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몇몇의 한국 작가를 기억한다. 고래를 쓴 천명관, 디디의 우산의 황정은, 7년의 밤의 정유정, 당선합격계급의 장강명 그리고 김초엽이다. 난 과학을 좋아하는 편이라 과학을 소설의 세계관이나 배경, 이야기를 엮는 소재로 쓰는 SF 장르는 좀 더 즐겨보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주는 독특한 재미가 있고 특히나 삼체는 정말 벌벌 떨면서 추석 연휴 기간에 독파했던 기억이 있다. 

 책과 우연들은 작가 김초엽의 일상이 드러난 책이다. 김초엽 작가는 원래 과학자가 되려고 했었다고 한다. 화학이 전공인데 완벽을 기해야 하는 실험, 그리고 계속되는 오류를 잡아내면서 매우 작은 성과를 얻어가며 나아가야하는 그 연구자라는 것이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는 자각을 하고 글쓰기의 세계로 들어선다. 그런데 원래 글은 잘 쓰셨던듯 하다. 학창시절, 실용글쓰기라고 자신을 포장하고, 남을 위한 글을 써주는 지도를 했다는 것을 보면 그렇다.

 소설가들이 보여주는 소설의 세계가 하나의 매우 설득력 있는 세계이기에 독자인 우리는 왠지 작가 자신도 대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그 때 책을 쓰기 위해 자신안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책들속의 장치나, 논점들, 인물들을 보면서 자신안에 무언가가 생겨나고 그것으로 책을 쓰게된다고 한다.

 김초엽 작가는 그렇게 단서를 잡으면 무의식의 세계에서 상당히 글을 마구잡이로 쓴다는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렇게 책을 채워넣지 않으면 도무지 쓸수 없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이렇게 쓴 책이 완성도가 높을리 없어 다 쓰고 보면 이 책은 절대 세상에 나오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친구나 작가, 편집자들에게 보여주며 생각을 듣고 교정에 교정을 거듭해 처음 쓴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제대로 된 글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고 한다.

 이 책을 보면 김초엽 작가가 자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고 책을 읽어나가며 책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나오는데 그러면서 자신이 본 여러 책을 추천해준다. 뒷 부분에는 각 장마다 김초엽 작가가 언급하는 책들이 나오는데 이런 재미난 목록을 알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은 좋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작가와 내가 상당히 독서 취향이 다르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정도 책을 본 나도, 그리고 나보다 많이 보았을 작가도 이상스럽게 같이 읽은 책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하여튼 소설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그리고 그 중에서도 조금 더 독특한 SF 소설을 어떻게 완성해나가고, 그것을 해내는 작가의 삶과 세계, 생각을 어떠한지 엿볼 수 있는 재미난 책이었다. 이것도 편집자가 권해서 나온 책인지, 아니면 작가 본인이 펴낼 생각을 한 것인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폐 아들과 아빠의 작은 승리 장애공감 2080
이봉 루아 지음, 김현아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라마 우영우나, 굿 닥터 처럼 자폐인을 다룬 인기작들을 보면 심경이 복잡해진다. 그 숫자에 비해 사회에서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자폐인을 조명해준다는 매우 긍정적인 점이 있지만 자폐인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 때문이다. 물론 자폐인은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기에 우영우나 굿 닥터 같은 자폐인이 어딘가 존재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폐인은 그들처럼 서번트 증후군을 보이기보다는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많이 부가하는 특성을 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 본 자폐에 관한 책은 자폐 아들과 아빠의 작은 승리라는 책이다. 프랑스 책인듯 한데 확실치는 않다. 책의 시작에선 늘 그렇듯 젊고 매력적인 남여의 만남이다. 그들은 아이를 낳기로 하고 결혼도 한다. 아이는 남자아이로 이름은 올리비에다. 사랑스러운 아기였지만 슬슬 말을 다른 아이들만큼 하지 못하는 것을 부부는 눈치챈다. 결국 검사를 받고 아이는 자폐 판정을 받는다. 

 엄마도 엄마지만 아빠의 충격이 매우 컸다. 작중엔 그의 세계관이 아니 세상이 무너져내리고 그 충격으로 아빠가 검은 새처럼 변하는 장면이 나타난다. 그 새는 엄마와 다투고 가정은 무너진다. 이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혼한 엄마는 엄마대로 성실히 아이를 챙기고 이혼한 아빠와 협력하며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운다. 이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이라면 가능할까. 하여튼 아이는 아빠가 챙긴다. 엄마는 부유한 남자를 만나서인지 아니면 직업이 좋아서인지 아빠보다 부유했다. 하지만 사정이 생겨 멀리 이사간다. 그렇다고 아이를 보는 것에 소홀하진 않다.

 그래서 자폐 올리비에와 싸우고 생활해나가는 것은 아빠의 몫이 된다. 공무원과 전문가들은 규칙에 맞는 생활과, 짜여진 일과, 그리고 각종 치료를 추천한다. 하지만 아빠가 보기에 이 모든 것은 말이 안된다. 세상은 규칙적으로 짜여진대로만 살수는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독재자 푸틴이나 시진핑도 그렇게 살진 못할 것이다. 아빠는 아들이 잠이 들면 그래서 매일 가구의 위치를 바꾸며 노는 것도 하루의 일과도 조금씩 달리한다. 아들을 현실에 적응시키기 위해 자극을 계속주어 둔감하게 만드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올리비에는 아빠의 이런 노력으로 서서히 눈맞춤도 되어가고 어느새 말도 하게 된다. 여전히 자폐이고 남들이 보기엔 이상하지만 아빠의 노력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갖고 있으며 약을 먹게 된 후로는 정규학교수업도 받게 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빠의 노력은 눈물겹다. 계속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대화하며 남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아들을 바깥에서 교육적으로 대한다. 매번 아빠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남겨두었던 무수한 아들을 삭제한다. 정상적으로 태어나 자기와 책을 읽고 스포츠를 즐기고 상호작용하는 아들을 말이다. 

 책의 마지막은 어느 덧 많이 자란 올리비에게 자신의 선생님에게 아빠를 남성으로서 소개하고 추천하는 장면이었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물론 애초에 올리비에는 그 정도까지는 갈수 있는 자폐인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자폐 부모들이 갖은 노력에도 평생 자신의 아이와 제대로된 의사소통 한번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올리비에와 아빠의 노력을 평가절하하지는 못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10-09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리비에를 저정도까지 오게 하기까지 정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로 사는건 몇배나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의 환경이 그 노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그런면에서는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거 같고요. 제도적인 면은 그래도 많이 좋아진거 같은데 장애에 대한 우리나라사람들의 인식은 어째 갈수록 더 퇴보하는거 같은 느낌이에요.

닷슈 2022-10-10 12:30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입니다. 인식이나 지원이 퇴보하는 건 중산층이 살 여유란게 많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난 은근히 채사장의 팬이다. 채사장이 낸 책을 모두 사서 읽고 소장하고 있으니 그렇다. 매우 인상적이었던 지대넓얕 시리즈 제로편에이어 오랜만에 나온 그의 신작은 소설이었다. 제목이 좀 이상해서 다소 의아했지만 열한계단이나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같은 제목도 있었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설마 소설이었다. 

 하여튼 어떤 소설일지 많은 호기심을 갖고 읽기로 했다. 내용이나 배경은 모두 의외였다. 인생과 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니 현대적인 내용이 아닐까 했는데 의외로 중세 십자군 시절이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이었다.

 소마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십자군들이 세운 왕국 주변부에 사는 한 작은 이교도 마을(십자군의 관점에서) 소년이다. 느낌은 인도느낌인데 십자군 왕국 주변부이니 아마도 아라비아 반도 인근일 것이다. 소마는 아버지로부터 신에대해 배우고 어느날 아버지와 집근처 호숫가에 나간다. 아버지난 강하게 활을 쏘고 이 활을 찾아오라고 소마에게 시킨다. 그래야 인생이 활처럼 곧을 거라나.

 일종의 성인통과의례 같은 이런걸 수행하러 소마는 길을 떠난다. 아버진 장사였는지 이 활을 넓디 넓은 호수를 넘어가 소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소마는 길을 헤메고 비를 맞다 지쳐 동굴로 들어간다. 그 동굴에서 이상한 석상같은 걸 만나는데 그 석상은 소마에게 복종을 요구하고 그 댓가로 세계를 지배하게 해준다고 한다. 화살도 찾게 해줌은 물론. 소마는 고통 끝에 허락한건지 아닌건지 애매한 상태로 동굴에서 나온다.(아마 허락한것 같다)

 그리고 마을에 와보니 마을은 십자군들에 의해 약탈방화살인이 이뤄진 후였다. 소마는 어머니의 시신을 끌어안고 며칠을 보내다 다시온 십자군에 의해 구출된다. 그리고 소마의 이름은 왕국에 걸맡게 사무엘이 된다. 소마는 십자군 아데사 왕국에 살게되고 한 실력자의 집에 머물게 된다. 유산을 거듭하던 한나가 소마를 살피고 아들처럼 키운다. 하지만 이교도에 이민족인 소마는 자식이 없는 한나의 집안을 노린 한나의 오빠 바가렐라의 아들 헤렌이 오면서 밀려난다.

 헤렌에 모든 걸 빼앗긴 소마는 왕국기사단에 들어가 네이케스와 고네등으로 이뤄진 진보적 집단과 만난다. 그들은 삶에 대해 고민하고 왕국의 마녀사냥등에 반대하며 이들을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녀희생자를 구하다 일이 틀어져 고네도 죽고 소마는 왕국에서 나와 오히려 적국인 크레도니아의 군인이 된다.

 크레도니아엔 소마같은 이민족 부대가 있었고 소마는 사무엘에서 다시 소마의 이름을 되찾고 20년간 전쟁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헤렌이 이끄는 어리석은 부대를 궤멸시키고 크레도니아마져 차지해 석상이 말한 것처럼 세계를 지배하는 자가 된다. 

 황제가 되어 제국을 다스리던 소마는 백성을 위한 삶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개혁이 지체되자 서서히 지쳐간다. 지독한 삶에서 호화로운 삶은 누리며 인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불운과 원망만 계속하며 짐승처럼 살아온 자신의 삶에 후회를 느낀다. 그러다 눈먼 소녀를 만나고 소녀에게서 안식을 찾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사를 멀리하게 된 소마는 아들 에다(그는 소마가 죽인 헤렌의 아들일 수 도 있다)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난다. 과거 소마의 동료이자 부하였고 지금은 그에 의해 요직을 차지한 이들의 배신도 물론이었다. 소마는 두눈과 혀, 귀, 코를 잃고도 살아남는다. 그러고도 세계를 헤메며 자신이 걸어왔던 모든 것을 돌아보며 생을 마무리한다.

 책의 이야기는 많이 보는 배신과 복수의 굴레바퀴로 제법 흡입력이 있다. 채사장은 한 사람의 굴곡진 인생을 통해서 모든 것을 얻는것도 모든 것을 잃는 것도 하나로 보는 느낌을 선사하려는 것 같았는데 다 읽었지만 그런 느낌이 많이 들진 않았다. 소설가로의 첫 변신이었는데 이전 그의 작품들이 주는 느낌이 강렬했기에 어렸웠을 이번 시도가 썩 인상적이진 않았다. 바닥부터 최고 권력, 다시 바닥으로 향하는 여정으로 인생의 무상함이나 단일자를 보려주려는 시도였던 것 같은데 오히려 고민하는 현대인을 배경으로 삼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레이의 다리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인 마커스 주삭이 누군지 몰랐지만 이번에 출간한 '클레이의 다리'는 전작으로부터 무려 13년의 시간차를 두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책을 읽으면서 마주친 지나친 두꺼움, 복잡한 구조, 수많은 비유들이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아....... 이걸 이렇게 하려니 이리 오랜 시간이 필요했구나" 라고. 

 소설을 읽으면 지식책들에 비해 묘한 두려움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그 책의 작가들만이 내뿜는 호흡과 문체, 세계관, 서사의 구조에 젖어드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그리 높은 허들은 아니며 그 약간의 장애물만 넘어간다면 이후엔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작가가 유도한 감정만이 느껴지기에 어느 정도 기분 좋은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근데 '클레이의 다리'는 이게 좀 많이 높았다. 이 책을 그만 읽을까 고민하며 무려 100-150쪽 정도 읽기 시작했을때서야 그 허들 위로 간신히 머리 정도를 내밀 수 있었다. 다 읽고 나서도 마찬가지인데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가 주는 감정과 생각등은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었지만 온전히 다 본것 같은 기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마 언젠가 한 번 더 읽어봐야하지 않을까나.

 책은 거대한 서사도 그리고 한 개인만에 국한된 세세함도 아닌 중간 정도다. 던바라는 성을 가진 집안을 다루면서도 아버지 마이클 던바와 그 아들 클레이 던바까지만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의 복사판 처럼 닮아있다. 외모도 그러하고 여자 팔자도 그렇고, 그 기묘한 성격과 매력에 육체적 강인함, 그리고 공사장에서의 솜씨까지 그러했다. 마치 영화 대부가 생각나는 장면인데 영화 대부2는 아들 대부인 마이클 콜레오네와 그의 아버지 비토의 삶은 평행선처럼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설 클레이의 다리도 딱 그러하다.

 책의 구조는 시간순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시간순을 따르지만 사실 앞부분이 가장 최근이라 할 수 있고, 점점 과거의 사건이 드러난다. 처음엔 아버지 던바, 그리고 아들 던바, 결국 합쳐지며 마무리다. 아버지 마이클 던바는 시골 출신이다. 좋아하는 여자아이인 애비가 있었고, 애비도 마이클을 좋아한다. 마이클은 자신이 사랑하던 개가 뱀에게 물려죽자 개와 뱀을 모두 앞마당에 묻는다. 그리고 애비에게 고백을 하고 개가 사라지자 자신이라는 묘한 기분나쁨과 함께 마이클과 함께 한다. 둘은 시골에서 공부를 잘해 대학에 진학한다. 애비는 경영쪽, 마이클은 미술쪽이었다. 마이클은 이상하게도 아름다운 애비를 더욱 아름답게 그리는 것 외에는 딱히 재주가 없었다. 둘은 결혼하지만 이런 마이클의 전공에서의 실패와 애비의 전공에서의 성공은 둘의 처지를 점점 갈라놓게 된다. 그리고 둘은 헤어진다.

 마이클이 다음에 만난 여자는 페넬로피로 클레이 던바의 어머니다. 페넬로피는 아마 폴란드인 것 같은데 하여튼 동유럽 출신으로 피아니스트다. 동구권이 무너질 무렵 직업이 그렇다 보니 페넬로피는 서유럽 여기저기로 공연을 다녔다. 늘 돌아왔기에 아마 당국의 의심도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이 모든게 페넬로피 아버지의 포석이었다. 아버진 페넬로피조차 모르게 그녀를 빈으로 보내며 탈출을 지시한다. 그리고 딸은 탈출했고 그게 아버지와의 마지막이었다.

 괜찮은 피아니스트였지만 영어와 자본주의를 모르는 페넬로피에게 주어진 일은 청소였다. 그리고 그 일로 돈을 모아 페넬로피는 피아노를 산다. 근데 그 피아노가 잘못 배달되는데 하필이면 마이클 던바의 집이었다. 후일 둘은 결혼하여 합치며 그 피아노가 결국은 잘못 배송된게 아니었음을 언급하며 즐거워한다. 하여튼 이 오배송사건을 계기로 둘을 서로를 알게되고 끌리며 사귀고 결혼하게 된다. 집을 샀고 그게 던바가의 아처스트리트 18번가다. 집은 경마장 인근으로 시끄러워서 인기가 없었는데 페넬로피는 오히려 그걸 좋아했다. 

 페넬로피 네 아들을 낳는다. 매슈, 로리, 클레이, 헨리다. 그리고 이 책의 화자가 고교시절부터 글좀 쓰던 매슈다. 로리는 타고난 싸움꾼으로 괴력에 그 힘에 걸맞게 성질도 사납다. 클레이는 주 400미터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준족에 묘한 매력을 지녔고 헨리는 집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평범하다. 페넬로피는 영어가 익숙해지자 교사가 되었다. 정말 힘든 네 아들은 페넬로피가 잘 키워내고 심지어 피아노마저 가르친다. 학교에서도 특유의 뚝심으로 문제아들을 지도하여 명망있는 교사가 된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암에 걸린다. 의사의 예상보다 몇년을 더 살았지만 결국 죽고 아버지 마이클 던바는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집을 나가 버린다. 그리고 그 후로 매슈는 아버지 던바에게 살인범이라는 별칭을 붙인다. 아직 고교도 졸업하지 못한 자신들을 건사하지 않고 나가버려 죽인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래고 아버지 없이 아이들은 자랐고 클레이는 묘하게 엇나가는 자신의 집안처럼 기수만 꾸준히 나오는 숙명을 가진 집안의 여자애를 만나게 된다. 

 케리라는 이름의 그 아이는 기수였고 유일하게 묘하고 이상한 클레이를 담아낼 수 있는 아이였다. 케리는 집안의 반대에도 기수가 될정도로 의지가 강했고 능력도 있었지만 결국 낙마하여 사망한다. 클레이의 운명도 이런 면에서 아버지 던바와 많이 닮았다. 아버지 던바는 이런 클레이에게 함께 공사장에서 다리를 만들자고 한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이 클레이의 다리인 셈인데 클레이는 이걸 허락한다. 그 다리는 오래전 강가에 있었지만 유독 비가 많이 오던날 쓸려내려갔고 이제 보수를 하는 참이다. 

 그리고 함께 다리를 완성해가며 클레이와 아버지 마이클은 뭔가를 해낸 느낌을 갖게 된다. 지독한 숙명 같은걸 다리로 털어냈다고 해야할까. 책은 거기서 끝내지 않고 이후에 이야기도 다루는데 형제 매슈, 로리, 헨리의 이야기 그리고 클레이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 형제들은 매일 서로 죽일 듯 싸우면서도 묘하게 의리가 있는데 형 매슈는 로리가 학교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알게된 여교사와 사귀게 되고 슬하에 딸을 둘 갖게 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결혼을 미루는데 그게 클레이가 없어서다. 우애가 이 정도다.

 서평은 시간 순으로 했지만 책의 내용은 비선형적이며 매우 복잡한다. 한장은 현재를 다루고 다음장은 과거를 다룬다. 비유적 표현이 상당히 많으며 책은 무척 두껍지만 한 절 한 절은 생각보다 무척 짧다. 상당히 독특한 감성과 느낌을 주는 책으로 오래도록 기억 될 듯 하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01-24 0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이 작가의 책도둑과 메신저를 꽤 재밌게 읽었던거 같은데 오랫만에 신작이 나왔네요.

닷슈 2022-01-25 20:05   좋아요 0 | URL
저는 전작들은 보지 못해서 이번 작품과 느낌이 비슷한지 궁금하군요.

mini74 2022-02-10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축하드립니다 👍

그레이스 2022-02-10 18:08   좋아요 2 | URL
저도 축하드려요~
닷슈님!

이하라 2022-02-10 18: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축하드립니다^^

닷슈 2022-02-11 01:0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하라님.

서니데이 2022-02-10 2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강나루 2022-02-11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 축하해요^^

닷슈 2022-02-11 14:5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당첨축하드려요
 
공중그네 (리커버 특별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단편모음집이면서도 그렇지가 않다. 이유는 매 단편마다 공통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고 그가 하는 짓도 매우 일관되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사건전개와 결말마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인 신경정신의학과 의사인 이라부다. 이라부가 근무하는 병원 이름도 이라부 병원인데 이라부의 아버지가 아무래도 병원장인 듯하다. 이렇게 금수저인 이라부는 무려 100kg에 달하는 거구고 마유미라는 야시시한 의상을 자랑하는 간호사를 데리고 있다. 이 간호사는 주사를 무척 아프게 놓는데 맞는 환자가 남자인 경우 그의 복장에 얼이 빠져 통증도 있고 맞고만 만다. 

 이라부자체도 매우 이상한 성격이다. 모든 환자에게 비타민 주사를 맞추려하고 그걸 보며 쾌감을 느낀다. 거기에 환자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다. 환자들은 하나같이 마지못해 이라부에 휘둘려 그걸 해준다. 심지어 프로야구 선수가 일개 의사와 캐치볼을 해준다. 이라부의 성격은 매우 이상하고 제멋대로인데 사람들은 이런 이라부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하나같이 그의 의도대로 놀아난다. 이라부는 묘한 성격고 간혹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움으로 사람을 조종한다.

 매화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강박증이 있다. 하긴 그러니 신경정신과를 찾아가겠지. 첫 장의 환자는 야쿠자인데 어느 날 날카로운 물건을 두려워하게 되어 고민한다. 야쿠자는 자신이 칼을 쓰거나 칼을 쓰는 상대를 반드시 만나게 되니 낭패가 아닐수 없다. 이라부는 날카로움을 두려워하는 야쿠자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으며 마구잡이로 주사를 놓는다. 적응시킨다는 이유라나. 그는 항상 칼을 갖고 다니는 경쟁야쿠자와 갈등을 빚게 되는데 이라부가 진단해보니 그 야쿠자는 칼이 없으면 불안한 강박증환자였다. 

 이라부의 친구인 다쓰로는 같은 의사다. 문제는 다쓰로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의국의장이자 장인인 노무라의 존재다.  그는 가발로 대머리를 숨기고 있는데 누가봐도 티가 난다. 문제는 이걸 본인만 모른다는 점이다. 언제부턴가 다쓰로는 이 범접할수 없는 존재의 가발을 벗기고 싶어 참을수가 없어진다. 

 한 서커스단의 고참은 공연의 대가다. 무엇하나 못하는게 없는 그는 언젠가터 가장 쉬운 공중그네를 할 수 없게 된다. 파트너가 바뀌고서 부터인데 그녀석이 자신의 위치를 시기해 일부러 잡지 않는 것이란 생각에 주먹으로 때리게 된다. 

 여성 소설가도 나온다. 그녀는 날카로운 연애심리를 문장으로 잘 드러내 인기를 끈다. 하지만 그런 가벼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오랜 기간 준비해서 쓴 역작이 고작 3만부밖에 팔리지 않자 강박에 시달리게 된다. 누가봐도 잘 쓴 작품이었고 평단에서도 호평을 얻었지만 그 실패 이후 작가는 구토증세마저 나타난다. 

 한 프로야구 선수는 3루수인데 갑자기 공을 못던지게 된다. 뛰어난 신인이 등장하고서부터인데 그는 그 풋내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공을 못던지는건 점점 심해져 이젠 기본적인 송구마저 폭투로 이어지게 된다. 

 이들 등장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 마음이 약하고 이로 인해 강박이 생겨난다. 인습이나 전통으로 인해 고통받기도 하고 경쟁자가 나타나 그렇게 되기도 한다. 이라부는 이런 모습을 정확히 잡아내고 그만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치유로 유도한다. 물론 이라부가 그리 전문적이진 않다. 간혹 날카로운 말을 하긴 하지만 그보단 이라부는 오히려 의뢰인의 직업세계에 빠지는걸 즐긴다. 야구선수가 오자 갑자기 야구를 하려하고 서커스 단원이 오자 공중그네를 타려하며 소설가가 오자 등단하려는 등의 행동이다. 사람들은 이런 이라부에 휘둘리며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동참하기도 하고 이라부의 말을 들으며 알면서도 다루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문제를 마주하기도 한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매우 유쾌한다. 전적으로 이라부라는 캐릭터, 그리고 환자들이 그에 휘둘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개연성이 없기도 한데. 그리 큰 흠은 아니며 재밌게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