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 1~2 - 전2권 타우누스 시리즈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 인상적인 제목의 책을 2년전에 보았다. 아니 작년인가. 하여튼 상당히 흡입력 있는 책으로 기억했는데 알고 보니 저자인 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이 독일 작가는 추리시리즈물을 꽤 많이 내고 있었다. 그의 책을 이번에 다시 보았는데 제목은 좀처럼 잘 입력되지 않는 '잔혹한 어머니의 날'이었다. 우리식으로 '어버이날의 비극','어버이날 연쇄살인마' 이렇게 했다면 제목이 좀 더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시리즈물은 아니지만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산더 형사가 그대로 나오고 타우누스라는 독일 소도시도 그대로 등장해 뭔가 친숙한 느낌을 주긴 한다. 물론 내용은 전혀 상관없다. 어쩌면 이것도 좋은 방법인것 같다. 매번 캐릭터를 창조하지 않고 뭔가를 붙이면 되는 것이니.

 매우 흡입력 있는 이 책은 한 독일의 고저택에서 테오란 늙은 노인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그는 얼굴에 상처를 입고 죽었는데 부패가 오래되어 사고사인지, 자연사인지, 타살인지 구분이 어려운 면이 있었다. 그런데 그에겐 개가 하나 있었는데 왜인지 뒷마당 견사에 갇혀있었다. 개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개가 먹은 뼈가 발견된다. 인골이었다. 개가 파먹을 견사 아래 부분을 살펴보니 무려 3구의 시체가 더 나왔다. 개는 그 중에 하나를 먹은 것이다. 시체들은 모두 여자였고 옷을 모두 입은체 랩에 꽁꽁 싸여있어 죽은 지 오래되었음에도 썩지 않고 시랍화 되어 있었다.

 사건을 조사해보니 테오 라이펜라트라는 사람은 가세가 기울자 아내인 리타 라이펜라트와 더불어 아이들을 입양하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아이를 위탁받으면 적지 않은 돈을 준 듯 한데, 이들은 아이를 더 쉽게 받기 위해 주로 문제아들을 위탁받았다. 진정성 없는 위탁이고 아이들도 힘들다보니 위탁과정은 아동학대로 이어졌다. 특히, 자신도 어려서 학대를 받은 듯 한 리타는 남편마저 압도하는 강력한 힘과 체격으로 아이들을 학대한다. 우물에 빠뜨려 꺼내주지 않기, 아이스 박스에 가두기, 찬물의 욕조에 집어넣기, 랩으로 묶기등 이 잔혹한 방법에 아이들은 고통받았다.

 그리고 한 아이가 망가진다. 이 아이는 우연한 기회에 노라라는 여자아이를 같은 위탁 아동인 클라스가 물에 빠뜨리고 떠나버린걸 목격한다. 노라는 수초에 발이 묶여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아이는 노라는 구해주긴 커녕 물속으로 집어 넣어 죽인다. 과정은 생각보다 쉬웠고, 평소 드세고 아름답던 아이를 지배하고 죽음에 모습을 보는게 몹시 즐거웠다.

 아이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 어머니는 위탁한 후 얼마간은 매년 어머니의 날에 찾아왔지만 언젠가부터 오지 않았다. 어머니로부터의 버림받음, 위탁 가정으로부터의 잔혹한 학대, 타고난 사이코패스 기질이 결합해 아이는 연쇄살인마로 자라난다.

 그는 매년 세심한 관찰로 어머니날을 앞두고 여자를 선정해 납치해 죽였다. 먼저 상대를 관찰했다. 동선, 직업, 가족, 모든 변수를 고려한다. 만일의 사태도 대비했다. 그리고 어머니날이 다가오면 납치를 실행한다. 상대방에게 접근해 변장이나 연기로 상대를 안심시켰다. 전기충격기로 기절시키고, 가둔후 물뽕을 탄 물을 먹게 해 자신이 납치된 것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를 분간조차 못하는 상태로 만들었다. 그렇게 즐기다. 어머니날이 다가오면 의식을 치뤘다. 랩으로 묶어 상대를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물가로 끌고가 서서히 익사시켰다. 상대가 느끼는 공포와 무력감의 그의 즐거움이었다. 죽은 상대를 기념하는 전리품은 미리 챙기고, 머리칼도 약간 보관한다. 시체는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아이스박스에 넣어 냉동시킨후 나중에 버렸다. 물론 그는 아무나 죽이진 않았다. 하나같이 '어머니'를 노렸다. 자신의 어머니처럼 자신의 아이를 어떻게든 버린 어머니를.

 이 괴물이 만들어지는데는 많은 사회의 공헌이 있었다. 우선 한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를 버렸다. 그리고 보육기관의 담당자는 라이펜라트 집안으로부터 충분한 학대의 정황이 있었음에도 실적우선주의에 이를 묵인했다. 그리고 리타라이펜라트와 테오 라이펜라트는 학대와 무관심으로 아동학대를 한다.

 이렇게 하나의 악이 탄생한 과정과 그 끔찍함, 그리고 그것의 해결을 통한 정의의 실현이 이 책이 보여주는 이야기다. 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매우 사회적이었지만 개인적이기도 했다. 살인마와 같은 조건의 아이들은 비슷한 악조건이었지만 아름다운 삶은 살지는 못해도 결국 살인마가 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책에서 하딩이란 프로파일러가 말한 것처럼 악이 만들어지는 조건은 범죄를 설명하긴 해도 범죄의 이유나 변명은 당연히 되지 못한 셈이다.

 무척 재밌는 책이었고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를 모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5-09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0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로운학교, 학생을 날게 하다 -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10가지 교육 원리 새로운학교 총서 2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엮음 / 살림터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란게 있는 것 같다. 새로운 학교는 아무래도 각 지역마다 다른 명칭을 쓰고 있긴 하지만 결국 혁신학교들을 말하는 것이다. 혁신학교는 이미 10년째 전국에 대세 교육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여러 문제점이 있다.

  우선 성공적인 혁신학교들이 좀처럼 유지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특유의 교원인사정책 때문인데 지역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한교사는 한 학교에 4-5년정도만 머무를 수 있다. 때문에 성공적인 유산들이 잘 계승되지 않는데 이는 경험이 쌓인 교원은 빠져나가고 새로운 교원을 동참시키는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서로간의 경험의 공유와 확산이다. 혁신학교는 수는 많아졌지만 아직 진정성 있는 혁신학교는 드물어 선으로 연결되어 큰 공동의 망을 이루지 못하고 점조직처럼 흩어져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게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인듯 하다.

 이 책에는 혁신초중고교의 혁신학교 성공사례와 운영에서의 어려움, 특색등이 잘 담겨있다. 사례만 넣어놓으면 각론만 있는 이도저도 아닌 책이 되기 쉬운데, 이 책은 앞부분에 총론성격으로 새로운 학교가 갖는 공통적 지향점과 뼈대를 제공하여 뒷부분의 각론을 수준있게 볼 수 있었다.

 총론내용으로 새로운 학교 교육원리 10가지가 있다.

1. 학교는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교육공동체이며 구성원으느 학교일에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결정한다.

2. 학교구성원은 서로를 믿고 존중하며, 학교교육을 위해 자기 책임을 다한다.

3, 학생은 자기 존엄을 바탕으로 서로 인정하는 관계를 갖는다.

4. 학생은 교육의 장 어디서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다.

5. 학생은 배움의 주체로 스스로 학습하고 협력한다.

6. 학교는 모든 학생들에게 알맞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7. 교사는 학생의 발달단계와 특성, 관심, 생활환경을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함께 만들고 실행한다.

8. 교사와 학생은 배움을 통해 인간, 사회, 자연을 이해하고 삶의 기술을 익히며 실천한다.

9. 교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의 배움과 삶을 연결하는 교재를 준비하고 활용한다.

10. 학교는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와 협력한다.

 

이처럼만 된다면 정말 지역사회의 살아 숨쉬는 진정한 학교일 것이다.

키워드는 관계, 배움, 민주성인듯 하다.

학생상호간,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학생간의 안정적 관계 맺음을 강조하고, 지역사회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교사공동의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진정한 배움 실현, 학교현장과 학생, 구성원 모든 간의 민주주의 실현일 것이다.

 

책에는 새로운 학교의 교육과정 구성 3원칙이 있다.

1. 학생들의 조건, 생활, 관심사, 사회적 상황에 관심을 갖고 탐구할 것

2. 학생들의 삶을 배움으로 연결하는 수업을 기획할 것

3. 동료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탐구하고 보다 의미있는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교육과정을 통한 새로운 수업원리는 역시 3가지로 학습자 중심, 인지적, 사회적 수업의 지향이다.

1. 학습자 중심이란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을 말한다. 학생은 학습자로 배움에 대한 자기 책임이있고, 교사는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고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 스스로 지식을 확장해가는 수업을 기획해야 한다.

 

2. 인지적 수업은 학생들의 호기심이 바탕이 된다. 지식은 객관적이고 고정불변하며 절대적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며 유동적인 지식관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게 하기에 일방적이고 고정적인 전달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 지식을 생성해가는 탐구능력을 중시한다.

 

3. 사회적 수업은 협력을 토대로 하는 민주적인 수업이다. 구성원 각자의 가치와 능력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하며 이를 바탕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을 지향하고, 협력을 통해 서로의 존엄성을 깨닫는 학습경험을 제공한다. 즉, 사회적 수업을 통해 협력의 가치와 방법, 절차를 배우고 익혀 진정한 민주시민으로의 첫걸음을 띠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 책에서 강조하는 용어로 관계가 있다. 관계는 학교에서 사람간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학습대상과의 관계를 말한다. 그리고 중시하는 것은 사람간의 관계다. 학생은 학습을 하면서 사물이나 교과내용, 인간세상 전체와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같이 배우는 선생님과 다른 학생들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학습과정에서 협력과 서로 배우기가 잘 일어나면 관계의 증가 뿐만 아니라 학습이 심화되고, 관계가 좋지 못하다면 배움은 커녕 다툼만 일어나기 때문이다.

 수업중외에도 주변의 안정적 관계도 중요하다. 학교가 폭력으로 얼룩져있고, 다툼이 많고 교사가 무서운 존재라면 관계의 파괴로 인해 배움은 일어나기 어렵다. 매일 싸움이 일어나고 교사가 무섭기만 한 교실에서 뭔가를 공부한다는건 쉽지 않다. 그렇기에 학생을 항상 따뜻하게 맞이하고 서로 존중어를 사용하며 물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주는 학교공간이 중요해진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05-04 0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교사의 말공부 함께 걷는 교육
천경호 지음, 김차명 그림 / 우리학교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질리언스의 저자 천경호 선생님의 책이다.

이번 책은 매우 얇고 가볍지만 이론적 내용이 없다. 실천적인 책으로 선생님이 아이들가 생활하며 나눈 대화를 모은 것이다. 정서적 보살핌의 부족으로 상처받고, 쉽게 화내고, 인격적 완성이 아직 덜 된 아이들은 다투고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선생님에게도 화를 잘 낸다. 저성장시대에 가정의 어려움이 보살핌의 부족으로 이어진 결과다. 무책임한 언론과 선정적인 프로그램, 스마트폰이나 게임도 한 몫했을 것이다.이 책에서는 그런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화를 내는 이유가 올바른 것인지 이 상황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천천히 되물어 아이가 잘못을 인지적 정서적으로 깨닫게 하는 대화법을 사용한다.

 쉬워보이지만 이것은 교사에게나 부모에게나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아이의 화에 일차적으로 그 이유가 합당하지 않으면 화가 나기 마련인데 그러지 않고 여유와 인내심을 갖고 그걸 올바르게 돌려주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론 중산층의 보호와 교육적으론 교사에게 행정업무정상화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저자는 정서와 인지를 다른 말로 자기 조절과 메타인지라고 말한다.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과 자신이 모르는 것과 아는것을 구별하는 능력으로 처지를 바꾸어볼 줄 아는 역지사지능력이 이것의 배양에 필수적이라 말한다. 그리고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역지사지는 결국 타인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읽어주는 역지사지를 당하는 경험으로 배양된다고 본다. 이 경험을 가정, 그리고 특히 학교에서 자주 겪게 해주는게 아이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받아본 사람들은 무척 적다. 대부분이 반대의 경험일 것이다. 사회가 어려워질수록 이런 능력이 중요해진다. 그래야 자본과 자동화의 차가운 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사람사는 세상을 유지할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페스트 열린책들 세계문학 229
알베르 카뮈 지음, 최윤주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랑스의 소설가 카뮈의 페스트는 유명한 고전이다. 워낙 유명해 막상 읽어본 사람은 적어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무척 드물텐데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최근 많아졌다. 글을 쓰고 있는 나도 그렇듯 아무래도 현 코로나 사태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 나왔던 영화 컨테이젼이나 감기 같은 영화도 최근 새삼스레 인기다.

 책의 배경인 아프리카 북부의 거대한 국가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그래서 프랑스 유명 축구선수중엔 알제리 출신들이 좀 있는 편인데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프랑스에 월드컵을 안기고 감독으로선 사상 초유의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룬 지네딘 지단도 알제리 출신이다. 소설 페스트는 프랑스 식민시대 이 알제리의 작은 도시 오랑을 배경으로 한다. 아프리카라 경제적으로도 낙후하고 여름엔 무척이나 더운 열풍이 사막에서 불어오는 이 도시에 페스트, 흑사병이 번진 것이다.

 과거 중세시대 유럽의 흑사병도 쥐들이 매개체가 된 것처럼 이번에도 갑작스레 쥐들이 죽어나간다. 중세시대 사람들은 이걸 악마의 소행이나 저주같은 것으로 여겼겠지만 소설의 배경은 2차대전이 막 끝난 1940년대인지라 흑사병의 정체와 대처법이 어느 정도 나와있는 상태다. 물론 그래도 거의 3중 하나가 죽어나가는 치사율은 무지막지하다.  

 하여튼 소설에선 초반에 쥐들이 마구 죽어나간다. 평소에 보이지 않아 잡기도 힘든 쥐들은 사방에서 굴러나와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사람들은 불길함을 느끼지만 아직 쥐들의 일일 뿐이었다. 워낙 많이 죽어나가는 쥐를 치우는게 문제시될 무렵 사태는 소강상태로 접어든다. 죽어가는 쥐들은 사라졌지만 쥐를 치우던 사람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이젠 사람의 차례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페스트의 증상을 드러내며 빠르게 죽어간다. 사타구니가 붓고, 어깨나 겨드랑이 쪽도 부었으며 열이나고 몸에 검은 반점이 생기고 입술이 까매지며 죽었다. 의사들은 페스트를 의심하지만 너무나도 무서운 결과이기에 초기엔 조심했으나 결국은 병을 페스트라 단정짓고 그에 대응하는 조치를 해나간다. 병에 걸린 사람은 격리되었고, 가족들도 격리되었다.

 가장 먼저 호텔등의 관광업이 마비되었고, 사람들은 도시 밖으로 나가지 못했으며 들어오는 사람도 없었고, 사태전에 들어온 사람은 갇히고 말았다. 사람들은 겁을 먹고 집에만 갇혀있을 것 같았지만 이미 사망선고라도 받아놓은 것처럼 이상스레 향락을 즐긴다. 영화관이나 카페, 술집이 의외로 호황을 맡은 것이다. 하지만 도시 봉쇄로 재료의 수급문제로 영업이 어려워지고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도시는 을씨년스러어진다.

 죽어가는 사람들은 보며 행정과 의료 등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자 몇몇 사람들은 자원봉사대를 조직한다. 그들은 환자를 격리하고, 시체를 옮기는 등의 일을 하기 시작한다. 시체는 주로 밤에 옮겼는데 공동묘지가 부족해지고 땅이 있어도 제대로 묻을 인력이 부족하자 마구잡이로 시체를 뒤섞어 묻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래도 자리가 모자라 결국 시체를 태우게 된다.

 사회질서를 잃은 몇몇은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갑작스레 방화나 약탈이 생겨났고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창문을 닫아버린다. 자살까지 시도했던 범죄자였던 인물은 이 기회에 돈을 벌기도 하고 신부는 이 사태를 신의 벌이라고 말하기 까지 한다. 그러다 판사 오통의 아들이 혈청을 맞았음에도 고통스레 죽고, 이 아이의 죽음은 신부의 종교적 태도와 자원봉사대 일원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 그래서인지 오통도 병에 걸리고 자원봉사대를 결성한 중심인물 타유도 죽고 종교적 변화를 일으킨 신부도 죽는다.

 그리고 병은 사그라 든다. 모든게 정상화 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한다. 페스트는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소설은 명성에 비해 생각만큼 재밌진 않았다. 하긴 고전 소설치고 재밌는건 많지 않았던거 같다. 작가가 말하려던건 글쎄. 잘은 모르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애를 포기하지 않는 공동체 정신이 아닐런지. 결국 자원봉사대가 결성되고 그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안전가옥 쇼-트 1
심너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이 한때 제법 인기있던 음식프렌차이즈점과 같아 눈을 끌었다. 책도 얇고 문장이 다듬어진 느낌은 좀 적지만 소재가 독특해서 볼만했다. 여러개 단편 모음집인데  그중 하나가 재밌었다. 주인공은 갑자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처음엔 자신만 그런줄 알았는데 바깥에 나와보니 자기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모두 이 불행이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음을 알고 잠시 기뻐한다. 불행은 역시 다 같이 겪어야 한다.

 그런데 사태가 조금더 지나고 보니 깨달을 일이 더 남았다. 소리가 안나는 지역은 오직 마포구와 서대문구 뿐이었던 것. 그리고 재밌게도 지상 1000km와 지하1000km까지만 그런 현상의 지배를 받았다. 서울에서도 유명한 대학들이 즐비하고, 상권도 강하며 한강변을 낀 나름 축복받은 이 지역은 순간 저주받은 지역으로 바뀐다. 일단 대학들은 사태 10일만에 휴교에 들어간다. 방송국들도 이 안에 제법 있었는데 재밌는게 이 지역에서 방송을 하면 자신들이 소리를 못듣지만 다른 지역에선 정상적으로 소리가 들린 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이어끼고 자기 소리 들으면 하는 방송에서 소리를 못들으니 정상적인 방송이 가능할리 만무했다.

 부동산 가격도 폭락한다. 상권은 비어가고, 한강변을 둘러싼 아파트도 저렴해진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에서도 그렇지만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아진 사람들이 있다. 청각장애인들이다. 청각장애인들과 소음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이 지역은 천국이 된다. 들리지 않는 다는게 더이상 불편하지 않은 지역일 뿐더라 좋은 집과 상가가 매우 저렴한 가격에 나오게 된 것. 주인공은 우연히 청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가게되고 주인이 맘에 들어 수화도 배우게 된다. 주인공은 수화를 배우는 과정에서 작은 몸짓으로 여러 말이 갈리는 것을 보고 매우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다 어느날 일상이 돌아온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단편 모음집은 많은 작품이 있진 않지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일상을 살짝 뒤틀어 재밌게 구성한게 많다. 그런게 묘미인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