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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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워서 계속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보고 있다. 책은 읽고 싶고, 머리는 많이 쓰고 싶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을 때 추리 소설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책도 별 생각 없이 잡았는데 책이 나온 시점이 10년도 더 전이었다. 다만 한국에 최근 출간되었을 뿐이다. 책의 형식도 독특했다. 단편 모음집이다. 그런데 그 단편 하나하나가 모두 소설가와 관련한 일이다. 그래서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한 이야기는 출판사의 편집자 4인이 한 유명 작가의 초대를 받으며 시작된다. 이들은 같은 차로 소설가의 집으로 향한다. 소설가는 이들 4인에게 거의 모두 출간을 어느 정도 허락한 상태인데 안 그래도 출판업계가 어려워 편집자들은 애가 탄다. 집에 도착하자 작가의 나이 어린 비서가 이들은 맞이한다. 작가의 아내는 최근 죽었다. 작가는 자신이 쓴 소설의 대목을 던지며 범인을 추리해내라고 한다. 시간은 겨우 하루다. 그 안에 맞춰야만 작가의 새 추리 소설 출간이 가능해진다. 물론 결론은 어이없게 이어진다.

 다른 이야기는 고령화와 관련한다. 또 한 편집자가 추리 소설 작가를 만난다. 작가는 90대로 워낙 고령이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기 시작했고, 과거 형성되었던 종이 책 독자들이 그대로 고령이 되었다. 작가 역시 새롭게 공급되지 않아 그 전의 작가들이 고령이 되어서도 활약하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90대 작가가 아직도 추리 소설을 쓰고 있다. 편집자는 그의 글을 받자 기가 막힌다. 배경도 너무 옛날인데다 작가가 치매라도 왔는지 내용이 도무지 뒤죽 박죽이고 엉망이다. 편집자는 이런 노환 작가의 글을 받아 거의 본인이 다시쓰다 싶이 한다. 이런 세태가 무척 아쉬운 편집자는 본인 역시 남들이 일선에 있기는 늙었다 타박하는 70대란게 반전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마치 지금의 인공지능 사태를 예견한 듯한 글이다. 한 추리 소설 비평가가 있다. 그는 많은 소설을 읽고 비평을 해야 한다. 생활을 위해서는 많은 글을 읽어야 하는데 이게 버겁다. 그러던 그에게 한 사람이 찾아와 기계를 소개한다. 이 기계는 소설을 순식간에 읽고 내용을 요약 정리해줬다. 이것만 보고 비평을 써도 무척 편안해졌다. 여기까진 무료였다. 그러자 판매원은 다시 찾아와 이젠 아예 비평까지 써주는 업그레이드 버전을 추천한다. 이건 제법 비쌌다. 하지만 한 번 맛을 들이자 헤어 날 올 수 없었다. 그렇게 편하게 비평을 쓰던 그에게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출판계 관련자가 다른 사람의 비평이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한 것. 그는 대충 둘러댔으나 그 역시 같은 기계를 구입한게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금과 관련한 이야기도 재밌었다. 그다지 유명하지 않던 소설가가 특별한 한 해 대박 작품을 터뜨려 제법 괜찮은 소득을 얻었다. 문제는 그 동안 생각지 못했던 세금이다. 번 돈을 마구 썼지만 소득이 커져서 세금도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세금을 공제 처리 하기 위해 세무사 친구와 상담한다. 친구가 제시한 답은 공제처리 되기 위해서는 산 물건이나 여행이 모두 소설에 등장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 때부터 그의 소설은 배경과 쓸데없는 장면이 마구잡이로 등장하며 기상천외해진다.

 분량을 늘리는 소설 부분도 그렇다. 한 소설가가 원고지 800매 분량의 소설을 집필한다. 그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소설을 그에게 중요했다. 그러자 편집자는 이 소설을 1000매도 아니고 무려 2000매 분량으로 늘리자고 한다. 작가는 불가능하다 생각했지만 그가 방향을 알려주자 이게 가능해진다. 등장인물이나 배경에 대한 쓸데없는 살을 붙이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면 소설이 늘어진다고 싫어했지만 이미 독자들은 같은 값이라면 긴 소설을 선호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식으로 그는 소설을 늘리고 그 덕에 제법 책이 팔리게 된다. 기가 막힌 상황이었지만 서점에 나가보니 정말 다른 소설들도 그런 식으로 글밥을 늘린 상태였고, 자신은 오히려 책이 얇은 형편이었다. 원래도로 800매자리 책이었다면 주목조차 받지 못한 지경이었다.

 이렇게 책은 소설가만이 경험하고 알고, 상상할 수 있을 만한 단편으로 구성된다. 그것만의 독특한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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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퍼레이드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9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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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 소설을 딱히 선호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나만의 인공지능이 가까운 미래에 등장해 나를 나보다 더 잘 분석해주는 시기가 온다면 '주인님은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고 말할 게 분명하다. 1년 중 몸과 마음이 소진되어 일과 가정 생활이 힘들고 더불어 취미인 책 읽기도 같이 힘들어지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때면 회복을 위해 소설을 보곤 하는데 이런 경우 거의 추리 소설을 골랐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매년은 아니지만 2-3년에 한 번 정도는 만나는 작가인 것 같다.

 추리 소설은 늘 두껍지만 막상 그 세계에 빠져들면 그야말로 완독은 그야말로 순삭이다. 추리소설은 무엇보다 재밌고,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하며, 살인 사건이라는 사람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고, 그 사건에 다양한 사람들의 이유라는 것이 붙기 때문이다. 특히 살인의 피해자나 가해자는 둘 중 하나가 악인인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든 그들이 벌을 받게 되는 과정 또한 사람의 감정을 해소해주는 것 같다.

 침묵의 퍼레이드 역시 살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한 마을의 식당을 운영하는 가족에게는 사오리란 딸이 있었다. 큰 딸이었고, 재능이 뛰어나 마을의 전문가에게 훈련 받으며 프로 가수로의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간이 나면 가게 일을 돕던 그 큰 딸이 어느 날 실종된다. 3년의 시간이 흘러 가족이 이 일에서 회복하려는 무렵, 큰 딸의 사체가 발견된다.

 사체는 마을과 꽤 멀리 떨어졌고, 가족 및 사오리와도 어떤 연고도 없는 지역의 한 집에서 발견되었다. 그 집에서는 한 노파가 죽은지 6년이나 지난 시점에 같이 발견되었고, 사오리는 그 집의 아래에 묻혀있었다. 노파의 아들이었고, 한 때 가족의 식당에 방문해 사오리에게 추파를 던졌던 기분나쁜 사내 하스누마 간이치가 용의자로 떠오른다. 모든 정황이 그가 범인임을 가리켰다.

 게다가 하스누마 간이치가 살인사건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사건 23년전 당시 12살이던 모토하시 유나의 살인사건 용의자였다. 그 당시에도 모든 정황이 그가 범인임을 가르켰지만 하스누마는 경찰의 모진 심문을 이겨내고 묵비권으로 일관하며 무제를 얻어낸다. 결정적 한방을 날릴 직접적 증거나 목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스누마는 이번 사오리 사건에서도 풀려났고 놀랍게도 사오리의 마을로 돌아온다. 경악한 가족과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강한 증오를 품는다. 그리고 며칠 후 하스누마가 사망하여 발견된다. 그는 질식사했지만 방안에 누워있는 상태였고 어떤 저항흔도 없었다. 게다가 하스누마에 원한을 가질만한 거의 모든 이들이 알리바이를 갖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물리학자 유가와가 등장한다. 그는 경찰인 구사나기를 도와 사건의 전무를 파악하고 추리를 한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 이런 인물이 등장한 적을 본 적이 없어서 물리학자가 갑작스레 사건에 돌입해 뛰어난 통찰력을 보이고 셜록 홈즈처럼 구는 것이 좀 당황스러웠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작까지 9번의 책에서 그를 등장시켜서 사건을 해결시켰던 것 같다. 책의 광고에 등장하는 갈릴레오 시리즈는 아마 이걸 의미하는 것 같다.

 하여튼 책은 그의 뛰어난 추리를 바탕으로 경찰이 하나하나 증거를 수집하고 용의자를 심문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다만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악인이고 가해자가 선한 보통사람들이라 사건의 전개가 다소 재미나게 그려진다. 책은 두껍지만 하루 만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재밌다. 갈릴레오 시리즈를 알게 된게 무척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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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2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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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산업혁명 이전, 옛 사람들은 수십 년을 공부하면 자기 분야는 물론, 당대의 웬만한 책을 거의 모두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지식의 양과 세분화가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불가능하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매년 내가 읽은 양을 훨씬 상회 하는 책이 새로 나온다. 읽을 책은 여전히 산처럼 늘어나기만 하고 독서 속도는 해가 갈수록 더뎌지지만 묘하게 내가 꾸준히 보는 연속물이 있다. 

 바로 트렌트 코리아 시리즈와, 세계미래보고서 시리즈, 데이비드 발다치의 ~ 남자 시리즈다. 이 중 가장 선호하는 것은 역시 발다치의 소설이다. 거의 매년 상당히 두꺼운 책을 재미나게도 만들어낸다. 주인공은 언제나 에이머스 데커다. 바뀌는 것은 항상 범죄의 동기,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배경이다. 물론 데커의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긴 하다. 그는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된 대신 감정을 거의 상실했다. 하지만 데커는 시리즈가 지날 수록 기억력은 조금씩 감퇴하고, 대신 공감 능력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으며 이번 책에서도 그러한 양상은 계속된다. 

 이번 작인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에서는 데커의 주변인들이 바뀐다. 데커에겐 믿음직한 FBI상사 로스보거트와 파트너 알렉스 재미슨이 있었다. 이들은 데커의 이상스런 성격과 능력의 지지자들이다 하지만 상사는 나이가 들어 퇴임했고, 재미슨은 새로운 남자를 만나 다른 인생을 설계 중이다. 그리고 책을 열자마자 데커는 새벽에 전화를 받게 된다. 오랜 경찰 동료로 그녀는 치매를 앓고 있었는데 자신의 사랑스런 딸이 기억나지 않자 데커의 만류에도 자살한다.

 그리고 데커는 동료의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상사에게 새로운 파트너를 배당받는다. 그리고 플로리다로 날아가 새로운 사건을 접수하게 된다. 지역의 한 유명한 연방판사가 그녀의 경호원과 같이 살해된 것이다. 판사는 매우 부유했고, 이혼상태였으며, 미식축구선수를 꿈꾸는 장성한 아들이 있다. 경호원은 권총으로 살해당했고 판사는 칼로 살해당했다. 판사는 눈구멍이 뚫린 안대를 쓴 상태였고, 시신 주위엔 법과 관련한 라틴어가 쓰여있었다.

 현장엔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바로 살해당한 경호원의 입안에 슬로바키아의 구 지폐가 구겨넣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데커는 새로운 파트너인 화이트와 티격태격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발다치는 시리즈에서 두 개의 사건을 하나로 연결하는 재주를 얼마전 부터 보이고 있는데 이번 작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온다. 

 이런 장치는 사건을 엉뚱하고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사건에는 여러 치정과 정치, 애정이 얽혀있었다. 데커는 이번에도 여러 위기를 넘기며 이 어려운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발다치의 소설은 꽤나 끝까지 읽어도 범인이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재미가 있다. 

 이번 시리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며 꽤 두꺼운 책임에도 이틀 간 읽었다. 늘 기대되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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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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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6년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거의 200여년 만에 다시 두 개로 쪼개진다. 하나는 서부와 동부 해안지대를 차지한 연방공화국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플라이오버 스테이트들을 장악한 공화국연맹이다.  

 연방공화국은 자유와 경제적 평등을 추구한다. 그들은 지금의 민주당 계열로 사회보장을 추구하고 모든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부해안과 동부해안의 주들이 편입되었고 히스팩닉과 흑인등 유색인종의 70%이상이 연방공화국을 택했다. 하지만 연방공화국은 공화국연맹의 테러와 공격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모든 시민에게 심어놓은 생체칩을 통해 그들의 행동과 모든 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자유를 위해 자유를 억제하는 셈이다. 연방공화국은 미국 민주주의의 실패가 사실상 경제적 불평등에서 왔음을 인지하고 모든 기업의 매출 5%를 세금으로 걷어 그것을 사회 복지에 사용한다. 때문에 사회는 매우 안정되었고 범죄가 거의 사라졌다.

 공화국 연맹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포퓰리즘의 결합이다. 국가의 지배자는 사실상 12사도라 불리는 인물들이다. 모든 시민은 기독교를 믿어야 하고, 결혼과 분리된 섹스는 불법이다. 낙태도 금지되고 있으며 오직 남과 여 두 개의 성만이 허용된다. 유색인종은 사실상 2등 시민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연방과의 체제경쟁을 위해 자신들이 더 자유롭다고 선전하며 실제로 그렇다. 이들은 중심 계율에선 상당히 엄격하나 그 외의 것에서는 의외로 자유로우며 국민을 실시간으로 감시하지도 않는다.

 미국이 갈라진 근본 원인의 시작은 레이건 때 시도된 신자유주의의 시도다. 미국 사회를 지탱해오던 거의 모든 사회보장책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한 제조업의 해외 이전으로 백인 중산층이 일자리를 잃고 그들의 거주지역이 별 볼일 없는 플라이오버 스테이트가 되어 버렸다. 트럼프의 재선은 이렇게 벌어진 사회에 더 큰 균열을 내고 실질적인 분열의 시작이 되었다. 바이든 이후 계속 공화당이 집권하고 그들이 상하원을 장악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관은 모두 보수 인사로 가득해져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를 짰기에 민주당은 계속 패배한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등 국제적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는 과정에서 클리블랜드에서 대규모 테러가 일어난다. 극단주의자들이 기관소총으로 무장하며 수천명을 학살한 것이다. 이것을 계기로 미국은 분열한다. 유명한 기업의 CEO 채드윅은 군대를 포섭하여 공화당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미국의 분열을 주도한다. 각 주는 투표를 통해 연방공화국이 될지, 공화국연맹이 될지 결정해야 했다. 그리고 내가 사는 주가 원치 않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사람이 이주해야 했다. 이주 과정은 과거 인도 파키스탄 분리때처럼 대혼란이었고 수십만의 사람들이 이동과정에서의 폭력으로 사망한다.

 여기까지가 소설의 배경인데 사실 이 내용자체가 소설보다 더 재밌었다. 소설은 연방공화국은 정보국 요원 샘스텐글에게서 시작한다. 그는 막심이라는 요원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 막심은 트랜스젠더로 신성모독을 하다 공화국연맹에 납치되어 화형당한다. 놀랍게도 공화국 연맹은 이를 생중계하며 이런 화형영상을 다른 나라에 팔아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린다.

 샘스텐글에게는 작전이 떨어지는데 놀랍게도 자신의 이복동생인 케이틀린 스텐글을 암살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지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샘스텐글은 자신에게 이복동생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었다. 작전의 수행을 위해 샘 스텐글을 성형까지 해가며 신분 세탁을 하고 중립지대인 미네소타의 한 도시로 향한다.

 이 부분도 재밌는 상황인데 주 전체가 한 진영을 택한 다른 주들과 달리 미네소타 주는 반으로 쪼개져 갈라졌고 그러다보니 마치 냉전시대 베를린처럼 양 진영이 모두 소유하여 갖는 중립지대 도시가 생겨난 것이다. 샘스텐글은 정확히 이 중립지대로 파견되어 작전을 실행하게 되며 그 결말까지가 소설의 내용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 자유주의가 경제적 피폐를 낳고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중산층들이 일자리를 잃어 그 생계가 위협받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국제사회 및 민주주의가 해결하지 못하면서 그들의 분노늘 파고든 극단주의 포퓰리즘 집단이 정치적 지형을 넓히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비단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 유럽에도 해당이 된다. 디지털 플랫폼은 민주적 융합과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는 커녕 잘못된 정보와 주장도 마구잡이로 나르며 오히려 갈등의 골을 키우고 있다.

 때문에 이런 소설이 나온 것이다. 소설의 배경을 한국에 대응해도 지금 상황에선 전혀 이상하지 않고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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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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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남들이 하려는 걸 같이 하며 체제, 집단에 순응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정반대로 남들이 안하는걸 해서 차별성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구를 갖기도 한다. 모순되는 측면이지만 각각이 진화상의 적응도를 높이기에 개인은 양극단의 스펙트럼 어느 한 곳에 위치한다. 그리고 그 판단은 각 사안마다 또 달라지기도 할 것이다. 나라는 사람은 차별성을 조금 더 중시하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 10년 정도 전에 부커상 수상으로 한강 작가가 떠들썩 했을 때 정작 그 책을 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작가의 다른 책은 몇 권 보았다. 이건 또 순응적인 면이다. 

 그리고 노벨상 수상이라는 커다란 대세가 나타나자 더 순응성을 발휘해 작가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나보다 대세를 따르는 경향이 강한 아내가 이것을 당시 구매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이 오래되고 바랬다.

 책은 충격적이고 치밀하고 끔찍했다. 주제를 잘 드러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느낀 것 처럼 기분이 전혀 나쁘진 않았으며 인상적이었고 책이 전달하고자하는 바를 꾸준히 생각하게 하는 느낌이 있었다. 책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이다. 재미있는 점은 주인공은 삼남매의 둘째인 영혜일진데 그녀의 시점으로 서술되는 장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도 작가의 장치라 생각된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려운 영혜는 철저히 타자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책을 다 읽고나니 이 소설에 새겨진 장치는 세 가지 인 것 같다. 첫번째는 주인공 영혜가 점자 주체이자, 비파괴적인 존재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처음엔 채식주의자, 그 다음엔 식물로 변해가는 과정 마지막엔 모든 섭식을 거부하며 정신마저 정말 식물이 되어가는 과정이다.두 번째 장치는 영혜의 이런 변화를 모두 타자가 관찰 서술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주체로 완성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치라 할 수 있다. 타자는 영혜의 남편, 누나의 남편, 누나로 이어진다. 이들은 모두 영혜를 이해해자 못하고 받아내지 않지만 점차 그녀를 이해하는 관점이 깊어진다. 마지막은 잔혹성이다. 아주 끔찍하진 않지만 육식의 거부와 자해, 바람 등은 한국에서 문화적으로 허용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소설을 보고 기분이 나쁘거나 언짢은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파괴적인면과 비주체성을 초점화하기 위한 장치라 생각된다.

 책 내용은 이렇다. 채식주의자의 아내 영혜는 평범한 전업주부 아내다. 남편이 그녀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어디 내놓아도 튀지 않고 지적, 미모, 능력, 성격면에서 극히 평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난하고 자신감 없는 남자는 이런 이유로 그녀를 선택한다. 그리고 지금까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어느날 고기를 매우 잘 먹던 그녀가 잔혹한 꿈을 꾸고 채식주의자로 돌아서기 전까진. 영혜는 밤에 누군가를 죽이고, 혹은 자기가 죽는 듯한 꿈을 꾸고 이후로 고기를 먹지 않게 된다. 거기에 남편과의 잠자리도 거부한다. 그에게서 고기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남편은 처음엔 그려려니 했으나 심각해지자 이를 처가식구들에 알린다. 아내가 잠자리를 거부하는건 짜증이 났는데 강제적으로 성교를 시도했고 몇 차례 성공하면 오히려 강한 쾌감을 갖기도 한다. 

 가족간의 모임에서 장인은 영혜에게 강제로 고기를 먹인다. 극심한 충격에 영혜는 과도로 손목을 귿고 모임은 난장판이 된다. 영혜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남편은 그녀와 이혼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1장 채식주의자의 내용이다

 2장 몽고반점은 영혜 언니의 남편 시점이다. 그는 아내보다 처제인 영혜가 마음에 든다. 이상한 일이다. 도무지 예쁜 구석이란 걸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린 시절 사진을 보다 영혜가 가진 몽고반점에 눈이간다. 그의 작업은 예술가로 여러가지 사진, 비디오 작업을 한다. 그는 영혜를 찾아가고 자신의 모델이 되어줄 것을 요구한다. 영혜는 놀랍게도 이를 받아들여 그 앞에서 전라가 된다. 그는 영혜의 몸에 무엇에 홀린듯 그림을 그리고 사진 작업을 한다. 다른 업계 동료들은 한물 간듯한 그가 보여준 놀라운 색감과 작업에 감탄한다. 하지만 그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그가 생각한 완성은 영혜와 남자와의 성교였다. 그것이 작품을 완성시킬 것만 같았다. 자신이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자신은 영혜와 도무지 그림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모델을 시켜 작업을 했지만 결국 그가 성교를 거부한다. 영혜의 방을 찾는 그는 결국 자신의 몸에 그림을 그리고 비디오로 촬영하며 영혜와 성교한다. 그것은 성적인 욕망보단 뭔가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내가 목도한다. 아내는 실성한 동생 영혜와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자신의 남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3장은 나무불꽃이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영혜는 마침내 모든 음식을 거부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리고 언니는 그런 영혜를 살리려고 노력하면서도 자신의 비주체적인 삶에 대해서 깨닫고 영혜의 삶을 이해하고 다소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것이 향하는 점은 죽음이라는 점에서 그 모순에 경악한다. 

 저자는 인간이 가진 비주체성과 폭력성에 천착한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영혜와 그 언니는 매우 비주체적인 존재다. 결혼생활, 그리고 직업, 어려서 가족관계 모두가 그렇다. 그럼에도 그냥 남들처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자신을 억지로 잊어가며 살아가는 그런 비주체적 존재로의 삶을 저자는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폭력이다. 인간 존재는 육식을 하고 성경쟁과 자원경쟁을 하기에 본질적으로 폭력적 존재다. 하지만 그런 필수적인 생존을 위한 폭력 이외에도 인간은 많은 폭력을 휘두른다. 저자는 인간 존재의 이 두 가지 면을 이런 여러 장치를 통해 부각하고 싶었던 것 같다. 채식주의자는 그런 면에서 작가 한강의 여러 책 중 가장 좋았으며 그렇기에 주목받을 만한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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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11-27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충격적이고 치밀하고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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