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쓸모 - 시대를 읽고 기회를 창조하는 32가지 통찰
강은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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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이 예술의 쓸모다. 예술은 일상생활엔 그다지 쓸모가 없는 것 같지만 인간은 분명 예술적 존재로 진화했다. 뭔가를 기원하며 시작했을 수 도 있고, 정말 실용적으로 사냥 기술을 익히거나 수를 세기 위해 그리다 보니 시작했을 수도 있고, 성적활동을 위해 시작했을 수 있고, 다른 무언가의 상징이거나 종교적 상징으로 시작했을 수도 있다. 하여튼 이 예술은 언어보다도 훨씬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분명 인간의 일부분이다. 그러니 예술은 당연히 쓸모가 있다.

 이 책엔 32가지 키워드로 그에 해당하는 예술가와 작품 그 설명을 실었다. 32가지 키워드가 체계적으로 느껴지거나 크게 와닿진 않았지만 그래도 예술 및 예술가의 생각지 못한 면도 있어서 재밌었다.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해주는 책은 많지 않다. 인상적인 부분을 살펴본다.

 영국은 유럽의 섬나라로 과거 동아시아의 일본처럼 중세나 근세까지도 시대의 흐름에 사상적이나 예술적으로 뒤쳐졌다. 실제 우리가 잘 아는 유명한 유럽 화가중 영국인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드문 영국 화가중 윌리엄 호가스란 사람이 있다. 역시 들어본 적이 없다. 호가스는 뭔가 대단한 것을 그리려던 당대의 화가와는 다르게 철저히 대중영합적이었다. 권선정악이나 바람, 사랑등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주제로 삼았다. 그의 유행에 따른 결혼6주작은 아주 재밌다. 1부에선 부유한 상인집안이 돈을 원하는 대귀족집안과 결혼협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정작 신랑신부 본인은 서로에게 1도 관심이 없다.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결혼은 파국에 이르고 결국 신부의 내연남과 신랑이 결투하다 신랑이 죽고, 내연남은 사형당하며 신부는 자살한다. 이 일련과 과정이 6부작이다. 

 네덜란드는 정물화의 유행을 선도했다. 사실 다른 나라에선 종교화나 초상화, 풍경화가 인기였다. 정물화의 인기는 네덜란드의 당대 상황과 관련하는데 당시 네덜란드는 스페인에게 독립해 상업국가로 발돋움하며 종교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때문에 종교화나 거대한 서사적 그림엔 관심이 없었다. 그들에겐 매일 당면하는 현실적 그림이 어울렸는데 그래서 탄생한게 정물화다. 이 정물화는 당대 무역을 반영하는 사치품이나 물건이 많아쏙 여러 인생에 대한 상징적 표현도 있었다.

 프랑스의 자크루이다비드는 만주국 군관에서 남로당, 국군장교,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파란만장한 삶은 산 박정희와 비슷하다. 그는 처음엔 왕실의 궁정화가였고, 이후 혁명에서는 혁명파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혁명파가 무너지자 위기에 처한 그는 나폴레옹에 의히재 그의 화가가 되었고 나폴레옹의 몰락후엔 정말 죽는듯 했지만 워낙 이분야의 거물이라 다시 왕실의 부름을 받기도 했다. 물론 마지막엔 그가 거부했다. 하여튼 그래서 그의 그림엔 혁명가 마라의 죽음과 나폴레옹이 알프스를 넘는 모습과 대관식이 있다. 정말 파란만장한 삶이다. 

 알마다테마란 화가는 역시 호가스처럼 유명하지 않다. 책을 통해서 그의 그림을 처음 보았는데 보면 정말 화사하고 아름다운 휴양지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그가 활동한 시기는 산업혁명기로 예술은 인상주의와 모더니즘으로 넘어간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이런 그림은 당시 사조와 반하는 것이었지만 산업혁명의 피로감과 당대 예술계가 주는 혼란에서 알마다테마의 그림은 사람들에게 힐링을 제공한듯하다. 평화로운 로마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그의 그림엔 항상 대리석이 있고, 바다와 화사한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로마식 의상을 입고 경관을 즐긴다. 한점 같고 싶은 그림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화가는 단연 고흐다.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고 색감도 기이한 그의 그림은 그렇다고 그 예술적 의미를 한국인이 잘 알고 있지도 않은듯한데 이상스레 한국에서 인기가 좋다. 고흐 역시 다른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런 것처럼 철저히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 인정받지 못해고 가난했으며 동료인 고갱과도 사이가 좋지 못했다. 예수를 전세계적으로 스타로 만든 것이 바오로인 것처럼 고흐를 전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사람은 동생 테오의 아내 요한나였다. 요한나는 테오와 결혼하지 2년만에 테오가 죽자 고흐의 그림과 고흐와 동생 테오의 서신을 처분하기는 커녕 잘 보관한다. 요한나는 확신을 갖고 고흐의 그림을 세상에 알리려고 했는데 형제가 나눈 서신을 영어로 번역해 책으로 낸다. 때문에 고흐의 인간적인 면과 고뇌, 형제애가 많이 부각되었고, 그만의 스토리가 생겨난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고흐의 작품을 찾기 시작했고, 사후 성공하는 계기가 된다. 우리고 고흐의 작품 하나하나에 대해서 작가의 의도를 잘 알게 된건 요한나가 바로 서신들을 책으로 잘 엮어 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재밌던 부분은 알폰스 무하다. 무하의 그림은 지금 보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매우 현대적이다. 마치 현대의 예쁜 일러스트를 보는 느낌이다. 무하는 파리에서 포스터를 그리며 성공했는데 온갖 브랜드의 상표나 광고, 가구, 스테인글라스에도 그의 작품이 사용되었다. 매우 상업적으로 성공한 셈이다. 무하는 체코인으로 일러스트같은 아름다운 그림외에도 슬라브민족을 위한 대서사적 그림도 남겼는데 이게 문제가 되어 노년의 나이에 나치에 의해 고문당하고 죽게된다. 

 책에 나온 32가지 키워드에 공감하든 안하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당연히 예술책이니 삽화도 많고, 보는 재미도 있으며 이야기도 재밌다. 요즘 같은 가을날에 가볍게 보기에 적당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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