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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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아주 작은 것으로 부터 힘을 얻고 희망을 가지게 된다.

남편 하워드와 아내 앤 그리고 아들 스코티와 주변 가족들 모두 잘 지낸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 온다.
아들 스코티가 친구와 등교하다 뺑소니 교통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가 되고 의사 프랜시스는 대수롭지 않다고 부부를 안심시키지만 3일 후 스코티는 부모 곁을 떠난다.

한편 스코티가 입원하는 중에 집에 여러 차례 이상한 전화로 부부는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문득 아내 앤은 빵 가게가 생각나고 둘은 늦은 저녁 빵집을 방문한다. 부부는 다짜고짜 화부터 냈고 빵 가게 주인은 상황을 모르고 전화한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의 죽음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알고 "아마 제대로 드신 것도 없겠죠."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먹고 기운을 차리시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무러 좀 먹은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라고 빵가게 주인은 말한다. 그리고 빵집 주인의 외로움과 중년의 의심 그리고 한계에 대해 말하며 그런 시절 어린 아이 없이 어떻게 지냈는지를 다음 날 아침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말한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일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다만 우리가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칠 뿐이다. 나 또한 그런 따스한 도움을 받았지만 어려운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었을 까 하고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다.

• 91
토요일 오후, 그녀는 쇼핑센터에 있는 제과점까지 차를 몰고 갔다. 갈피마다 케이크 사진들을 테이프로 붙여놓은 바인더를 훑어본 뒤, 그녀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녀가 고른 케이크에는 하얗게 뿌려놓은 별들 아래 우주선이 설치된 발사대, 그리고 반대쪽으로 빨간색 프로스팅으로 만든 행성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 103
그들은 종일토록 기다렸으나, 아이는 깨어나지 않았다. 가끔 한 사람이 커피를 마ㅣ셔고 아래층에 있는 카페테리아에 가기도 했으나, 이내 아이의 일이 떠올라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 들어 테이블을 박차고 허겁지겁 병실로 돌아왔다. 그날 오후 다시 병실을 찾은 닥터 프랜시스는 아이의 상태를 다시 한번 살펴보더니 병세가 좋아지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깨어날 것이라고 말하고는 병실을 떠났다.

• 113
병원 주차장으로 들어간 그녀는 현관 근처의 빈자리를 발견했다. 그녀는 아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데는 막연하나마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 생각은 흑인 가족의 일로 이어졌다. 그녀는 프랭클린이라는 이름과 햄버거 포장지로 뒤덮여 있던 탁자와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며 그녀를 바라보던 십 대 여자애를 기억했다. “아이를 갖지 마.” 병원 현관으로 들어서면서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른 그 여자애에게 말했다. “정말이야, 갖지 마라.”

• 124-125
“우리 아들은 죽었어요.” 그녀가 냉정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잘라 말했다. “월요일 아침에 차에 치였어요. 우리가 줄곧 곁에 있었지만, 결국 죽고 말았어요. 물론 당신이야 그 사실을 알 수는 없었겠죠? 빵 장수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 테니까. 안 그래요. 빵 장수 아저씨? 하지만 그 애는 죽었어요. 그 애는 죽었다고. 이 못된 놈아!” 갑자기 솟구친 분노는 또한 갑자기 고자누룩해지더니 다른 뭔가로, 그러니까 구역질이 날 것 같은 어지러운 느낌으로 바뀌었다.

• 127
"아마 제대로 드신 것도 없겠죠." 빵집 주인이 말했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그가 말했다.

• 128
“이 냄새를 맡아 보시오.” 검은 빵 덩어리를 잘라내면서 빵집 주인이 말했다. “퍽퍽한 빵이지만, 맛깔난다오.” 그들은 빵 냄새를 맡았고, 그는 맛보라고 권했다. 당밀과 거칠게 빻은 곡식 맛이 났다. 그들은 그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었다. 그들은 검은 빵을 삼켰다. 형광등 불빛 아래에 있는데, 그 빛이 마치 햇빛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이른 아침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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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02-04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단편은 마지막의 빵집 주인이 나오는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잘 읽었습니다.
초록별님 오늘도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초록별 2020-02-05 05:09   좋아요 1 | URL
저도 마지막 빵집 이야기에 마음이 뭉클했답니다.

초딩 2020-02-0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집 주인이 가만히 빵을 건낼 때
뜨거운 눈물이 나왔습니다

초록별 2020-02-05 05:15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대목이 가장 인상에 남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