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너무나 유명하다. 막상 읽어본 사람은 별로 많지 않겠지만 그 제목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무척 오래전인 1980년의 일이지만 유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이 매우 대중적인 과학 프로그램 시리즈 '코스모스'를 만들었고, 꽤나 성공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 세이건은 오래 살지 못했다. 불과 60대 초반의 나이에 병으로 명을 달리했다.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10년정도 전에 읽었는데 과학자 답지 않은 특유의 문체가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70-80년대 보이저호가 찍었을 오래된 태양계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실제로 코스모스는 전세계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

 세이건이 죽고 30년 정도 후인 2014년에 미국에서 뉴코스모스라고 새로운 코스모스 시리즈를 만들었다. 비슷한 책도 나왔는데 뉴코스모스다. 이럴 적 세이건과 서신을 주고 받은 저자가 원조 코스모스 이후 발전한 우주에 대한 지식을 새롭게 알리고자 발간한 책이다. 이 책은 원조보단 좀 건조했고, 대신 과학적 지식이 더 꽉들어찼었다. 대충 3년정도 전에 본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책이 세 번째 코스모스 책이다. 저자인 앤드루얀은 칼세이건의 아내다. 세이건이 죽은지 벌써 25년이니 드루얀에겐 쉽지 않은 세월이었을 것이다. 하여튼 칼세이건과 우주와 인간 지구에 대한 많은 세계관을 공유한 그의 아내가 쓴 책이니 이번 코스모스도 의미가 남 다를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알겠되었는데 미국에선 세번째 코스모스 시리즈도 준비중이란다. 이번엔 책이 먼저 나온 셈이다. 

 세이건의 아내가 쓴 만큼 이번 코스모스도 과학책 같으면서도 문학책 같기도 하고 인문사회도서 같기도하며 철학책 같기도 하다. 우주의 생성과 태양계의 생성, 그리고 지구에서의 생명의 탄생과 그 진화, 인간의 행위, 여러 공헌을 한 과학자등 이야기가 다채롭다. 원조 코스모스와 뉴코스모스와 비교한다면 어쩌면 가장 체계가 없게 느껴질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다.  


1. 생명의 탄생과 분화

우주는 은하를 낳고, 은하는 별을 낳는다. 그리고 별은 행성과 위성, 소행성을 낳는데 지구도 태양아래 그렇게 태어났다. 지구가 생기고 대지가 갈라지자 뜨거운 맨틀이 바닷물에 닿았다. 지구는 이미 생성초기 신나게 소행성 샤워를 당해 물이 충분한 상태였다. 그리고 맨틀의 유기분자와 광물질이 바닷물에 점점 축적된다. 이 생명의 수프는 구멍이 송송 뚫린 탄산염 바위의 구멍에 갇힌다. 그러다보니 바닷물보다 더욱 농축되었고 이게 생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걸로 추정된다. 

 생명 탄생을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탄산염 바위의 알칼리 물과 산성인 바닷물이 만나 생긴 반응열이 에너지로 작용한듯 하다. 여기서 RNA, DNA가 생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물과 이산화탄소가 유기분자로 바뀌어 생명 탄생의 연료가 되자 그로부터 메탄과 수소가 생성되었다. 그래서 초기 지구는 지금과는 매우 다르게 철분이 많아 붉은 바다에 하늘도 노랗고 달도 궤도도 다르고 지금보다 가까워 훨씬 컸다. 대기는 탄화수소 스모그로 가득했고, 보랏빛 화산이 불을 뿜고 있었다.

 그러다 27억년전 남세균이 등장한다. 민물, 짠물, 뜨거운물, 암염수등을 가리지 않고 살며 무엇보다도 광합성을 해냈다. 4억년간 이 남세균이 지구를 바꾼다. 이산화탄소를 섭취했고 산소를 내뿜었다. 그래서 노란하늘이 파랗게 디었고, 산소가 바위를 부식시켜버렸다. 지구의 5천종 광물질중 산소와 반응한 3500종 광물질이 이렇게 생성되었다. 오래도록 번성하돈 최초 생물인 혐기성 생물은 독성 산소로 거의 사멸한다. 산소가 부족한 해저나 일부 환경에서만 살아남았을 뿐이다. 한편 의외의 결과도 다가왔다. 산소가 대기중 가득한 메탄을 제거하고 이산화탄소를 증가시키니 지구대기의 온난화 효과가 급감했다. 갑작스레 추워졌고, 지구는 하나의 스노우 볼이 되고 만다. 번성하던 남세균은 얼어죽었다. 죽음의 행성이 되려던 순간 화산폭발이 여기저기 일어나 기온을 되찾았고, 화산은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었다. 거기에 죽은 대량의 남세균도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대기엔 두꺼운 이불이 생겨 어느정도의 온난화 기능이 회복되었다. 이후 지구의 기후는 빙하기와 해빙기를 반복한다. 

 5억 4천만년 쯤 캄브리아기에 생명이 대폭발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두껍게 형성된 산소로 오존층이 생겨 자외선을 막았고, 잦은 화산활동으로 바다에 칼슘성분이 많아져 생물이 이를 이용해 껍질이나 등뼈를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요인이었다. 어쩌면 바이러스 때문일수도 있는데 바이러스는 숙주간 이동시  자신의 DNA 조각을 흘려 뜻하지 않은 진화를 촉발하기도 한다. 일전에 읽은 '눈의 탄생' 이란 책에서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요인으로 포식자가 눈을 발명한 것을 지적했다. 대충 감으로 촉수나 다른 것을 뻗어 수동적 포식을 하다 한 개체가 눈으로 먹이를 포착해 적극적 포식을 하기 시작했다. 멸망 위기에 놓인 다른 경쟁 포식자와 먹이들 역시 눈을 만들어낸다. 거기에 더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수단, 방어를 위한 껍질, 그리고 그걸 깨기 위한 강한 이등 여러가직 군비경쟁이 일어나 생물이 대폭발했다는 것이다. 


2. 의식과 지능의 탄생

물질에서 의식이 탄생한 과정을 살피려면 지구의 바다에 처음 나타난 단세포 생물까지 거슬러가야 한다.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결정적 특징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인데 그것이 의식이기 때문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 군체는 미생물 매트인데 놀랍게도 자기들 끼리 의사소통을 한다. 먹이로부터 멀리 있는 가운데 부분의 군체일부가 배가 고프면 포타슘형태로 전기 메시지를 메트 가장자기 미생물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놀랍게도 가장자리 미생물이 먹이 섭취를 줄인다. 이를 세포간의 의사소통의 시초로 볼 수 있다. 인간 같은 동물의 의식은 곧 신경세포간의 전달과정이기에 이 과정은 매우 유사하다 볼 수 있다.

 6억년전 생명이 환경을 의식하고 반응하는 지휘 본부인 뇌를 처음으로 탄생시켰다. 최초 사냥 동물인 편형동물이 만들었을 가능성인 높은데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어쩌면 뇌의 등장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쌍안시를 갖추어 거리감을 느껴 먹이를 또렷이 파악하고 포식했다. 

 그리고 2억년전 포유류가 출현했다. 포유류는 뇌에 최초로 신피질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갖고 있었다. 이는 혁신의 싹으로 포유류는 새끼에 젖을 물리고 양육했다. 신피질은 여러층이 겹겹히 쌓여 표면적을 늘렸고 그 결과 정보처리능력이 향상되었다. 뇌엽에도 고랑이 파여 표면적이 더욱 넓어졌고 뇌의 연산도 빨라졌다. 지능의 탄생인 셈이다. 


3. 인간외에도 네트워크를 가진 것들

숲을 보면 모든 나무와 풀이 따로 노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아바타를 보면 그 행성의 식물과 생물들은 모두 사실 연결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직접 서로 연결하는 촉수도 있다. 그런데 이 생각은 상상이 아니었다. 아마도 감독과 각본가들은 균사체에 대해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균사체는 곰팡이, 식물, 동물이 고대부터 협력해 만들어낸 비밀스런 통신망이자 운송망이다. 지구 식물의 90%가

균사체를 통한 상호유익 관계에 참여한다. 우리가 먹는 버섯은 바로 이 균사체의 자실체 즉, 생식기관으로 버섯이 많다는 것은 균사체가 많음을 의미한다.

 바로 이 균사체로 인해 숲은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나무의 뿌리 끝은 균사체의 푹신한 커넥톰과 연결된다. 뿌리망을 통해 나무들은 서로 양육하고 보살핀다. 심지어 한 나무가 나뭇꾼에 의해 그루터기만 남은체 잘리는 절망적 상황에 놓이면 다른 나무들이 뿌리끝을 통해 희생자 나무에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과 당분, 영양소를 전송한다. 그 덕에 잘린 그루터기는 무려 수십년에서 수백년까지 생존한다. 놀랍지 않는가. 나무들이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알수 없다. 인간처럼 눈에 보이는 공동체정신이나 협력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인다. 오랜 진화끝에 생존에 적합한 네트워크와 협력체가 생겨난걸지도 모른다. 

 곤충중 꿀벌도 네트워크가 있다. 꿀벌은 춤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거리 방향, 경관, 각도까지 완벽하게 설명한다. 풍속에 의한 도착시간까지 계산하기에 그 설명은 완벽에 가까우며 이로 인해 수km떨어진 곳도 춤을 통한 설명으로 찾아가는게 가능하다. 꿀벌은 다른 대륙, 다른 집에 소속되어도 비슷한 춤을 춘다. 춤이 오래전 진화했음을 말해주는듯하다. 거기에 방언처럼 서로 춤이 달라도 통역이 쉽게 이루어지니 인간 언어보다도 나은 면이 있다. 통념과는 다르게 꿀벌은 군주제 사회가 아니다. 단지 여왕벌은 가장 중요한 생식기능을 하기에 대접받을 뿐 그이상의 권력은 없다. 여왕벌이 대를 다하고 다음대에 왕홀을 넘기면 전체벌 중 1만마리가 분봉을 준비한다. 분봉은 벌 집단의 생존이 걸린 지대한 문제다. 장소설정에 신중해지는데 곰같은 포식자를 피하면서도 나무 안의 구멍의 크기와 깊이가 적당해야 한다. 꿀벌은 동면을 하지 않기에 집의 표면적이 중요한데 추위에 견딜만하면서도 겨우내 먹을 꿀을 충분히 채울만한 크기여야 하기 때문. 그래서 정찰 꿀벌들이 사방으로 탐색을 하고 돌아와 벌 개체 전체에 자신이 발견한 입지를 설명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정찰벌 개체마다 선호하고 주장하는 좋은 입지가 다르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과는 다르게 정치적 힘을 얻기 위해 거짓선동이나 과장, 허언을 일삼지 않는다. 주장에 동조하는 벌이 많아져서 다수가 되면 반대자들도 빠르게 이에 흡수되어 같은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꿀벌은 잠도 자고 꿈도 꾼다고 한다. 신비롭다.

 

4. 양자역학

 빛은 초기에 입자로 여겨졌다. 직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빛을 파동처럼 생각한 사람도 있었고 입증도 되었다. 유명한 이중슬릿 실험이다. 하지만 실험이 정교해지자 광자는 놀랍게도 관찰전에는 입자의 성질을 관찰후에는 파동의 성질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아원자 입자가 다 그러한데 관찰 전에는 확률적 성질을 띠다가도 관찰에 개입되면 전혀 다른 상태가 되는것이었다. 

 거기에 우주의 모든 광자를 얽혀있다. 우주 한끝의 광자와 반대쪽 끝의 광자가 서로 엃혀있다. 우리가 한 광자의 스핀을 관측하면 그 순간 반대쪽 끝의 광자도 이를 알고 변한다.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보다 빨리 이동할수 없는데 어떻게 빛보다 빠르게 정보전달이 가능할까? 둘은 한몸인 것일까? 하여튼 관측은 둘 사이의 얽힘을 깨버린다. 

 우리가 빛을 볼때 광자는 망막에 도착하고 그러면 망막세포는 화학적으로 변한다. 망막은 그 변화를 겨우 0.8초만 저장하고 다시 몰려드는 광자를 위해 그 이미지를 지운다. 당연히 망막은 세포수가 적어 모든 광자를 감지하지 못하며 오는 광자 중 소수만 받아들여 이미지를 만든다. 그리고 망막의 모든 세포가 광자를 받아들이지는 않기에 어느 세포가 광자를 받아들일지도 알수 없다. 즉,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객관적으로 느껴지는 시각도 결국 확률게임이 되고 만다. 어느 광자를 받아들일지 어느 세포가 받아들일지 알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각은 확률인 셈인데 그러면 우리가 관측하는 세상에 대체 뭐가 확실할지 알 수 없게 된다.

 하여튼 양자역학은 무수한 어려움을 만들어내는데 해결책이 두개 있긴하다. 물론 어처구니 없게 느껴진다. 하나는 다중세계 해석이다. 관측등의 중요한 개입이 있을때마다 가능한 새로운 세계가 무한대로 생겨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초결정론이다. 우주가 생겨난 이후 지금까지의 무수히 많은 사건들이 사실 모두 이미 그렇게 되도록 결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너무 멀리 떨어진 광자간의 얽힘도 설명이 된다. 원래 그렇게 반응하도록 계획 된것이니까.

 

5. 나가며

 이토록 어려운 우주와 미시세계를 설명해주는게 과학이다. 책은 플랫랜드라는 소설을 예로 든다.수년전에 본책인데 무척 재밌다. 내용은 제목처럼 2차원 세계다. 평면에 사는 이들은 졸라맨 처럼 생긴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볼때 서로 길이가 다른 직선으로만 인지가 가능하다. 집들도 삼각형, 사각형, 육각형으로 다양한데 가까이서 만져야 뾰족함이 느껴져 여러 측면에서 봐야만 무슨 각형인지 간신히 인지가 가능할뿐 그냥 보면 역시 직선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차원 높은 존재인 우리 인간에게 플랫랜드의 모든게 인지가 가능하다. 우리는 그들을 그려서 쉽게 창조하기도 하고 가로세로밖에 없는 그들에게 위나 아래서 접근이 가능하다. 손가락으로 그들의 평면을 위에서 집는다면 플랫핸드 사람들이 보기엔 갑작스레 거대한 뭔가가 나타난것일 것이다.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선 어쩌면 하나의 차원 혹은 몇개의 차원이 더 필요할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앤 드류얀은 이런 우리가 다가가기 힘든 차원으로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게 과학이라 말한다. 인상적인 설명이었다.

 앤드류얀은 인간이 망쳐놓은 환경과, 종교적 극단주의, 민주주의의 파괴, 우경화를 걱정한다. 그리고 자연적 위기와 지구온난화는 이미 수십년전에 과학자들이 예측했던 것이다. 다만 그것을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이 확실하지 않다고 부정했을 뿐이다. 하지만 담배의 위해성도, 프레온 가스의 위해성도 처음엔 부정되었지만 결국 입증되었다. 낙관론자처럼 드루얀은 과학의 힘과 따뜻한 인간의 마음으로 이 위기가 과학의 올바른 사용으로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제발 그렇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책은 세권의 코스모스 시리즈중 주관이 많이 반영된 것겠지만 가장 재밌었다. TV로 나올 시리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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