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ㅣ 안전가옥 쇼-트 1
심너울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2월
평점 :
책 제목이 한때 제법 인기있던 음식프렌차이즈점과 같아 눈을 끌었다. 책도 얇고 문장이 다듬어진 느낌은 좀 적지만 소재가 독특해서 볼만했다. 여러개 단편 모음집인데 그중 하나가 재밌었다. 주인공은 갑자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처음엔 자신만 그런줄 알았는데 바깥에 나와보니 자기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모두 이 불행이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음을 알고 잠시 기뻐한다. 불행은 역시 다 같이 겪어야 한다.
그런데 사태가 조금더 지나고 보니 깨달을 일이 더 남았다. 소리가 안나는 지역은 오직 마포구와 서대문구 뿐이었던 것. 그리고 재밌게도 지상 1000km와 지하1000km까지만 그런 현상의 지배를 받았다. 서울에서도 유명한 대학들이 즐비하고, 상권도 강하며 한강변을 낀 나름 축복받은 이 지역은 순간 저주받은 지역으로 바뀐다. 일단 대학들은 사태 10일만에 휴교에 들어간다. 방송국들도 이 안에 제법 있었는데 재밌는게 이 지역에서 방송을 하면 자신들이 소리를 못듣지만 다른 지역에선 정상적으로 소리가 들린 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이어끼고 자기 소리 들으면 하는 방송에서 소리를 못들으니 정상적인 방송이 가능할리 만무했다.
부동산 가격도 폭락한다. 상권은 비어가고, 한강변을 둘러싼 아파트도 저렴해진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에서도 그렇지만 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아진 사람들이 있다. 청각장애인들이다. 청각장애인들과 소음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이 지역은 천국이 된다. 들리지 않는 다는게 더이상 불편하지 않은 지역일 뿐더라 좋은 집과 상가가 매우 저렴한 가격에 나오게 된 것. 주인공은 우연히 청각장애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가게되고 주인이 맘에 들어 수화도 배우게 된다. 주인공은 수화를 배우는 과정에서 작은 몸짓으로 여러 말이 갈리는 것을 보고 매우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다 어느날 일상이 돌아온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단편 모음집은 많은 작품이 있진 않지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일상을 살짝 뒤틀어 재밌게 구성한게 많다. 그런게 묘미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