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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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제목은 '시선으로부터'이다. 책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 누군가의 시선을 소재로 제목을 정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랬는데 사실 저자는 중의적 의미로 책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책에는 한 가족이 나오는데 이미 작고한 그들의 어머니의 이름이 심시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제목은 두 가지 의미로 생각이 되는데 심시선이라는 사람이 만든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가부장적 문제, 서양의 오리엔탈리즘, 한국의 군사정권, 한국전쟁에서 자행된 학살문제가 다뤄지기 때문이다. 즉, 저자는 심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그가 만들어낸 가족을 통해 이런 문제를 다루는 의미로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심시선은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한국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인데 가족들이 서울 북부와 의정부 족에 거주하는 바람에 피난이 늦었다. 그렇다보니 가족이 북한군 점령지에 머물 수 밖에 없었는데 일본에 유학을 갖다온 삼촌을 누군가 공산주의자로 밀고하면서 일가족이 거의 모두 학살당하게 된다. 시선은 친척집에 맡겨질 뻔 했으나 그 친척은 시선을 하와이로 보내버린다.

 당시 노동력이 부족했던 하와이 농장에서 시선은 고된 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다 한 독일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였다. 우연히 만난 동양여자, 거기에 그림을 그리는 시선을 보며 그는 시선을 독일로 데려간다. 내가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말과 함께.

 시선은 그에게 많은 기대를 했겠지만 그는 성불능자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지역의 여자를 두루 섭렵하는 그런 인간이었다. 시선은 미술 공부를 하게 되었지만 폭압적이고 강압적이며 가부장적인 그에게 많은 육체적 심리적 폭행을 당한다. 그러다 요제프 리란 독일인을 알게 되고, 그와 함께 한국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 인간 마티아스는 시선에 대한 마지막 폭력으로 그녀를 원망하는 유서와 함께 자살을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작품과 유산을 그녀에게 남긴다.

 시선은 한국으로 돌아와 요제프와 사이에서 아이 둘을 났지만 향수병을 못이긴 요제프를 독일로 돌아간다. 시선은 한국에선 마티아스로 인한 상처로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게 되지만 대신 글을 쓰며 한국의 문학계와 예술계에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 도움을 준  광고업체 사장 홍낙한과 결혼하게 된다. 

 시선은 요제프 리와의 사이에서 세 아이를 그리고 홍낙한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둔 딸까지 총 네 아이를 키우게 된다. 시선은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던 사람들은 몰래 숨겨주기도 한다. 그녀는 말년에 건강악화로 죽게되고 절대 제사를 지내지 말란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의 첫째 딸 명혜가 제사를 지내자고 동생들에게 제안하게 되고, 이들 가족들이 모두 시선의 10주기를 맞이해 그녀가 자랐던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선의 딸과 손주들은 모두 시선으로부터 나온 만큼 매우 독특한 직업과 성격을 갖는다. 반면 대조적으로 아들이거나 손주, 사위인 남자들은 매우 평범하게 나온다.

 시선의 일대기를 서술했지만 책은 가족들의 일상과 그들이 겪언 사건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로 쭉 이어지며 매 장마다 시선이 과거에 인터뷰했던 내용이나 방송내용들이 나오고, 시선에 대한 가족들의 회상으로 인해 시선의 일대기를 알 수 있다. 

 가족들은 시선으로부터 나온만큼 직업도 독특하다. 예술품 복원가, 괴수제작자, 광고업체경영자, 잠자리 연구자 등이다. 심지어 아직 학생인 손주도 새 연구를 꿈꾼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대화나 생각은 모두 재밌고 독특하다. 직업 세계를 드러내는 부분도 재밌는데 아마도 저자가 이런 직업의 사람들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가족의 일대기를 통해 적절히 드러내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가족의 내용이 많아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진 않는다. 저자는 그런 느낌으로 책을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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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리커버 특별판)
헤르타 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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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전체를 아우르는 서사는 없다. 아주 어릴 적부터 시작해서 책 말미가 되면 청소년기가 된 듯 했고 갑작스레 어른이 되어 사회의 이런 저런 면을 평하는 식으로 책이 진행된다. 다만 어릴 적부터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어른에 대한 단상이 일관적이고 자세히 서술된다. 그 일관성은 어두움과 죽음, 그리고 불만 같았다.

 저자가 묘사하는 주변의 자연환경은 항상 지저분하고 어둡다. 꽃이나 나무는 썩고 시들고, 애벌레는 즙을 내고 터져있고, 주위의 동물들도 계속 죽음을 맞는다. 표현하는 어른들도 그렇다. 그들은 아이를 존중하지 않고 폭력적이며, 원하는대로 아이가 해주기만을 원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고, 그래서인지 저자는 늘 그들의 늙음과 삶의 피폐함, 같이 다니는 죽음을 그들에게 묘사한다. 

 그래서 책은 항상 어둡다. 집에 송아지가 죽는 장면이 있었다. 왜 인지 모르지만 당시 마을엔 가축을 죽이는게 불법이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고기가 먹고 싶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삼촌과 작당해 멀쩡한 태어난지 얼마 안된 송아지의 다리를 가격한다. 그리고 잘 회복되지 않게 밀기울을 발라 버리고 수의사를 부른다. 그도 공범이다. 그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 듯, 대충 보더니 송아지가 살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그들이 원하는 합법적 살상을 허락해준다. 죽이는 건 불법이지만 병들어 죽을 수 밖에 없다면 도살해서 고기로 먹기 위해 죽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게 송아지는 도살되고 가족은 만찬을 즐긴다. 그리고 이후 어미소는 새끼를 그리워하며 빈 축사를 보고 운다.

 주인공은 이런 장면을 무척이나 충격으로 받아들인다. 어릴 적의 감수성과 윤리성이다. 이런 저자가 보기에 세상은 온통 더럽고 불친절하고 사랑이 없으며 죽음으로만 가득차 있다. 그걸 좀 담담하고 독특한 문체로 서술하는데 이걸 이해하기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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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수용소군도 1 열린책들 세계문학 258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김학수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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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두환은 광주민주화 운동과정에서 어쩌면 도시 하나를 깡그리 날려버리려고 한 건 아닐까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나중에 재계 10위인 국제그룹도 날려버린 적이 있기도 했다. 당시 광주는 큰 도시지만 대한민국 전체로 보면 그리 큰 손실이 아닐 정도의 2% 정도의 인규 규모이기 때문이다. 물론 절대적 숫자는 75만으로 엄청난 숫자이며 그 하나하나의 삶은 너무 소중하다. 하지만 독재자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 정도 쯤은 " 같은 생각을 할 수 도 있다.

 구 소련의 절대적 독재자 스탈린도 더하면 더 했지 비슷했을 것이다. 스탈린이 숙청한 사람의 수는 정확하진 않지만 100만명 정도는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탈린은 인간 백정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재임 기간 중 2차 대전과 각종 경제적 실패와 숙청과 탄압으로 죽은 사람의 숫자는 2천만에서 4천만으로 추정된다. 이 모든 건 소비에트 이상주의 사회건설이란 모토를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권력 유지에 불과했을 것이다. 

 책 수용소 군도는 혼란기 소련에서 이뤄졌던 마구잡이식 수용소 행에 대한 고발이다. 책에는 NKVD라는 용어가 자주 나오는데 이들은 내무인민위원회로 비밀경찰을 갖고 있었고,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숙청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 사람들이 잡혀가는 이유는 너무나도 어이없고 다양하다. 그 시기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부터 시작해서, 1차대전과 2차대전, 여러 소수민족 국가가 소련에 흡수되며 정치적 혼란이 극심한 시기 였다. 때문에 이와 관련하여 하나만 연루되면 바로 체포의 대상이었다. 

 일단 체포되면 모든 게 끝이었다. 체포된 후 신문을 받게 되는데 당연히 온갖 고문이 자행되었다. 신문관은 이미 답을 가지고 있었고, 피해자는 신문에 정해진 답을 해야했다. 답을 하다가 관련된 사람을 말하기라도 하면 그들도 바로 체포대상이 되었다. 증거는 당연히 필요 없었다. 고발과 의심, 그리고 과거의 약간의 경력이면 체포에 충분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혼란기에 지금의 당과 다른 발언, 다른 편에 서 있었다는 이유로, 혹은 소수 민족이란 이유로, 혹은 아주 약간이라도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혹은 내가 사는 지역에 체포인원이 할당되었다는 이유로, 혹은 내무위원회 사람에게 밑보였다는 이유로 혹은 일부 시기에 빠진 동료가 고발하기만 해도 체포되었다.

 가장 어이 없었던 것은 전쟁 포로에 대한 대우다. 소련에 전쟁 포로는 없었다. 포로가 되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은 무조건 스파이 취급을 받았으며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심지어 적군에 포위되었다 그것을 죽을힘을 다해 뚫도 돌아온 용사도 제때 퇴각하지 못했고 ,혹은 퇴각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 소련이 이처럼 포로를 취급하지 않아 소련 사람들은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을 때 다른 나라 포로들에 비해 최악의 취급을 받는다.

 수용소에 대한 형기는 대개 10년, 15년, 20년 정도로 정해졌다. 웬만하면 10년형인데, 그것이 가장 추운 시베리아의 수용소에서 온갖 굶주림과 폭행, 노역에 시달리며 보내는 10년이다. 사람들은 형편없는 식사에 굶주렸고, 추위와 폭행에 시달렸다. 그래서 10년형은 어떤 의미에서는 거의 죽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지만 독재자 스탈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당시 인구 1억 5천을 자랑하던 인구 대국 소련에서 이 정도의 정치적 숙청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책은 체포의 어이없음과 각종 말도 안되는 법조항, 수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체포되고 이후에 당하는 신문과정과 형편없는 수용소 처우에 대해 말한다. 총 5권인데 아마 2권부터 수용소의 실상이 자세히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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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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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구조가 좀 독특하다. 크게 2장 정도로 구성했는데 그 전개가 독특하다. 첫 장은 한 아이, 특히 그 녀석이 사내라고 생각하고 이름마저 요하네스라고 정해버린 한 어부 올라이의 기다림이다. 그는 아들의 탄생을 갖가지 걱정과 기쁨으로 기다리고 있으며 아들이 자신처럼 강인한 어부라 자랄 것이라 확신한다. 

 두 번째 장은 그 요하네스가 어느 덧 노인이 되어 버린 이야기다. 그는 아내와 7명의 아이를 낳았고, 그 중 딸 싱어가 근거리에 살며 늙은 요하네스를 챙긴다. 아내 에르나는 이미 죽었다. 7명의 아이를 낳아줬고, 금슬이 좋았다. 그들은 나이가 들며 각방을 쓴듯 한데 다락방에서 자던 아내가 어느 날 아침 늘 그런 것처럼 내려와주지 않았다. 잠들며 죽은 것이다. 매우 편하고 축복 받은 죽음이지만 죽음을 전혀 준비하지 못한 가족과 남편, 본인에겐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쓸쓸한 노년을 보내던 요하네스는 늘 그렇듯 어느 날 아침 일어난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몸이 가볍다. 일어나는 것도 쉬웠고, 부담스럽던 담배와 커피도 젊은 날 처럼 잘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 행사였던 속을 게워내는 일도 없었고, 늘 자신을 괴롭히던 노르웨이 어항의 추운 날씨도 이상스레 따뜻했다. 그는 바깥으로 나가 마을을 돈다. 마을은 여느 때와 같은 게 분명했으나 모든 것이 여느 때와 이상하리만치 달랐다.

 그리고 친구 페테르를 만난다. 요하네스와 페테르를 서로 머리를 잘라주며 돈을 아끼던 오래된 어부 친우다. 요하네스는 그가 오래전에 죽었음을 알지만 차마 그에게 말하지 못한다. 페테를는 안타까워 보일정도로 늙고 쇠약했다. 그와 이야기하며 요하네스는 어느 새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잊고 다시 생각해내고 또 잊곤 한다. 그러면서 오래 전에 사라진 사람들을 만나고 심지어 젊은 날 관심을 보였던 처자, 그리고 죽은 아내도 다시 만난다. 

 마지막으로 이 이상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며 딸 싱어를 만나다. 자신을 못본체 지나가려던 싱어를 막지만 싱어는 자신의 몸을 통과해버린다. 한편 딸 싱어는 오늘 유독 바빴다. 그런데 아버지 요하네스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루종일. 그것이 너무나도 이상하게 불길해 아버지 집으로 향한다. 집에 들어서 인기척이 없고 요하네스는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싱어는 아버지의 죽음을 느낀다. 그리고 아버지 침대로 다가가자 싸늘하게 식은 요하네스를 발견한다. 의사는 그가 아마도 새벽이나 오늘 아침에 죽었을거라 한다. 

 결국 요하네스가 느낀 이상한 하루는 자신의 죽은 하루였으며 자신은 싱어가 올때까지 저 세상을 기다리며 죽음이 그리 놀라지 말라고 보내준 친구 페테르와 아내 에르나, 그리고 젊은 시절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책은 한 사람의 탄생과 죽음, 단 두 가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안에 그 사람이 살아온 지리하고 고난하며 즐거운 삶이 죽음의 첫 날 응축되어 드러난다. 이런 식으로 평범한 한 사람의 삶은 드러낸 것은 저자의 대단한 점이라 생각된다. 짧아서 굉장히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흡입력 있고 생애에 대하여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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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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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라 국회의원은 50대 이상의 남성, 학력은 sky, 직업은 법조인, 언론인, 기업인으로 대표 된다. 국회의원이 전 국민을 고루 대표해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연령, 출신 학교, 성별, 직업 측면에서 상당히 편향적 분포다. 그래서 모든 직군과 연령에 고루 국회 의원을 배당하자는 추첨 민주주의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 한국의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다뤄지는 직업도 상당히 편향적이란 생각을 한다. 이런 엔터 산업의 직업군도 놀랍게도 국회의원의 경우와 상당히 비슷하다. 의사, 검사, 변호사, 기업인, 언론인 정도가 가장 많이 다뤄질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병폐 능력주의와 관련이 깊다 생각한다. 평범한 회사를 다니고, 장사를 하는 사람도 정작 자신의 이야기보단 저 먼 소위 성공한 권력층의 삶에 관심이 깊다. 관련 연구나 통계는 본 적이 없지만 누군가 지난 30년 정도를 가지고 연구를 한다면 반드시 이렇게 나올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리고 경찰관이나 소방관, 군인 등의 직업도 어느 정도 특수성과 소재성으로 다뤄진다. 그런데 유독 교사 직업은 외면 받는다. 물론 학생과 학교라는 공간과 소재는 충분히 다뤄진다. 전 국민이 경험 한 것이고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충분한 아픔과 비리 등을 느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 자체가 중심이 되어 진행된 것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유일하게 떠오르는게 '선생 김봉두' 정도다.

 책 '지켜야 할 세계'는 교사가 책의 주인공이란 점에서 독특하다. 읽어보니 여기서 지켜야 할 세계는 두 개 정도다. 교사로서 갖고 있는 자신의 교육철학,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삶이다. 주인공은 윤옥이란 중등 국어 교사로 정년 퇴임을 앞에 두고 있다. 그녀는 결혼하지 않았지만 아들 상현이 있고 어느 겨울날 눈길을 거닐다 미끄러 넘어져 머리를 다치고 뇌출혈일 일어난다. 하지만 추운 겨울 길가 행인이 적어 오래도록 방치되다 발견되어 병원에서 일년 간 누워있다 사망한다. 이런 결론 부분으로 책은 시작을 하고 윤옥의 삶으로 들어간다. 

 윤옥은 동생 지호가 있다. 아빠는 공장에서 사고로 사망했고, 엄마가 방직공장에 나가 생계를 유지한다. 동생 지호가 중증 뇌병변이기에 윤옥은 학교를 나가지 못한다. 엄마가 출근한 사이 동생을 돌봐야 했던 것이다. 그들은 인천의 한 산동네에 사는데 수림상회를 운영하는 수림 엄마가 이들과 친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결심을 한다. 지호를 한 목사에게 보내버린 것이다. 목사는 수상했으나 지호를 아들로 생각하겠다고 하며 지호를 들쳐 업고 나간다. 제발 사라지기를 바라던 동생이 그리 없어지니 윤옥은 서글펐다. 그리고 아마 착각이었겠지만 동생 지호는 헤이지며 '안녕 누나'란 말을 남긴다.

 그렇게 윤옥을 학교에 가게 되고 성적이 우수해 서울의 사범대로 진학한다. 당시만 해도 교사는 그리 선호하는 직업이 아니었기에 사범대 출신들도 대개 기업이나 공기업을 가거나 고시를 보곤했다. 하지만 윤옥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독재정권이기에 그들에 저항하던 정훈을 만난다. 다. 윤옥은 정훈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 발령이 난 윤옥은 학교의 현실에 저항한다. 학교는 소위 임원학생들에게 발전기금을 걷고 있었다. 윤옥은 이를 거부하고 이로 인해 학생 주임, 교감, 교장과 갈등 관계에 서게 된다. 그러면서 정훈을 다시 만나 인근의 민들레 야학에 나가게 되고 학생 수연과 관계를 맺게 된다. 수연은 달랐던 윤옥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 당시 전교조가 들어섰다. 정훈은 가입을 권유했고, 학교에 실망하던 윤옥은 가입하고 파면된다. 윤옥과 수연으로 인해 곤란을 겪던 학생 주임은 수연을 마구 잡이로 폭행하고 자신을 압박하던 교감의 자리도 뒤집어 버린다. 

 이런 와중에 정훈의 민들레 야학도 정권의 폭력에 문을 닫게 된다. 정훈은 유학을 선택하고, 윤옥에 서점을 차릴 자금을 만들어준다. 윤옥은 서점에 전념하고, 정훈을 믿는다. 하지만 정훈은 수연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임신시키고는 그 사실도 모른 체 유학을 떠나 버린다. 그래서 윤옥은 결혼도 하지 않은체 상훈이란 아들을 갖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윤옥을 복직하고 정훈도 돌아온다. 돌아온 정훈은 미국물을 잔뜩 먹어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를 언급하던 좌파적 성향을 버리고 소위 수요자 중심교육 따위의 우파 성향을 띠며 돌아온다. 그는 성공하여 교육감이 되지만 장학사를 임명하던 과정에서의 비리가 드러나 위기에 몰린다.

 정년을 앞둔 윤옥은 수림 아줌마의 부고를 듣는다. 엄마는 윤옥이 떠난 후 인천 산동네에서 수림엄마와 같이 수림 상회를 운영하였는데 그런 엄마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엄마는 한 다큐 방송에서 오래전 지호를 데려간 목사를 보았고, 그는 다른 이름으로 강원도 원주가 아닌 제주도에서 지호 같은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엄마는 제주로 향해 그를 보았고, 그는 지호가 아닌 아이를 지호라 말하며 엄마에게 소개한다. 그로써 엄마는 아들 지호가 이런 사람 밑에서 고통 받다 오래전에 죽었음을 확신하게 되다. 윤옥은 엄마의 그런 사실을 알게 되고 제주도로 향한다. 

 책을 보면서 한 사람의 교육자로써 누나이자 딸로써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써 지켜야할 세계가 중첩되고 기승전결을 일으키며 하나로 만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런 장면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책은 이런 장치가 잘 되어 있었고, 그 소재로 한국 사회의 아픔인 교육 문제와 장애인 가족 문제를 다뤄 그것을 더욱 강화한 듯 하다. 

 저자는 작년 서이초 사건을 보며 그것이 이 책을 펴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과거 교사들은 입시경쟁에 시달리던 학생이 자살하여 모였지만 이젠 폭압적인 시장 교육과 시민성이 없는 학부모, 학생으로 인해 자살한 교사로 모이게 되었다. 이 표현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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