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를 몰입시키는 뇌기반 수업원리 10 - 번역 개정판 뇌기반교육 교수과학 시리즈 5
배리 코빈 지음, 이찬승.김은영 옮김 / 교육을바꾸는사람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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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습은 사실 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많은 혁신교육이론과 현장연구가 등장하고 있지만 좀처럼 뇌와 관련한 성과는 꽤나 간접적인 편이다. 이는 교육계와 일반 시민, 그리고 학생들 자체가 자신의 뇌를 그토록 개발시키고 싶어하면서도 뇌에 정작 관심이 없다는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책 '뇌 기반 수업원리 10'은 초등 고학년부터 대학초년생에 이르는 10대의 뇌의 특성을 제시하고 그에 기반한 수업원리를 제시한 책이다. 뇌 과학에 기반한 것 뿐만 아니라 실천적인 다양한 교육방법과 원리, 수업장면이 제시되어 있어 이론적일 뿐만 아니라 상당히 실제적이었다. 

 과거 뇌는 5-6세에 거의 발달을 마무리하고 큰 변화가 없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의 연구성과는 10대의 뇌가 급격한 변화를 겪음을 밝히고 있다. 10대시절 뇌의 가장 큰 변화는 급격한 가지치기와 신경회로 수의 증가와 연결성의 강화다. 나이가 들어가며 이 시기 백질의 수초화가 이루어져 절연화가 서서히 이루어지는데 이는 절연성의 강화로 연결된 신경회로간 속도를 급격히 빠르게 하고 반면 가지치기 및 절연화로 다른 새로운 내용으로의 학습과 유연성의 감소를 의미한다. 어려서 무엇에나 쉽게 적응하지만 잘 배우는 능력은 떨어지다가 어른이 되어 학습 방법은 잘 알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짐은 이 때문이다. 또한 소뇌가 발달하는데 이 기관은 운동능력 및 신체기능을 담당하므로 10대시절엔 누구나 다소 어설픈 운동기술을 보인다. 그리고 성호르몬이 급격히 방출되 변연계에 영향을 미쳐 감정기복이 심하며 의사결정 및 감정을 읽고 나타내는데 전전두피질의 미발달로 편도에체 의존한다. 때문에 이 시기엔 의사결정이 감정적이고 오히려 어릴때보다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기술이 감소한다. 유독 친구들간의 오해와 부모와의 갈등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해마도 발달한다. 해마는 장기기억에 관여하므로 학습과 결정적으로 상관된다. 때문에 10대 시절은 다양한 신체활동과 다양한 학습경험을 갖어 해마를 잘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반면 스트레스와 마약, 술등의 약물은 해마를 축소시키는데 청소년의 뇌는 스트레스 및 성호르몬과 이런 자극을 잘 구별하지 못하므로 쉽게 중독되거 영구적 손상을 갖기 쉽다. 

  이런 십대의 뇌는 12가지 특징을 갖는다.

1. 신경회로가 재편성된다.

2. 고등사고력이 천천히 발달한다.

3. 호기심은 감소하고 충동성이 강해진다.

4. 사용한 신경회로는 증가하고 사용하지 않은 신경회로는 가지치기 된다.

5. 편도체의 의존해 감정신호 해석이 오류가 많다.

6. 뇌가 활성화 되는 영역이 성인과 다르다.

7. 뇌에 충분한 휴식과 영양이 필요하다.

8. 신체활동이 중요하다.

9. 성호르몬 분비가 많아진다.

10. 중독에 빠지기 쉽다.

11. 마약이 치명적이다.

12. 다수의 질환과 정신장애가 이 시기에 생겨난다.


책은 이런 십대의 뇌에 친화적인 교수법을 제시하는데 총 10가지이다.

1. 자기만의 의미를 구성하게 하라.

2. 각자의 성향과 특성을 고려하다.

3. 패턴을 만들어 인식하게 하라.

4.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하게 하라.

5. 다양한 기억 경로를 강화하라.

6. 다양한 신체활동을 활용하라.

7. 편안하고 활기찬 교실환경을 만들어라.

8. 학습성찰과 자기 평가를 생활화하라.

9. 상호작용과 협동을 중시하라.

10. 신체 주기를 고려해 수업하라


 이상의 원칙을 살펴보면 개인적 접근과 사회적 상호작용, 뇌의 특성 활용, 신체활동과 정서적 안정이라 볼 수 있다. 개인적 접근은 개인마다 모두 다른 뇌를 가지므로 다르게 배우고 다른 학습양식을 가진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학습은 의미를 구성할때만 이루어지므로 개인마다 학습한 것을 자신의 사전 지식과 통합하여 의미를 구성하게 하고 각자의 학습양식에 따라 배움의 내용을 따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뇌는 항상 외부 정보로부터 규칙을, 즉 패턴을 찾고자 한다. 이는 생존을 위해 당연하고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없는 뇌로선 당연한 판단이다. 때문에 학습내용에서 패턴을 찾고자 하는 교수학습방법은 학습을 향상시킨다. 또한 뇌는 양반구가 매우 특징이 다른데 청소년기는 뇌량의 급격한 발달로 문제해결력과 창의력이 상승한다. 하지만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좌뇌에 의존하는 학습이 강조되는데 학생들은 사람마다 양뇌의 선호가 다르고 전반적으로 우뇌를 활용한 학습을 보다 원한다. 글보다는 그림으로, 부분보다는 전체를, 말보다는 신체활동과 음악을 원하는 것이다. 양뇌를 모두 활용하는 토의 토론과, 신체, 언어, 음악의 통합, 교과간 통합학습이 강조되는 이유다. 또한 십대의 뇌는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하므로 교실환경이 안정적이고 학생 상호간, 그리고 선생님 학생간, 그리고 부모, 학생간 안정적 관계를 맺는 것이 학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학생은 타인과의 대화 및 상호작용을 토해 자신의 개념과 생각을 점검하고 공고히하며 수정하는 작용을 한다. 때문에 상호작용과 협동학습은 학생의 뇌에 친화적인 학습이다. 그리고 10대의 뇌는 멜라토닌의 분비 변화로 야간에 잠이 드는 특성을 지닌다. 때문에 학생은 늦게 자고 학교를 위해 일찍 일어나 늘 수면이 부족하다. 아마도 중고교는 10시에 시작하는게 맞지 않을런지. 하여튼 오후에 각성하므로 오후 학습을 집중하는 것이 좋고 오전은 다양한 신체 및 예능 활동이 적합해 보인다. 또한 학생은 학습 초기와 말미에 주로 집중하므로 수업초반에 중요개념을 제시하고 말미에 이를 공고히 하는 복습을 하고 중반에는 쉬는 타임이나 다양한 활동으로 진행하는게 적합하다.

 이 책에는 10대의 뇌친화적 교육환경을 위한 교실 환경 조성 및 학부모의 인식, 교사의 인식도 나온다. 마지막 개념 부분엔 뇌친화적 교육 방법이 상세히 등장하는데 실제적으로 도움이 크게 될듯하다. 십대를 가르치는 교사나 학부모에게 강추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교육심리학은 크게 발전해야 할듯하다. 그리고 최근의 진화심리학 또한 교육과의 접목 방법을 찾아야 한다. 쉽지 않아보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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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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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영화시장을 지배하는게 미국인지라 전쟁영화는 주로 미국의 시각에서 만들어진다. 때문에 다른 전쟁도 마찬가지지만 2차대전에서 미국은 승리의 주요 원인자였고, 큰 피해를 입은 것 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2차대전에서 주요 승리의 원인자이자 가장 큰 피해자는 사실 소련이다. 소련은 동부전선에서 독일군을 막아내어 전력의 분산 및 연합군이 반격할 시간을 마련해주었고, 그 대가로 전 국토의 초토화와 2차대전중 가장 많은 천만에 달하는 전사자를 내었다. 

 전쟁중 여성은 민간인으로 주로 전쟁의 피해자이거나 남성들을 대신해 일상직업에 종사하거나, 전쟁물자를 생산하는데 참여하곤 했다. 하지만 소련은 달랐다. 아무리 넓은 국토와 인적자원을 자랑하는 나라지만 이런 인적 피해를 입었으니 자연스레 병력이 모자랐다. 이에 소련은 다른 나라와는 많이 다르게 전투병에도 여자들을 투입했다. 수는 무려 백만에 달했고, 전체병력의 10%수준이었다. 이렇게 참전을 많이 했고, 승리의 영광을 누렸는데 그들은 무려 50여년간 자신들의 자랑스런 전과에 대해 침묵했다. 왜 그랬을까? 

 이에 작가 스베틀라나는 저널리스트로 2차대전에 참전했던 소련 여군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정확한 시간과 분량은 나오지 않지만 십수년이 걸리고, 수백명, 아니 어쩌면 수천명의 목소리를 담았을 작업이었다. 이 결과물은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충분히 그럴만한 작품이었다. 스베틀라나의 이 작업은 처음에 공산당국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유는 여성을 다룬 점, 그리고 영광스러운 대조국 전쟁의 승리의 이면이 너무나도 참혹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실상이었다. 그리고 그 참혹한의 단상은 소련군 여성이 같이 있었다.

 다른 나라의 여군들이 대부분 간호병이나 취사쪽에 집중된 반면 소련여군들은 병과도 가리지 않았다. 저격병, 파르티잔, 공병, 항공부대원, 취사병, 위생병, 간호병, 군의관등, 무척 다양했다. 책에 목소리를 담은 여군들은 분명 자신들의 선택을 나중에 후회했겠지만 놀랍게도 대부분 무리를 해서라도 자원했다. 그들은 심지어 나이를 속이기도 했고, 자원하고자 고관을 직접 찾아가 강짜를 부리기도 했다. 이처럼 당시 침략자들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매우 강했던 것 같다. 스탈린의 대숙청으로 가족이 피해를 본 여성까지 군에 지원했으니 그들의 애국심이나 외부의 적이 내부를 단속하는 힘은 상당했다. 

 하지만 호기와는 다르게 전쟁의 참상은 참혹했다. 간호병이나 군의관으로 참전했던 이들은 하루종일 피바다에서 살아야 했다. 잘려진 팔과 다리는 통에 담아 한꺼번에 처리했고, 피냄새가 코와 머릿속에서 가시질 않았다. 죽어가는 이들은 하나 같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고, 자신의 죽음을 잘 믿지도 못했고, 죽음을 호기심있어 하기도 했다. 퇴각하며 때로는 수 많은 부상병들을 버리고 가야하기도 했다.

 전투병들의 참상은 더욱 끔찍했다. 지원병이나 간호병이 죽음을 간접적으로 느꼈다면 이들은 직접 죽음의 공포를 맞이했다. 자신들이 수없이 부상들 당하기도 했고 친구들이 죽어나갔다. 예뻤던 친구는 고향에서 가져온 붉은 색 머플러때문에 죽었다. 그것만큼 눈에 잘 띄는게 없었기 때문이다. 한 여군 병사는 밤새 경계를 서다 머리가 하얗게 새버렸다. 적이 언제올지 모른다는 공포가 밤에 온갖 것들을 공포의 대상을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게릴라전을 펼친 파르티잔들은 굶주림에 지치게도 했고 때론 잡혀서 엄청난 고문을 받곤 했다. 10개의 손톱밑을 파고들던 기계, 그리고 팔다리를 마구 꺽어버리던 잔혹한 고문도구들을 그녀들을 이겨냈다. 소련의 여병사들은 그들이 여자임에도 남성의 군복을 지급받았다. 여성병이 없었으니 애초에 그런 것도 없었을 것이고 물자가 모자란 소련이었다. 생리를 하게되어 하혈하면 바지가 흠뻑 젖었다. 피로 굳은 군복은 살을 벨만큼 날카로웠다. 적의 공격이나 공습이라도 받게 되면 그들을 위험하게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피를 씻어낼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서 한 병사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전쟁의 소리를 기억한다고, 사방에서 으르렁, 쾅쾅, 불을 뿜어 대던 그 소리를, 전쟁터에서는 사람의 영혼마저 늙어버리고, 전쟁이 끝나도 다시는 젊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전쟁은 그들의 인간성도 변화시켰다. 하지만 그래도 여자였다. 전쟁중에서도 다리가 예뻤던 병사는 다리를 다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전쟁통에 사람이 갈려나가면서도 애꿎은 동물들이 전쟁의 희생양이 되는 걸 가슴아파했다. 하루종일 치열하게 사람들이 죽어나간 전장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죽어가는 병사들에게 엄마같은 여자친구 같은 안식처가 되어주려고 했다. 적들을 죽을 만큼 증오하게 되어 그들이 자신들에게 한 것 만큼 해주고 싶었지만 막상 독일부상병을 간호해주고 그들에게 빵을 주었다. 그리고 적진에서 독일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쩌면 그들은 이런 면에서 전쟁의 참상을 완화해주는 하나의 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남자병사들은 처음 여군을 무시하기도 도움이 안되는 존재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혹은 불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전장에서 자신들 못지 않은 그들을 보면서 인정과 존중을 하기 시작했고 전쟁터임에도 반드시 지켜야하는 존재로 아꼈다, 그들의 공통적 증언이다. 때론 여군 병사와 사랑에 빠져 전시중임에도 결혼하거나 사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후의 반응은 이율배반적이었다. 남자 병사들은 승리의 영광을 여군들과 나눠갖지 않았다. 전장에서는 그토록 금지옥엽으로 여겼음에도 말이다. 여군들도 그랬다. 그녀들은 전쟁에서 받은 메달이나 각종 증명을 애써 숨기려했다. 전쟁에 다녀온 여군을 남자들이 가득한 그곳에 다녀온 여성을 사회가 받아주지 않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일상으로 돌아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과 무척이나 비슷한 지점이다. 우리도 냉전과 성장에 휩쓸려 그것들이 어느정도 해소된 이후에야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간접적이나마 전쟁의 참혹함과 수많은 죽음, 그리고 그 아픔을 어느정도 느낄수 있었다. 인간이, 시민이 이런걸 꾸준히 기억해 나간다면 전쟁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아직 2차대전, 베트남전쟁,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우리의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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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8-04 0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천해 주신 <기억전쟁>애 딱 어울리는 좋은 책입니다. ^^

닷슈 2020-08-04 12:54   좋아요 0 | URL
저도 보며 그 책이 연상되더군요. 기억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기억을 남길 필요가 있습니다.

레삭매냐 2020-08-04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쟁영화에서는 미국이 혼자서
다 전쟁을 치른 것으로 되어 있으나
적어도 유럽 전선에서 미국이 참전
한 건 고작 1년 남짓이었죠.

지적해 주신 대로,
구 소련이 혼자서 대륙의 전쟁을
다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닷슈 2020-08-04 12:55   좋아요 0 | URL
그렇죠. 구 소련이 버텨낸게 승리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미약하지만 핀란드마져 공격을 했었고, 소련은 스탈린이 대숙청을 실시해 쓸만한 군관조차 없는 상태였죠. 소련민들의 승리라 생각합니다.
 
스토리 전쟁 - 이야기 종결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조나 삭스 지음, 김효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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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지상파 방송국들은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본사들도 그렇고 지방방송국들은 더해 존폐의 위기에 놓이고 있는데 이는 방송환경의 거대한 변화 때문이다. 저자는 1450년 구텐베르크의 활자성경 인쇄시대 후 라디어 tv에 이르는 시대를 방송전통시대라 부른다. 이 시대는 인쇄기나, tv 송신기, 방송카메라에 이르는 방송장비들이 매우 고가이다. 때문에 소수의 관리인이 어떤 정보를 내보내고 어떤 정보를 제거할지 결정하는 일방적 시대였다. 그래서 지도자, 인쇄업자, 방송국 피디, 경영자 등 관리인의 허락을 받는 것이 방송이 넘어야할 큰 장벽이었고, 이를 넘어서면 일방적인 다수의 청중 확보가 가능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인 지금 이는 완전히 무너졌다.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 SNS 등으로 누구나 거의 비용없이 그리고 누구의 간섭도 없이 청중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저자는 이를 디지토럴시대라 부른다. 최신기술로 인해 메시지들의 경쟁은 매우 심해졌고 적자생존법칙에 의해서 사람들에게 가장 강하게 어필하는 메시지만 살아남는 과거의 구전전통과 닮았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이 구전전통시대와 비슷한 경쟁환경을 가져오다니 재밌으면서도 아이러니한 측면이다.

 하여튼 디지토럴 시대는 과거의 구전전통시대와 비슷하니 과거의 스토리 경쟁력을 갖고 이야기해야한다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스토리를 매우 강조하는데 스토리는 이야기꾼이 자신의 세계관을 대중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만들어낸 인간 의사소통의 한 유형이다. 실존 또는 허구의 인물을 무대에 올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인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방법이다. 

 기업이든 환경운동가든, 정치가든 그들은 각각의 고유의 브랜드를 갖는다. 오바마의 브랜드는 아마도  Yes We can 이었을 것이다. 트럼프는 America first 이고. 하여튼 각각의 브랜드는 해설과 의미, 스토리를 갖는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이 브랜드들이 갖는 해설과 의미, 스토리는  당연히 충돌하고 갈등을 발생시킨다. 한국의 양정당이 갖는 브랜드도 그러하다. 때문에 승리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스토리를 매우 잘 짜야한다.

 스토리를 만듬에 있어 피해야할 5가지는 허영, 권위, 위선, 허풍, 속임수다. 자신만이 최고라고 여기고 대중을 훈계하려는 태도는 허영, 권위, 위선과 관계한다. 과도한 지식을 내세우며 설명하려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스토리가 아무리 그럴듯하더라도 진실성과 그에 상응하는 실천이 없다면 이는 위선에 해당한다. 그러한 브랜드는 결국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파산한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스토리의 조건은 무엇일까? 구체성, 관련성, 몰입성, 인상적, 정서성을 갖춘 스토리다. 구체성은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를 스토리에 부여해 현실성을 제공하는 것이며 관련성은 스토리가 이걸 보는 청중인 나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관심을 가질테니 말이다. 몰입성은 등장인물의 경험이 청중인 나의 삶에 명확한 가치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인상적인 헥심메시지 자체가 인상적이어야 함이고, 정서적인 메시지가 인지적으로 생각하게 하기보다는 느끼게 해야한다는 점이다. 요약하면 훌륭한 스토리는 현실적이고 청중의 삶과 직접관련이 있으며 변화의 필요성이나 문제의식을 느끼게 할만큼 인상적이어야 하고 마음을 울려야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이런 스토리를 구성하는 사례와 구체적인 방법이 나온다. 물론 실패하는 스토리도 나오며 그로인한 교훈도 제공한다. 디지털 시대에 각종 메시지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메시지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나 보는 사람에게 의미있는 책이다. 다만 책이 좀 체계적이지 못하고, 중언부언하는 전형적 미국책의 느낌을 많이 들게한다. 여러 개념을 저자가 쓸데 없이 만들어내는 것도 미국책의 특징이다. 미국 저자들은 왜 이런걸 좋아할까나. 하여튼 유튜버가 되고 싶다면 한번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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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 - 함께 읽고 토론한 홍천여고 3년의 기록
서현숙.허보영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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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가 학생에게 해줘야하는게 뭘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평생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줄 한 가지의 체육종목 특기와 한 가지 악기의 연주에 능통해지는 것, 그리고 평생 책읽고 이야기하고 글을 쓰는 습관과 4차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할 기본 소양을 갖춰주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모두 중요한데 '독서동아리 100개면 학교가 바뀐다'에서는 독서동아리를 통해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아닌 입시를 앞둔 고교생이 책을 학기 중에 읽고 토론하는 학교를 만들어낸 사례다. 한국의 성인이 연간 고작 8권정도의 책을 읽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인데 두 명의 선생님이 해낸 과정과 결과는 책을 읽는 내내 놀랍기만 했다. 두 분 선생님의 행보를 따라가보자.

 두 선생님은 우선 학교독서토론의 원칙을 세웠다. 비경쟁 독서토론, 삶과 사회에 대한 질문던지기, 누구나 즐기기, 독서토론에 대한 엄숙주의 버리기다. 학교의 독서토론은 흔히 책을 읽고 해당 주제에 찬반토론을 많이 벌인다. 이는 교육적 효과는 있지만 결국 말잘하는 소수가 토론을 지배하고 나머지는 꿀먹을 벙어리로 만들어 벌이는 부작용이 있다. 또한 서로의 다른 생각을 배우고 이해하기 보다는 이기는 것이 목적이니 그런걸 기대하기도 어렵다. 독서토론마저 서열화경쟁에 매몰된 셈인데 꼭 독서토론이 경쟁적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삶과 사회에 대한 질문은 토론의 깊이를 더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사회에 대한 생각을 넓히는 작용을 한다. 누구나 즐기기는 엄숙주의와 관련하며 독서토론을 자체를 즐기게해 보다 학생들이 많이 참여를 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두 선생님의 독서토론은 크게 세바퀴로 구성되는데 '수업시간에 배우다'. '선생님과 언니가 끌어주다'. '친구들과 놀다' 이다.' 수업시간에 배우다'는 정규국어교과시간에 이루어지는 독서토론이다. 입학초기인 1학년은 주1회 독서토론과 한학기 1권읽기로 시작하지만 2학년부턴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된다. 한권읽고 독서토론하기는 여러 주제도서중 개인이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비슷한 주제를 선정한 학생들끼리 모둠을 구성한다. 그리고 모둠별 책읽기를 실행하고 개인 의견을 정리한 후 모둡별로 독서토론을 위한 질문을 만든다. 선정된 질문에 대해 개인은 글을 쓰서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모둠별 독서토론을 한다. 그리고 결과는 보고서로 작성 제출하게 된다. 

 주제통합 독서토론은 가지의 주제중 하나를 선정한 뒤 같은 주제를 선정한 아이들이 모둠을 구성하여 진행된다. 다만 차이는 해당 주제에 대해 영화 한편과 문학, 비문학 책이 각각1권들어가 토론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전체적 과정은 비슷하지만 영화를 보고 토론진행, 비문학책 토론진행, 문학책 토론진행, 그리고 통틀어 토론이 마지막에 진행된다는 점이 다르다.

 인생독서토론은 학생들이 각자 희망하는 진로 분야별로 모둠을 나누고 독서토론을 한다. 가령 의사, 사육사, 과학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은 아마도 생물을 주제로 잡게 될 것이고, 사회복지사나 상담사, 공무원이 되고 싶은 학생들은 인권을 주제로 잡게 될 것이다. 관련 책을 선정하고 토론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자신의 진로 및 흥미, 인생사와 관련이 있어 어렵지만 심도있는 토론이 진행된다.

 '친구들과 놀다' 는 독서토론에 더 재미를 더하는 과정이다. 자율독서동아리를 선전하고 신청서를 받아 운영하는데 동아리당 4-5인이 모이고 계획서를 내고 진행한다. 모이는 시간도 스스로 정하고 주제도 스스로 정하며 간식도 지원받고 학생들이 과정을 적극적으로 진행해나간다. 물론 보고서를 내야한다 

 독서토론카페는 책을 정하고 전교생중 희망하는 학생들이 모여 진행한다. 카페에는 음악이 흐르고 간식이 있고 관련 주제로 굿즈를 준비하여 아이들이 치장한다. 5분간 질문을 생성하고 15분간 각 주제의 카페에 가서 관련 토론이 진행된다. 총 60분 정도 진행되며 토론이 치열해 아이들이 아쉬워하지만 그게 더 묘미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역연합독소토론은 위 과정과 비슷하지만 저자를 초빙하며, 사전에 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하며 나온 질문을 저자에게 미리 보내는 과정이 다르다. 과정은 사전에 사회자를 교육하고, 아이들이 모이면 저자 강연과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고 다시 토론하여 질문을 생성해내고 저자에 다시 문답하는 형태다. 

 마지막 '선생님과 언니가 끌어주다'는 학생들의 자율독서동아리 및 진행에 선배들의 경험을 사용하는 것이다. 홍천여고 아이들은 1학년에 입학하고 반드시 선배들의 자율독서동아리 운영경험을 듣는데 이것이 언니들의 북토크다. 1회는 의무이며 이후는 자율이다. 선생님이 선정하거나 희망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열심히 전수하는데 개인당 딱 15분이 주어진다. 언니들의 북토크에 참여하거나 독서토론 카페지기가 되는 아이들은 사전에 반드시 독서토론워크숍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며 그로 인해 역량을 기른다. 

 이런 놀라운 독서프로그램이 전교를 뒤덮은 결과 홍천여고 아이들 700여명중 500명 이상이 독서동아리에 참여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놀라웠고, 아이들은 독서토론은 사랑받는 가장 완벽한 대화, 체육활동없이 우정기르기, 친구를 이어주는 끈이라고 표현했다. 지적인 성장도 있었겠지만 인생을 바라보는 눈과 인성 및 정서가 성장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물론 이건 여고라는 특성상 보다 손쉽게 가능했을 수도 있다. 남고이거나 실업계 혹은 학년이 낮은 학교라면 이는 더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놀라운 교육활동이었음을 부정할수 없으면 많은 영감을 불러주는 독서교육을 해낸 두 선생님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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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7-2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고’이기에 가능했다는 말씀에 한표입니다. ^^

닷슈 2020-07-22 18:11   좋아요 0 | URL
네. 아무래도 그걸 부인할순 없겠죠. 남고나, 실업계, 아래급학교에선 더 실행하기 어려울겁니다. 그래도 두 선생님이 참 멋진 학교를 만든 것 같습니다
 














 20세기 말 베를린 장벽 붕괴로 인한 독일 통일, 그리고 이어진 소련의 붕괴와 동유럽 국가들의 독립, 중국의 자본주의화를 비롯한 일련의 사회주의권의 전체적 붕괴로 지구권은 드디어 자본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라는 하나의 이념으로 통합되는 듯 했다. 이런 자신감으로 미국은 과거의 적이었던 동유럽국가나 중국등을 자본주의 경제로 본격편입시켰고, 지금의 국제적 분업질서를 구축했다. 사상가들도 자신감이 넘쳤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썼다. 2차대전 이후 즉각적으로 그리고 조금씩 시간차를 두어 여러 민족국가들이 독립했지만 예상과 달리 과거처럼 종교나 민족이 강조되지 않았다. 냉전에 편승한 독재자들이나 냉전으로 인한 동맹과 압제가 그리고 자본주의 미국과 사회주의 소련이라는 서로가 마주보는 더 큰 적이 그런걸 뒷전으로 만들었다. 이러니 사회주의의 붕괴라고 하여 분열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긴 쉽지 않았다. 냉전의 반세기간 인종이나 민족이니 종교는 잊혀진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세계화로 인한 자본주의는 많은 빈부격차를 낳았다. 독재자의 압제와 이념이라는 더 큰 적이 사라진 권력의 공백자리는 고전적 개념인 인종, 민족, 종교가 다시 차지했다. 세계적 통합의 중심지이지 안정적일 것이라 믿었던 유럽과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통합의 상징이었던 유럽연합은 경제적 격차와 난민 및 저임금 노동자의 이주로 브렉시트를 통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한 분노로 20세기엔 상상하기 어려운 극우정치집단이 적잖은 지지마저 얻고 있다. 또한 이민자의 나라로 새로운 국가정체성을 확립한 미국 역시 역설적으로 이민에 대한 장벽과 멕시코를 향해 거대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21세기는 예상과는 달리 분열의 시기인 것이다.

 책 정치적 부족주의와 벽이 만든 세계사, 그리고 이번에 읽은 장벽의 시대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원인을 잘 보여준다. 장벽의 시대는 지리의 힘으로 유명한 팀 마샬의 새로운 책이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는데 상세한 사례로 저자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상당히 많은 분열의 시대의 사례와 배경이 등장하는데 재밌는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 이스라엘의 장벽과 분열

 이스라엘 주변에 종교와 민족이 다른 국가들에 휩싸여 강력한 단합력을 보여주는 나라처럼 여겨진다. 그들에게 분열요소는 오로지 그들이 땅을 빼앗은 팔레스타인뿐이고 여기에 장벽을 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상당한 분열의 씨앗이 존재한다.

 이스라엘은 860만 인구중 유대인이 75%로 생각보다 적다. 나머지는 아랍인과 이주해온 100만에 달하는 러시아인, 팔레스타인인 등으로 예상과는 달리 제법 다민족국가다. 종교역시 유대교로 천편일률일것 같지만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동방정교까지 복잡하다. 

 유대인 내부에서도 상당히 분파가 갈리는데 이스라엘 유대인 대부분은 아슈케나지로 이들은 주로 동유럽에서 이주해왔다. 때문에 동유럽 문화권이고 유럽 혼혈이 많아 피부색이 밝고 고등학력자가 많아 이스라엘의 정치와 비즈니스를 장악하고 있다. 또 다른 유대인 분파는 세파르디다. 이들은 아랍지역에서 살아온 유대인집단으로 피부색이 어둡고 아랍문화권이다. 비주류인 이들은 주로 농촌지역에 많이 거주하고 유대교라는 공통점을 제외한다면 아슈케나지와 문화적으로 매우 달라

양집단가의 문화적 교류나 혼인등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또 이들 중에는 하레디란 집단도 있다. 하레디는 종교근본주의자들로 유대신과 그들의 경전을 글자그대로 믿는다.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아슈케나지를 중심으로 상당히 세속적이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다. 하레디는 대가족을 이루고 종교적 활동에 전념해 거의 직업도 갖지 않는다. 또한 이스라엘 법상 병역도 면제된다. 하레디는 안식일에도 무조건 쉬는 것을 강조해 안식일에 자신들의 구역내에서 일하는 것을 방해하고 심지어 운전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하레디는 정부로부터 보조금까지 받는데 직업도 없고 병역면제에 보조금까지 지급되니 아슈케나지를 비롯한 다른 세속적 유대인 집단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에는 아랍인들도 살고 있다. 이들은 어찌보면 유대인이 아니기에 사실상의 이등집단이다. 먹고 살기 위해 아랍어 외에도 히브리어에 능통하고 직장내에선 히브리어를 사용하지만 자신들의 집이나 거주지역에서는 아랍어를 사용하고 아랍어 방송과 신문을 읽는다. 교육수준도 유대인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현재 이스라엘 내에서는 하레디와 아랍인의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장차 이스라엘에 많은 분열을 야기할 것으로 여겨진다. 


2. 인도와 방글라데시

 인도의 독립 후 간디는 인도의 종교적 차이에도 하나의 인도를 건설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도의 오랜 역사는 그걸 허락치 않았다. 인도는 원래 힌두교 국가였지만 그에 기반해 불교가 생겨났다. 그리고 북부에서 이슬람 세력이 침공해 무굴제국을 세운다. 무굴제국은 힌두인들을 이슬람교로 개종시켰지만 그러기엔 인도대륙은 너무나도 컸고 사람수가 많았다. 이에 무슬림들은 지역적으로 개종을 실시해 지금의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지역에 무슬림이 많아지는 역사적 계기가 되었다. 

 인도의 독립후 이슬람의 서파키스탄과 동파키스탄, 불교의 스리랑카가 독립했다. 동파키스탄은 인종적 차이로 서파키스탄으로부터의 수많은 차별을 받고 1971년 독립운동을 시작한다. 파키스탄 정부가 이들을 탄압하고 수백만이 폭력에 희생당하는데 이 때 수백만이 인도로 탈출하게 되고 동파키스탄은 인도의 도움으로 결국 독립하게 되어 방글라데시가 된다.

 하지만 이후 세계에서 가장 긴 장벽이 인도와 방글라데시 사이에 생겨난다. 방글라데시로부터의 난민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엔 정치적, 지리적 이유가 함께한다. 우선 방글라데시는 갠지스강 하구에 위치하고 삼각주의 해수면에 위치한 저지대국가다. 나라안에 강이 무려 100개나되는데 몬순기후로 홍수가 매년 발생한다. 바닷물로 쉽게 역류해 하구지역은 농경이 쉽지 않다. 또한 최근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히말라야 산맥의 얼음도 녹아 북부지역의 상당수 옥토가 사막화했다. 때문에 갈곳없는 농촌인구가 도시지역과 인도로 몰리고 있다. 또한 방글라데시 독립에 인도가 기여했음을 확신하는 파키스탄은 이런 이주를 부추기고 있으며 테러리즘 또한 후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파키스탄의 목적은 놀랍게도 이슬람게 방글라데시 인을 많이 이주시켜 인구구조를 바꾸어 새로운 무슬림 공화국을 인도내에 수립하는 것이다. 실제로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아삼주는 무슬림의 수가 힌두교도수를 앞서나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3. 미국과 멕시코

 미국의 인구는 3억3천만 가량으로 72.4%가 백인, 12.6%가 흑인, 4.8%가 아시아계, 1%미만이 아메리카 토착민이다. 완전해 보이는 통계지만 뭔가 이상하다. 여기엔 상당수를 차지하는 히스패닉이 빠져있다. 미국 통계당국은 실제로도 그렇긴 하지만 히스패닉을 특정 인종으로 구분해 분류하지 않았다. 백인집단에 사실상 모두 포함시킨 셈인데 그러기엔 이들의 수가 무려 17%에 달하며 인종과 종교 문화까지 미국 백인집단과 상당히 상이하다. 

 미국내 히스패닉은 미국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미국은 무역을 위한 미시시피강 수계를 확보하기 위해 루이지애나를 차지하지만 인접한 텍사스주로 인해 위협을 받는다. 당시 멕시코는 뉴멕시코, 애리조나 ,네바다, 유타, 캘리포니아 거의 전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멕시코는 미국에 비해 인구수가 부족하여 텅빈 텍사스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미국인의 이주를 허용한다. 텍사스에 멕시코인보다도 많은 코만치 부족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는데 곧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미국민의 수가 위협적으로 많아지게 된다. 멕시코인과 미국인은 융합하기엔 너무 달랐는데 구교와 신교의 차이 그리고 노예제 폐지와 찬성으로 입장이 달랐다. 결국 미국인은 멕시코인의 10배에 달해 텍사스 공화국을 설립하고 미연방에 들어간다. 

 1846-1847년 미국과 멕시코 전쟁으로 멕시코는 위의 미국내 영토를 모두 빼앗긴다. 멕시코 영토의 1/3에 달하는데 이로인해 미국내 히스패닉의 역사가 시작되다. 미남부와 서부에 상당한 지명이 스페인언어인것도 이때문이다. 1차대전때 미국은 노동력의 상당수가 전쟁과 전시물자산업에 투입되며 멕시코의 노동력을 상당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공황기에 50-200만의 멕시코인을 추방했고, 다시 2차대전후 전쟁노동력이 필요하자 1960년대까지 농업을 위한 멕시코 노동자를 대거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후 경제가 침체하자 트럼프로 인해 유명해진 장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유입은 계속되었는데 조지부시는 9.11이후 국경 요새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여긴 힐러리와 오바마도 동의한다. 트럼프는 이 장벽을 더욱 크게 확장하고자 하는데 사실 현실적 문제가 쉽지 않다. 장벽에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인 리오데그란데 강이 포함되지만 양국은 1970년에 이 지역을 개방하기로 서명했다. 조약 위반이 되므로 장벽은 리오데그란데 강에서 상당히 후방에 지어져야한다. 또한 장벽을 건설하고자 하는 땅의 상당부분을 민간인이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 역시 만만치 않아 장벽을 건립할 수 있는 지역도 많지 않다. 마지막은 엄청난 건설비용이다.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장벽을 건설해도 허점은 많다. 완벽한 장벽은 없고 결국 사람들은 어떻게든 건너온다. 오히려 사람들만 위협에 빠뜨리고 경제적 역량만 낭비하는 셈인데 저자는 미국과 멕시코의 자동차합작히사처럼 멕시코지역의 경제활성화만이 장벽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4. 아프리카의 폐쇄주택들

 아프리카는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빈부격차가 크고 치안이 불안하다. 2012년 전세계의 살인사건43만건중 36%가 미국이고 32%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때문에 아프리카 전역에서 부유층과 증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폐쇄주택과 폐쇄적 복합단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주택들은 일반적으로는 더 높은 수준의 보안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우선 공공공간을 버리게 되어 오히려 범죄위험이 증가하며 부유층이 모인 곳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쉬워진다. 또한 사람들간의 계층에 따라 거주지역의 구분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이 부족하게 되고 이는 시민참여의식의 감소와 내부인 간의 집단 사고를 조장하게 된다. 이들 부유층은 또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공공지원에 기대지 않아 정부의 역할이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 크게 본다면 국민국가의 응집력마저 감소시킨다. 안그래도 국민국가로서의 정체성이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더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같은 아프리카의 폐쇄주택은 석유경제로 혜택을 보는 나이지라아 일대에 많이 나타나는데 놀랍게도 그 가격이 10억 이상에 달한다고 하니 이들의 빈부격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경제적으로 발전한 남아공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이런 폐쇄주택을 보며 거대 아파트단지라는 철옹성을 구축하고, 그 안에 공공시설과는 구분되는 그들만의 커뮤니티 호화 시설을 누리고 외부인과 이것을 공유하는 것을 철저힌 구분하는 한국의 아파트들이 생각났다. 폐쇄주택 및 폐쇄적 복합단지들과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5. 결론

 전세계는 상당한 빈부격차와 종교, 인종, 민족의 부상으로 인한 갈등으로 폭력과 거주지를 잃은 난민들의 이동으로 몸살을 겪고 있다. 초기 유럽의 많은 진보정권은 난민을 환영하고 수용하려 했지만 그 규모가 상당해지자 지지를 잃고 실제적 수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자는 난민의 무조건적 수용을 옹호하진 않는다. 우선 난민의 무조건적 수용은 그 나라에 붕괴를 가져온다. 바다와 사막을 건너 이동하는 난민은 어느정도 그 국가에서 경제력을 갖춘 지식인 계층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사람들을 다른 국가에서 수용한다면 해당국가의 사회경제적 기반이 붕괴되어 더 많은 난민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규모의 난민을 모두 받아들이고 수용하기엔 역시 수용국가의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정체성이 사실상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랜 이민들 수용한 프랑스 및 여러 국가들은 기존 자국민과 새로운 자국민 사이에서의 통합문제로 상당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때문에 지금으로선 딱히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저자는 인간이 보편적 형제애를 받아들이고 세계가 자원경쟁이 사라질때 까지 인간은 결국 장벽을 세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두개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해결책인데 실제로 양자가 가능해야만 장벽을 사라질듯하다. 결국 인권을 중심으로 하는 문화 및 이념과 뒤떨어진 지역에 대한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재건 및 지원이 이런 불가능해보는 해결책으로 접근해가는 장기적 해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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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2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2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