시민보다 유명한 정치인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 갈등성: 협력과 공존의 이야기보다 싸우고 갈등적인 이야기를 선호한다.

- 흥미성: 따분하고 어려운 이야기보다 흥미롭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선호한다. 이런 것들을 소위 '뉴스 가치'라 하는데 이들 가치를 품고 있는 뉴스로 부터 완벽하게 결별할 필요가 있다.

03 경제 뉴스: 자본과 새로운 관계 맺기 23
- 비이성적 과열, 어려운 용어의 범람, 위기의 과장, 인간의 배제를 특징으로 하는 경제 뉴스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 걸까?

- 자기 배려의 관점에서 경제 뉴스를 활용하는 방식은 이 질문에서 시작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돈을 어디에 투자하는냐', '돈을 어떻게 증식해야 하느냐'에 대한 정보를 얻는 창구 이전에 '돈을 어디에, 누구에 사용해애 하느냐'에 대한 정보를 얻는 창.

04 사회 뉴스: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
- 어째서 사회 뉴스는 삶의 어둠과 폭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뉴스가 아니라 그것을 읽는 나의 마음 속에 있을 수 있다. 내 안의 무의식은 세상의 어둠,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면서 상당한 즐거움을 느끼는지 모른다. 누군가의 불행과 고통을 통해서 그것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데에서 어떤 위안을 얻는 지도 모르겠다.

- 진정 사회 뉴스를 선용하는 방식은 이 재료를 버무려 삶을 새롭게 써 나가는 과정에 있을 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에 움추려들지 않으며, 사회 뉴스에 배태된 죽음, 상처, 공포, 아픔 등의 불행의 표상들을 엄격한 진실의 요체로 현재화함으로써 참된 이야기의 장비를 갖추는 과정! 이를 미셸 푸코는 '불행에 대한 사전 숙고'라고 말한다.

-자기 배려적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삶이 아닐까? 나의 이야기이자 당신의 이야기.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예술가가 될 권리가 있다. 사회 뉴스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내'가 되는 과정에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

05 문화 뉴스: 타자와 에로스적 관계 맺기
- 문화 뉴스를 선용하는 전제 조건은 누군가를, 무엇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것. 그 사람 그 작품과 새로운 관계를 통해 어제와 다른 나를 구성하는 놀이를 해 보는 것, 우리는 '타자되기'를 통해 어제와 다른 삶을 창조해 갈 수 있다.

06 국제 뉴스: 프레임 너머 다른 길을 찾는 여정
- 뉴스를 보고 관련 시간과 공간을 마음속에서 떠올려보고, 그곳의 역사, 지역, 사람들의 이름을 실제적으로 표현해보고, 이 대상을 구성하는 요소가 무엇이며, 그것이 내 몸과 마음에 어떻엑 들어올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훈련을 해 봐야겠다. 이 훈련을 거듭하다보면 한반도, 서구, 근대, 신자유주의에 갇힌 사유의 프레임이 조금은 넓어지고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07 과학 뉴스: 질문에서 시작하는 탐사 여행
- 과학 뉴스를 접하는 장을 바꾸어야 한는데 <과학동아>와 같은과학 전문 잡지와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들이 집필한 칼럼은 일반적인 과학 뉴스와 상당히 결이 달랐다.

08 재난 뉴스: 망각에 대한 저항, 일상의 여울목
- 재난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것은 다른 면에서도 좋은 일이다. 나는 재난 뉴스를 보면서 우울하고 권태로운 일상이 특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인간이 그렇게 악한 존재만은 아니라는 진실을, 그리고 죽음이라는 게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09 칼럼 뉴스: 스승 만들기와 경청 훈련
- 강유정(영화평론가) <경향신문> '강유정의 영화로 세상읽기'
정희진(여성학자) <한겨례> '정희진의 어떤 메모'
정윤수(문화평론가) <주간경향> '정윤수의 길위에서 듣는 음악'
김상욱(물리학자) <경향신문> '김상욱의 물리공부'
김연수(소설가) <채널예스> '김연수의 문음친교'

10 뉴스 쓰기: 파르헤지아를 위해
- 자기 배려 과넘에서 뉴스를 읽고, 뉴스를 명상하고, 뉴스를 쓰는 수행을 지속해 보려 한다. 이것의 목적은 세상에 대한 상식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목적하는 바는 뉴스가 주목하는 시간과 공간으로 정신과 육체를 이동하는 것, 그 시공과의 새로운 접속을 통해 어제와 다른 나를 상상하고 훈련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 '파르세지아'는 '솔직히 말하기'로 번역된다. 과거의 습관, 관행, 인식으로부터 연유되는 '내 생각'을 먼저 세우고 난 후 거기에 맞추어 텍스트를 선별하고 끼워 맞추는 것을 경계한다. 대신 앞에 놓인 텍스트를 바라보며 이것을 쓴 사람의 마음과 외부의 진실이 어디로 향한지를 마주하기 위해 노력한다.

- 손석춘 교수 <신문 읽기의 혁명>
조윤호 기자 <나쁜 뉴스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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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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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아주 작은 것으로 부터 힘을 얻고 희망을 가지게 된다.

남편 하워드와 아내 앤 그리고 아들 스코티와 주변 가족들 모두 잘 지낸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 온다.
아들 스코티가 친구와 등교하다 뺑소니 교통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가 되고 의사 프랜시스는 대수롭지 않다고 부부를 안심시키지만 3일 후 스코티는 부모 곁을 떠난다.

한편 스코티가 입원하는 중에 집에 여러 차례 이상한 전화로 부부는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문득 아내 앤은 빵 가게가 생각나고 둘은 늦은 저녁 빵집을 방문한다. 부부는 다짜고짜 화부터 냈고 빵 가게 주인은 상황을 모르고 전화한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의 죽음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알고 "아마 제대로 드신 것도 없겠죠."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먹고 기운을 차리시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무러 좀 먹은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라고 빵가게 주인은 말한다. 그리고 빵집 주인의 외로움과 중년의 의심 그리고 한계에 대해 말하며 그런 시절 어린 아이 없이 어떻게 지냈는지를 다음 날 아침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말한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일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다만 우리가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칠 뿐이다. 나 또한 그런 따스한 도움을 받았지만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었을 까 하고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다.

• 91
토요일 오후, 그녀는 쇼핑센터에 있는 제과점까지 차를 몰고 갔다. 갈피마다 케이크 사진들을 테이프로 붙여놓은 바인더를 훑어본 뒤, 그녀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녀가 고른 케이크에는 하얗게 뿌려놓은 별들 아래 우주선이 설치된 발사대, 그리고 반대쪽으로 빨간색 프로스팅으로 만든 행성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 103
그들은 종일토록 기다렸으나, 아이는 깨어나지 않았다. 가끔 한 사람이 커피를 마ㅣ셔고 아래층에 있는 카페테리아에 가기도 했으나, 이내 아이의 일이 떠올라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 들어 테이블을 박차고 허겁지겁 병실로 돌아왔다. 그날 오후 다시 병실을 찾은 닥터 프랜시스는 아이의 상태를 다시 한번 살펴보더니 병세가 좋아지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깨어날 것이라고 말하고는 병실을 떠났다.

• 113
병원 주차장으로 들어간 그녀는 현관 근처의 빈자리를 발견했다. 그녀는 아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데는 막연하나마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 생각은 흑인 가족의 일로 이어졌다. 그녀는 프랭클린이라는 이름과 햄버거 포장지로 뒤덮여 있던 탁자와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며 그녀를 바라보던 십 대 여자애를 기억했다. “아이를 갖지 마.” 병원 현관으로 들어서면서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른 그 여자애에게 말했다. “정말이야, 갖지 마라.”

• 124-125
“우리 아들은 죽었어요.” 그녀가 냉정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잘라 말했다. “월요일 아침에 차에 치였어요. 우리가 줄곧 곁에 있었지만, 결국 죽고 말았어요. 물론 당신이야 그 사실을 알 수는 없었겠죠? 빵 장수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 테니까. 안 그래요. 빵 장수 아저씨? 하지만 그 애는 죽었어요. 그 애는 죽었다고. 이 못된 놈아!” 갑자기 솟구친 분노는 또한 갑자기 고자누룩해지더니 다른 뭔가로, 그러니까 구역질이 날 것 같은 어지러운 느낌으로 바뀌었다.

• 127
"아마 제대로 드신 것도 없겠죠." 빵집 주인이 말했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그가 말했다.

• 128
“이 냄새를 맡아 보시오.” 검은 빵 덩어리를 잘라내면서 빵집 주인이 말했다. “퍽퍽한 빵이지만, 맛깔난다오.” 그들은 빵 냄새를 맡았고, 그는 맛보라고 권했다. 당밀과 거칠게 빻은 곡식 맛이 났다. 그들은 그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었다. 그들은 검은 빵을 삼켰다. 형광등 불빛 아래에 있는데, 그 빛이 마치 햇빛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이른 아침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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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2-04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단편은 마지막의 빵집 주인이 나오는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잘 읽었습니다.
초록별님 오늘도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초록별 2020-02-05 05:09   좋아요 1 | URL
저도 마지막 빵집 이야기에 마음이 뭉클했답니다.

초딩 2020-02-0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집 주인이 가만히 빵을 건낼 때
뜨거운 눈물이 나왔습니다

초록별 2020-02-05 05:15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대목이 가장 인상에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