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오늘은 블로그에 3권의 감상문을 적었다.
이번엔 <이방인>이다. 영어로 <The Stranger>.
영어 제목을 누가 지었는 지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우리는 낯선 곳에 가면 어떤 느낌이 든다.
이 소설에서 카뮈가 느꼈던 것과 동일한 것.

살아가면서 나와 어울리지 않는 환경이나 부자연스러움이 있을 때
나는 과연 용기를 내어 헤쳐 나왔는가?
물론, 법이나 도덕의 틀을 깨자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나에게 더욱 정직해지고 자유를 외쳐보아야겠다.

책을 읽으며 내내 뫼르소가 되게 해준 카뮈에게 감사한다.
2019.11.22.금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른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예정. 삼가 조의를 표함.˝ 이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어제였을 것이다.
p.9


집에 있었을 때,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양로원에 들어가고 난 처음 며칠 동안은 종종 울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습관 탓이었다. 몇 달 후에 양로원에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했더라도 역시 울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습관 때문에 말이다. 마지막 해에 내가 양로원에 거의 가지 않은 데는 그런 이유도 없지 않다.
p.11-12


˝관을 닫아 놓았습니다만, 어머니를 보실 수 있도록 나사를 뽑아 드리지요.(중략)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내가 대답했다. ˝네˝ (중략) ˝왜지요?˝ 나는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p.13


옷을 다 입었을 때, 마리는 내가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내게 상을 당했냐고 물었다. 나는 엄마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언제부터 상중인지 묻기에, 나는 ˝어제부터˝라고 대답했다. (중략) 하기야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누구나 조금은 잘못이 있게 마련이니까.
p.30


그러나 나는 한 발짝, 단 한 발짝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랍인이 몸을 일으키지 않고서 칼을 꺼내어 햇빛 아래에서 내게 내밀었다. (중략) 그때 나는 축 늘어진 몸에 네 발을 더 쏘았고, 총알들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깊숙이 박혔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짤막한 노크 소리와도 같았다.
p.78-79


나는 그에게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것은 잘못이고, 그 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내 말을 가로막고는, 벌떡 일어서서 내개 신을 믿는 냐고 물으며 다시 한번 나를 몰아세웠다. (중략) ˝그것 봐. 그것 보라고. 너도 믿고 있지?˝ 물론 나는 한 번 더 아니라고 대답했다.
P.90-91


그때, 이유는 알 수 없어도, 내 속에서 무엇인가가 터져버렸다. 나는 목이 터져라 소리치기 시작하면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기도를 하지 말라고 했다. (중략) 다른 사람들의 죽음, 엄마에 대한 사랑이 나와 무슨 상관이고, 당신의 하느님, 우리가 선택하는 삶, 우리가 선택하는 운명은 또한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중략) 모든 사람은 선택받은 자들입니다. 오직 선택받은 자들입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조만간 사형을 당할 것입니다. 그러니 엄마의 장례식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살인죄로 고발당해 목이 잘린다고 해서 그게 뭐가 중요하나요?
P.152-153



나는 기진맥진하여 침대 위로 쓰러졌다. 그러고는 잠이 들었던 모양인지, 눈을 떠보니 내 얼굴 위로 별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중략)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였다. 그처럼 세계가 나와 닮아 있고 마침내 내 형제와도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나는 지금까지 늘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게 완성되게 하기 위해, 그리고 내가 덜 외롭다고 느끼기 위해, 이제 내게 남은 소원은 단 하나, 내가 처형당하는 날 구경꾼들이 많이 몰려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받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p.154-15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리브 키터리지...
처음 제목을 보고 올리브로 만든 무슨 음식인가? 하고 생각한 건 왜일까?^^
2009년 이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고 하며 독서토론 책으로 선정되었다.
12편 단편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는데 한편의 장편소설이듯 했다.
이중 이번 토론 주제는 <굶주림>

​읽어 나가다 보니 '니나'라는 젊은 여성이 일종의 거식증을 앓는 듯했다. 하지만 좀 더
읽어가다 보니 주인공인 하먼의 '굶주림'인 듯했다.
'사랑에 대한 굶주림'...

우리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주변에 대한 사랑에 굶주리는 것이 아닐까?
어린아이들 눈에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사랑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세월이 흘러가며 사랑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 감각을 무뎌지는 것이 아닐까?

'사랑해'라고 오늘부터 더욱 외쳐야겠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님께 축하드리고 감사드린다.
2019.11.22.금



"내 도넛 하나 사 왔어요?" 하먼이 상체를 일으켰다. " 아차, 이런. 아니, 거기 놓고 왔어. 갔다 올게, 여보." "아, 됐어요." "갔다 온다니까." "앉아요." (중략) "당신이 잊지 않고 가져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보니, 그래서 말했잖아, 내가...." "그리고 나도 말했잖아요, 됐다고."
p.145-146

그러던 어느 밤, 침대에서 그가 다가가자, 보니는 하먼을 뿌리쳤다. 한참 후, 보니가 가만히 말했다. "여보, 나는 이제 그 짓은 끝난 거 같아요." 그들은 그렇게 어둠 속에 누워 있었다. 보니의 이 말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닫자 끔찍하면서도 공허만 마음이 속 깊은 곳에서부터 그를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상실을 즉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p.148-149

여자의 작은 손으로 손잡이를 당겼다. 볼품없는 커다란 스웨이드 부츠를 신었는데, 거미 다리처럼 비쩍 마른 다리가 부츠에서 비죽 올라와 있었다.
p.152-153

수년 만에 처음으로 하먼은 신에 대해 생각했다. 구석진 선반에 처박아두었다가 이제 새로운 눈으로 다시 꺼내보는 돼지 저금통처럼, 그는 아이들이 마리화나를 피우거나 그 엑스터시라는 마약을 할 때의 기분이 바로 이렇겠구나, 생각했다.
p.156-157

"보니 말이 여자애가 죽도록 굶는 병이라던데. 그런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어." 하먼이 말했다. 데이지가 고개를 저었다. " 죽도록 굶는 젊고 예쁜 여자들, 기사에서 읽었어요. 스스로 체중을 통제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외려 그게 통제를 벗어나게 되고, 그다음엔 멈출 수가 없는 거죠. 너무나 슬픈 일이에요."
p.160

'근데, 아저씨랑 아줌마는 뭔 사이예요?" 니나가 둘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우린 친구야." 데이지가 그렇게 말했지만 하먼은 데이지의 뺨이 물드는 걸 알 수 있었다. "아하." 니나가 말했다.
P.168

"굶주렸구나." 니나는 움직이지 않고 한마디만 했다. "네....아니요.
"나도 그래. 굶주렸지." 올리브가 말했다. 니나가 올리브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정말이야." 올리브가 말했다. "아니면 왜 내가 눈에 보이는 도넛마다 먹어치우겠어?" "아줌마가 굶주렸다고요?" 하." 니나가 역겁 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고말고. 우린 모두 다 그래." "와." 니나가 나지막히 말했다. "굶주린 분이 통통하기도 하셔라."
P.172

일요일 아침,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데이지의 거실 안 작은 스탠드에서 불빛이 반짝였다. (중략) 그는 잠시 기다렸다가 데이지의 푸른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어." 하먼은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친절하고 부드럽게 거절하리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데이지의 부드러운 팔이 자신을 끌어안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이고, 그녀의 입술이 제 입술에 포개졌을 때 몹시 놀랐다.
P.185

그는 이제 데이지 포스터의 너그러운 몸이라는 환각적인 세상에 살면서 그날만은, 그가 보니를 떠나거나 보니가 그를 쫓아낼 그날만을 기다렸다. 둘 중 어느 것이 먼저 일어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언제 가는 일어날 것이다. 머핀 루크가 개심술을 기다리듯이, 수술대에서 죽게 될지, 살게 될지 알지 못하면서 개심술을 기다리듯이.
P.187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19-11-2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록별님께서 리뷰 마지막에 쓰시는
‘감사합니다‘ 에 공감하고 항상 감동을 받습니다^^

초록별 2019-11-22 19:47   좋아요 1 | URL
책 한권쓰는데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까 생각하면 감사합니다를 수천번해도 부족할것 같아요~~^^ 늘 하트주시어 감사드려요. 포근한 저녁되세요...

서니데이 2019-11-2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록별님, 오늘도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따뜻하고 기분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초록별 2019-11-22 19:48   좋아요 1 | URL
편안한 저녁되세요 ~~^^ 감사합니다...
 
2019 올해의 문제소설 - 현대 문학교수 350명이 뽑은
한국현대소설학회 엮음 / 푸른사상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편소설 읽는 독서모임 선정도서이었다.
12편중 이번에 읽은 작품은 김봉곤님의 <시절과 기분>.
예전에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많았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소 희석되고 이해가 된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엔 미진이 남아있다.

​주인공인 게이는 ‘정체화과정‘이전에 사귀었던 혜인과 다시 만나 옛 시절의 기분을 헤아리고 현재 사귀고 있는
해준과의 기분사이에 널뛰기하는 심정을 읽는다.
군데 군데 다소 생소한 단어들이 나와 새로웠다.
또한 섬세한 심리묘사가 특히 돋보였다.

요즘 커밍아웃에 대한 주제가 많이 거론된다.
이 작품을 읽고 성소수자 권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짧은 글 속에서 작가가 전하고자 한 굵직한 문장들을 써내려간 김봉곤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219.11.21.목



해인에게서 사진과 문자가 전송되어 왔을 때, 공소시효가 지나 원고인을 맞닥뜨린 사람이 과연 이런 심정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응당 벌받고 싶은 마음 충만했지만 그렇다고 나를 벌할 사람이 없는, 죄책감을 느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제 나조차 모르겠는 그런 애매하고 찝찌름한 기분.
p.72

다음날 해인은 평소보다 더 후줄근한 차림으로 도서관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중략) 이건 명백해, 백퍼야, 저 머리띠가 조금만 더 고급이었어도 이건 사랑이 아니었을걸? 나는 격렬하게 요동치는 가슴 대신 혜인의 손을 붙잡고 열람실을 뛰쳐나왔다.
p.87

˝질투한 거야?˝ ˝아니 첨엔 괘씸하다가 나중엔 섭섭하다가 질투도 좀 하다가 나중에는 다 말았다.˝ ˝잘했다.˝ ˝잘하긴 뭘 잘해? 올라가서는 맨날 보자고 말만 하고.˝ ˝너 결혼식 안 간 거 때문에 이러는구나? 그건 내가 설명.....˝
˝아니.˝ ˝그럼 워 때문에?˝ ˝니는 니가 기다리는 것만 기다릴 줄 알잖아.˝ 선문답 같은 말이었지만, 어쩌면 어디서 주워들은 말을 그냥 던지는 건지도 몰랐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혜인의 그 말에 어딘가 꿰뚫린 기분이었다.
p.89

무엇보다도 고향을 떠난 것이 결정적인 변곡점이었다. 나는 상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촌스러운 내 옷들과 함께 내 말투를 버렸다. (중략) 듣기 싫은 소리를 듣기 싫었고, 껄끄러워지고 싶지 않았고, 화내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내가 없어지는 쪽을 택했다. 내가 선명해지는 동시에 내가 사라지는 기분은 아주 근사했다.
p.91

고요한 밤 풍경 속, 나는 오다 카즈마사의 베스트 앨범을 재생하고 눈을 감았다. 또 한번 내가 될 시간이었고, 나의 농도를 회복하기에 음악은 제법 효과적일 것이었다. 뛰는 심장의 무늬를 구별하고 싶지 않았다. 어떤 답을 찾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열차가 멈추기 전까지 이 진동이, 흔들림이 계속 되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p.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주의자와 이기주의자는 다르다.
나 자신도 여러 환경에서 개인주의자란 미명하에 이기주의자가 였지 않았을까?

​지난 번 홍성수님의 <말이 칼이 될때>라는 책을 읽었다.
타인과의 관계를 직접 경험하면서 차분하게 써 내려간 점에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이런 부류의 책들이 많이 읽힌 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조금씩 밝아지고 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해본다.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가 나 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조그만 노력부터 해보야겠다.
매번 책을 읽은 후 느끼는 것은 책의 소중함이다.
오랜 시간동안 이 원고를 쓰셨을 문유석님께 감사드린다.
2019.11.18.월



개인의 행복을 위한 도구인 집단이 거꾸로 개인의 행복의 잣대가 되어버리는 순간, 집단이라는 리카이던은 바다괴물로 돌아가 개인을 삼킨다. 집단 내에의 서열, 타인과의 비교가 행복의 기준인 사회에서는 개인은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예가 되어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사다리 위로 한 칸이라도 더 올라가려고 아등바등 매달려 있다가 때가 되면 무덤으로 떨어질 뿐이다. 행복의 주어가 잘못 쓰여 있는 사회의 비극이다.
22쪽

타인과의 비교에 대한 집착이 무한 경쟁을 낳는다. 잘나가는 집단의 일원이 되어야 비로소 안도하지만, 그다음부터는 탈락의 공포에 시달린다. 결국 자존감 결핍으로 인한 집단 의존증은 집단의 뒤에 숨은 무책임한 이기주의와 쉽게 결합한다.
37쪽

세계에서 가자 행복한 국가들이 모여 있는 스칸디나비아 행복의 원동력은 넘치는 자유, 타인에 대한 신뢰, 그리고 다양한 재능과 관심에 대한 존중이라는 것이다.(중략) 집단주의로 인한 압력에 짓눌리지 않고 각자 제 잘난 맛에 사는, 서로 그걸 존중해주는 개인주의 문화의 강력함이다. 집단주의 문화권을 분류되는 동아시아 경제 우등생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56쪽

이념 문제 아닌 것을 이념 문제화하는 강박증은 두 가지 점에서 위험하다. 첫째, 실제적으로 필요한 토론과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각 방안의 장단점을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따지는 머리 아픈 과정을 ‘우리 편의 주장인지 적들의 주장인지‘로 광속 대체하는 반지성 주의를 낳는다. 둘째, 삼인성호. 몇몇이 떠들어대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진다. 몇몇 소수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념투쟁을 벌이는 것을 보다 보면 마치 이 사회에 진짜 심각한 이념 대립이 있는 것처럼 착시 현상이 생긴다. 거짓 선지자들에게 인류는 속을만큼 속았다. ‘좌우 자판기‘를 철거해야 하는 이유다.
208-209쪽

북유럽 전역에서 관습법처럼 통용되는 ‘얀테의 법‘이라는 것도 있다.(중략) 그 내용의 핵심은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지 마라, 남보다 더 낫다고 남보다 더 많이 안다고 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을 비웃지 말‘다.
260쪽

결국 미래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이상 20세기의 경험만으로 모델을 찾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움직이는 과녁에 화살을 쏘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 현실에 맞게 응용할 수 있을 뿐 그대로 베끼면 되는 모범답안은 이 세상에 없다. 할 일은 지금우리가 처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하나하나 실용적으로 찾아가며 앞서가는 나라들의 장점이나 경험을 부분적으로 참고하는것이다. 도그마에 빠지지 말고, 유토피아적인 환상을 경계하며, 더디더라도 분명히 내일은 오늘보다 낫게 만들 수 있다는 담대한 낙관주의를 가지고 말이다.
26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을 위한 철학수업』【이진경,문학동네,2013】


철학 수업...
대학 1학년 때 철학 강의를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철학 하면 뭔가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당시 과대표여서 친구들은 ˝넌 무조건 A 학점 나올거야˝ 라고 말들 하곤 했다.
딱히 과대표가 할 일은 출석부 가져왔다가 강의 끝나면 다시 학과 사무실에 반납하는 일이었다.
한 학기 강의 제목은 ‘음악에 관하여‘였다.
중학시절부터 LP로 팝송을 즐겨 듣곤 해서 내심 학점에 대한 자신이 넘쳤다.^^;
그러나 반전, 강의 내내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고 시험 결과 ‘C‘학점을 받았다. ㅠㅠ.
과대표라 해서 학점을 더 주시지도 않으셨고 음악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시험지도거의 갈팡질팡...
그러나 난 그 교수님의 수업을 계속 들으며 졸업했다. 학점은 언제나 ‘C‘.

지난해 교수님의 저서와 변역서가 여러 권 나와 모두 읽은 적이 있다...
아직도 ‘철학‘이란 단어는 나에겐 ‘C‘학점이다.

이 책은 독서토론 선정도서이다. 내일은 이 책을 가지고 토론한다.
제목에 ‘철학‘이란 단어가 들어가 첨엔 움찔했다.
이 분 책은 첨이라 차분하게 읽어 나갔다. 철학이란 단어를 머릿속에서 회상하며...
삶 속에서 찾아낸 주옥같은 글들이 하얀 종이위에 펼쳐 있다.

이진경 님께 감사드린다. 2019.11.18.월


자유로운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것, 그것은 단지 한 줌의 용기이다.
20쪽

자기 것이 되지 못한 행운, 자기 것이 되지 못한 자산이나 남의 신체, 남의 능력을 부러워하는 한 우리는 결코 자유와 행복에 이르지 못한다. 허공을 뒤지며 행복을 구하고, 허공을 디디며 자유를 찾는다. 그것으론 자유와 행복을 향한 걸음은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다. 자, 바로 여기서 시작하는 거야.
39쪽

강자와 약자는 따로 존재하는 어떤 인물들의 유형이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는 두 가지 방향, 두 가지 삶의 방식인 것이다. 자유란 그 두 선택지 앞에서 어느 하나를 택할 자유가 아니라, 약자의 길과 동시에 다가오는 또 하나의 길, 노예적 삶과는 다른 삶을 살 가능성을 지칭하는 이름일 것이다. 그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매혹의 이름일 것이다.
53쪽

웃음은 삶의 무게를 덜어주고 그 무게만큼 슬픔의 가능성을 줄여준다. 기쁜 만큼 웃을 수 있듯이, 웃는 만큼 기쁠 수 있다. 자유가 기쁨을 주듯이, 기쁨의 자유의 가능성을 확대해준다.
68쪽

사랑이란 빨간 돌과 파란 돌을 섞어 탑을 쌓는 것이다. 미친 열정의 돌과 차분하고 안정된 돌. (중략) 섰어 쌓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어느새 파란 탑을 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빨간 돌 만으로 탑을 쌓으려 할 때, 비로소 두 가지 돌이 섞인 탑이 만들어질 것이다.
103쪽



자신만의 취향을 고집하는 취향의 자유주의는 자기 취향과 다른 것을 감지할 수 없는 능력의 부재를 자랑삼는 것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감각 안에서 벗어날 줄 모으는 취향의 구속을, 내 능력 밖의 있는 것의 ‘악덕‘을 찾아 정당화하는 것이다.
153쪽

지금 자유롭지 못하고 지금 무력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어져 있는 그 능력을 믿지 않아서이고, 그 능력을 쓰려 하지 않아서이다. 우리의 지적 능력은 항상 저기서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180쪽

자유는 지성의 바깥에서 온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자유란 밝음이 아니라 어둠을 향한 지성의 비행이다.(중략)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으로 타자들에 대해 단언할 때가 아니라 애가 알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다른 생각에 귀를 기울이게 될 때 지성은 자유의 친구가 될 것이다.
191쪽

사실은 아무리 늦었다고 생각되는 시기라도 결코 늦지 않았다고. 우리는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고. 그 시작과 함께 우리는 ‘나의 삶‘을 비로소 시작하는 것이라고.
219쪽

그리고 요즘은 시를 읽는다. 느린 시인의 시간 속에서, 그 시간의 여백 속에서 다른 속도,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그렇게 변하는 리듬 속에서 나의 속도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24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