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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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수는 5100만 수준이다. 그런데 좀 오래전인 2013년 한국에서 키우는 닭의 숫자는 무려 8억마리에 달했다. 그것도 산란닭은 뺀 육계만 그렇다. 그러면 일인당 연간 16마리 정도의 육계를 먹은 격이니 1인1닭이라는 표현도 그리 과하지 않은 셈이 된다. 물론 이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고기가 없던 한국인에게 알을 낳는 닭은 그리 함부로 먹을 수 없는 존재였고, 중장년층의 한국인의 기억속에도 통닭은 아버지가 월급+보너스가 두둑하거나 승진이라도 하셔야 노란 크래프트지에 담아 오시던  특별한 음식으로 뇌리에 잡혀있다. 

 닭을 조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물에 끓이는 백숙이나 삼계탕이 있고, 구운 로스트치킨, 그리고 기름에 푹 담가 튀긴 치킨이 있다. 이중 한국인에게 닭은 단연 치킨이다. 한국만큼 인구대비 치킨집이 많고 일인 일닭 하는 나라가 있을까 싶다. 하여튼 이런 조리방식 때문에 치킨은 사실 귀한 음식이다. 기름에 폭담가 튀기니 기름이 많아야하고, 당연히 본재료인 닭도 많아야하고, 튀김옷인 밀가루도 풍부해야한다. 이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진게 1970-80년대다. 양계산업이 본격화 및 기업화했고, 밀가루도 많아지고 미국산 대두를 활용한 기업의 콩기름 생산도 가능해졌다. 


1. 치킨의 역사

 사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치킨이라 할 만한 것은 1960-1970년대 인기 있던 전기통닭구이였다. 한국인에게 최초로 기름진 닭맛을 느끼게 해준 것인데 당시 인기를 잠시 누리다가 본격 기름맛을 앞세운 후라이드 치킨에 곧 자리를 내준다. 전기통닭구이는 굽는데도 2-3시간이 걸리고 살이 퍽퍽해 여러모로 후라이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최초의 후라이드 1세대는 엠보치킨이다. 닭이 아주 작고, 한방 염지나 야채염재를 한 후 물반죽이 아닌 건조한 파우더를 표면에 묻혀 튀긴다. 튀김기는 압력튀김기를 썼으며 조리시간이 짧고 수분이 보존되어 겉바 속촉이 가능했다. 보드람치킨, 치킨뱅이, 둘둘치킨, 그리고 한국 최초의 치킨 프랜차이즈인 엠보치킨이 바로 엠보치킨집들이다. 보통 치킨은 브로일러 종을 쓰지만 엠보치킨은 주로 다리가 긴 백세미를 쓴다. 잘기지 않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며 비린내 제거 이상의 풍미로 초기 인기를 끌었다.

 2세대 치킨은 민무늬 치킨이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치킨이라 할 수 있는데 시장통닭을 생각하면 된다. 물반죽한 반죽을 치킨에 묻힌 후 바로 튀겨내며 조각을 많이 내고 물반죽을 많이 하여 먹는 양자체를 늘린게 특징이다. 민무늬 치킨이 대중화했을때 양념치킨도 등장했는데 둘은 죽이 잘 맞았다. 지금의 대세인 크리스피 치킨은 컬 사이사이 양념을 바르는게 힘들어 양념이 많이 드는데 비해 민무늬 치킨은 표면이 매끄러워 양념을 묻히기에 가장 좋다. 그리고 엠보치킨은 특유의 염지향이 양념과 충돌했다. 

 3세대 치킨은 크리스피 치킨이다. KFC의 크리스피가 우리나라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퍼지며 대중화했다. 튀김옷의 컬이 중요하고, 큰 튀김옷은 만족스러운 식감에 닭을 커보이게 까지해서 인기가 좋다. 크리스피는 염지닭에 튀김가루를 묻히고 거기에 코팅 효과를 주기 위해 물반죽 코팅에 담갔다가 다시 튀김가루에 묻혀 튀기는 방식으로 만든다. 복잡한 공정때문에 1,2세대 치킨에 비해 큰 주방시설이 필요하다. 작은 통에서 튀김옷을 묻히면 서로 눌려서 컬이 사라지기에 큰 반죽 통이 필요하고, 튀길때도 컬이 잘 떨어져 기름이 잘 타기에 튀김기도 커야했다. 크리시피는 큰 튀김옷으로 치킨을 크게 하기에 닭 자체를 작게했다. 이는 윈윈이었는데 사육업계에선 사육시간과 회전수가 늘어 자본회전율이 증가했기 때문이고 기름도 많이 필요해 기름업계도 좋기 때문이다. 


2. 치킨을 만드는 방법과 그 가격

 우리가 먹는 치킨은 모두 염지를 한다. 염지는 소금과 후추를 넘어선 향이 증진된 가루를 묻히는 가정으로 닭의 근육 조직을 끊어내 닭살을 촉촉하게 하는 과정도 포함한다. 치킨대학이나 치킨 학원등에서 사람들은 치킨을 튀기고, 소스에 버무리고 ,담는 일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지만 치킨 맛을 좌우하는 이 염지와 양념소스를 만드는 비법은 절대 배울 수없다. 이를 얻는 방법은 가맹점이 되어 프랜차이즈 본사의 노예가되어 염지가 된 닭과 소스를 받거나 성공적인 개인 창업점으로부터 수백에서 수천의 로열티를 내고 받는방법 뿐이다. 치킨에서 염지와 튀김 옷의 재료인 파우더, 소스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치킨이 닭맛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실제 치킨을 먹으면서 튀김옷의 바삭함과 소스맛을 평가하지 닭고기 자체의 맛엔 신경쓰지 않는다. 냉동닭이거나 브라질, 미국산인지 정도를 확인하는 수준이다. 

 흔한 마트에서 우리는 생닭을 3-4천원에 구매한다. 그래서 우린 치킨 값이 무척 비싸다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장사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저 재료의 원가만 생각한다. 하지만 치킨집에서 자신의 염지를 하는 기술이 없는 한 염지된 닭을 받게 되는데 염지닭은 2014년 기준으로 4-5천원이다. 천원이상 더 붙는 것이다. 거기에 닭을 튀기는데 필요한 식용유가 한마리당 천원정도이고 튀김옷인 파우더 비용인 마리당 오백에서 팔백원, 그리고 배달용 박스가 4백원, 치킨무도 4백원, 소스가 100원, 박스 바닥에 까는 유산지가 10원이 든다. 그리고 서비스 음료수와 매장월세와 운영비, 인건비등은 별도다. 이 모든걸 감안한담녀 치킨 가격은 당연이 만오천이상에서 이만냥에 육박하게 된다. 

 또한 매장영업만 하는 치킨집은 업식에 여기에 배달비가 추가된다. 과거 배달서비스가 발달하기전엔 매장마다 배달알바를 사용했고, 이들의 성실함과 성향여부가 치킨집의 경영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당시 흔히 비눈이 오면 치킨 주문이 늘어 사장들은 좋아했을 것 같지만 한편으론 배달알바가 사고라도 날까 노심초사했다한다. 최근엔 배달대행서비스가 많아졌다. 그래서 매장마다 위험부담을 않고 거액을 내며 전용알바를 쓰기보다는 일정 가입비를 내고 건당 배달수수료를 내는 형태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도 문제가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배달알바가 가게에 직접 고용되는 형태가 아니다보니 가게에 충성심이 없으며 장사를 하는 가게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게 된것이다. 때문에 배달알바가 배달과정에서 불친절한 경우가 많고, 라이더들 역시 여러건을 뭉쳐서 한방에 배달하는게 편하기에 치킨이 눅눅해지거나 식어 배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지도 저러리조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배달업에는 13-16%수수료를 받는다. 2014기준이니 독과점이 더욱 심해진 지금은 더할 것이다. 


3.치킨 영업과 광고

 양념치킨이 처음 등장하고 치킨 프랜차이즈가 대중화한 90년대에는 개그맨을 동원한 치킨 광고가 인기가 많았다. 중년층은 아직도 최양락이 부른 페리카나 로고송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광고 모델이 개그맨에서 유명스타로 전환되었다. 굽네치킨은 기름기 많은 후라이드와 대비해 건강하고 기름기 적은 로스트치킨의 이미지를 소녀시대를 이용하여 구축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근엔 모든 방송매체에 PPL이 많다. 2010년 5월부터 허용된 PPL은 규정상 방송시간의 5%이내, 브랜드는 30초이내, 한번에 화면 크기의 1/4를 넘을 수 없다. 처음엔 제품자체를 등장시키는 방향이었지만 이제는 드라마나 영화를 후원해 주인공이 그 기업의 알바나 경영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치킨 업계는 맛보다는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하기에 드라마에 대한 치킨 업체의 후원은 뜨겁다. 

 치킨은 맥주와 함께하는 술안주이지 가족끼리 함께 먹는 행사음식 성격이 많다. 때문에 스포츠와 연관이 깊다. 2002월드컵의 대성공은 치킨 업계의 호황을 불러왔다. 하지만 가끔 있는 국제행사에 의존하는 축구보다는 항시 국내리그가 인기 좋은 야구가 치킨 업계와 관련이 깊다. 야구는 사실 치맥에 매우 적합한 스포츠다. 국내리그의 운영시간이 퇴근한 직장인은 야구장에 직관해서 경기를 관람하며 끼니와 음주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으로 치맥을 택하기 딱 좋다. 거기에 치킨은 혼자 먹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야구의 경기시간은 3-4시간에 달해 딱 좋다. 그래서 치킨 업계는 다른 스포츠보다 국내프로야구에 공을 들인다. 많은 간판 광고는 물론 스폰서도 한다. 3월은 설 이후이고 신학기의 시작이라 가계소비가 많아 외식이 줄어드는데 3월말 개막하는 프로야구가 치킨 업계를 되살려준다. 이러니 좋아할 수 밖에. 


4. 양념통닭과 치맥

 사실 치킨의 본고장은 당연히 미국이다. 다른 나라는 당연히 KFC나 파파이스등이 치킨 시장을 주름잡는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KFC나 파파이스는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는 수준인데 이는 양념통닭의 등장과도 관련한다. 한국인은 유독 느끼함을 잘 못참는다. 조금만 느끼하면 김치를 찾곤하는데 그래서 라면엔 김치가, 치킨엔 치킨무가, 파스타와 피자엔 피클이, 고기엔 쌈장과 파채가 빠지지 않는다. 양념통닭은 바로 이 느끼함을 잡은 치킨이다. 원조는 찾기가 어려운데 일단 공통적으로 고추장과 물엿이 기본이다. 고추장이 양념통닭 소스의 주성분란 생각이 들지만 사실 소스의 40%이상이 물엿이다. 물엿은 전분으로 만드는 것으로 음식에 점성과, 촉측함, 단맛을 제공하는 마법의 성분이다. 

 KFC나 파파이스는 제법 잘나가다 IMF를 기점으로 밀리기 시작했는데 당시 대량실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개인 치킨집을 차려 시장을 빼앗겼고, 양념통닭에서 시작한 다양한 소스이 한국 치킨메뉴를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치킨과 이미 일심동체인 맥주를 매장내에서 팔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맥주와 치킨은 이미 치맥이란 합성어로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치킨과 맥주는 원래 궁합이 안맞는 음식이다. 기름지고 뜨거운 치킨과 차가운 맥주는 소화불량이나 설사의 원인, 심지어 통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맥주의 차가움과 탄산은 치킨의 기름맛을 해소하고 갈증을 해결해준다. 둘이 하나가 되는 이유다. 


5. 육계의 기업화와 문제점들

 미국의 원조로 주한미군의 국내달걀 구입 결정으로 자본과 구입처가 결정되자 국내 육계업계가 본격 기업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60년 사육 닭의 수는 1200만 마리에 달했고, 70년엔 2400만 마리 98년엔 4억마리 2013년엔 8억마리에 달했다. 닭은 외식업에 매우 적합했는데 닭의 사육주기가 매우 짧아 회전율이 좋기 때문이다. 

 미국산 콩과 옥수수, 그리고 밀가루는 국내 치킨 업계와 육계업계의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언급한 것처럼 치킨엔 값싸고 풍부한 기름과 싼 가격의 닭이 필요한데 콩과 옥수수가 그걸 해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는 콩기름은 대개 미국산 대두를 사용한다. 콩은 우리가 두부를 만들어먹는 것처럼 사실 단백질이 많다. 기름은 고작 20%에 불과해 기름용으론 여의치 않은데도 그럼에도 콩기름은 넘쳐난다. 이는 기름을 짜낸 콩이 사료로 매우 적합하기 때문인데 기름기가 없는 단백질 위주의 콩은 소화효율이 높아져 동물사료로 훌륭하다. 이렇기에 적은 기름에도 콩기름을 짜내는 것이다. 최근엔 이 역할을 옥수수가 대신한다. 사료도 옥수수로 만들어지고 기름도 옥수수다. 콩으로 만든 치킨에서 옥수수로 만든 치킨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육계시장은 1등기업인 하림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되어 있다. 수직계열화는 본수가 종계장을 통해 농가에 병아리를 공급하고 사료 공장은 운영해 사료도 판매하며 약품, 기자재, 사육지도의 모든 것을 맡는 것이다. 그렇기에 튀기는 기술 이외엔 광고, 소스, 염지닭은 모두 의존하기에 본사의 노예가 된는 가맹점 사장처럼 양계장 사장도 육계기업의 노예가 된다. 이 기업은 위의 요소말고도 가공공장과 대규모 도계장이 있고 심지어 프랜차이즈도 소유한다. 특히 하림은 병아리당 고작 400원의 사육수당을 주는데 이는 닭을 키우는 기간이 35일에 불과함에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하지만 하림은 자본을 집중하여 출하사이클을 조절해 다른 기업에 비해 병아리의 사육과 출하를 1번 더 할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를 통해 양계장을 유혹하고 자신들의 이윤을 더욱 창출한다. 거기에 항상 자금에 쪼달리는 양계장에 15일마다 결제를 통해 현금유혹을 한다. 이렇기에 다수의 양계장은 하림과 거래하게 된다. 더욱 노예의 길로 빠져듬에도 말이다. 


 이 책은 보며 그동안 수백마리는 먹었을 치킨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얇고 가벼워보이는데도 알찬 지식으로 가득찼다. 좀 알고 먹어야 할 것이 아닌가. 책은 2014년 책으로 시류에 떨어진 부분도 있지만 아직도 유효하다. 그래서 10쇄를 찍거 계속 나오는거 아니겠는가? 저자가 책을 지금 다시쓴다면 아마 수직계열화와 프랜차이즈의 횡포로 인한 을들의 수난, 그리고 배달대행업체와 배달앱 운영업체의 갑질에 대해서 더 쓰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튼 재미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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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0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20-09-1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년책이 아직도 있어 찾아보니 10쇄더군요 대단합니다

2020-09-10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막시무스 2020-09-10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녁에 치맥하면서 치킨의 역사를 되새겨봐야 할것 같아요!
즐건 저녁되십시요!ㅎ

닷슈 2020-09-10 19:30   좋아요 0 | URL
네 즐거운 치맥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