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 살인 사건 - 카뮈의 <이방인>,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
카멜 다우드 지음, 조현실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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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 <이방인>의 뫼르소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상황을 기초로 해서 소설이 전개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을 저자는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오늘, 엄마는 아직 살아있네.'이다. <이방인>은 '오늘 엄마가 죽었다.'로 시작된다. 이 소설은 <이방인>의 뫼르소에 의해 살해당했던 아랍인의 동생 하룬은 화자로 등장한다.

70대가 된 하룬은 한 대학생에게 형 무싸가 죽은 후 졸지에 형을 잃은 소년과 아들을 잃은 엄마의 처절한 투쟁을 포도주 몇 잔의 취기로 털어놓는다. 거기에는 뫼르소에 대한 분노와 형에 대한 연민의 정이 가득하다. 동생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이방인>에서 자기 형의 이름은 거론조차 되지 않고 알제리인이 아니라 단지 '아랍인'으로 언급된 것이다. 또 이 소설에서 흥미로운 대비는 <이방인>에서는 낮에 살인이 이루어지지만 <뫼르소, 살인사건>에서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뫼르소는 유럽인이었지만 '기독교 세계'를 비판하였지만, 하룬은 아랍인이었지만 '이슬람 세계'를 비판한 것도 눈여겨볼만하다.

저자 카멜 다우드는 알제리 저널리스트이다. 알제리와 프랑스 <르몽드>지 외에 다른 언론 매체들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실제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비판으로 위협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그의 첫 장편소설로 2013년에서는 알제리에서, 2014년에서는 프랑스에서 출간되어 큰 호응을 받았다. 2015년에는 '콩쿠르상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카뮈의 <이방인>을 읽고 다우드의 <뫼르소, 살인사건>을 읽으면 만족감이 두 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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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3-22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페스트 광고가 많이 보이는데 이 책도 읽으면 좋겠네요.
초록별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편안하고 좋은밤되세요.^^

초록별 2020-03-22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지네시죠~~^^ 오늘은 완연한 봄날씨여서 주변 작은 강가에 갔었어요. 코로나로 모두 힘들지만 활기차 보였어요. 이 책은 넘 재미있어요.ㅎㅎ... 함 읽어보시면 자기 형에 대한 애기가 첨부터 끝까지 나와요... 이해가 되요... 행복한 꿈 꾸세요...
 
수전 손택의 말 - 파리와 뉴욕, 마흔 중반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수전 손택 & 조너선 콧 지음, 김선형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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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은 육체의 굴레를 넘어> 에 이어 두 번째 책이다. 에디터 조너선 콧이 소설가, 수필가, 극작가, 영화감독, 사회 운동가인 그녀를 그녀가 45세 되던 1978년 6월 파리, 11월 뉴욕에서 인터뷰 녹음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전 편에서와 같이 그녀의 군더더기 없고, 정확하고 요란스럽지 않고 꾸밈없는 모습이 더욱 리얼하게 그려진다. 어린시절, 독서습관, 좋아하는 작가들, 인생에 대한 자세 등등을 기탄없이 말하고 있다. 인터뷰한 내용이라 전 편보다 다소 산만함이 있지만 그래도 그녀의 사유의 폭은 가히 짐작하기 쉽지 않다. 지난 번 <마르케스의 말>을 읽었는데 다음 <말> 시리즈는 무엇으로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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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는 제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에요.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에요."(63)
: 제 독서는 전혀 체계적이지 못해요. 굉장히 빨리 읽는다는 점에서 아주 운이 좋은 편이죠. 단점도 많아요.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식하답니다. 구조주의나 의미론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보라고 하면 아마 말을 못하 거예요."

- "사진에 대해 글을 쓰는 작업에 흥미를 갖게 된 건 사진이 이 사회의 모든 복잡성과 모순과 모호성 들을 투영하는 중심적 활동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호성이나 모순이나 복잡성은 사진의 본질이며 또한 우리가 사유하는 방식이기도 하죠." (91)

- 작가의 사명은 세계에 주의를 기울이는 거라고 말했지만, 저 자신에게 스스로 부과한바 작가의 소명은 온갖 종류의 허위에 맞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에요.(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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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데부 - 이미지와의 만남 동문선 현대신서 184
존 버거 지음, 이은경 옮김 / 동문선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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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24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 처음에는 그림이나 사진을 한 장이 실려있다. 작가는 이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 화가나 철학자를 불러내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단지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하는 여타 미술사 책이 아니다.

작가는 우리들에게 그림을 보는 태도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해준다. 물론 중간중간 철학적인 이야기들이 다소 길게 나올 때면 약간의 지루함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 발짝 더 들어가 보면 그림에 대한 신비로움에 금세 빠져든다. 더불어 그림이 전달해 주는 메시지에 독자의 사유가 마음껏 춤추게 허락해 준다. 그곳에는 인간이 가진 약한 모습도 보인다. 강한 의지의 호소도 들린다.

그림이나 사진에 대한 문외한인 나에게 이 책은 미술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고 나의 가슴 한 켠에 훅 하고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왠지 그림을 계속 보고 싶어 하는 마력이 생겼다.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해 '그림과 철학의 랑데부'이다. 나처럼 그림에 새내기이신 분들께 이 책을 주머니에 넣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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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머니 
- 어머니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주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진정한 사랑만이 말도 안 되는 오해를 피하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어머니는 이 단순한 형용사를 제외하면 어떤 것도 덧붙이지 않았다.(60)

11. 농부의 그리스도 
- 이탈로 칼비노는 베로나 근처에 있는 시골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채집한다. 먼 옛날 신앙심 깊은 농부가 있었는데, 그는 웬일인지 언제나 성 요셉에게만 기도를 했다. 그가 죽었을 때 성 베드로는 그에게 천국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당신이 그리스도와 성부와 성모를 잊어버렸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으니까"라고 성 베드로가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요셉에게 한 말씀할 수 있을까요?"라고 농부가 물었다. 이때 나타난 요셉은 농부를 알아보고 말했다. "자, 들어와서 편히 쉬게." " 전 그럴 수가 없어요"라고 농부가 불만을 터뜨렸다. "여기 있는 베드로가 나더러 천국에 들어올 수 없다는군요." 요셉이 베드로를 보면서 훈계했다. "베드로, 그 자를 여기에 머물도록 하게. 아니면 내가 내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다른 곳에 가서 천국을 건설할 테니까!"(137-138)

11. 농부의 그리스도 
- 이탈로 칼비노는 베로나 근처에 있는 시골에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채집한다. 먼 옛날 신앙심 깊은 농부가 있었는데, 그는 웬일인지 언제나 성 요셉에게만 기도를 했다. 그가 죽었을 때 성 베드로는 그에게 천국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당신이 그리스도와 성부와 성모를 잊어버렸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으니까"라고 성 베드로가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요셉에게 한 말씀할 수 있을까요?"라고 농부가 물었다. 이때 나타난 요셉은 농부를 알아보고 말했다. "자, 들어와서 편히 쉬게." " 전 그럴 수가 없어요"라고 농부가 불만을 터뜨렸다. "여기 있는 베드로가 나더러 천국에 들어올 수 없다는군요." 요셉이 베드로를 보면서 훈계했다. "베드로, 그 자를 여기에 머물도록 하게. 아니면 내가 내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다른 곳에 가서 천국을 건설할 테니까!"(137-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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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사 편력 2 - 근대에서 현대까지
박상익 지음 / 푸른역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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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나의 서양사 편력>은 북플 이웃님이 소개해 준 것으로 관련된 사진과 영화포스터도 소개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혀졌다. 근.현대가 궁금해 2권 먼저 읽었다. 총 2권으로 99개의 내용을 세분화해 놓았고 1사건 당 1-3페이지 내외로 구성되어 있다.

산업혁명후 영국이 독일에 뒤진 이유, 페미니즘의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독일과 한국의 문맹율과 독서율, 그리고 나의 상식을 뒤엎은 것은 92장의 ‘반인륜 범죄‘ 단죄한 뉘른베르크 법정에 관한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2차 세계대전때 유태인 학살에 대해 독일에 대한 만행만 알고 있었는데 오스트리아인들의 잔악상을 알게 되어 무척이나 놀랐다. 또한 나의 역사지식의 가벼움에 더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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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흔히 독일과 일본의 과거 청산을 비교한다. 독일의 철저한 반성과 일본의 뻔뻔스런 행태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물론 독일의 반성은 전 세계적으로 모범이 되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독일 이외의 나치 협력 국가들도 마찬가지였을까? 같은 독일어권에 속한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달랐다. 오스트리아인은 독일인보다 더욱 악랄했으며, 홀로코스트에서도 그들은 가담자 수에 비해 훨씬 큰 역할을 했다. 히틀러만 오스트리아인이 아니었다. 아이히만과 게슈타포 수뇌 에른스트 칼덴브루너가 모두 오스트리아인이었다. 오스트리아인들은 여섯 개의 죽음의 수용소 중 네 곳을 통제했으며, 600만명의 유대인 희생자 가운데 거의 절반을 살해했다. 오스트리아인들은 독일인들보다 훨씬 강력한 반유대주의자들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스트리아인의 절대 다수가 독일과의 합병을 지지했고, 7백만명의 오스트리아인 가운데 55만 명이 나치 당원이었다. 오스트리아는 독일의 동맹국으로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그러면서도 1943년 ‘모스크바 선언‘에서 ‘히틀러의 공격에 함락된 첫 번째 국가‘로 분류되더니, 급기야 전후 포츠담회담(1945)를 통해 보상을 면제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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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3 - 피어나는 소녀들의 그늘에서 1 펭귄클래식 147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이형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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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1일 시작된 책읽기가 오늘로 마무리 되었다. 4번에 걸친 완독이었지만 중간에 계속 읽기가 힘들었다. 3권은 피어나는 소녀들의 그늘에서 1편이다. 2권이 스완과 오데뜨의 사랑이야기 였다면 3권은 마르셀과 스완부부의 딸 질베르뜨의 사랑이야기이다. 마르셀의 일방적인 짝사랑이다. 결국 마르셀은 질베르뜨와 결별을 하게 된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다고 하지 않았던가. 마지막 부분에서 여운이 남긴 하지만 4권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2년전 3권까지 읽다가 중간에 그만두었는 데 이번에 끝까지 읽어볼 계획이다.

프루스트의 글들은 나의 과거 궤적을 하나씩 꺼내 보여주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까마득히 잊혀졌던 나의 아름다웠던 추억들이 머리속에서 춤을 춘다. 해박한 그의 능력보다 그의 문체는 따스함을 전해준다. 내가 그의 글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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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시절 질베르뜨로 인하여 겪던 슬픔이 그토록 오래전부터 사라졌지만, 오월이 되어, 일종의 해 시계에서, 정오 십오분과 오후 한 시 사이에 있는 순간들을 읽고 싶을 때마다, 마치 등나무 넝쿨 그늘의 부드러운 햇빛 아래서인 양 그녀의 양산 밑에서, 스완 부인과 그 시절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나를 다시 발견하며 느끼는 기쁨은 여전히 살아 있다.(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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