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 - 공교육에서 실천한 미래교육 이야기
창덕여중 공동체 지음 / 푸른칠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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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파급력있는 미래 기술과, 높아지는 불확실성, 미래 사회의 특징이다. 이런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교육부는 미래학교 기반 마련, 학교 공간 혁신 등 미래교육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각 시도교육청은 미래학교를 지정 운영 계획중에 있다. 이중 가장 앞서나가는 지역은 단연 서울 같다. 서울은 이미 2015년부터 서울형 미래학교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혁신미래학교로 이를 확대하고 있는데(아무래도 서울형 혁신학교와 미래학교의 콜라보같다.) 이 학교는 테크놀로지 통합교육환경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민주시민을 양성하는게 목표다. 즉, 미래 기술에 적응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력도 발휘할 수 있는 민주시민을 양성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서울형 미래학교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공립학교 창덕여중의 지난 5년을 담은 책이다. 창덕여중은 ICT기반 교육활동, 교수평 일체화, 미래학습체제 부합 환경구축을 목표로 삼아 미래학교를 운영했다. 지난 5년간의 창덕여중의 길을 살펴보자. 

 책을 읽으며 인상적인 부분중 우선 눈에 들어온 것은 창덕여중의 회의 방식이다. 회의는 사실 구성원이 모여 수평적인 입장에서 주요안건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회의는 주로 상급자의 전달이나 질책, 혹은 지시로 거의 구성된다. 창덕여중의 회의 문화는 한마리도 소통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모두가 의견을 말할 수있는 통로를 마련했고, 안건을 공유하는 시스템과 결과를 명확히 확인하는 절차를 만들었다. 회의에서는 일부로 종이회의자료를 만들지 않고 화면에 띄워 준비시간을 줄였다. 모두가 모니터를 보아 집중도도 의외로 높아진다고 한다. 특별한 회의실도 없어, 필요하면 어디서든 회의가 이루어지며, 심지어 관리자 회의나 부장회의더라도 관련이 있거나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 

 다음 인상적인 부분은 교사연구였다. 교사는 현장 연구자이자 실천가인데, 대부분의 경우 두개가 다 잘되지 않는다. 창덕여중은 ART프로젝트를 가동했는데 프로젝트 참여교사에게 학교업무추진비를 이용하여 연구를 위한 교수자료를 구입하거나 연구과정에 필요한 전문가 협의나 동료협의에 예산을 지원했다. 교사1인당 40만원 정도를 지원했는데 대부분 학교에서 교장이 마음대로 알음알음 써버리는 업무추진비를 제도로 사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연구방법과 내용은 교사 개개인에게 자유를 부여하되 기본적인 지침은 공유하는 형태로 실효성과 자유도를 높였다. 

 창덕의 토크콘서트도 주목할 부분이었다. 토크콘서트는 퇴근 이후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교육과정, 학교문화, 학습환경 등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 경험을 이미 시도했거나 고민중인 교사가 먼저 사례를 공유한 뒤 참가한 청중과 토론진행하는 방식이다. 창덕에서 실행한 여려 미래교육적 시도의 의미와 성과 한계를 모두 공유한다. 주제나 안건은 자유롭게 하고 싶은 사람이 준비하며 심지어 자신이 필요한 안건에 대해 경험이나 실력이 있는 다른 교사에게 안건을 부탁하여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경우라도 부탁을 받은 교사는 매우 열심히 콘서트에 임한다고 하니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느 학교든 미래이든 혁신이든 개혁은 매우 힘든 과제인데 시스템과 역량 양쪽에서 적잖은 저항과 부족함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덕의 토크콘서트나 교사연수프로젝트, 열린 회의 문화는 시스템과 역량 강화 두가지를 자율적인 동의하에 잡아내는 매우 좋은 방식으로 여겨진다. 어디서나 시스템과 사람 두 개가 같이 이루어져야 발전한다.

 창덕의 미래학교로서의 또 다른 우수점은 바로 학생중심의 수업구축이다. 수업이 학생의 배움중심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듣고 질문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암기위주의 결과중심교육에서 탈피하고 경청과 존중의 문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창덕여중이 시도한 것은 개별화 교육과 짝토론이다. 

 개별화교육은 오랜 교육계의 이상적 숙제지만 학생하나하나에 물리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한 교사의 여건으로 인해 실행이 어려웠다. 해결방법으로 창덕여중은 학습플랫폼을 선택했다. 학습플랫폼은 학습경로를 안내하고 학습과제를 제시하고 학습결과가 축적되는 온라인 공간이다. 학교차원에서 MS개정을 일괄 생성하고 MS팀즈를 사용했다. 개별화교육에서 학생은 먼저 팀즈에 올려놓은 교사의 강의를 시청하고 교과서읽기, 학습활동등을 통해 스스로 기본지식을 습득한다. 이후 개별적으로 교사와 함께 학습한 기본지식에 대한 질문인 학습대화를 한다. 여기서 불통이되면 피드백을 받고 기본지식습득으로 돌아가 다사 학습하고 통인 학생은 관련 과제를 스스로 선택해 역량과제를 수행한다. 역량과제를 수행하면 기본지식에 대한 테스트에 도전하게 되며 만족스럽지 않거나 기준점수에 미달하면 재도전도 가능하며 재도전으로 인한 감점도 없다. 이처럼 학생이 강의로부터 해방되자 자연히 집단화된 반응으로부터도 해방되었다. 교사 역시 덩어리로서의 학생이 아니라 개별학생과 대면하여 학생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피드백과 정서적 구축이 가능해졌다. 다만 단점으로는 열정적 강의에 대한 교사의 열망이 사라지는 것과 개별 학생들이 각자 다른 역량과제를 수행하다보니 경쟁 및 비교를 통한 성장과 열기가 부재해졌다는 점이다. 성장과제는 어느정도 패턴화해 교사가 제시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창덕여중은 짝토론을 수업방법이 아닌 교과목으로 만들었다. 짝토론이라는 교과가 있으며 모든 학생은 이 수업을 듣는다. 여러 교과의 교사가 같이 참여해 교과융합적 진행이 가능하며 이로 인해 학생들은 특정사안에 대해 과학적, 국어적, 사회적, 수학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짝토론 프로그램의 바탕에는 좋은 질문 만들기, 내 생각 나누기, 타인의 생각 경청하기가 자리한다. 짝토론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어 영어로 하는 짝토론도 이루어졌으며 교과와 연계한 융합수업 짝토론, 학생의 삶에서 소재를 가져오는 짝토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래학교로서 창덕이 마지막으로 집중한 것은 미래학교의 공간이다. 우리나라의 학교 공간은 천편일률적으로 모듈화되어 그토록 다른 지역적 특성과 학생의 특성, 학교의 비전이나 목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창덕여중은 미래학교의 공간으로 4가지를 마련했다. 우선 배우는 공간으로 교실과 특별실을 마련했다. 다음은 표현하는 공간으로 소극장과 스튜디오, 명상회의방이다. 학생은 이런 공간을 수업에도 활용하고 자신들의 동아리나 다른 자율적 활동에 사용한다. 세번째는 나누는 공간으로 홈베이스, 미디어 스페이스, 도서관이다. 마지막은 즐기는 공간으로 미디어월과 레고월이다. 창덕여중의 중앙현관에 있는 곳으로 아날로그 공간인 레고월은 학생들이 레고는 만들어 붙여 만드는 공간이다. 미디어월은 다양한 동영상등이 보여지는 곳이다. 

 이처럼 미래학교로서 창덕여중은 교사문화의 개선, 학생수업의 개선, 학습공간의 개선 세 가지를 이루어냈다. 미래학교라고 테크놀로지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미래사회에 테크놀로지의 사용과 적응, 비판적 활용과 창의적 생산은 중요하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의 역량이 결국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창덕여중 같은 미래학교가 빠르게 보편화되어야 할듯하다. 아이들은 어느새 빨리 커버리고 미래사회도 어느덧 빨리 다가와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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