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문해력 -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와 과정중심평가 KEY
유영식 지음 / 테크빌교육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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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교육과정 문해력에 관한 책이다. 문해력이란 글자그대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하지만 그 글이 교육과정이라면 다소 복잡해진다. 책에 의하면 교육과정 문해력이란 국가에서 주는 교육과정 문서를 이해하고 이를 교사가 자신의 전문성과 학교 및 지역사회의 사정을 고려하여 재구성하여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이 일체활 될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능력이 되는 것이다. 이것의 달성을 위해 책에 등장하는 교육과정의 체계를 정리해보았다. 

 

1. 교육과정

우리나라는 교육과정을 미군정하의 교수요목기부터 시작해 이후 1차교육과정이라는 이름을 따기 시작해 7차교육과정까지 거의 헌법개정과 비슷한 순으로 개정해왔다. 백년지대계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교육이 전면적으로 정권마다 바뀌자 7차 이후로는 수시개정이란 말로 전면개정을 뜻하는 몇차식의 용어는 버렸다. 하지만 그후로도 정권에 맞게 전면에 가까운 개정이 여러차례 이루어졌고, 2015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던 2015개정교육과정이 올해부턴 전학년에 적용되게 되었다.

 

2. 역량중심교육과정

 2015개정교육과정은 역량중심교육과정이다. 교육계에선 장학사든 각 학교에 교육과정담당자든 교장이든 교감이든 누구나 역량을 많이 말하지만 정작 역량이 무엇인지 속시원하게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역량은 쉽게 말해 뭔가를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 교육이 걷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암기시키고 선다형으로 옳게 걷는 방법을 고르게 했다면 역량교육과정하에선 실제 맥락에서 걷는게 중요시된다. 때문에 2015개정교육과정에선 학생이 학습한 것을 맥락에 맞게 실생활에서 할수 있는 것이 중요하며 교육의 총력은 여기에 집중된다.

 하지만 교육목표인 역량의 배양은 결국 학생이 자라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에 미래와 관련되며 당연히 4차산업혁명과 연결된다. 그래서 미래사회에 필요한 6가지역량이 선정되었고, 이들은 자기관리역량, 지식정보처리역량, 의사소통역량, 창의적사고역량, 공동체역량, 심미적 감성역량들이다. 이것들은 교육과정의 전체를 다룬 총론에 해당하는 내용이며 모두 알다시피 총론 및에는 각 교과인 각론들이 자리한다.

 

3. 성취기준

 때문에 각 교과들은 이 6가지 역량의 배양에 해당하는 각 교과의 지식, 기능, 태도의 정수들을 모아냈으며 이것들이 각 교과에서 학습자가 꼭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되는데 이 녀석들의 이름은 바로 '성취기준'이다. 성취기준은 [3국어01-03]이런 식으로 표기되는데 앞의 3은 학년이며 과목이름 다음의 01은 각 교과의 영역, 그리고 마지막 03은 그 영역에서 세번째 성취기준이라는 의미이다.(암호같다.) 즉, 이에 따르면[3국어01-03]은 3학년 국어교과의 첫번째 영역인 듣기말하기의 세번째 성취기준이란 뜻이된다. 정부가 조만간 도입하려는 절대평가 형태의 성취기준평가제는 지금까지의 상대평가를 버리고 모든 학생이 이 성취기준에 도달하게 하는 형태로 평가제를 전면 바꾸려는 시도라고 볼수 있다.

 하여튼 이 역량과 그 역량의 달성을 위한 각 교과의 성취기준까지는 교사가 손댈수 있는게 전혀없다. 위에서 무조건적으로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교사가 성취기준 두세개를 엮에서 재구조화하는건을 허락한다. 하지만 하나하나성취기준 자체를 완전히 바꾸거나 첨가하는건 불가능하기에 각 교과의 교육목표로서의 성취기준은 개개인의 교사가 받아들여야하는 부분이 되고 만다.

 

4. 교육과정의 재구성

 우리가 사용하는 각 교과별 교과서는 바로 이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단원을 만들고 그 안에 소단원들을 채워넣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는 그냥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 만들어 놓은 하나의 교수학습자료에 불과하게 된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성취기준의 수는 생각보다 그리 많진 않다. 게다가 교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폭넓게 서술된 경우가 많아 구체적인 실현방법에서 교육전문가인 교사의 손길이 침투할 여지가 많아진다. 즉, 재구성이 상당히 가능해지는 것이다.

 만약 우리반에 다문화 아이들이 많다면 국어를 비롯한 다른 교과를 엮어 '다문화'를 주제로 여러 성취기준을 모아 다문화 이해도를 높이는 형태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다. 국어시간에 다문화 관련 책을 함께 읽고, 사회시간에 지역의 다문화 센터를 견학하여 사례를 조사발표하고, 국어시간에 그 사례들에 대해 토의 토론하고, 각 토론결과의 학습의 결과물들을 미술시간이나 실과시간을 활용해 ucc나 자료로 제작해 발표회를 갖는 형태로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재구성을 통해 교사는 교과서를 벗어날 수 있게 되며 학습자의 실생활과 지역사회의 현실과 무관한 교육과정과 수업을 학습자의 실생활에 매우 밀접하게 구성할 수 있게 된다.

 

5. 수업

교육과정이 재구성되면 수업역시 변화한다. 교과서만으로 주어진대로 수업한다면 아무래도 전국표준적이고 일제식 스타일의 강의식 수업이 발생하기 쉽다. 하지만 위처럼 주제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면 온책읽기 활동이 생겨나고, 토의토론식 수업이 발생하며, 프로젝트 학습이 진행된다. 학습자 중심의 수업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식중심의 수업에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행동하면서부터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당연히 지식의 학습이 필요하며 일제식 수업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지식을 얻는 수업도 학생중심의 배움중심수업으로 구성해 나갈수 있으며 과감히 '거꾸로 수업'등의 형태로 강의식으로 미리 제공할 수 도 있다.

 

6. 평가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는 과정중심평가를 강조한다. 즉, 평가를 수업과 별도로 행하지 말고, 수업과 평가가 자연히 어우러져 이루어지도록 하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다문화를 주제로 실컷 토의토론을 하게 하고, 온책 읽기를 하게하고, 직접조사발표까지 시키는 등의 수준 높은 수업을 하고도 정작 평가는 시험지에서 선다형으로 행할 수 있다. 이는 수업과 평가가 분리된 것으로 좋지 못한 평가가 되며 역량을 측정하는데도 실패한 타당도가 떨어진 평가가 된다. 수업을 위처럼 구성하였다면 학생이 토의 토론 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평가하며 조사발표한 것을 수업과 동시에 평가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과정중심평가는 이루어지며 수업 및 교육과정과도 일체화되게 된다. 

 또한 과정중심 평가는 일회성 평가도 지양한다. 학생에게 여러 번의 도전기회를 주어 중간중간 피드백을 통해 성장하여 궁극적으로는 모든 학생이 성취기준에 도달하게 하여야 하는 것이다.

학생이 다문화 센터의 실정과 정책에 대해 조사발표를 한다면 중간 점검을 통해 평가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마지막 결과물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게 그런 방법이다. 여기서 피드백은 반드시 성취기준에 미도달하는 현재점을 보이는 학생뿐 아니라 잘하는 학생도 해당한다. 잘하는 만큼 더 난도 높은 과제를 추가로 부여하거나 난이도를 높여 그 학생 역시 더욱 성장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7. 기록

매우 바쁘지만 교사는 이런 재구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수업현장과 과정중심평가속에서 학생들의 상황과 발달과정을 기록해야한다. 그리고 이런 기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나이스나 학교별 성적표에 수록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기록이 온전히 마무리 되었을때 교육과정 문해력을 가진 교사에 의한 올바른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가 일어나게 된다.

 

8. 백워드형 교육과정 설계

 이 책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의 방안 중 백워드형 설계가 인상에 남았다. 기존 교육과정 재구성은 교사가 주제를 정하고 성취기준을 파악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을 진행하며, 평가문항을 개발하는 형태였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백워드형은 반대로 일이 진행된다. 교사가 주제를 정하고 필요한 성취기준을 모으는 것 까진 같지만 이후 바로 평가를 구성한다. 즉, 다문화라는 주제로 토의토론에 관한 성취기준을 사용하기로 했다면 '다문화를 주제로 토의토론을 하는 수행평가 문항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수업은 바로 이 수행평가 문항을 학생들이 해결할수 있도록 진행된다.

 비슷한 것 같지만 이 방식이 훨씬더 손쉬우며 저자가 연수한 많은 교사들이 이 방법으로 성공적으로 교수평일체화를 이루어냈다고 한다.

 

이 책은 복잡하고 잘 다가오지 않는 2015 개정교육과정에 대한 매우 상세하고 강력한 가이드였다. 많은 교사들이 개정교육과정에 대해 부담을 갖고 어려움을 느끼는데 이 책을 읽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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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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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자주 즐겨 보지 않는 편이고(거의 독서가 어려운 상황에서 스트레스 해소용이다), 읽고나면 빠르게 소비하듯 중고로 판매하는 편이다. 뭔가 남지 않는다는 느낌에 그런 편인데 간혹 남기고 싶은 소설도 있곤 하다. 오래전 읽었던 천명관의 고래(책을 좀처럼 보지 않는 우리 아내도 이걸 한숨에 읽었으며 무려 3번을 봤다), 그리고 (작가는 기억나지 않지만) 과학소설이었던 '멀리가는 이야기', 2차원 세계를 재밌게 다룬 '플랫'이란 소설이 그랬다. 이번엔 '디디의 우산'을 읽었는데 이것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소설엔 매력이 있다. 표현력이 부족한 내가 말하기 어려운 득톡한 분위기와 문체와 그에 따른 인물 표현력, 머릿속에 풍경을 나도 모르게 그리게하는 묘사력, 그리고 사회를 교묘히 다루는 솜씨다. 연작소설이라 표지에 써있기에 이전 작과 연결이 되나 싶어 처음엔 아차싶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책에 있는 두 개의 소설이 접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연작인듯하다. 접점은 사회적 사건들이다. 박근혜의 탄핵, 세월호 사건, 명박산성 등 지난 민주주의 파괴의 10년이 두 소설의 접점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티를 전혀 내지 않으며 실제로고 그렇지만 그냥 보면 이 책은 사회적 사건을 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더욱 매력이 있었다.

 디디의 우산은 제목이 좀 그랬다. 난 왠지 한국이나 일본 소설에서 자국인을 영어명칭으로 표현하는게 맘에 들지 않는다. 굳이 그럴필요가 있을까? 독특한 인물 표현과 다른 느낌을 주는 효과는 충분해 보이지만 정작 서구인들이 이런 방법을 좀처럼 쓰지 않는다는 면에서 그들 중심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이 워낙 매력적이라 이런 생각은 곧 사라졌고, dd는 정감있게 느껴졌다. 

 소설 dd의 우산엔 서툰 솜씨로 가족을 힘들게한 아버지를 둔 d라는 남자와 어려서 그와 학교에 남아 낙뢰가 떨어진 사건을 함께한 dd란 여자가 나온다. 둘은 동창회서 만나 끌리고 함께 동거한다. 결혼은 아니었다. d는 시끄러운 목공소에서 자랐고, 가난했으며 소음에 시달리며 살았다. 민감해져서인지 둔감해져서인지 자꾸 사물에서 온도가 느껴졌고, 그게 싫었다. 하지만 dd를 다시 만나고서 그런건 아무렇지 않아졌다. 

 둘다 돈이 없기에 강서구의 목2동 반지하 빌라에 자리잡았다. 서로의 직장과 동등한 거리. 창밖으론 주인집 할매가 키우는 화단과 양귀비가 보였고, 하필 그 창가가 응달인지라 동네 할매들이 연인의 창가에 상시 모여 수다를 떨었다. 그들은 그게 미안했는지 떡이며 식혜며 먹을걸 주곤했다. 달착지근한 연애소설을 기대했거만 불과 십여페이지만에 퇴근길에 dd는 죽어버린다. 버스사고였는데 하필 정말 운이 없어 창밖으로 dd는 튕겨나갔다. d는 폐인처럼 몇달을 월세도 내지 않은체 방안에만 칩거한다. 그리고 그토록 사랑했을터인데 dd의 짐도 모두 그녀의 가족에게 보낸다. 그리고 세운상가 인근에서 택배일을 시작한다.

 남들이 며칠이면 떨어져나가는 일을 하며 d는 생기를 찾아간다. 그리고 쇠락한 세운상가에 전축수리점에서 백만원자리 전축을 사 dd가 즐겨든던 LP판을 듣곤한다. 그것도 자기가 사는 고시원에서. 소설은 전반적으로 d가 일과 dd가 듣던 음반을 통해 치유되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인물의 심리묘사가 독특한데, 무척 만연체로 묘사하며 실제로 사람이 그렇듯이 심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왔다갔다하며 모순된다. 이런 면에 소설을 좀 읽기 힘들게 만들면서도 재밌는 부분이었다.

 연작으로 나오는 다음 소설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다. 이번엔 서수경과 김소영, 김소리, 정진원이 나온다. 시점은 김소영이고 서수경과 김소영은 오래전 중학교부터 알던 사이로 육상대회서 만났다. 그리고 대학에서 운동권활동을 하며 둘은 서로 만나고 이끌려 동거인이 된다. 김소리는 김소영의 여동생이고 정진원은 김소리의 아들, 즉 김소영의 조카다.

 김소영의 시점이면서도 동생을 김소영, 다섯살 배기 조카를 진원이도 아닌 정진영, 연인을 서수경이라 표현하면서부터 독특함이 느껴진다. 인물 표현과 심리묘사는 디디의 우산과 매우 다르다. 순차적이며 쉽게 파악된다. 하지만 사회적 사건이 많고 둘은 이 사건에 항상 참여하고 공감하고 담백하게 분노하며 이를 다루는 점이 차이점이다. 

 공통점은 이들 역시 디디의 우산에서처럼 강서구에 거주한다는 점이고 세운상가라는 공간을 앞소설과 공유한다는 것과 박근혜 탄핵이라는 큰 사건을 다룬다는 점이다.

 분위기가 제법 다른 다 연작소설을 교묘하게 이은 점이 이 책의 재미였다. 둘다 분위기와 느낌이 무척 독특하다는 면도 재미다. 책의 굿즈로 책에도 잘 나오지 않는 d의 선곡음악 cd가 담겨있었는데 비오는 날 이 책과 더불어 다시 읽는다면 많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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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2-22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는 최근에 a부터 h까지 등장하는 소설을 읽었는데 뭔가 몰입이 안되는 느낌이더라구요. 지금 읽고 있는데, d와 dd를 어떤 이름으로 치환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카알벨루치 2019-02-22 14:27   좋아요 2 | URL
dd는 <아무도 아닌>에서 나왔죠 ~지금 읽는중인데 팍팍 진도가 안나가는군요 ㅎ

닷슈 2019-02-22 14:30   좋아요 2 | URL
저도 읽으며 같은 고민을 했죠

카알벨루치 2019-02-22 14:33   좋아요 2 | URL
작가가 몰입 안되게 만들어놓았네요 고얀 황정은님! 미워할 수 없는!!!ㅜㅜㅋ

닷슈 2019-02-22 14:39   좋아요 1 | URL
네 몰입이 안되는 면이 있어요

뒷북소녀 2019-02-22 14:41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 어쩐지. 낯설지 않다 했어요. 저도 아무도 아닌 읽었는데 도통 기억이ㅠㅠ

카알벨루치 2019-02-22 14:46   좋아요 1 | URL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는 어쩔수 없는 부분이니 여기저기 산재할수도 있다 싶습니다 더군다나 이전의 쓴 소설을 토대로 한 소설이니 더 그러할듯 싶기도...암튼 작가들은 다들 대단한듯 합니다요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이유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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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역사가 제법 길기도 하지만, 우리완 다르게 상당히 많은 수와 왕조들이 자주 명멸해갔다. 한국에선 통일왕조가, 혹은 분열상황에서도 서로 간의 균형이 500년 정도는 가는 반면 중국은 그 기간이 이삼백년 정도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엔 아무래도 이렇다할 지리적 방어선이 없는 기름진 중원을 침탈해오는 유목세력들의 꾸준함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장성도 만들었을 것이다. 별 쓸모는 없었지만.

 이 책은 그렇게 많은 왕조가 명멸한 중국의 여섯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도 여러 왕조가 도읍으로 삼은 도시가 있듯, 중국도 역시 그러하다. 여섯개의 도시는 장안, 뤄양, 카이펑, 항저우, 난징, 베이징이다.

 

1. 장안

 장안은 한자 뜻 그대로 길게 오래도록 평안한 곳이라는 의미이다. 왕조가 오래도록 평화롭게 지속되는 염원이 담겼다 할 수 있다. 장안은 중국인들이 중원이라고 일컫는 황하 중상류 지역에 위치하며 이곳은 강으로 둘러쌓여 교통의 요지이면서 방어가 유리하고 여러곳으로 접근하기 쉬운 천혜의 장소이다. 그래서인지 중국 초기 국가들과 문명은 여기서 발생했으며 그래서인지 역대왕조가 가장 많이 도읍한 곳이기도 하다.

 중국의 고대국가인 하, 상, 주, 전국시대의 진, 한, 수, 당이 모두 이곳을 도읍으로 삼았다. 장안성의 전성기는 아무래도 국제적 성격이 강했던 전성기 당의 수도로서의 장안이다. 워낙 대단해 발해와 일본의 왕조가 장안을 본따 그들의 수도를 건설했다. 전성기 장안의 인구는 무려 백만에 달했으며 크기는 동서로 9.7km 남북으로는 8.5km의 장방형으로 당시 서양 최고의 도시인 콘스탄티노플의 무려 7배에 달하는 크기였다.

 장안에는 방이라는 폐쇄공간이 있었는데 이것들이 108개가 장안성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도시의 가운데는 황제가 다니는 주작대로가 있었으며 주작대로를 기점으로 동시와 서시로 나뉘었다. 도성의 동서남북에는 각각 3개의 문이 있었는데 천지인을 뜻했다. 도성내부에는 방 사이로 9개의 길이 있었는데 고래로 중국은 우리가 전토를 팔도로 나누는 것처럼 땅을 구주로 나누는 전통이 있었으며 이는 그를 의미한다. 거기에 방은 13줄로 배열되었는데 이는 12달과 윤달을 의미하며, 황성 남쪽에 있던 4개의 방은 4계절을 의미한다. 이처럼 장안은 중국 전체와 우리가 사는 세계 전체는 표현하려는듯 철학적으로 완벽한 도시였다.

 하지만 문제도 많았다. 일단 도시가 너무 폐쇄적이었다. 장안은 상당한 크기였지만 웅장한 성벽에 둘러쌓여 도시와 확장에 문제가 많았다. 또한 장안 내부의 방들도 폐쇄적이었다. 성도 아니면서 각 방들은 높은 담장에 둘러쌓여있었다. 밤이면 각 방은 문을 닫고 도시경비대가 순찰을 돌았다. 주작대로를 중심으로 동시엔 고관대작과 귀족이 거주하는 반면 서시는 외국상인들와 평민들이 살았다. 공간적으로 분리된 셈이다. 이로 인해 당의 장안에는 대부분의 백성이 세들어 살았으며 당의 국운이 기울었을 댄 가난함이 이루말하기 힘들정도였다고 한다.

 

2. 뤄양

우리가 낙양으로 알고 있는 도시다. 한자로 양은 강의 북쪽을 의미하므로 뤄양은 낙하의 북쪽에 있는 도시라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한양도 한강의 북쪽이란 뜻이다. 뤄양은 동주, 후한, 조위, 서진, 북위, 수, 당, 후량, 후당의 아홉왕조가 도읍한 곳으로 장안 만큼은 아니지만 만만치 않은 위용을 자랑한다.

 뤄양은 장안에 비해 뚜렷한 장점이 있었는데 장안이 기후가 건조해 농사가 잘 되지 않아 식량수급에 문제가 많았던 반면 뤄양은 식량 공급이 매우 원활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후탓도 있지만 좀더 하류에 위치하고 낙하의 존재로 조운에 매우 유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나라때 대운하가 건설된 이후로는 뤄양은 조운의 중심지로 사용되어 매우 많은 곡식창고가 건설되었다.

 

3. 카이펑

 카이펑은 후량, 후진, 후한, 후주, 송이 도읍한 도시다. 카이펑은 장안이나 뤄양에 비해선 좀 덜알려진 편인데 아무래도 중국 왕조중 군사적인 면에서 가장 맥을 못춘 송왕조의 도읍이어서가 아닌가 싶다. 카이펑은 주변 지세가 낮고, 주변에 이렇다할 산 하나 없어 방어에 매우 취약했다. 하지만 이를 만회할 만한 장점이 있었는데 바로 드넓은 평지와 더불어 주변 수로가 도시에 촘촘히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중국의 왕조들은 카이펑 인근에 인공운하인 변하를 건설하고 황하와 회하를 연결하는 수상교통의 요지를 건설했다.

 카이펑은 주변하천이 많고 지세가 낮아 교통엔 유리했지만 이로 인해 수공을 자주당했다. 카이펑은 점령한 적들은 대부분 변하를 막아 물을 모아 터뜨리는 형태로 카이펑을 침수시켜 점령하는 방법을 자주 택했다. 역설적으로 이는 방어에도 사용된 적이 있는데 중일전쟁시절 일본군의 진군을 막기위해 변하주변의 제방을 국민들군이 터뜨린적이 있다고 한다.

 카이펑은 수도로 삼은 송을 세운것은 조광윤이다. 그는 조선의 이성계가 고려의 장수였던 것처럼 후주의 신하였다. 후주의 7살황제 공제가 다스리던 시절 갑자기 북방의 요가 후주를 침입한단 소문이 들렸고 이에 절도사 조광윤은 대군을 이끌고 출정한다. 원정중 천막에서 잠든 조광윤이 일어나자 자신의 몸엔 어느새 황포가 덮여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이에 조광윤은 천명을 깨닫고 회군하여 왕위를 찬탈한다. 우리의 위화도 회군과 참 많이 비슷하다.

 조광윤은 북벌을 하기 보다는 보다 쉬운 남쪽의 왕조들을 먼저 정벌하였으며 사대부를 중시하였다. 조선과 많이 비슷한 점인데 조선의 성리학의 토대인 주자학인 송대에 발전하였기 때문인듯 하다. 그래서인지 송의 황궁은 중국의 매우 화려한 다른 궁에 비해 매우 적은 규모였다. 또한 송은 백성을 위한 복지제도가 발전하고, 상업이 발전하는등 현대적 관점에서 상당히 선진적인 국가를 건설했다. 당의 장안과는 다르게 폐쇄적인 방도 없었으며 야간 통금도 없었다. 하지만 북벌을 결국 해내지 못한 점과 문치주의로 군사력이 약해 결국 금에 의해 남으로 쫓겨나 남송이 되며 원의 쿠빌라이에 멸망당하고 만다.

 나라의 근본인 같은 성리학이어서인지 백성을 위하는 민본정치를 이념으로 삼고, 집권층이 사대부로 검약하고 군사력도 약해 외침에 크게 당했다는 점에서 송과 조선은 상당히 비슷했다.

 

4. 항저우와 난징

 항저우는 금에 카이펑을 잃은 송이 도읍한 곳이다. 유명한 중국음식인 동파육이 기원한 곳이고 상당히 유명한 자연환경과 문화가 가득했다. 책을 읽다보니 중국의 지배자들은 강남의 높은 문화수준와 생산력, 자연환경을 동경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정작 이곳은 도읍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북방왕조의 침입에 의해 마지 못해 도망간 경우거나 왕조자체가 이곳에서 창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아무래도 문화의 중심과 한족의 정통성이 중원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였다.

 난징은 베이징과 더불어 '경'을 유지하는 곳이다. 북경과 남경인 것이다. 오와 동진, 송, 제, 양, 진의 육조가 도읍하였다. 특히, 난징은 명의 초기 수도였는데 명을 세운 주원장이 수도로 삼았다. 주원장의 본명은 주중팔이었는데 주살안다는 의미의 주와 원나라의 원을 써서 원을 멸하는 인물이라는 뜻을 가진 주원장으로 개명하였고 이를 이루어낸다.

 주원장은 난징에 도성을 쌓고 13개의 문을 만들었는데 남쪽은 남두육성을 본따 북쪽은 북두칠성을 따라 만들었다. 남두육성은 삶은 관장하고 북두칠성은 죽음을 관장한다는 의미에서 인간의 삶전체를 관장한다는 뜻으로 도시를 만든듯 하다.

 난징은 매우 좋은 도시였지만 중국전체를 다스리기엔 무리가 있는 도시였다. 이에 주원장은 다른 지역으로 천도하고자 했지만 죽어 뜻을 이루지 못한다. 명은 지금의 북경으로 천도하는데 이는 주원장의 아들 주체가 왕위를 찬탈하였고, 연왕이었던 주체가 자신의 근거지로 수도를 옮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주체는 조선의 이방원과 상당히 유사하다. 서열도 각각 넷째와 다섯째이며, 엄청난 견제를 받았으며 동생으로부터 나라를 빼았았다는 점도 같다. 이런 주체를 견제하기 위해 주원장은 공신세력을 엄청나게 숙청하였는데 이로 인해 정작 황태손을 지킬 세력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5. 베이징

 지금의 중국 수도인 베이징은 명, 원, 청등 가장 최근이면서도 굴직한 왕조들이 도읍한 곳이다. 그리고 명을 제외한다면 주로 유목 정복왕조가 도읍한 곳이기도 하다. 여기엔 이유가 있는데 베이징은 바로 남쪽의 농경과 북쪽의 유목의 점이지대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을 따라 중국의 만리장성은 15인치 등우선과 거의 일치한다. 15인지는 연간 강수량 381mm로 농경의 한계지대이다.

 따라서 베이징은 유목민족이 자신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농경민족인 한족은 지배관리하는 최적이자 한계지역이 된다. 베이징은 대부분의 도읍이 장방형인것과는 다르게 요철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베이징이 발전하면서 남부지역의 인구가 늘자 외성을 더 크게 축조하게 되었는데 남쪽부터 시작하여 그 쪽은 크게 짓고 도중에 비용이 모자로 역지로 연결하다보니 남쪽만 커졌기 때문이다.

 만리장성은 중국인에게는 하나의 큰 상징이자 자부심이며 한계이다. 그만큼 역설적인 곳인데 진시황이 처음 축조한 이유가 통일된 중국을 하나라 묶고 정립한 세력을 확실하게 하기 위함이며 더불어 북방으로부터의 방어를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장성은 그후로 계속 중국의 확장과 고립 및 공포와 폐쇄성의 양면을 갖는다. 장성은 수세시엔 방어와 폐쇄의 역할을 공세시엔 확장의 그 지역의 식민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공세인 요즘은 장성을 함부로 한반도 북쪽까지 연장하려는 속셈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책에 기대한 건 중국의 여섯도읍지와 수도로서의 지리적 이점등을 알고 싶어서였지만 사실 이 부분은 책의 일부이고 대부분이 역사적 문화적, 관련 인물 내용들이다. 중국의 역사를 좀더 알게 된 면도 있지만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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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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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대한 서양미술사 중 근대 작가의 삶과 작품, 그들의 세계관을 담아낸 책이다. 매우 쉽게 썼고 사생활 비중과 그것이 작품세계에 미친 영향을 많이 담아냈기에 매우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이다. 가벼운 듯 하지만 나름 깊이가 있고, 작가의 상상도 제법 재미를 준다.

 항상 미술가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못하는 편인데. 왜인지 생각해보니 그들의 얼굴을 모르는 것도 제법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이상한 일이다. 미술책들은 무척이나 작가들의 작품을 상세히 다루고 컬러도판을 아낌없이 실으면서도 이상스레 정작 작가의 얼굴엔 무관심했다. 그런데 이책엔 매 작가의 사진얼굴이 나온다. 사진 발명이 일어난 근대 작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상외로 괴팍할 거라 생각했던 그들의 얼굴은 평범하다 못해 잘생기기까지 했다. 물론 현상도가 떨어지고 사진자체가 작으며 주름과 세월을 잡아내지 못하는 흑백사진이란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하여튼, 사진은 그들의 얼굴만 잘 나오게 한건 아니다. 그들의 작품세계도 변화시켰는데 신이 만든 세계에 대한 모사, 그리고 종교적, 신화적, 정치적 인물과 사건 대한 포장이 작품의 목적이었던 것이 사진의 등장으로 작가 주관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사진이야말로 최고의 모사가 가능하니 더이상은 모사로는 승부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시기 근대작가들의 작품은 매우 실험적이고 파괴적이며 독특하다. 그러니 오늘날에도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런지. 책에 등장하는 뭉크, 고흐, 프리다칼로, 에곤 실레, 클림트, 드가, 고갱은 자신의 주관에 의해 세계를 매우 독특하게 그림과 색상으로 표현했다. 거기엔 평소 그림의 대상이 되지 않던 계층과 사물을 표현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상주의를 본격적으로 연 인물인 마네로 이어진다. 마네는 풀밭위의 점심과, 올랭피아로 전통을 철저히 파괴한다. 그의 영향을 받아 모네는 더 나아가 빛에 주목한다. 빛이 사물의 인상과 모습을 만들어낸 찰나를 기록한 건초더미 3연작은 그의 대표작이다.

  이렇게 개인적이고 순간적이며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찰나와 변화에 몰두하던 인상주의에 제동을 건 것이 세잔이다. 세잔은 인상주의가 사물의 윤곽을 흐리고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인상주의의 뜻은 존중하되 그 표현방식을 달리했다. 사물의 진정한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인데 그 방식으로 그는 색상과 형태를 택한다. 그래서 세존은 입체주의와 색채를 드러내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세잔에 영향을 받아 등장한게 피카소와 마티스다. 책은 피카소 편에 마티스를 같이 다루는데 둘은 라이벌이었다. 나이는 마티스가 훨씬 많았으며 입체주의 대가로 이미 파리에서 인정받고 있었지만 젊고 야망찬 피카소는 마티스의 입체주의를 빠르게 따라가며 야생에 대한 그의 아이디어를 훔쳐 먼저 작품화하기까지 한다. 좌절한 마티스는 수십년간 고전하지만 스페인의 문양과 색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피카소와 다시 경쟁한다. 말년 둘은 서로 화해하고 서로의 작품은 서로의 색깔이 묻어나는 묘한 지경에 이른다. 입체의 피카소는 문양과 색상을 마티스는 입체를 쫓는 식이다.

 인상주의에 마무리를 찍은(?)것은 마르셀 뒤샹이다. 샘으로 유명한 그는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생을 작품화 하려 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인상주의든 입체주의든 야수파든 모두 회화라는 틀에 갇혀있던 미술계에 뒤샹은 과감히 오브제란 개념을 새로 던진다. 그는 샘작품을 여러개 제작해서 팔기까지 했다. 스스로가 스타가 되고 작품을 양산해 팔아내는 이 방식은 미국의 팝아트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한다. 실제 훗날 앤디워홀이 딱 그렇게 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재밌다. 대입초년생이나 이웃들에게 선물용으로 좋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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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시대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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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알고 있는 대로 박노자는 독특한 면을 갖고 있다. 특이한 정체성과는 다르게 러시아 출신이고, 한국에서 오래 공부하고 활동하고 있으나, 정작 사는 곳과 근무지는 노르웨이다.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해 한국이름도 있는데, 러시아 사람이란 뜻으로 '노자'다. 한자로 러시아가 '노'이니 노를 쓰고, 사람이나 아들이란 뜻으로 '자'를 쓴 것이다.

 이렇게 독특하다보니 시각도 남다르다. 한국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외국인만한 객관자가 될수 없는 없는데 그는 이런게 가능하면서도 외국인이 놓치는 한국만의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 상당히 갖고 있다. 즉,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이해와 관찰이 가능하달까? 거기에 러시아와 노르웨이에 대한 경험으로 상호 비교가 가능하니 날카로운 통찰과 시사점 제공도 가능하다.

 이번 책도 그랬다. 전에 읽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연장선인데 이번엔 모음글을 엮을 책이다. 전작은 박근혜 치하에서 나온만큼 상당히 절망적이고 어조가 강했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말 말이 안되는 일만 사라졌을 뿐이지 나라의 근본 문제는 여전해 책에서는 여전히 문제의식이 강하다. 대통령만 조금 나아졌을 뿐 바뀐것은 많지 않으며 변화의 속도와 깊이는 약하다는게 그의 전반적 평이다.  

 책 제목은 전환의 시대인데 그가 말하는 전환은 3가지로 '탈분단', '탈군사', '탈자본'이다. 전환을 필요로 한단 이야기는 박노자가 보기에 이 세 가지 것들이 한국사회의 근원적 문제라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우선 탈분단으로 그는 통일이란 말이 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오래된 진영의 논리이고 북측을 동등한 파트너이자 주체로 생각하는 느낌이 약하기 때문이다. 탈분단이 필요한 이유는 우선 분단이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양측의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의무라는 이유로 정당한 대가없이 긴 기간 군복무를 해야한다. 거기에 국방비로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한국의 국방비는 GDP대비 상당한 수준이며 매번 국방비리와 주요구매처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효율적 집행도 안되는 편이다. 이 비용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경제협력으로 썼다면 진작에 평화는 구축되었을 거라는게 박노자의 생각이다. 북측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 재밌다. 북측입장에서 보면 적국인 한국과 미국의 전력은 막강하기 그지 없다. 한국하나만 보더라도 자신들의 수십배에 달하는 경제력과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군사력도 상당하다. 거기에 러시아와 중국이 떨어져나간 자신들과는 달리 여전히 세계 최강국의 군사가 주둔하고 있다. 가히 위협적이라 할 수 있으며 북의 핵무장도 이런 논리의 연장선에서 이해한다.

 다음은 '탈군사'이다. 박노자는 이전 저작부터 한국의 군사문화가 사회전반에 퍼져있는 것을 의아해하며 문제시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사회의 갑질 문화도 이 군사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한다. 한국이 군사화 된 것은 사실 분단때문인데 이승만 정권이 미국의 의존하고 냉전의 전초기가 된 것이 그 시초로 볼 수 있다. 한국은 냉전의 대리전을 통해 지독히 가난함에도 대병을 유지해야하는 군사국가가 된다. 이로 인해 한국의 인구대비 군사의 숫자는 세계최고 수준에 달하며 이로 인해 상당수 한국민들이 업악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를 상당기간 거치며 내면화하게 된다. 또한 외세에 의존한 정부역시 이로 인해 상당히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갑질 문화를 내포하게 되었으며 이들의 수혜를 받아 각종 특혜로 성장한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사전에도 없어 한국어 발음으로 표기할 수 밖에 없는 갑질문화가 한국사회 널리 퍼졌있다는게 박노자의 생각이다.

 마지막은 '탈자본'이다. 한국은 상당히 신자유주의에 친화적인 국가다. 돈이 많이 들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어리석은 정치인이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gdp 대비 복지예산편중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거기에 최근의 모 드라마에서 잘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인적재생산은 철저히 부모계층의 자본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엄청난게 오른 집값과 부동산 값은 물론이고 엄연한 계약관계임에도 사용자와 노동자와의 갑을관계는 자본의 폐해를 매우 잘 보여준다. 박노자는 적어도 인간의 최소생존조건인 교육, 의료, 주거에 있어서는 자본에 모든 걸 맡겨놓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질도 그다지 좋지 않은 교육을 학벌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먹는 대학, 지불능력이 없는 환자는 진료하지 않는 병원, 집값을 올리는 토건세력과 있는데로 상인을 쥐어짜는 건물주역시 모두 적폐로 본다.

 그럼 이런 꽉막힌 현실의 해결책은 대체 무엇일까? 박노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약자층의 연대다. 노동조합이나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 약자들이 뭉치고 연대해서 저항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 학벌이나 명문대학은 사라지고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병력은 모병제로 충원되어 규모는 10만정도에 불과해지고, 무상치료와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람들 모두가 쉽게 거주할 수 있으며, 평화체제가 정착되어 누구나 평양이나 원산에 쉽게 다녀올수 있는 나라가 될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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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2-09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목조목 잘 정리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흐흑.. 박노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조금 답답해 보이고 과연 그런 날이 올지 참 멀게만 느껴지네요. ㅠ.ㅠ

닷슈 2019-02-09 23:30   좋아요 1 | URL
저도 참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그럴수 있다면 의외로 쉽게 될수도 있긴한데 마중물을 주거나 불붙이는게 참 지난하게 느껴집니다. 책에서 박노자는 착취당하는 시민들의 분노 임계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는 것 같았습니다.

cyrus 2019-02-10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연대’를 주장하면 결집력이 생길 수 없어요. 연대하는 세력이 모두 같은 마음, 같은 사회적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없거든요.

닷슈 2019-02-10 20:17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잘 뭉쳐지지 않고 기득권층에 이이제이 당하는 측면도 크죠. 하지만 공통점도 크다고 봅니다. 최순실 게이트도 어이없게도 ‘학벌‘이라는 것의 공정성을 건드린게 도화선이 된 만큼 모든 걸 포괄하지도 못하는 어이없는 무언가가 결집과 혁명의 계기가 될지도 모른단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