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 교양의 탄생 - 명작이라는 식민의 유령
박숙자 지음 / 푸른역사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 북 리뷰 ■

중학교 다니던 시절 중1, 2,3 학년 내내 담임선생님을 같은 분이셨다. 시인이시면서 국어선생님이셨다.
문제는 국어 선생님이신 거였다. 그 당시 삼중당 문고가 크게 유행이어서 가방에 한 권씩은 폼으로 가지고 다녔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동안 우리 반 아이들은 책 읽는 고통 속에서 살았다. 무조건 많이 읽어야 했다. 그 힘으로 후에 어디 가서 한 마디라도 거들 수 있었다. 물론 고등학교 때에는 입시 준비로 책 읽는다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중학교 때 독서 습관이 계속 이어져 가방에 늘 책 한 권씩을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그때의 삼중당 문고...

<속물 교양의 탄생>이라는 책은 이웃님이 소개해 주시었다. 속물과 교양이라... 우선 국어사전에서 교양이란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교양이란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 인간의 정신 능력을 개발해 인격을 배양해 나가는 노력과 그 성과.. 조금 어렵다. 내가 내린 교양의 정의는 '됨됨이와 지식'이라고 해 보았다. 됨됨이란 사람이 지니고 있는 성품이나 인격을 말하는 데 거기에 더하여 이성에 기반을 둔 지식. 이것도 어렵다. 아무튼 교양이 있는 사람, 교양이 없는 사람에 대해 이웃님들 각자의 기준이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런데 그 단어 앞에 속물이란 단어가 붙었다.

필자는 식민지 시대의 교양을 속물 교양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식민지 시대의 교양은 추구해야 할 목표이자 지향점이었다. 그런데 좋은 책 즉 fine book이 유명한 책 famous book로 변용된 것에 대해 지적한다. '명작'에 담겨 있는 '좋은 책'이라는 의미가 '목적'이 되는 대신 타인의 인정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교양'은 고급스러운 계급의 기호로, 엘리트의 문화 자본으로 곡해되었다고 말한다. 사전적 의미에서 속물이란 '교양 없이 식견이 좁고, 세속적 이익이나 명예에만 마음이 급급한 사람'이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의 '속물'은 '교양'과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양의 의미를 잠식하고 그 의미를 변용시킨다고 꼬집는다. 그래서 교양에 비례해서 속물적 가치가 늘어난다. 이것이 식민지 시대의 아이러니라고 밝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근대 지식을 자본화하는 일면과 그런 삶을 모방하면서 '속물적인 양태'를 가속하는 힘으로서 근대의 명작들을 통해 명작이 야기하는 속물적 욕망을 그 시대의 작가의 말과 작품들을 꼼꼼하게 제시하며 밝히고 있다. 그 한 예로 '명작'에 대한 과시 욕구와 소장 가치가 더해지면서 장정과 제본 형태가 더욱 중요해진다. 책이 어떻게 보이느냐 하는 문제가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p.116)라고 하며 그 당시 호화 양장본을 남들에게 보여주어 자기의 교양을 과시하려는 일부 지식인의 행태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36페이지나 되는 주석을 보면 거의 논문 수준을 넘어선 작품이다. 필자의 열성과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누군가 '책이 양서인지를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주석에 있다'라고 말했다. 여러 번 읽어야 감이 올 듯하다.

나의 학창 시절에는 호화 양장본으로 된 백과사전이나 세계문학전집 등을 유리 문이 달린 책장 안에 전시하곤 했다. 하지만 그 책을 일일이 꺼내 읽기보다는 장식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작년에 읽은 책 중에 베스트셀러에 대한 비판의 글이 있었다. 남들이 많이 읽으니 나도 읽어야 하는 열등감을 지적한 책이었다. 나 또한 많이 회자되는 책에 손이 먼저 가는 것은 사실이다. 더불어 다독이냐 정독이냐도 개인적 취향인 것 같다. 보다 중요한 것은 <속물 교양의 탄생>이란 책에서 말하였듯이 남에게 보여주기 식의 독서가 아니라 각자의 즐거움과 성찰 그리고 실천하기식의 독서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물론 나도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식민지 시대의 속물 교양에 대한 일면을 살펴볼 수 있었고, 나의 독서 태도에 대해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들 한다. 아니 사계절이 독서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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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10-01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 연휴를 즐겁고 편안하게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서니데이 2020-12-10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록별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시고,
항상 행복과 행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